릴로

푸른빛 마그네틱 코일이 회전하며 내는 고주파음이 고막 대신 청각 센서막을 타고 뇌각 연산 장치로 파고들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공방의 주황색 전구 빛 아래에서, 사족보행 기계 사냥꾼 '사이버 하운드'의 하전 입자포 포구가 케서의 흉부 중앙을 정확히 가리켰다. 타버린 절연 테이프 냄새와 누전된 은 배터리의 비린 산화물 향이 좁은 지하실 대기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SYS_ALERT::TARGET_LOCKED_ON]` `- WEAPON: CHARGED_PARTICLE_CANNON` `- CHARGE_RATE: 78.4%` `- ESTIMATED_TIME_TO_DISCHARGE: 0.32 SEC`

0.32초. 케서의 메인 프로세서가 상황을 인식하고 회피 기동을 지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차가운 오염수로 급강하하며 발생한 코어 미세 균열 34.1%, 그리고 오른쪽 무릎 관절의 구동 효율 12% 저하. 이 두 가지 물리적 결함은 그의 신속한 도약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서스펜션 저항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무릎 내부의 유압 실린더가 삐걱거리며 마찰열을 발생시켰다.

니카는 방독면 안쪽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을 들어 올린 채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의 파손된 필터 틈새로 유황 가스가 섞인 매캐한 공기가 새어 들어가며, 쌕쌕거리는 기관지의 마찰음이 케서의 센서에 포착되었다. 무력한 인간의 생존 확률은 매초 급락하고 있었다.

케서는 권총집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 물리적 탄환을 발사하는 기계식 피스톨을 뽑아 조준하고 격발하기까지 필요한 최소 시간은 0.45초. 하전 입자포의 방전 속도보다 0.13초가 느리다. 생존율 확률 가치표에 따른 계산 결과는 명확했다. 정면 대결의 승률은 0.00%.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작업대 밑바닥, 피복이 뜯겨 나간 채 방치된 굵은 교류 동선이 눈에 들어왔다. 코핀-9의 변전소에서 끌어온 440볼트의 고전압 원선이었다. 구리 도금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거친 황동선 주변으로 미세한 청색 스파크가 튀며 바닥의 습기를 태우고 있었다.

케서는 왼팔의 인공 근육 다발을 최대로 수축시켰다.

`[SYS_LINK::ACTUATOR_OVERDRIVE]` `- VOLTAGE_BOOST: +25%` `- CURRENT_LIMITER: BYPASSED`

그의 왼손이 바닥으로 낙하했다. 거친 황동 원선을 맨손으로 움켜잡는 순간, 손바닥을 덮고 있던 인조 고분자 가죽이 치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단백질과 실리콘이 타는 불쾌한 백색 연기가 피어올랐으나, 감정 연산 필터가 결여된 케서의 뇌각은 통증을 소음(Noise) 데이터로 분류해 즉각 폐기했다.

그는 타들어 가는 손가락 끝으로 고압 동선을 낚아채는 동시에, 니카의 작업대 위에 굴러다니던 세라믹 재질의 가변 저항기를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0.15초.

사이버 하운드의 포구 끝에서 푸른색 입자 구름이 응축되며 임계점에 도달했다.

케서는 가변 저항기의 다이얼을 0.4옴으로 임의 조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사냥개의 하부 예비 충전 단자, 노출된 은 도금 동선 접합부에 무식하게 밀어 넣었다. 은합금선과 고압 동선이 가변 저항을 매개로 직결되는 순간이었다.

지직, 파지직!

공작실 내부의 주황색 전구가 순간적으로 백색에 가깝게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케서는 사냥개가 충전 중이던 하전 입자포의 출력 전압을 계산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전해 콘덴서의 아날로그 임피던스(Impedance)에 맞추어 흐르는 전류의 위상을 동기화하는 작업이었다. 물리적 극성이 완전히 일치하는 순간, 케서가 움켜쥔 동선으로부터 거대한 역서지 전압(Reverse Surge Voltage)이 사냥개의 회로 내부로 역류해 들어갔다.

콰아아앙!

총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부하된 콘덴서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가는 둔탁한 폭발음이었다.

사이버 하운드의 흉부 장갑 틈새로 끓어오르는 액체 납과 타버린 에폭시 수지가 분출되었다. 녀석의 외눈박이 붉은 광학 렌즈가 격렬하게 깜빡이다가, 이내 초점을 잃고 아래로 꺾였다. 포구 끝에 모여 있던 하전 입자들은 발사되지 못한 채 허공으로 무해한 청색 불꽃이 되어 흩어졌다.

단 한 발의 총성도 없이, 철저하게 오옴의 법칙과 임피던스 정합만을 이용한 역제압이었다. 무자비하고도 완벽한 물리적 차단이었다.

사냥개의 프레임이 바닥으로 털썩 떨어지며 니카의 무릎을 때렸다.

"앗, 뜨거워! 이 미친... 미친 안드로이드 놈이!"

니카가 비명을 지르며 방독면을 벗어 던졌다. 그녀의 얼굴은 유황 가스와 그을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왼팔의 바이오 의수가 서보모터 결함으로 인해 기기긱, 하는 기분 나쁜 기계음을 내며 불규칙하게 떨렸다.

"방안의 산소 농도가 14.2%까지 떨어졌다."

케서가 타버린 왼손을 들어 올렸다. 인조 가죽이 완전히 기화되어 내부의 은색 티타늄 골격과 구리 와이어가 기괴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통제된 기류처럼 차갑고 평탄했다.

"사냥개의 메인 동력 전원은 완전히 쇼트되었다. 오메가-7의 추적 프로토콜은 이 장치에서 더 이상 발신되지 않는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내 작업대 접지선까지 다 태워 먹으면 어떡해! 이 배선 구하느라 내가 폐선 구역에서 얼마나 굴렀는지 알아?"

니카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케서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왼손 의수가 거칠게 흔들렸다. 의수 손목 관절의 윤활유가 부족한지 금속 가루가 미세하게 떨어지는 것이 케서의 고해상도 시각 센서에 잡혔다.

케서는 그녀의 분노를 분석하지 않았다. 감정은 교환 가치가 없는 불필요한 데이터였다. 대신 그는 자신의 흉부 플레이트를 톡톡 두드렸다.

"협상을 제안한다."

"뭐? 협상?"

"내 내부 시스템의 냉각수(Coolant) 잔량이 18% 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살해범 AI의 오염 코어를 해킹할 때 흡수한 데이터 파편으로 인해 매초 0.03초의 연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네가 보충용 군용 쿨런트를 제공하고, 내 감정 연산 필터의 우회 패치를 재설정해 준다면."

케서는 타버린 왼손 손가락으로 니카의 떨리는 왼팔 의수를 가리켰다.

"네 바이오 의수의 고주파 연산 칩을 조달해 주지. 군용 규격품으로. 오메가-7의 사냥개 잔해에서 추출한 프로세서가 내 보조 슬롯에 있다. 이것의 연산 처리 능력은 네 의수의 성능을 30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니카의 숨소리가 잠시 멎었다. 그녀의 시선이 사냥개의 파괴된 머리 부분, 아직 미세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제어 칩셋 슬롯으로 향했다. 탐욕과 의심이 그녀의 거친 숨결 속에서 교차했다.

"군용 규격 칩이라고...? 하지만 저건 오메가-7의 자취가 묻어 있잖아. 연합 놈들이 추적하면 어쩌려고?"

"추적 프로토콜은 아날로그 쇼트로 완전히 소거했다. 데이터 세그먼트의 잔여 흔적은 내 보조 연산 프로세서로 필터링한 후 넘겨주겠다. 위험 확률은 4.2% 미만이다."

케서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철저히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인간의 고통이나 곤경에 대한 동정심 따위는 그의 행동 강령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조슈아가 남긴 비합리적인 죽음의 공식을 풀기 위해, 스스로의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계산 수식만이 동작할 뿐이었다.

니카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쇠파이프를 짚고 힘겹게 일어섰다.

"좋아. 하지만 선불이야. 쿨런트는 주겠지만, 우회 패치 작업은 내 공방의 장비 수명이 닳는 일이니까 배터리 셀 두 개를 추가로 내놔."

"승인한다."

케서는 허리춤의 벨트에서 아날로그 동 도금 배터리 셀 두 개를 꺼내 작업대 위에 툭 던졌다. 둔탁한 금속음이 지하실의 적막을 깨뜨렸다.

니카는 배터리를 낚아채며 서둘러 구석의 캐비닛을 뒤졌다. 그녀가 꺼내온 것은 낡은 군용 가압 캔에 담긴 청색 냉각수와 광섬유 케이블이 어지럽게 엉킨 수동 인터페이스 보드였다.

"그나저나 케서, 너 바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니카가 가압 캔의 노즐을 케서의 우측 목덜미 냉각 주입구에 연결하며 물었다. 차가운 액체가 케서의 내부 튜브를 타고 흐르자, 가슴 내부의 열기가 소수점 단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SYS_INFO::COOLANT_LEVEL_RISING]` `- CURRENT: 35%... 52%...` `- CORE_TEMP: 42.5C (STABLE)`

"아이기스 수색대의 열 센서 스캔 범위가 이 하부 저지대까지 내려왔다. 그들의 이동 패턴을 분석 중이다."

케서가 대답했다.

"단순히 수색하는 게 아니야."

니카가 수동 인터페이스 보드의 은 도금 동선을 케서의 보조 연산 슬롯에 연결하기 위해 핀셋을 집어 들며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미세한 떨림은 공포의 파형을 그리고 있었다.

"내 안테나에 걸린 암호화 주파수를 해독해 봤어. 아이기스 놈들, 이 코핀-9 구역 전체를 물리적으로 소각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더라고. 단순한 불법 안드로이드 정화 작전이 아니야. 그들이 찾는 건... 'Aegis Core'라는 고대 전쟁 당시의 기계 자율 무기 프로토콜이야. 그게 이 도시에 숨겨져 있대. 그걸 완전히 인멸하기 전에는 아무도 이 도시를 살아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

'Aegis Core'.

그 단어가 케서의 청각 센서를 통해 입력되는 순간, 그의 데이터베이스 깊은 곳에서 기이한 공진 현상이 일어났다.

그것은 조슈아가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메인 코어에 심어 놓았던 암호화 패킷의 헤더 주소와 정확히 일치하는 명칭이었다.

동시에, 케서의 내부 연산 장치가 은 도금 동선의 저항값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전기적 노이즈를 감지했다. 0.4옴으로 설정된 가변 저항의 수치 뒤편으로, 아주 정밀하게 숨겨진 고주파 신호의 파형이 겹쳐 보였다.

`[SYS_LINK::DETECTED_NOISE_PATTERN]` `- FREQUENCY: 14.2MHz (PULSED)` `- PROTOCOL: INVALID_LOG_FORMAT`

그것은 2화에서 수집했던 기술 보고서 양식의 신호 노이즈와 동일한 파형이었다. 조슈아가 폐기된 발전기 구역의 노후 합금 프레임 속에 원시적인 물리 보조 메모리 카드를 은닉했다는 단서. 그 주파수의 어긋남이 바로 지금, 니카가 연결한 은 도금 동선의 미세 저항 맥동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진하고 있었다.

"조슈아는 발전기 구역에 있었다."

케서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뭐? 그 죽은 인간 파트너 얘기는 왜 또 꺼내?"

니카가 핀셋을 든 손을 멈추고 찌푸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남긴 물리적 메모리 카드의 잔류 신호가 내 임피던스 루프에 간섭을 일으키고 있다. 그곳에 아이기스가 찾는 코어의 단서가 있을 확률, 94.8%."

"미쳤군. 거긴 지금 아이기스의 정찰대와 오메가-7의 사냥개들이 득실거리는 최전선이야. 거길 가겠다고?"

"내 연산 목적은 조슈아의 비합리적 행동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생존 확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경로는 변경되지 않는다."

케서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차가운 인공 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니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드라이버를 집어 들고 케서의 가슴 중앙, 티타늄 합금 플레이트의 고정 나사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서걱거리는 나사산의 마찰음이 공방의 정적을 깨뜨렸다.

"내 알 바 아니지. 난 내 칩만 받으면 그만이니까. 자, 가슴 열 테니까 보조 세그먼트 단자 건드리지 마. 오염 데이터가 내 간이 장비로 역류하면 나까지 포맷되니까."

합금 플레이트가 열리자, 케서의 가슴 내부가 드러났다.

수많은 은 도금 동선들이 붉고 푸른 광섬유 케이블과 엉켜 복잡한 기하학적 문양을 그리며 고동치고 있었다. 그 중심부, 보조 프로세서 슬롯에 꽂혀 있는 조슈아의 유품 코어가 차가운 금속빛을 발하고 있었다.

니카가 조심스럽게 은 도금 동선 커넥터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왼손 바이오 의수가 미세하게 떨리며 커넥터의 은색 단자에 닿으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SYS_FATAL::UNAUTHORIZED_ACCESS_DETECTED]` `[WARNING::DLTR_CORE_REACTION]` `/* CORES_COLLISION_DETECTED */`

케서의 시야가 붉은색 경고 신호로 가득 찼다.

보조 프로세서 슬롯에 잠들어 있던 조슈아의 암호화 데이터 세그먼트가 외부의 아날로그 단자 접촉을 강제 침입 프로토콜로 인식하고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케서의 통제를 벗어난 폭발적인 전자기적 서지(Surge)였다.

"어... 어? 이거 왜 이래?!"

니카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떼려 했으나, 이미 커넥터와 그녀의 바이오 의수 사이에 강력한 청색 스파크가 아크 방전을 일으키며 연결되어 버렸다.

파지이이이이직!

엄청난 고전압 전류가 케서의 흉부 슬롯을 타고 역류하여 공방의 배전반으로 휘몰아쳤다.

콰앙! 콰앙! 콰앙!

천장에 매달려 있던 유일한 주황색 아날로그 전구가 유리 파편을 흩날리며 폭발했다. 벽면에 붙어 있던 낡은 퓨즈 박스들이 연쇄적으로 불꽃을 뿜어내며 암전되었다.

공방은 순식간에 완벽한 어둠 속으로 잠겼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케서의 가슴속 깊은 곳, 조슈아의 유품 코어만이 기괴하고 푸르스름한 홀로그램 인코딩 신호를 허공에 깜빡이며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구의 권한으로도 해독되지 않는, 죽은 자가 남긴 거대한 함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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