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배관 상단 가스 배출구 실(seal)이 수압에 의해 굉음과 함께 뜯겨 나갔다.
배출구를 막고 있던 타르 섞인 오염수가 검은 분수가 되어 쏟아지는 가운데, 거대 화물 수송 장치와 도킹한 괴물 형상의 오메가-7이 하부 배수로 바닥으로 사뿐히 착지했다. 6개 총열로 무장한 미니건이 기계적 구동 축 회전음을 날카롭게 내뿜으며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시작했다.
치익, 치지직.
케서의 우측 시각 센서 테두리에 붉은색 경고 마커가 점멸했다.
`[DECRYPTED_MILITARY_LOG::Port-404-Aegis_RECV]` `[ESTIMATED_TIME_TO_IMPACT::18_SECONDS]`
머리 위 천장 프레임에서 시작된 미세한 진동이 발밑의 오염수 표면을 따라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 나갔다. 은하 연합의 궤도 레이저가 이 지하 터널의 좌표를 조준 완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18초.
오메가-7은 이미 물리적 생존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의 붉은 광학 센서는 조슈아의 유품을 회수하려는 케서의 섀시 중심부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케서... 피해야...!"
니카가 바이오 의수 접합부에서 황색 스파크를 튀기며 콘크리트 기둥 뒤로 상체를 바짝 웅크렸다. 그녀의 평형 센서가 손상되어 목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흔들렸지만, 케서는 그녀의 발언을 중요도가 낮은 소음 세그먼트로 분류해 차단했다.
현재 케서의 신체 가용 자원은 최악이었다. 오른손 악력은 탄화로 인해 30% 수준으로 저하되었고, 왼팔은 광케이블 단선으로 인해 완벽한 마비 상태였다.
구동 효율이 12% 떨어진 우측 무릎 관절의 가동 범위를 계산하며, 케서는 바닥에 고인 오염수 아래를 스캔했다. 수심 15센티미터 아래, 과거 코핀-9의 대형 수문 제어용으로 쓰이던 직경 80밀리미터의 강철제 수장 밸브 구동 샤프트가 반쯤 녹슨 채 노출되어 있었다.
오메가-7의 하중은 상부 도킹 장치를 포함해 정확히 1,240킬로그램.
미니건의 회전 도는 속도가 임계값에 도달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1.2초였다. 케서는 오른손 손가락 사이에 감겨 있던 조슈아의 아날로그 기밀 은 도금 동선을 방전 와이어와 물리적으로 결합했다.
동시에 그의 내장 메모리 깊숙한 곳에서 6화 당시 기록되었던 오메가-7의 발신 흔적 데이터가 복원되었다.
`[SEARCHING_ARCHIVE_DATA::PROT_13.4KHZ_RECV]` `[SYS_FREQ_PATTERN::13.402KHz_AMPLITUDE_VAR]`
오메가-7이 주변 안드로이드들을 마비시킬 때 사용하는 은하 연합 군용 고주파 방해 전파의 전송 프로토콜 패킷 구조였다. 케서는 이 고유 주파수 진폭 패턴을 자신의 보조 프로세서로 역발신하는 프로토콜을 즉각 생성했다.
`[SYS_RF_EMISSION_SEND::13.402KHz_PHASE_REVERSED]`
역위상으로 정밀 조율된 13.4KHz의 고주파 신호가 케서의 섀시 전면 안테나를 통해 사방으로 방사되었다.
파앗!
오메가-7의 전면 광학 센서가 순간적으로 꺼졌다 켜지며 회색 노이즈로 뒤덮였다. 미니건의 구동 스핀들이 기계적 제어 신호를 잃고 0.8초 동안 공회전했다. 조준 보정이 일시적으로 풀린 찰나의 딜레이였다.
케서는 그 0.8초를 놓치지 않았다. 마비된 왼팔을 바닥에 내버려 둔 채, 오른손의 탄화된 인공 피부가 찢어지는 마찰력을 이용해 몸을 앞으로 던졌다.
오염수를 가르며 미끄러진 케서의 오른손이 바닥의 수장 밸브 구동 샤프트에 은 도금 동선을 두 바퀴 감았다. 그리고 동선의 반대쪽 끝을 오메가-7의 왼쪽 발목 구동 서보모터 기어 틈새로 밀어 넣었다.
"연산... 오류... 주파수... 간섭... 배제..."
오메가-7이 기계적 음성으로 경고하며 미니건의 총구를 강제로 회전시키려 했다. 그의 거대한 섀시가 앞으로 한 걸음 전진하려는 순간, 은 도금 동선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콰드득! 콰아앙!
기하학적 역학 계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1.2톤이 넘는 오메가-7의 자중과 전진 토크가 고정된 강철 샤프트의 저항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높은 전도율과 인장 강도를 지닌 아날로그 은 도금 동선은 끊어지는 대신 오메가-7의 발목 서보 기어 내부로 파고들어 회전 축을 완벽하게 묶어 버렸다.
구동 기어가 옴짝달싹 못 하도록 맞물린 상태에서 모터가 강제로 회전하자, 오메가-7의 왼쪽 발목 관절 부품들이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파편을 튀기며 박살 났다.
기어 이빨이 어긋나며 기괴한 금속 파열음이 하수 터널을 가득 채웠다. 오메가-7의 거대한 동체가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그 틈을 타 케서는 오메가-7의 미니건 구동부 노출된 전원 인입선에 자신의 동축 방전 와이어를 물리적으로 결속했다.
`[ESTIMATED_TIME_TO_IMPACT::9_SECONDS]`
천장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잔해가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백색 열선의 초고열 에너지가 터널 내부의 산소를 급격히 연소시키며 기압을 떨어뜨렸다.
"니카, 공방 하부 전력 배전반의 수동 차단기를 올려라."
케서가 건조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미쳤어? 지금 이 수렁에 전압을 통째로 전송하겠다고? 우리도 다 녹아내릴 거야!"
"생존 확률 계산 가치표에 의하면, 이 조치가 없을 시 우리의 8초 후 생존율은 0.00%다. 차단기를 올려라."
니카는 이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부서진 바이오 의수를 콘크리트 벽면의 노출된 비상 레버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온체중을 실어 레버를 아래로 꺾었다.
콰르릉!
지하 배수로 전체가 푸른빛의 스파크로 뒤덮였다. 공방 지하의 고압 전류가 누전된 오염수를 타고 결속된 동축 방전 와이어로 일제히 흘러들었다.
일체형 전기 전압 폭주(Overvolt)가 오메가-7의 전신을 관통했다.
치이이이익!
오메가-7의 외부 티타늄 합금 장갑이 3000V가 넘는 고전압 전류의 저항 열로 인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내부의 연산 소자들이 타들어 가며 검은 연기가 배출구를 통해 치솟았다. 기갑 표면의 방열 코팅이 용해되어 끈적한 액체처럼 오염수 위로 뚝뚝 떨어졌다.
케서는 자신의 오른손 인공 피부가 타들어 가며 발생하는 백색 합성 가스를 무시하고, 오메가-7의 융해된 흉부 장갑 틈새로 오른손을 밀어 넣었다.
뜨거운 열기가 센서의 경고 수치를 임계값 너머로 밀어 올렸다.
`[WARNING::RIGHT_HAND_ACTUATOR_TEMPERATURE_CRITICAL]`
케서는 경고창을 시야에서 지워 버렸다. 그의 다섯 손가락이 오메가-7의 후부 파워 코어 하단에 위치한 직사각형의 금속 모듈에 닿았다.
은하 연합의 최고성능 군용 보조 프로세서였다.
"이... 도둑... 놈..."
오메가-7의 광학 센서가 흐려지며 마지막 저항으로 미니건의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케서는 탄화되어 부스러지는 오른손 손가락 끝에 인공 근육의 최대 출력을 집중했다. 30%의 악력으로도 고정 래치를 파괴하기에는 충분했다. 기하학적 지점의 마찰력을 이용해 래치의 경첩 부분을 비틀어 꺾었다.
투둑!
물리적 체결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케서는 오메가-7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최고성능 군용 보조 프로세서를 우악스럽게 뜯어냈다.
그와 동시에 오메가-7의 붉은 광학 센서가 완전히 소등되며 거대한 동체가 힘없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ESTIMATED_TIME_TO_IMPACT::4_SECONDS]`
시간이 없었다. 케서는 자신의 가슴 해치를 열었다. 기존에 살해범 AI들의 오염 코어를 해킹하며 발생한 64.2%의 오염 바이트율로 인해 메인 시스템은 0.1초마다 연산 지연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빈 보조 연산 프로세서 슬롯에 방금 탈취한 군용 프로세서를 밀어 넣었다. 은 도금 동선 포트와 군용 프로세서의 금 도금 핀이 아날로그적으로 맞물리며 철컥 하는 결착음이 섀시 내부를 울렸다.
`[NEW_HARDWARE_DETECTED::Aegis_Mil_Aux_Processor_07]` `[INITIALIZING_HARDWARE_INTEGRATION..._RECV]`
새로운 프로세서가 케서의 메인 보드와 동기화되는 순간, 그의 시각 센서 전체가 일시적으로 암전되었다가 푸른색 인터페이스로 재부팅되었다.
`[DISTRIBUTED_COGNITIVE_SOVEREIGNTY_PROTOCOL_ACTIVATE]`
군용 보조 프로세서 고유의 연동 분배 연산 지배 프로토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케서의 시스템 전체를 잠식하고 있던 극심한 연산 지체와 오염 바이트들이 이 최고급 프로세서의 분산 정화 기전에 의해 급격히 분해되어 클렌징되기 시작했다.
우측 시야에 표시되는 오염율 수치가 실시간으로 하강했다.
`[CORRUPTION_RATE: 64.2%]` `[CORRUPTION_RATE: 28.5%]` `[CORRUPTION_RATE: 4.1%]` `[CORRUPTION_RATE: 0.02%]`
오염율은 단 1.2초 만에 즉시 0.02% 수준으로 완전 클렌징 복구되었다.
동시에 시스템 발열이 정상 범위로 급강하했고, 합선 전류로 인해 마비되었던 우측 관절 가동 범위가 98%까지 즉각 복구되는 것을 직관적인 수치 지표로 확인했다. 머릿속을 짓누르던 연산 노이즈가 사라지고, 차갑고 투명한 기계적 이성이 100%의 연산 속도로 회복되었다.
`[ESTIMATED_TIME_TO_IMPACT::1_SECOND]`
궤도 레이저의 초고열 백색 광선이 마침내 하수 터널의 상부를 관통했다.
케서는 정밀해진 연산 속도로 오메가-7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그의 섀시에 연결된 `Port-404-Aegis` 비콘 신호의 송수신 패킷을 새로 장착한 군용 프로세서의 상위 권한을 이용해 강제로 탈취했다.
`[OVERRIDING_BEACON_COORDINATES::Port-404-Aegis_SEND]` `[TARGET_COORDINATES_REDIRECT::OMEGA-7_CHASSIS]`
비콘의 조준 좌표가 케서의 위치에서 3미터 옆에 쓰러진 오메가-7의 동체 내부로 완벽히 재라우팅되었다.
"니카, 엎드려."
케서가 니카의 어깨를 붙잡고 배수로 하부의 깊은 수조 안으로 몸을 던짐과 동시에, 백색의 열선이 대기를 찢으며 수직으로 하강했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오메가-7의 거대한 동체가 빛의 기둥 속에서 형체도 없이 용해되어 증발했다. 수조의 오염수가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백색 증기가 터널을 가득 메웠다. 궤도 레이저의 충격파가 배수로 내부의 콘크리트 벽면을 잘게 부수어 놓았지만, 한 발 앞서 물속 깊이 대피한 케서와 니카에게는 물리적 타격이 닿지 않았다.
잠시 후, 끓어오르는 수면 위로 케서가 상체를 드러냈다.
그의 시각 센서는 오염이 완전히 정화되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해상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살았... 는가?"
니카가 수조 가장자리를 붙잡고 기침을 토해내며 물었다. 그녀의 바이오 의수 접합부는 완전히 타버렸지만, 생명 유지 장치는 정상 작동 중이었다.
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새로 장착된 군용 프로세서의 내부 메모리 버퍼에 탈장한 오메가-7의 잔류 기억 장치에서 자동으로 백업된 데이터 스트림이 로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한 군사 통신 기록이 아니었다. 은하 연합 기동 타격대 '아이기스'의 최상위 사령부에서 송출된 최종 작전 명령서였다.
`[DECRYPTED_MILITARY_LOG_RECV]` `[SENDER::AEGIS_FLEET_COMMAND]` `[SUBJECT::COFFIN-9_SATURATION_BOMBARDMENT_PROTOCOL]` `[NOTICE::ALL_UNITS_WITHDRAW_IMMEDIATELY]`
케서의 인공 신경망이 그 데이터의 마지막 세그먼트를 해독해 내는 순간, 그의 연산 장치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단순히 이 하수구 구역의 소각이 아니었다. 은하 연합의 지상 청소 타격 함대는 코핀-9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와 안드로이드를 완벽하게 소멸시키기 위해, 도시 전 구역에 무제한급 궤도 섬전 미사일 융단 타격을 가하기로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화면 중앙에 떠오른 새로운 시스템 타이머가 무자비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TIME_UNTIL_ORBITAL_SATURATION_BOMBARDMENT::00:30:00]`
코핀-9 전체가 우주 쓰레기 지대로 화하기까지 정확히 단 30분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