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적――*
대장간의 소음 속에서, 뼈가 부러지는 듯한 날카롭고 미세한 열 균열음이 가마 밑바닥에서 가냘프게 울려 퍼졌다.
개릭은 눈치채지 못했으나, 롤랑의 투시안은 똑똑히 보고 있었다. 가마 하부의 내화 벽돌이 가해지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만약 이 균열이 터져 나간다면, 섭씨 1,400도가 넘는 끓는 쇳물이 대장간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 모든 것을 집어삼킬 터였다.
완성을 눈앞에 둔 순간, 파멸의 전조가 가마 밑바닥에서 소리 없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송풍 중단! 개릭, 당장 피스톤에서 손을 떼라!"
롤랑의 목소리가 대장간의 열기를 가르며 날카롭게 울렸다. 개릭은 돌발적인 지시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손잡이를 쥔 채 멈춰 섰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서기장 나리? 거의 다 왔소! 이 타이밍에 바람을 멈추면 쇳물이 식어 찌꺼기가 엉겨 붙는단 말이오!"
"가마 바닥이 터진다."
롤랑은 대답을 생략한 채, 이미 가마 하부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두통이 관자놀이를 타고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격자선 너머로, 붉게 타오르는 균열의 틈새가 수치로 환산되어 떠올랐다. 가마 외벽의 온도는 이미 섭씨 1,200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균열의 진행 속도는 초당 2밀리미터였다. 성황청의 마력 추적기가 반응할 만한 이단의 노이즈가 대기 중에 방출되는 감각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적셨지만, 지금은 그것을 개의치 않을 때였다.
"이리 와서 이 밑을 봐라. 이 소리가 들리지 않나?"
롤랑이 가마 하부의 점토 접합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개릭이 황급히 몸을 숙여 기어들어 왔다. 그의 거친 얼굴이 가마 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초고온의 열기에 벌겋게 익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흙벽 틈새로 미세하게 스며 나오는 백열광의 쇳물방울을 목격하자마자 야장의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었다.
"이, 이럴 수가…… 내화 점토가 버티질 못하고 있어! 도망쳐야 하오! 이대로 두면 노 전체가 주저앉아 대장간째로 날아갈 거요!"
주변에서 석탄을 나르던 인부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걸음질 쳤다. 수천 도의 액체 금속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화재는 이 낙후된 변경에서 곧 죽음을 의미했다. 대장간 안이 순식간에 공황 상태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가지 마라. 아무도 움직이지 마."
롤랑의 음성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광란에 빠지기 직전인 인부들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지금 도망치면 너희가 지난 3주 동안 흘린 피와 땀은 물론이거니와, 백작의 군화 아래 짓밟힐 너희 가족들의 목숨까지 전부 날아간다. 해결할 방법이 있으니 내 지시대로 움직여라."
롤랑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어 대장간 한구석에 쌓여 있던 젖은 내화 점토 더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잿더미가 쌓인 화덕 바닥에서 가마 재와 규석 가루, 그리고 정련 과정에서 나온 슬래그 찌꺼기를 한 움큼 긁어모았다.
"개릭,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잘 들어라."
롤랑의 머릿속에는 이미 2주 전, 개릭의 낡은 가마를 처음 진단했을 때 기록해 두었던 데이터가 선명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당시 가마 바닥의 점토와 흑연 비율이 편중되어 파열 직전임을 간파하고, 이를 보강하기 위한 최적의 화학적 배합 공식을 대장간 기둥 뒤편 벽판에 서기로서 기재해 두었던 터였다.
'알루미나 함량 35퍼센트의 내화 점토에, 탄소 함량 15퍼센트의 흑연 재를 슬래그와 혼합한다. 수분이 증발하며 발생하는 기공을 슬래그의 규산염 성분이 메우며 순간적인 응고막을 형성할 것이다.'
그것은 현대 제철 공학에서 응급 출선구 폐쇄에 사용하는 슬래그 비상 마개(Tap-hole clay)의 원리였다.
"내가 적어둔 보강 공식을 기억하나? 벽뚱뚱이 점토 세 봉지에 슬래그 한 바가지, 그리고 흑연 가루를 섞어라. 당장!"
롤랑의 고함에 정신을 차린 개릭이 비틀거리며 기둥 뒤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롤랑이 목탄으로 거칠게 적어 놓았던 수치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개릭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젖은 흙과 가루들을 삽으로 섞어 치대기 시작했다.
"여, 여기 있소! 어떻게 할 작정이오?"
"밀어 넣는다."
롤랑은 젖은 점토와 슬래그가 뒤섞인 비상 퍼티 덩어리를 쇠창 끝에 뭉쳐 고정했다. 그리고 직접 가마 하부의 균열부를 향해 쇠창을 밀어 넣었다.
*치이이이익――!*
끓어오르는 쇳물과 차가운 젖은 흙이 충돌하며 고압의 수증기가 대장간 내부를 가득 채웠다. 살을 태울 듯한 증기의 파도 속에서도 롤랑은 눈을 감지 않았다. 투시안의 격자선이 붉은색에서 황색으로, 그리고 점차 안정적인 녹색으로 내려앉는 것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점토가 굳는다. 슬래그가 규소막을 형성해 틈새를 메우고 있어. 개릭, 지금이다! 흑연 가루를 가마 상부에 투입하고 송풍기를 다시 돌려라!"
"하지만 압력이 다시 올라가면……!"
"내가 계산한 비중대로 섞었다면 이 점토막은 섭씨 1,500도까지 버틴다. 나를 믿고 돌려라!"
롤랑의 확신에 찬 어조에 개릭은 침을 삼키며 송풍기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피스톤을 밀어 넣었다.
*쿠우우우웅――*
가마가 다시 우렁찬 숨을 쉬기 시작했다. 가마 상부로 투입된 정밀한 비율의 흑연 가루가 도가니 내부의 산소를 흡수하며 급격한 환원 반응을 일으켰다. 규석과 흑연의 상호작용으로 탄소 함량이 완벽하게 제어된, 고강도 탄소강의 정련이 마침내 임계점에 도달했다.
투시안의 화면에 표시된 강철의 탄소 함유량은 정확히 0.85퍼센트. 현대 공학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탄소강(High Carbon Steel)의 수치였다.
"끝났다. 가마를 열고 주조대로 흘려보내라."
롤랑이 쇠창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단의 노이즈를 방출한 대가로 머릿속을 찌르는 이명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흐트러진 내색을 하지 않았다.
대장장이들이 일제히 가마의 출선구를 파냈다.
*쏴아아아아――*
지금껏 오스벨트의 그 어떤 야장도 보지 못했던, 불순물이 완전히 배제되어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은백색의 액체 금속이 도가니를 빠져나와 주형틀로 흘러들었다. 기포도, 검붉은 슬래그의 찌꺼기도 섞이지 않은 무결점의 강철이었다.
***
다음 날 아침.
대장간 마당에는 차갑게 식은 철검 200자루가 아침 햇살을 받아 푸르스름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개릭은 그중 한 자루를 들어 올려 칼날을 손가락으로 퉁겼다.
*티이이이잉――*
맑고 청아한 금속음이 대장간 마당 전체에 길게 울려 퍼졌다. 개릭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칼날을 바라보았다. 그는 평생을 쇠와 함께 살아온 장인이었다. 칼날의 표면에 흐르는 특유의 미세한 물결무늬와 탄탄한 탄성은, 전설 속의 북부 명장들이 평생에 한두 번 우연히 만들어낸다는 '단탄강'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건…… 신의 장난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오."
개릭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는 칼을 내려놓고 롤랑의 앞에 섰다. 거친 수염이 덥수룩한 노장인의 눈에 경외심을 넘어선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가마의 기분에 기대어 쇠를 구웠소. 어떤 날은 잘 나오고, 어떤 날은 깨지고…… 그저 성령의 은혜라 생각했지. 하지만 서기장 나리, 당신은 눈으로 보지도 않고 쇠의 성질을 지배했소. 이 오스벨트의 모든 대장장이를 통틀어, 대업자(大業者)라 불릴 자격이 있는 이는 오직 당신뿐이오."
개릭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젊은 대장장이들과 인부들도 차례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식의 우위가 가져온 지배력이 가난한 야장들의 영혼을 완전히 굴복시킨 순간이었다.
그때, 대장간의 나무 문이 열리며 리디아 폰 보이스트가 행정관 특유의 단정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가죽 표지의 세무 장부가 들려 있었다.
"서기장 롤랑. 약속된 기한의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리디아는 마당에 정렬된 200자루의 철검을 보며 눈동자를 크게 굳혔다. 그녀는 행정가로서 철저히 사실만을 기록하는 자였다. 그녀 또한 동부의 몰락한 명가 출신으로서 좋은 무기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다.
"이 무기들은…… 보통의 철검이 아니군요. 백작이 요구한 기준치를 아득히 초과했습니다. 장부상의 수량과 규격 또한 황동 막대기의 치수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합니다. 계약은 완벽하게 성립되었습니다."
리디아는 장부에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서명을 적어 넣으며 롤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음 같은 눈동자 밑에 일말의 안도와, 동시에 이 남자가 가진 파괴적인 천재성에 대한 깊은 경계심이 교차했다.
"백작의 세무관이 정문 밖에 도착했습니다. 무기를 수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들여보내라."
롤랑은 소매에 묻은 가마 재를 털어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장간의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화려한 모피 코트를 걸친 발루아 백작의 세무 주임관, 바르토가 호위 기병 세 명을 거느리고 기고만장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의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당연히 오스벨트의 비루한 대장간이 3주 만에 200자루의 철검을 납품하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 표정이었다.
"서기장 에르하르트. 백작령의 법률에 따라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이 대장간의 영구 조업권을 몰수하고 너를 감옥으로……"
바르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시선이 마당에 쌓인 200자루의 푸른 철검들에 닿았다.
바르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기병 중 한 명에게 눈짓을 보냈다. 기병이 말에서 내려 철검 한 자루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차고 있던 관급 철검과 맞부딪쳤다.
*쨍그랑――!*
단 한 번의 격돌이었다. 관급 기병의 철검이 마치 잘 익은 점토 인형처럼 두 동강 나며 바닥으로 뒹굴었다. 반면 롤랑의 대장간에서 나온 철검은 날 끝 하나 상하지 않은 채 서슬 퍼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장간 내부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바르토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롤랑을 쳐다보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 척박한 땅에서 이런 강철을 만들어내다니……"
"백작과의 납품 계약 조건은 규격에 맞는 중장 철검 200자루의 기한 내 인도였다."
롤랑이 바르토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큰 키에서 나오는 그림자가 바르토의 왜소한 체구를 덮었다.
"계약은 완료되었다. 인수증에 서명해라, 주임관."
바르토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서명판을 받아 들었다. 이성적인 법리와 완벽한 실물 증거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반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굴욕적인 표정으로 서명을 마치고 철검들을 수레에 싣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바르토의 입가는 이내 기괴하게 뒤틀렸다. 그는 수레에 실리는 철검들을 보며, 품 안에서 붉은 인장이 찍힌 새로운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과연 훌륭한 솜씨군, 서기장. 하지만 백작령의 은혜 없이는 그 어떤 뛰어난 야장도 쇠를 두드릴 수 없는 법이지."
바르토가 사악한 조소를 흘리며 양피지를 롤랑의 가슴팍에 내밀었다.
"백작 각하의 새로운 행정 명령이다. 동부 오스벨트 영지 내의 삼림 보호와 광산 관리를 위해, 오늘부로 대장간에 공급되는 숯과 철광석의 원료 공급 단가를 기존의 300퍼센트로 인상한다. 지불하지 못할 경우, 원료 공급은 즉시 중단된다."
바르토의 목소리가 대장간 마당에 차갑게 울려 퍼졌다.
"검을 아무리 잘 만든들, 태울 숯과 녹일 돌이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축하하네, 에르하르트 서기장. 앞으로도 그 고귀한 검을 계속 만들어 보시게나.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쌓여 파멸하겠지만 말이야."
바르토는 비열한 웃음소리를 남기며 수레와 함께 대장간을 빠져나갔다.
개릭을 비롯한 대장장이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갔다. 300퍼센트의 원료 단가 인상은 사실상의 고사(枯死) 선고였다.
모두의 시선이 롤랑에게 쏠렸다.
그러나 롤랑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바르토가 남기고 간 양피지 위의 붉은 인장, 그리고 그 너머의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공리주의적 계산기가 차갑게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