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마라! 무단 게이트 침입 및 협회 소속 헌터 상해 혐의로 체포한다!"
귓가를 찢는 확성기 소리가 산자락을 거칠게 흔들었다.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한 백색 서치라이트가 지한의 시야를 하얗게 메웠다. 빛무리 너머로 삼엄하게 포위망을 좁혀오는 수십 명의 무장 헌터들. 그들의 가슴팍에는 세계 헌터 협회(WHA)의 상징인 금빛 독수리 문양이 박혀 있었다.
그 중심에서 한 남자가 거만하게 걸어 나왔다.
"오랜만이군, 강지한."
이진우. 과거 강지한의 밑에서 형님 소리를 하며 빌붙던, 이제는 협회의 핵심 사냥개가 된 S급 헌터였다. 그가 입꼬리를 비틀며 검을 뽑아 들었다.
"퇴물 쥐새끼가 어디서 감히 방송 놀음이야? 얌전히 기어 다니지 않고 말이지."
지한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곁에서 서은하가 재빠르게 카메라를 고쳐 잡았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렌즈는 정확히 이진우의 비열한 안면을 정조준했다.
[실시간 생중계 화질이 '초고화질(4K)'로 강제 고정됩니다!] [시청자들이 갑작스러운 무력 충돌에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 와, 미친! 이진우잖아? 진짜 S급이 떴다고? - 협회가 대놓고 방송 끄려고 자객 보낸 거 실화냐 ㄷㄷㄷ - 강지한 진짜 줬댔네 ㅋㅋㅋㅋ 퇴물이 S급을 어떻게 이김? - 주작 방송 참교육 가자!!!
채팅창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동시 접속자 수가 순식간에 솟구쳤다.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 73,000명 돌파!]
지한의 가슴 깊은 곳에서 차가운 마력이 역류하려 꿈틀댔다. 심장이 옥죄어오는 통증에 지한은 가볍게 침을 뱉었다. 시간이 없었다. 현재 해금된 스탯의 남은 시간은 단 1분 남짓.
"이진우."
지한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협회의 개가 되더니 짖는 법부터 새로 배웠나 보군."
"뭐라 마라 짖어대든 상관없다. 네놈이 아무리 발악해 봐야 마력 한 줌 없는 껍데기라는 건 온 세상이 다 아니까."
이진우가 검끝으로 지한의 허리춤에 매달린 낡은 무기를 가리켰다. 그것은 이빨이 군데군데 빠지고 시커멓게 녹이 슬어 볼품없는, 톱날 모양의 대검이었다. 1화에서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조롱하듯 던져주었던 정체불명의 무기.
"푸하하! 야, 저거 봐라! 저딴 고철 덩어리를 무기라고 차고 있네!" "랭킹 1위라더니 진짜 갈 데까지 갔구나."
이진우의 뒤에 선 협회 정예 길드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지한을 완전히 무시하며, 자신들의 마력 보호막과 거대한 방패를 전개했다.
파지직!
푸른빛의 고밀도 마력 장벽이 그들의 전면을 굳건하게 감쌌다. 현대 헌터 기술의 정수가 담긴, 웬만한 A급 괴수의 돌격도 막아내는 최첨단 방어막이었다.
"강지한, 순순히 포박당해라. 저항하면 그 자리에서 사살한다."
이진우의 명령과 함께 십여 명의 탱커들이 방패를 앞세우며 돌진해 왔다. 대지를 울리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 그들은 지한을 사방에서 압박하며 숨통을 조여왔다.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자신을 무시하는 협회 놈들을 보며 분노의 거품을 뿜어냅니다!]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당신에게 특수 미션을 제안합니다!]
지한의 시야에 붉은색 알림창이 떠올랐다.
[! 돌발 미션: 성좌의 검을 깨워라!] - 미션 내용: '심연의 톱날'에 젖어든 봉인을 해제하고, 눈앞의 방해꾼들을 한 번에 쓸어버리십시오. - 미션 조건: 자신의 순수한 마력과 피를 검에 주입할 것. - 제한 시간: 30초 - 미션 실패 시 패널티: 마력 영구 역류 및 심정지 (진짜 퇴물로 사망) - 미션 성공 보상: '심연의 톱날' 봉인 1단계 해제 및 마력 영구 복구 +1.5%
지한의 입꼬리가 묵직하게 올라갔다. 변태 같은 성좌 놈들. 언제나 가장 위험하고 자극적인 순간만을 골라 덫을 놓는다. 하지만 지한에게는 이것이 유일한 동아줄이자,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기회였다.
"피의 축제라."
지한은 망설임 없이 '심연의 톱날'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하는 기분 나쁜 쇳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그리고 지한은 왼손바닥으로 날카롭고 무디게 일어난 검날을 움켜쥐었다.
서걱!
붉은 선혈이 검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미쳤군! 자해라도 해서 동정표를 얻으려고?"
이진우가 비웃으며 돌격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 비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한의 피가 검신에 닿는 순간. 검은색 녹으로 뒤덮여 있던 톱날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것은 마치 심해 깊은 곳에서 깨어난 거대한 괴수의 울음소리와 같았다. 검이 지한의 피와 미량의 마력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동시에 지한의 전신을 흐르는 마력 회로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입안 가득 비릿한 피맛이 감돌았지만, 지한은 이 악물고 버텼다.
눈을 번쩍 뜬 지한의 동공이 붉게 빛났다.
[장비 복선 해제: '심연의 톱날' (봉인 해제율 25%)] [성좌 '심해의 트롤러'의 진노가 검에 깃듭니다!]
"이게... 무슨...!"
돌진하던 협회 탱커들의 안색이 단숨에 굳어졌다. 지한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기운이 비정상적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었다. 깊고 어두운 심해의 압도적인 압박감. 숨이 턱 막히는 중압감이 현장을 지배했다.
"막아! 보호막 최대로 올려!"
이진우가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한이 심연의 톱날을 비스듬히 치켜들었다. 검신을 감싸고 있던 검은 녹이 떨어져 나가며, 그 안에서 붉고 기괴한 도강(刀罡)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조롱하던 대중의 시선. 배신자들의 음모. 자신을 짓밟으려 드는 협회의 사냥개들. 모든 분노와 의지가 붉은 검격에 실렸다.
"꺼져라."
지한이 검을 수평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붉은색 반월형 도강이 어둠을 가르며 짓쳐 나갔다. 그것은 단순한 참격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를 미세하게 진동시키며 모든 것을 갈아버리는 파괴의 폭풍이었다.
쩍! 쩌적!
가장 먼저 충돌한 것은 협회 정예들의 자랑인 고밀도 마력 장벽이었다. 하지만 그 철벽 같던 방패들은 붉은 도강이 닿자마자 유리창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끄아악!" "내, 내 방패가...!"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단 한 번의 검격으로 탱커들의 거대한 방패가 종잇장처럼 난도질당해 사방으로 비산했다. 방어선이 무너지자, 뒤따르던 딜러와 힐러 무리가 도강의 여파에 휩쓸려 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콰콰콰콰!
지면이 거칠게 뒤집히며 흙먼지가 폭풍처럼 일었다. 서 서히 먼지가 걷히자, 드러난 광경은 처참했다. 수십 명의 무장 헌터들이 무기와 방패가 완전히 파괴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오직 강지한만이 멀쩡히 서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심연의 톱날은 붉은 안개를 스멀스멀 피워 올리며 굶주린 짐승처럼 웅웅대고 있었다.
정적. 산자락을 가득 채웠던 확성기 소리도, 조롱 섞인 웃음소리도 모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오직 쓰러진 자들의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밤공기를 채웠다.
카메라는 이 믿기지 않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송출하고 있었다.
채팅창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내가 뭘 본 거냐?? - 단 한 방에 가드 다 터짐??? S급 길드 방패가??? - 와 진짜 지렸다... 저게 퇴물이라고? 구라치지 마라 ㅋㅋㅋㅋㅋ - 강지한! 강지한! 강지한! - 사이다 마시다 목구멍 터질 것 같음 ㅋㅋㅋㅋㅋ 협회 개새끼들 꼴좋다!!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 75,000명 돌파!] [돌발 미션 클리어!]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광분하며 날뜁니다!] [후원 코인 50,000개가 적립되었습니다!] [성좌 '돈이 최고야'가 지갑을 열어 던집니다!] [후원 코인 45,000개가 적립되었습니다!]
지한은 상태창의 알림을 확인하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영구 복구된 마력: +1.5% 추가 (누적: 2.5%)] [장비 상태: [심연의 톱날] 봉인 1단계 해제 완료 (마력 진동 유도 기능 상시 활성화)]
손바닥의 상처가 기이한 마력에 의해 빠르게 아물어 갔다. 지한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주저앉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이진우의 앞이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네 마력은 분명히 폐인 수준으로..."
이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부러진 자신의 검과 지한을 번갈아 보았다. 지한은 말없이 이진우의 멱살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S급 헌터라는 자가, 지한의 손아귀 안에서 한 마리 닭처럼 파닥거렸다.
"이진우."
지한이 이진우의 얼굴을 서은하의 카메라 렌즈 앞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전해라. 다음은 네놈들을 부리는 대가리들 차례라고."
이진우의 동공이 공포로 거칠게 흔들렸다.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갑자기 지한의 등 뒤 공간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마력의 파동이 아니었다. 공간 장벽 자체가 비틀리며 칠흑 같은 어둠의 균열이 일어났다.
파지직!
공기를 찢는 불꽃과 함께, 차원 포털이 강제로 깨부서지며 열렸다. 그 틈새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오라. 방금 전 지한이 보여준 파괴력과는 궤를 달리하는, 격이 다른 수준의 마력이 현장을 짓눌렀다.
서은하의 카메라 렌즈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이 기운은... 설마..."
균열을 깨부수며,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화려한 백은색 갑옷.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오만함이 가득 찬 푸른 눈동자.
언론이 만들어낸 가짜 영웅이자, 현 세계 랭킹 1위.
레온하르트였다.
그가 지한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쥐새끼를 잡으러 왔더니, 제법 덩치를 키웠군. 강지한."
레온하르트.
현 세계 랭킹 1위이자, 협회가 만들어 낸 가장 완벽한 꼭두각시. 그가 뿜어내는 백은색 마력이 밤하늘을 장막처럼 뒤덮었다.
숨이 턱 막히는 중압감에 서은하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방송용 카메라가 거칠게 흔들렸다.
하지만 지한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멱살을 잡고 있던 이진우를 쓰레기처럼 바닥에 던져 버렸다.
툭.
"레, 레온하르트 님...!"
이진우가 흙바닥을 기며 레온하르트의 구두 끝을 붙잡았다. 레온하르트는 불쾌하다는 듯 이진우를 힐끗 내려다보더니, 가볍게 발을 빼냈다.
"꼴사납군, 이진우 팀장. S급씩이나 되어서 퇴물 하나 처단하지 못하고 기어 다니다니."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레온하르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한과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의식한 듯, 입꼬리를 매끄럽게 끌어올렸다.
"강지한 선배.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성격이 불같으시군요."
"카메라 도니까 꼬박꼬박 선배 대접이네."
지한이 피가 묻은 검날을 어깨에 걸치며 비죽 웃었다.
"내 밑에서 포션 셔틀이나 하던 꼬맹이가 랭킹 1위 달더니 연기력만 늘었어."
순간, 레온하르트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완벽하게 연출된 신사적인 가면 뒤로, 지독한 살기가 스쳤다.
그 찰나의 균열을 놓칠 리 없는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 헐 ㅋㅋㅋㅋ 포션 셔틀이래 ㅋㅋㅋㅋㅋ - 레온하르트 표정 썩는 거 실시간으로 봄 ㅋㅋㅋㅋㅋ - 팩폭 맞고 정신 못 차리쥬? - 근데 진짜 랭킹 1위가 직접 올 줄은 몰랐다. 지한 형 진짜 죽는 거 아님?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 76,500명 돌파!]
동시 접속자 수가 한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지한의 가슴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날뛰던 마력이 시청자들의 트래픽을 흡수하며 빠르게 안정화되는 감각.
'이거 마음에 드는군.'
비난이든 경악이든, 대중의 관심이 쏟아질수록 지한은 강해진다. 협회가 짜놓은 판을 통째로 뒤흔들 힘이 실시간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레온하르트가 천천히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선배가 불법 게이트 무단 침입에, 협회 헌터들을 무차별 폭행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과거의 영웅이라 해도 법 위의 군림할 수는 없죠."
"법?"
지한이 콧방귀를 꼈다.
"나를 묻어버리려고 자객들을 보낸 게 협회다. 그 개새끼들을 두들겨 팬 게 죄라면 기꺼이 받지. 대신."
지한이 검끝으로 레온하르트를 정면으로 가리켰다.
"네놈이 직접 와서 수갑을 채워봐라. 받아줄 테니까."
팽팽한 긴장감이 산자락을 감쌌다. 레온하르트의 백은색 마력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A급 헌터조차 기절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위압감.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랭킹 1위의 건방진 태도에 분노하여 날뜁니다!] [성좌 '돈이 최고야'가 피 튀기는 대결을 기대하며 침을 흘립니다!]
[우주망 TV 시스템이 두 강자의 대치에 반응하여 초고난도 미션을 생성합니다!]
지한의 눈앞에 핏빛으로 물든 시스템 경고창이 떠올랐다.
[! 돌발 미션: 왕좌의 증명] - 미션 내용: 현 세계 랭킹 1위 '레온하르트'의 공격을 3회 받아내고 살아남으십시오. - 제한 시간: 05분 00초 - 미션 실패 시 패널티: 심장 마비로 즉사 및 채널 영구 삭제. - 미션 성공 보상: '심연의 톱날' 봉인 2단계 해제 스태프, 마력 영구 복구 +2.0%, 150,000 코인.
지한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3번 받아내고 살아남아라. 성좌 놈들은 랭킹 1위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이런 미션을 던진 것이다.
지금 지한의 마력 복구율은 고작 2.5%. 까딱하면 첫 일격에 온몸의 뼈가 바스러져 죽을 수도 있는 도박이었다.
하지만 지한의 입꼬리는 비틀려 올라갔다.
"미션 접수한다."
지한이 심연의 톱날을 고쳐 잡았다. 붉은 도강이 검신을 따라 파르르 진동했다.
레온하르트가 검을 뽑아 들었다. 빛조차 삼켜버릴 듯한 순백의 광채가 그의 검신에 서렸다.
"선배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얌전히 무릎 꿇으시죠."
레온하르트의 신형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빛의 속도로 쏘아져 들어오는 백은색의 참격.
지한의 감각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받아쳐 깨부순다.
***
[이번 화 획득 및 누적 보상] - 영구 복구된 마력: +1.5% (누적: 2.5%) - 해금된 스탯: 감각 +50 (일시 해금 만료) - 획득 코인: +95,000 코인 (누적 코인: 175,000 코인) -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 76,500명 돌파! - 장비 상태: [심연의 톱날] 봉인 1단계 해제 완료 (마력 진동 유도 기능 상시 활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