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쿠구구구구!

천장이 비명을 지르며 찢어졌다.

쏟아지는 거대한 낙석 너머로, 기괴할 정도로 길고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지한의 등 뒤를 사납게 덮쳤다.

단순한 무덤의 붕괴 잔해가 아니었다.

살기(殺氣).

피부에 닿는 공기가 바늘처럼 찌릿하게 세포를 찔러대는 감각.

[전성기 스탯: 감각 +50]의 초월적인 능력이 지한의 머릿속에서 요란한 경고음을 울려댔다.

지한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단 1센티미터의 움직임만으로 몸을 비스듬히 틀었다.

파아앗!

어둠을 가르고 튀어나온 것은 검은 슈트로 무장한 자객의 칠흑 같은 단검이었다.

서늘한 칼날이 지한의 콧날 바로 앞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치고 지나갔다.

"칫, 퇴물 놈이 촉만 살았군!"

습격자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지한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퇴물 사냥하러 온 것치고는 움직임이 너무 둔한데."

"뭐라……?!"

자객이 급히 단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미 지한의 손이 더 빨랐다.

스윽.

지한의 신형이 안개처럼 흔들리며 자객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어깨관절을 관통당해 바닥에 주저앉은 첫 번째 습격자가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지르는 사이, 두 번째 습격자의 손목을 지한이 가볍게 낚아챘다.

콰드득!

"아아아악?!"

단순히 움켜쥐었을 뿐인데도 손목뼈가 사정없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지한의 손에 쥐인 [심연의 톱날]이 기이한 보랏빛 진동을 흘려보내며 울부짖었다.

[심연의 톱날이 공명합니다.] [무기 고유 기능: '마력 진동 유도'가 활성화됩니다!]

우웅-!

이질적인 파동이 자객의 팔을 타고 들어가 어깨와 쇄골까지 순식간에 파괴해 나갔다.

"끄학! 흐, 흡……!"

자객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혔다.

지한은 그자의 가슴팍을 가차 없이 짓밟았다.

무거운 군화 굽이 명치를 누르자, 자객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누가 보냈지?"

"……."

"말 안 해도 안다. 협회 놈들, 여전히 뒤처리가 지저분하군."

지한의 서늘한 눈빛이 자객의 복면 너머로 드러난 눈동자를 꿰뚫었다.

자객의 두 눈에 극도의 공포가 떠올랐다.

세계 랭킹 1위의 무력은 설령 퇴물이 되었다 한들, 자신들 같은 하수인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사, 살려…… 살려줘……."

조금 전까지 오만하게 칼을 휘두르던 암살자는 이제 뼈도 추리지 못한 채 바닥을 기며 애걸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지한이 피식 웃었다.

"방송 중이라 곤란한데. 시청자들이 재미없어하거든."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킬각을 보며 흡족해합니다.] [성좌 '방구석 평론가'가 팝콘을 씹으며 자비 없는 처형을 요구합니다.] [후원 코인 5,000개가 적립되었습니다!]

"지한 씨! 뒤예요! 무너져요!"

멀찍이 떨어져 카메라를 든 채 숨어 있던 서은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머리 위에서 집채만 한 바위가 굉음을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지한은 짓밟고 있던 자객을 가볍게 걷어차 낙석의 궤적 안으로 밀어 넣었다.

쿠쾅-!

"아아아악!"

단 한 마디의 비명과 함께 자객의 신형이 거대한 돌더미 아래로 매몰되었다.

지한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뒤로 백스텝을 밟았다.

[경고! 게이트 소멸까지 남은 시간: 1분 20초!]

사방이 무너져 내리는 아수라장 속에서, 지한은 서은하의 덜덜 떨리는 어깨를 낚아챘다.

"꽉 잡아."

"네? 꺄악!"

은하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지한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지면을 박찼다.

[전성기 스탯: 감각 +50]의 반사신경은 무너지는 돌 파편 사이의 찰나의 틈새를 완벽하게 찾아내고 있었다.

스바바밧!

마치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기괴하고도 매끄러운 움직임.

무너져 내리는 무덤의 입구를 향해 지한이 [심연의 톱날]을 겨눴다.

"뚫어라."

우우웅-!

검 끝에서 방출된 고주파의 마력 진동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수십 톤의 바위 더미를 사정없이 타격했다.

콰과과광!

진동에 버티지 못한 바위들이 순식간에 고운 모래 먼지로 화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먼지 구덩이를 뚫고, 두 사람의 신형이 지상으로 세차게 튀어나왔다.

***

스우우우…….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등 뒤의 게이트가 보랏빛 스파크를 일으키며 허공 속으로 완전히 소멸했다.

서울 외곽의 한적한 야산.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스치자 서은하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죽는 줄 알았네.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요!"

그녀는 엉망이 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지한을 바라보았다.

공포로 가득해야 할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서려 있었다.

"방금 그 움직임…… 진동 제어에 초감각 무빙까지. 진짜 강지한이 맞았어."

"카메라 안 꺼졌지?"

지한이 덤덤하게 물었다.

"당연하죠! 목숨 걸고 찍었어요. 실시간 송출 장비라 협회가 서버를 터뜨리지 않는 이상 전 세계로 다 나갔을 거예요."

은하가 자신의 가슴팍에 매달린 소형 특수 카메라를 톡톡 두드렸다.

지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대형 길드와 협회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이트 안까지 기어들어 온 기자.

지독한 인간불신에 빠진 지한에게 타인은 그저 도구일 뿐이었지만, 이 여자는 꽤 쓸만한 도구가 될 것 같았다.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지한의 말에 은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일이요?"

"협회 놈들이 내 방송을 어떻게든 막으려 들 거야. 송출 방해든, 계정 정지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

지한이 [심연의 톱날]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내 전속 카메라맨이 돼라. 협회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독립망과 고화질 장비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은하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전 세계 랭킹 1위였던 강지한의 전속 카메라맨.

이건 단순한 취재가 아니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헌터 협회의 거대한 비리를 세상에 폭로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좋아요. 동업 주치의 계약서 쓰죠."

은하가 침을 꿀꺽 삼키며 지한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지한의 손바닥 위로 가볍게 얹어졌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할 만큼 은밀하고 정교한 동작으로, 작은 칩 하나를 지한의 손아귀에 쥐여주었다.

스윽.

지한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이게 뭐지?"

"제 신뢰의 증표예요."

은하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헌터 협회 원년 멤버들이 관리하던 마이크로 비밀 장부 파일이에요. 협회가 게이트 마석 유통권을 독점하면서 뒤로 흘린 비자금 내역의 일부가 들어있죠."

지한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과거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서울 대폭발 사건'의 배후에 있는 자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 중 하나였다.

지한은 조용히 손가락을 말아 쥐며 칩을 바지 주머니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

"접수하지."

[성좌 '돈이 최고야'가 흥미진진한 거래에 침을 흘립니다.] [후원 코인 3,000개가 적립되었습니다!]

지한은 상태창을 띄워 현재 방송 상태를 점검했다.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 72,100명 돌파!] [실시간 급상승 스트리머 1위 노출 중!]

비난과 조롱으로 가득했던 채팅창은 이제 경악과 의문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 와 미친 방금 무빙 뭐냐?? 진짜 퇴물 맞음?? - 협회 암살자들 뼈 부러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림 ㄷㄷㄷ - 주작이다 아무튼 주작임! 특수효과 쓴 거 아니냐?? - 억까들 대가리 깨지는 소리 풍년이네 ㅋㅋㅋㅋ

지한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주작이라고 떠드는 놈들 잘 들어라. 다음 게이트는 더 매운맛으로 갈 테니까, 눈 크게 뜨고 지켜봐."

그때였다.

삐이이이-!

산자락 전체를 뒤흔드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사방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서치라이트가 동시에 켜졌다.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한 백색광이 지한과 은하를 정면으로 비추었다.

"움직이지 마라! 무단 게이트 침입 및 협회 소속 헌터 상해 혐의로 체포한다!"

확성기를 타고 흐르는 묵직하고 권위적인 목소리.

빛무리 너머로 수십 명의 무장 헌터들이 삼엄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선 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화려한 금빛 문양이 새겨진 길드 제복.

지한의 전직 동료이자, 현재는 협회의 핵심 사냥개로 활동하고 있는 S급 헌터였다.

"오랜만이군, 강지한."

남자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퇴물 쥐새끼가 어디서 감히 방송 놀음이야?"

지한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식어내렸다.

***

[이번 화 획득 및 누적 보상] - 영구 복구된 마력: +1.5% (누적: 2.5%) - 해금된 스탯: 감각 +50 (일시 해금, 남은 시간: 01분 05초) - 획득 코인: +95,000 코인 (누적 코인: 175,000 코인) -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 75,000명 돌파! - 장비 상태: [심연의 톱날] 봉인 1단계 해제 완료 (마력 진동 유도 기능 상시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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