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쿠우우우우웅!

헬기에서 낙하한 도준혁이 대지에 발을 디디는 순간, 서울 광장의 아스팔트가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SSS급의 초월적인 마력 파동.

방금 전까지 나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끄으윽...!"

"숨이, 숨을 못 쉬겠어...!"

광장에 불어 닥친 중력의 폭풍에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끈적하고 무거운 압박감이었다.

정장 차림을 말끔하게 유지한 채, 도준혁이 나를 보며 입꼬리를 기괴하게 비틀어 올렸다.

"내 장난감을 망쳐놓은 대가는 네 목숨으로 치러야겠지, 강지한."

그의 머리 위, 구름 한 점 없는 서울 하늘이 거대한 보랏빛 장막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우주 궤도에 떠 있는 헌터 협회 소유의 마력 위성들이 일제히 가동되는 신호였다.

지상의 공간 전체를 짓누르는 무제한 위성 마력 충전.

도준혁의 몸을 중심으로 왜곡된 공간이 지직거리며 푸른 불꽃을 튀겼다.

그 압도적인 힘의 격차 앞에서 내 주머니 속의 물건이 반응했다.

화상을 입힐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계 장치.

림보 던전의 마물 사체에서 회수했던 '전장 진폭 무선 제어 기동 스위치'였다.

이 스위치는 하늘에 떠 있는 저 위성 실드를 해제할 유일한 열쇠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작동시킬 수는 없었다.

저 오만한 사냥감을 가장 완벽하고 처참하게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빌드업이 필요했으니까.

나는 슬그머니 서은하를 향해 턱끝을 까딱였다.

중력장에 짓눌려 무릎을 꿇은 척하면서도, 서은하는 필사적으로 카메라 앵글을 도준혁의 얼굴에 고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붉게 충열된 눈동자가 내 신호를 포착했다.

서은하가 품속에서 작고 납작한 칩 하나를 꺼내 자신의 방송 송출기에 밀어 넣었다.

과거 그녀가 목숨을 걸고 입수했던 헌터 협회 원년 멤버들의 마이크로 비밀 장부 파일.

도준혁이 감추고 싶어 했던 가장 더러운 치부이자, 협회의 숨통을 끊어놓을 맹독이었다.

우주망 TV의 실시간 라이브 화면 위로, 붉은색 경고 창이 거칠게 점멸했다.

[ ! SYSTEM : 스트리머 '강지한'의 채널에서 강제 데이터 하이재킹을 시작합니다! ] [ ! SYSTEM : 전 세계 공중파 및 위성 통신망에 극비 내부 문건이 강제 송출됩니다! ]

"이게... 무슨?"

도준혁의 자애롭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광장 대형 전광판은 물론, 전 세계 1억 2천만 명의 시청자들 화면에 선명한 문서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도준혁이 마석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게이트 폭발을 조작한 내역.

세금을 횡령하고 반대파 헌터들을 암살단으로 숙청한 자금 집행 서명.

그리고 과거 나를 파멸로 몰고 갔던 '서울 대폭발 사건'의 조작 기획서까지.

도준혁의 친필 서명과 마력 지인이 박힌 문서들이 온 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와, 미친... 저게 진짜라고? - 도준혁 저 새끼가 인간 맞냐? 게이트를 일부러 터뜨렸다고? - 우리 가족이 그때 죽었는데... 저 악마 같은 새끼가 협회장이었다니! - 강지한은 누명을 쓴 거였어! 진짜 영웅을 우리가 욕했던 거야!

여론이 순식간에 뒤집히며 폭발적인 분노의 파도가 일었다.

평화주의자라는 가면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도준혁의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쥐새끼 같은 것들이... 감히 내 앞길을 막아서느냐!"

도준혁이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하늘의 위성에서 떨어진 거대한 보랏빛 광선이 그의 손끝으로 응축되었다.

쿠구구구궁!

광장의 지면이 통째로 솟구치며 나를 향해 쏘아져 왔다.

나는 뒤로 급하게 도약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컥...!"

입술 틈새로 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바닥을 뒹굴며 먼지투성이가 된 채,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실제로 마력이 조금 역류하기도 했지만, 이건 90% 이상이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다.

쓰러진 영웅의 처절한 위기.

이것만큼 시청자들과 성좌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치트키는 없으니까.

"하아, 하아... 역시 위성 마력의 충전 속도를... 맨몸으로 버티는 건 무리인가."

나는 일부러 방송용 마이크가 내 신음 소리를 똑똑히 잡아내도록 조절했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다 다시 한 번 무릎을 꺾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주망 TV의 성좌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 성좌 '방구석의 지배자'가 손뼉을 치며 당신의 처참한 몰골에 환호합니다! ] [ 성좌 '지옥의 미식가'가 드디어 퇴물이 진짜 죽을 찬스가 왔다며 침을 삼킵니다! ] [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돌발 미션을 제안합니다! ]

머릿속에 기계음이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렸다.

[ ! 돌발 미션 : '퇴물의 마지막 발악' ] - 제한 시간 내에 도준혁의 위성 마력 실드를 돌파하고 유효 타격을 입히십시오. - 단, 현재 소지한 일반 무기로는 실드를 깰 수 없습니다. - 미션 실패 시 즉시 심정지 및 퇴물 스탯 영구 확정. - 미션 성공 보상 : 전성기 힘 100% 한시 개방 권능 획득.

"크큭... 대가리가 깨져도 미션만 던지는 변태 놈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놈들은 내가 완전히 코너에 몰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특히 '심해의 트롤러' 녀석은 내가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 믿고 싱글벙글하고 있겠지.

나는 인벤토리 깊숙한 곳을 뒤적였다.

그곳에는 1화부터 묵혀두었던,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기이한 무기가 잠들어 있었다.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나를 조롱하기 위해 은밀히 후원했던 마력 봉인 해제용 검.

[ '심연의 톱날' (S급) ]

이 시커멓고 투박한 톱날 검은 일반적인 마력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오직 상대방의 마력 파동을 역으로 흡수해 톱날의 진동으로 치환하는 궤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도준혁이 하늘에서 무제한으로 끌어다 쓰는 저 위성 마력이야말로, 이 톱날 검에게는 최고의 먹이였다.

"강지한.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 보았자 껍데기만 남은 퇴물일 뿐이다."

도준혁이 비웃으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온몸을 휘감은 보랏빛 실드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끝이다. 네놈의 그 건방진 방송도 여기서 종막이지."

그가 손을 내리치려는 찰나, 나는 고개를 들어 도준혁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야, 도준혁."

"음?"

"너 내가 진짜로 힘이 모자라서 처맞고 있었다고 생각하냐?"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고 거대한 '심연의 톱날'을 뽑아 들었다.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마력의 사슬을 일부러 느슨하게 풀었다.

우주의 성좌들을 향해,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자, 판돈을 더 키워라. 이 목숨을 제물로 바칠 테니, 네놈들의 지갑을 전부 털어내 주마.'

그 순간, 내 머릿속의 상태창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황금빛 문양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 !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경악하며 자신의 후원 실수를 깨닫습니다! ] [ ! 성좌 '방구석의 지배자'가 비명을 지르며 전 재산에 가까운 10억 포인트를 추가 정산합니다! ] [ ! 우주망 TV 전체 채널의 성좌들이 당신의 광기에 동조하여 올인 미션을 승인합니다! ]

눈앞에 거대한 우주망 계약서가 허공에 떠올랐다.

도준혁의 목숨을 사냥하는 대가로, 전성기의 힘을 100% 개방한다는 피의 인장.

스으으으으읍.

길게 들이쉰 숨결 끝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전율이 일었다.

지독한 마력 역류의 통증이 순식간에 가라앉고, 등 뒤로 거대한 뇌신의 형상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누가 퇴물이지?"

도준혁의 오만한 얼굴이 처음으로 공포로 물들었다.

내 몸에서 눈부신 금빛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서울의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히기 시작했다.

* * *

[ 이번 화 누적 정산 내역 및 스탯 변화 ] - 마력 복구율: 100% (한시적 한계 돌파 상태) - 영구 획득 스탯: [근력] +45, [감각] +25 - 전성기 권능 해금: [뇌신강림(Thunder Descent)] (활성화 완료) - 현재 동조율 상태: 100% (일시적) - 실시간 시청자 수: 1억 5,000만 명 돌파 (우주망 TV 역사상 최초의 기록 달성)

쿠르릉! 쾅!

하늘에서 쏟아지는 뇌전의 갈래들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전성기 시절, 대륙을 뒤흔들었던 뇌신(雷神)의 마력이 혈관을 타고 돌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역류의 통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도준혁이 뒷걸음질을 쳤다.

자애로운 겉껍데기는 이미 벗겨진 지 오래였다.

그의 얼굴에는 오직 본능적인 공포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발을 내디뎠다.

콰아아앙!

[뇌신보(Thunder Step)]가 발동하는 순간, 나는 소리보다 빠르게 도준혁의 코앞에 도달했다.

도준혁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지기도 전이었다.

질풍처럼 내지른 '심연의 톱날'이 그의 보랏빛 실드를 사정없이 긁어내렸다.

찌이이이이이익!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기괴한 파열음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위성에서 내리꽂히던 보랏빛 마력이 톱날의 진동에 스며들었다.

마력을 먹어치운 톱날이 붉은빛을 뿜으며 더욱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흡수... 하고 있다고? 내 실드의 마력을?!"

"눈치가 빠르네. 근데 이미 늦었어."

나는 톱날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아래로 찍어 내렸다.

콰아아아앙!

유리창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도준혁의 절대 방어 실드가 산산조각이 났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 도준혁의 몸이 광장 바닥을 뒹굴었다.

품위 있던 정장은 갈기갈기 찢겨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 캬! 사이다 미쳤다! 실드를 한 방에 깨부수네! - 저게 바로 전성기 강지한이다! 퇴물이라고 깐 새끼들 대가리 박아라! - 협회장 꼴 좋네 ㅋㅋㅋ 흙먼지 맛 마석보다 달달하냐?

채널의 채팅창이 시청자들의 환호와 조롱으로 도배되었다.

동시 접속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아 이미 통제 불능의 영역으로 가고 있었다.

도준혁이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의 눈이 핏발로 가득 차 붉게 물들었다.

"강지한...! 감히 네놈이 나를... 내 대업을 망치려 들어?!"

도준혁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검은색 기계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림보 던전에서 보았던 괴이한 장치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그 순간, 내 주머니 속의 '전장 진폭 무선 제어 기동 스위치'가 미친 듯이 진동했다.

웅웅웅웅!

스위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마력이 도준혁이 쥔 장치와 공명하고 있었다.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이 서울 전체를 살릴 수는 없을 거다!"

도준혁이 장치의 붉은 버튼을 힘껏 눌렀다.

쿠구구구구궁!

서울 광장 한복판이 아니라, 서울 전역의 땅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하 깊은 곳에서 거대한 마력의 맥동이 느껴졌다.

도준혁이 협회 지하에 구축해 둔 SSS급 게이트 조작 무기가 활성화된 것이다.

[ ! 경고 : 서울 지하의 마석 핵이 임계점을 초과하여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 [ ! 경고 : 3분 뒤, 서울 전역에 SSS급 '초대형 게이트 대폭발'이 발생합니다! ]

"하하하하! 함께 죽는 거다, 강지한! 네가 지키려던 이 하찮은 인간들과 함께 말이다!"

도준혁이 광소했다.

하늘 위의 위성들이 붉은빛을 뿜으며 서울을 조준하고 있었다.

폭주하는 마석 핵을 가동하기 위한 위성의 실시간 제어 신호가 쏟아져 내리는 중이었다.

시민들의 비명소리가 다시 광장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내 입꼬리는 여전히 내려올 줄 몰랐다.

"내가 말했지. 넌 내 손바닥 안이라고."

나는 주머니에서 '전장 진폭 무선 제어 기동 스위치'를 꺼내 도준혁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이게 뭔지 알지?"

"그, 그것이 왜 네놈 손에...!"

도준혁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그 장치는 위성의 무선 제어 신호를 강제로 왜곡하고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마스터키였다.

림보 던전의 마물 사체에서 회수했던 최악의 변수.

나는 스위치를 가볍게 쥐며, 도준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끝장을 내자고, 협회장님."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기계음이 다시 한 번 날카롭게 울렸다.

[ ! 돌발 미션 : '영웅의 최후 선택' ] - 도준혁을 즉시 처단하고 서울의 폭발을 막으십시오. - 단, 폭발을 막기 위해 무선 제어 스위치를 과부하하는 순간, 당신의 '전성기 마력 100%'는 영구히 소멸되며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진짜 퇴물이 됩니다. -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띄워진 파란색 선택창.

그리고 내 등 뒤로 붉게 타오르는 서울의 하늘.

나를 바라보는 서은하의 다급한 눈빛과, 화면 너머 1억 6천만 명의 시청자들의 숨소리가 피부로 느껴졌다.

완벽한 영웅으로 은퇴할 것인가, 아니면 이기적인 퇴물로 살아남을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었다.

* * *

[ 이번 화 누적 정산 내역 및 스탯 변화 ] - 마력 복구율: 100% (폭주 기로 상태) - 영구 획득 스탯: [의지] +50 - 전성기 권능 해금: [뇌신강림(Thunder Descent)] (유지 중) - 현재 동조율 상태: 99% - 실시간 시청자 수: 1억 6,000만 명 돌파 (우주망 TV 역사상 최다 시청자 수 갱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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