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고 : 돌발 미션 ‘영웅의 최후 선택’이 시작됩니다. ] [ 미션 수락 대기 중…… ]
머릿속을 두드리는 시스템의 경고음은 집요했다. 서울을 구하기 위해 무선 제어 스위치를 과부하하면 전성기 마력은 영구히 소멸한다. 인류를 구한 고결한 퇴물로 죽거나, 아니면 이기적인 쓰레기로 살아남거나. 시스템이 내민 선택지는 교활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픽 웃었다. 성좌 놈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내가 왜 그들의 장단점에 놀아나야 하지?
스위치를 쥔 왼손에 힘을 주는 대신, 나는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인벤토리 깊숙한 곳에서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기괴한 톱날 검을 꺼내 들었다. 1화에서 성좌 ‘심해의 트롤러’가 나를 조롱하기 위해 던져주었던 마력 봉인 해제용 검.
[ 심연의 톱날 ]
그동안 쓰지 않고 묵혀두었던 이 사악한 검이 마침내 제 주인을 만난 듯 공명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마음속으로 우주망 TV의 계약 시스템을 강제로 호출했다.
‘도준혁의 목숨을 계약금으로 바친다.’
[ ! 시스템 간섭 발생 : 우주망 계약서가 활성화됩니다. ] [ 대상 : 전 세계 헌터 협회장 ‘도준혁’ ] [ 조항 : 대상의 영혼과 생명력을 제물로 삼아, 시스템 강제 규칙을 우회합니다. ]
서걱. 허공에 붉은색 계약 인장이 선명하게 찍혔다. 도준혁의 목숨을 통째로 우주망 시스템의 엔진에 처넣는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악!
내 몸을 묶고 있던 보이지 않는 사슬들이 단번에 비명을 지르며 끊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내 등 뒤에서 눈부신 금빛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어, 어떻게…… 어떻게 네놈이 그 힘을 다시……!”
도준혁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금빛 마력의 파도는 거침이 없었다. 수렁의 림보 중심부에서 흘러나오는 왜곡된 동력망. 그 지저분하고 날카로운 마력의 흐름에 ‘심연의 톱날’을 찔러 넣었다.
콰르르릉!
[ ! 심연의 톱날이 림보의 왜곡된 동력망을 정화하기 시작합니다. ] [ ! 무결점 동력망과의 강제 도킹 성공! ] [ ! 마력 주입률 : 100% 돌파! ]
쩌적, 쩌적!
내 피부를 덮고 있던 흉터와 거친 각질들이 금빛 불꽃에 휩싸여 타들어 갔다. 구부정했던 척추가 굳건하게 펴졌다. 끊어질 듯 가늘어졌던 마력 회로가 정화된 림보의 동력과 연결되며 초고속으로 재구성되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력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속도가 평소의 수십 배에 달했다. 유리몸이라 불리던 내 육체가, 비로소 전성기 시절의 젊고 강철 같은 신체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 ! 신체 동조율 : 100% ] [ 전 전성기 랭킹 1위의 권능이 완전히 개방됩니다. ]
쿠구구구구!
서울 광장의 대지가 흔들렸다. 하늘을 뒤덮은 붉은 게이트의 마력이 내 금빛 폭풍에 밀려 찢겨 나갔다.
“말도 안 돼…… 넌 은퇴한 퇴물이야! 마력이 역류해서 죽어갔어야 했다고!”
도준혁이 광기 어린 눈으로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은색 마력 단검을 뽑아 들었다. 협회장으로서 숨겨왔던 그의 본래 실력. S급 헌터의 한계를 뛰어넘은 암흑 마력이 그의 검 끝에 서렸다.
“죽어라, 강지한!”
도준혁이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공간 전체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칠흑 같은 암흑의 선이 내 목을 향해 쏘아져 왔다.
[ 암흑 공간 절단 ]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분자 단위로 절단하는 최악의 흑마법. 지켜보던 서은하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왼손을 가볍게 뻗었다. 무방비한 맨손 그대로.
콰아아앙!
맨손과 암흑의 칼날이 충돌했다.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금빛 불꽃과 칠흑 같은 어둠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스스스스……
충격파는 없었다. 도준혁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공간 절단의 칼날이, 내 손끝에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스러져 갔다. 마치 거대한 바위에 부딪힌 파도처럼, 암흑 마력이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맨손으로 공간 절단을 막았다고?”
도준혁의 턱이 더는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단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내 전성기다, 도준혁.”
내가 차갑게 속삭였다.
그 순간, 서은하가 들고 있던 중계 카메라의 렌즈가 내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우주망 TV의 실시간 화면 위로, 전 세계 1억 6천만 명의 시청자들의 눈앞에 영롱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 플레이어 ‘강지한’의 정보가 갱신됩니다. ] [ 성명 : 강지한 ] [ 칭호 : 전 세계 랭킹 1위 (The First) ] [ 등급 : 측정 불가 (Unmeasurable) ]
내 캐릭터명 위로 영롱하게 빛나는 황금빛 랭킹 1위 표식. 그것은 조작된 여론이나 협회의 날조로 가려질 수 없는, 시스템이 보증하는 절대적인 증명이었다.
- 미친 ㅋㅋㅋㅋ 진짜 랭킹 1위 마크 떴다!!! - 와 맨손으로 SSS급 공간 절단을 지워버리네 ㄷㄷㄷㄷ - 퇴물이라고 욕했던 새끼들 전부 대가리 박아라 ㅋㅋㅋㅋㅋ - 이게 진짜 강지한이다! 우리의 영웅이 돌아왔다!!!
실시간 채팅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그로를 끌며 나를 비난하던 억까 여론은 단 한 순간에 찬사와 경외로 뒤바뀌었다.
서은하가 카메라를 든 채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보이십니까, 여러분! 이것이 바로 헌터 협회가 그토록 감추려 했던 진실입니다! 강지한 선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도준혁 협회장이 조작한 음모의 유일한 피해자이자, 진정한 구원자입니다!”
은하는 지체하지 않았다. 그녀는 품 안에서 작은 마이크로 칩 하나를 꺼내 들었다. 과거 협회의 원년 멤버들이 작성했던 비밀 장부 파일.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도준혁 협회장과 신성 길드가 저지른 모든 비리와 게이트 조작의 증거입니다!”
은하가 칩을 림보의 중계 단말기에 꽂아 넣자, 실시간 방송 화면 한쪽에 협회의 비자금 내역과 게이트 매수 리스트가 실시간으로 송출되기 시작했다. 도준혁의 마지막 사회적 생명줄이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크, 으아아아아!”
도준혁이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모든 지위, 명예, 그리고 야망이 전 세계 백만 대중 앞에서 실시간으로 해체되고 있었다.
그의 패배는 완벽했다. 법적으로도, 무력으로도, 그리고 대중의 여론으로도.
나는 천천히 걸어가 도준혁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의 몸이 가볍게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이제 끝이다, 도준혁.”
그때였다. 도준혁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뒤틀렸다. 패배자의 절망이 아닌,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광인의 미소였다.
“하하…… 그래, 끝이겠지. 하지만 혼자는 안 간다, 강지한.”
그가 피 묻은 손으로 품속에서 붉게 빛나는 또 다른 소형 스위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림보 던전의 마물 사체에서 내가 얻었던 무선 제어 스위치와 연동된, 지상 관제용 물리 스위치였다.
딸칵.
불길한 기계음이 서울 전체에 울려 퍼졌다.
[ ! 경고 : 지상 관제 스위치가 강제 가동되었습니다! ] [ ! 경고 : 우주 왜곡 궤도 미사일 위성의 타겟팅이 변경됩니다. ] [ ! 목표 지점 : 현 위치 (서울 광장 중심부) ] [ ! 미사일 낙하까지 남은 시간 : 5초 ]
하늘을 비추던 위성들이 일제히 붉은 궤적을 그리며 우리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왜곡된 마력 미사일. 그것은 서울 광장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머금고 있었다.
“같이 지옥으로 가자꾸나, 이 개새끼야!”
도준혁이 광소를 터뜨렸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붉은 파멸의 빛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 * *
[ 이번 화 누적 정산 내역 및 스탯 변화 ] - 마력 복구율: 100% (완전 회복) - 획득 스탯: [의지] +50, [근력] +70, [민첩] +65 - 보유 권능: [뇌신강림(Thunder Descent)], [심연의 정화] - 실시간 시청자 수: 1억 8,500만 명 돌파 (우주망 TV 신기록 달성) - 획득 후원금: 420억 원 누적 정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