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혈(赤血)의 불길이 밤하늘을 삼키고, 청룡전의 웅장한 기와가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은 전장을 물들인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나니, 고금에 유래 없는 혈우(血雨)가 마교의 심장부를 적시고 있다.
당신, 사마현은 타오르는 불길 한가운데에 서서 숨을 고른다. 폭주하는 구양신공(九陽神功)의 진기는 이미 가슴속에서 아홉 개의 태양이 거칠게 충돌하는 듯한 고통을 선사하고 있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극양(極陽)의 내력이 혈맥을 녹여낼 듯 뜨겁게 끓어오르니, 당신의 발걸음이 닿는 진흙바닥마저 붉게 타오르며 증발한다. 동해의 태양이 만경창파를 붉게 물들이며 세상을 불태우듯, 당신이 검을 뻗을 때마다 대자연의 천동(天動)과도 같은 열풍이 불어와 적들의 살가죽을 태운다.
"결국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구나, 가문의 수치이자 버림받았던 패륜의 업둥이 녀석이."
청룡전의 파괴된 어좌 위, 검은 마기(魔氣)의 안개를 두른 사마륜이 냉소를 지으며 걸어 나온다. 그의 형형한 안광은 혹독한 겨울날의 북풍처럼 차디차고, 구도(九道)의 마공으로 단련된 그의 양손은 백골조(白骨爪)의 음산한 빛을 뿜어낸다. 만물을 동결시키고 영혼을 부수어 버릴 듯한 잔혹한 기세가 청룡전의 대들보를 흔든다.
"천명(天命)을 참칭하며 골육을 상잔한 자의 아가리에서 나올 법한 비루한 사설이로군."
당신은 예의를 갖추나 뼈를 깎는 분노를 담아 응수한다.
"형님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자여, 불의로 찬탈한 천마의 보좌는 오늘 이 극양의 태양 아래 흔적도 없이 재로 화할 것입니다. 천하가 지켜보는 앞에서 가문의 피맺힌 은원을 청산하겠나이다."
사마륜이 가소롭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자, 청룡전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사조(死鳥)처럼 숨어 있던 철혈친위대 수십 명이 당신을 포위한다. 그들의 칼날에는 억조창생을 피로 물들일 음독이 흘러넘치고 있다. 사마륜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니, 그의 배후로 거대한 마신의 상(像)이 연기처럼 솟구쳐 오르며 하늘의 해를 가린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천지가 한 차례 뒤집어질 듯한 기의 충돌 속에서, 당신의 내단은 터져나갈 듯한 구양의 화마를 겨우 붙잡고 있다.
이 혼란을 일격에 종식시키고 마교의 절대자로 우뚝 설 것인가, 아니면 천하를 공포로 물들일 최후의 일격을 은밀히 준비할 것인가. 사마륜의 살기가 당신의 미간을 겨누는 찰나, 온 세상의 공기가 일시에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