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약의 패도적인 약력이 골수에 스며드는 순간, 당신은 깨닫는다. 대환단(大丸丹)의 명약(名藥)과 천지의 영기가 융합되어 빚어낸 힘은 천하를 진동시킬 신화적 위업이나, 그것을 담아내야 할 육신의 그릇은 이미 한계를 초과했음을.
파괴되었던 단전을 억지로 이어 붙이고 구양신공(九陽神功)의 불길로 단련한 당신의 몸은, 지금 거대한 용광로와 다름없다. 단전에서 일어난 극양(極陽)의 진기는 한 줄기 타오르는 화룡(火龍)이 되어 기경팔맥을 사정없이 유린한다. 오장육부는 무간지옥의 업화에 휩싸인 듯 타들어가고, 솟구치는 혈기(血氣)는 목구멍을 타고 검붉은 선혈로 역류한다.
"으음……!"
입술을 깨물어 신음을 삼키지만, 갈라진 입술 새로 새어나오는 것은 피가 아니라 푸르스름한 열화(熱火)다. 한 하늘 아래 아홉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떠오른 격이니, 백맥을 타고 흐르는 내력은 이미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 대지를 불태우고 강물을 말려버리는 태고의 대가뭄처럼, 당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안으로부터 서서히 재가 되어 바스러져 가고 있다.
이것이 삼라만상의 이치를 뛰어넘은 무공의 대가이자,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고 복수를 갈망한 자의 비극적인 업보인가.
과거 당신을 심연으로 밀어 넣었던 배신자들의 얼굴이 아지랑이 같은 양염(陽焰)이 되어 눈앞을 어지럽힌다. 마교를 정파의 아가리에 밀어 넣으려는 이복형 사마륜의 음모를 알게 된 지금, 이대로 체내의 열화에 휩싸여 스러질 수는 없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도 솟구치는 복수의 일념은 오히려 구양의 화기(火氣)를 더욱 사납게 부채질할 뿐이다.
쿠르릉!
사방에 무시무시한 열풍이 휘몰아친다. 당신이 서 있는 영지의 대지는 이미 검게 그을려 갈라졌고, 주위의 초목들은 허공에서 불티가 되어 스러진다. 극양의 화력이 최고조에 달해 뼈와 살이 스스로 불타버리는 자분(自焚)의 파멸이 목전에 당도했다.
맥박이 광포하게 요동친다. 폭주하는 내동(內動)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남은 수명은 단 몇 시진도 되지 않을 터. 찰나의 순간, 당신의 뇌리에 화마를 잠재우고 생로(生路)를 열 두 가지 방책이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