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바실리 상단주님이…… 감히 네까짓 인간 년을 가만둘 줄 아느냐! 이, 이 무엄한 것들!"

사법관 옵스가 사지가 묶인 채 진흙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찢어진 관복 사이로 흘러나온 땀과 먼지가 엉망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악에 받친 울부짖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안개 숲 저편, 짙고 푸른 어둠을 뚫고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군대의 발소리가 천지를 세차게 휘감았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

철갑을 두른 군마들의 말굽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숲의 안개가 붉은 핏빛으로 일렁이며 바실리가 보낸 어둠의 하수인들과 사나운 마수들이 울부짖었으나, 그 비명은 이내 강철의 파도 아래 무참히 짓밟혔다. 제국 최강이라 불리는 사자 가문의 본대, 레온하르트의 직속 철갑 기사단이 안개 숲을 완전히 포위하며 진입한 것이다.

"하으……."

르네의 무릎이 천천히 꺾였다. 루루를 구하기 위해 모카 번을 굽고, 사법관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너무 많은 영혼의 마력을 소모한 탓이었다. 머릿속이 송곳으로 찌르듯 욱신거렸고, 시야가 흐릿하게 번졌다. 차가운 흙바닥이 이마에 닿기 직전, 묵직하고도 따뜻한 바람이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덥석.

"정신 차려라, 르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레온하르트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쓰러지는 르네의 허리를 다정한 한 팔로 가볍게 낚아채 안아 올렸다. 그의 커다란 손이 르네의 가녀린 등에 닿자마자, 그의 상징과도 같은 황금빛 마력이 봄날의 햇살처럼 포근하게 스며들었다. 르네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단단한 어깨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과 짙은 침향나무 냄새가 어지러운 정신을 간신히 붙잡아 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거대하고 부드러운 흑모피 망토를 벗어 르네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차가운 숲바람을 완벽히 차단하는 따스한 온기가 르네의 뺨을 붉게 물들였다.

"삼초온! 르네 아포! 아프게 하지 마아!"

그때, 아기 사자 루루가 짧은 네 발로 헐떡이며 달려와 레온하르트의 장화 앞코를 머리로 들이받았다. 보슬보슬한 금빛 털을 잔뜩 곤두세운 루루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다. 루루는 르네의 옷자락을 젤리가 달린 앞발로 꼭 쥐며, 삼촌을 향해 작은 앞니를 드러내 보였다. 르네를 지키겠다는 눈물겨운 저항이었다.

레온하르트는 조카의 이례적인 반항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깊은 침묵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노여움이 서려 있었다.

"……물러서라, 루루.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손을 뻗어 조카의 둥근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바닥에 엎드러진 법관 무리와 기사들을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등 위로 붉고 뜨거운 마력 핏줄이 요동치고 있었으나, 르네를 안은 팔에는 한 줌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상황을 보고하라."

레온하르트의 명령에, 측근 기사단장인 베르너가 신속히 앞으로 걸어 나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가주님, 사법관 옵스를 비롯한 감찰관들이 바실리 상단의 사주를 받아 르네 양의 빵집에 불순 마석 가루를 은밀히 살포하려 했습니다. 이를 통해 위생 검열을 조작하고, 빵집을 강제 폐쇄한 뒤 영지를 몰수하려 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음모의 증거는?"

"사법관이 소지하고 있던 마력 측정기와 현장에서 발견된 적유 마석가루 포대 잔해입니다. 이들은 불순물이 섞인 하급 측정기를 사용해 인위적으로 마력 반응을 유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베르너가 르네의 빵집 탁자 위에 놓인 은빛 물건을 가리켰다.

"르네 양이 기지를 발휘해, 과거 가주님께서 이곳에 두고 가셨던 '은색 미세 마력 측정기'를 제시했습니다. 가주님의 기운이 서린 제국 최고 권위의 측정기 앞에서는 저들의 하급 조작 도구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들이 가져온 가루가 제국 금지 품목인 '적유 마석가루'임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레온하르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 은색 측정기는 지난날 자신이 이 빵집의 위생을 의심하며 엄포용으로 던져두고 갔던 비품이었다. 르네는 자신을 옥죄려던 가주의 권위를, 오히려 자신을 보호할 가장 강력한 법적 방패로 역이용한 것이었다.

"감히 내 신표를 눈앞에 두고도 사기를 치려 했단 말인가."

레온하르트의 목소리가 숲의 안개를 얼려버릴 듯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바실리의 개들이 내 영역에서 내 신표를 모독하고, 내 조카를 구한 치유사를 음해하려 했다. 이는 사자 가문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자, 제국 황실의 법도를 뒤흔드는 대역죄다."

그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황금빛 마력 파동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 위압감에 사법관 옵스는 숨도 쉬지 못한 채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베르너."

"예, 가주님."

"지체 없이 저자들의 관직을 박탈하고 지하 감옥에 가둬라. 바실리 상단과의 유착 관계를 한 획도 남김없이 초주검이 될 때까지 불게 만들어라."

"명령을 받듭니다!"

"그리고."

레온하르트가 품에 안긴 르네를 조심스럽게 고쳐 안으며 선언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사자 가문의 최정예 철갑 기사단 1소대를 이 빵집에 영구 상근 배치한다. 단 한 마리의 벌레도, 바실리의 끄나풀도 이 안개 숲의 경계를 넘지 못하게 하라. 빵집의 위생과 안전은 이제 사자 가문의 명예와 직결된다."

그것은 단순한 경호가 아니었다. 르네의 빵집을 사자 가문의 공식적인 비호 구역이자, 사실상의 치외법권 지대로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끄응……."

르네는 머리를 짓누르는 지독한 두통 속에서도 눈을 가늘게 떴다. 시야 한구석에서 반짝이는 반투명한 푸른빛 창이 떠올랐다.

[!] 시스템: '영혼의 가계부' 특수 조건 달성! - 대상: 대가주 '레온하르트' - 호감도 및 결속 점수: MAX (신뢰의 동반자) - 영지 영향력: 안개의 숲 독점 상권 활성화권 개정 완료! [보상 수령 가능: 안개의 숲 일대 통행세 면제 및 공식 영구 영업권 획득]

'하아…… 다행이다.'

르네는 안도감에 젖어 마음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몸은 부서질 것처럼 아프고, 보육원에 버려졌던 과거의 아픈 기억의 파편이 또 하나 날아가 머릿속이 푱 비어버린 느낌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제 누구도 법의 이름을 빌려 자신을 이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쫓아낼 수 없으리라.

그녀는 레온하르트의 품에서 완전히 긴장을 풀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따스한 햇살이 창가를 타고 들어와 빵집 내부를 밀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르네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코끝을 스치는 고소한 허브 향과 부드러운 모피의 감촉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빵집 내실의 침대에 누워 있음을 깨달았다. 몸을 덮고 있는 것은 여전히 레온하르트의 거대한 흑모피 망토였다.

"웅냐아……."

침대 발치에서 무언가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뭉치가 꼬물거렸다. 고개를 살짝 숙여 보니, 아기 사자 루루가 르네의 이불자락을 꼭 쥔 채 세상 모르게 단잠에 빠져 있었다. 핑크빛 젤리가 달린 앞발이 르네의 손끝에 닿아 있어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일어났군."

낮게 낮춘 목소리가 침대 옆 의자에서 들려왔다.

레온하르트였다. 그는 무장 가죽 장갑을 벗어둔 채, 르네의 가계부 장부와 빵집의 탁자 위에 놓인 식재료 재고 목록을 진지한 눈빛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그 대단한 대가주가 빵집의 감자며 밀가루 재고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는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가주님……."

르네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레온하르트가 재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등 뒤에 부드러운 베개를 받쳐 주었다. 그의 몸짓은 거대한 맹수의 그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조심스러웠다.

"무리하지 마라. 영혼을 깎아 마력을 쓰는 제빵이라니, 네가 그런 위험한 짓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눈동자에는 걱정과 미안함, 그리고 일말의 경외감이 뒤섞여 있었다.

"루루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네가 무엇을 잃었는지…… 내가 다 헤아릴 수 없겠지. 사과하마. 널 마약상으로 의심했던 나의 오만을 용서해 다오."

르네는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 계산기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인간불신과 방어기제로 가득 찬 르네에게, 가주의 부채감과 신뢰는 가장 훌륭한 상업적 자산이었다.

"용서라니요, 가주님. 저는 그저 장사를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대가를 받았으니 제 할 일을 한 것이지요."

르네는 일부러 건조하게 대답하며 침대 옆 협탁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펠릭스가 이전에 가져다두었던 '적유 마석가루' 포대의 포장재 잔해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슬며시 손을 뻗어 '영혼의 가계부'를 마음속으로 소환했다.

[!] 가계부 특수 기능: '암시장 물류 추적 및 장부 대조' 가동. - 분석 대상: 적유 마석가루 잔해 및 사법관 옵스의 압수품. - 추적 완료: 바실리 상단의 비밀 광산 위치 및 황실 세금 탈루, 금지 품목 밀매 유통망 지도 100% 확보.

가계부 화면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르네의 손끝에서 한 장의 두꺼운 양장 문서가 실체화되어 스르륵 나타났다. 그것은 바실리 상단이 제국 몰래 안개 숲 남쪽 지하에서 캐내어 밀매해 온 불순 적유 마석의 유통 경로와, 황실 관료들에게 바친 뇌물 장부의 완전한 복사본이었다.

르네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매끄럽게 올라갔다. 냉담하면서도 치명적인 미소였다.

"가주님."

"말해라."

"바실리 상단이 저를 없애려 한 진짜 이유를 아십니까? 단순히 제 빵이 탐나서가 아닙니다. 제가 안개 숲에 자리를 잡으면서, 자신들이 몰래 운영하던 금지 마석 밀수 경로가 방해받았기 때문입니다."

르네는 이불을 걷어내고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얇은 슬리퍼를 신은 그녀가 레온하르트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키 차이 때문에 고개를 한참 올려다보아야 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한 치의 기가 죽음도 없었다.

그녀는 손에 쥔 두꺼운 기밀문서를 레온하르트의 넓고 단단한 손바닥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떨어뜨렸다.

"이게 무엇이지?"

레온하르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문서를 펼쳤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무섭게 팽창했다. 그 안에는 바실리가 지난 5년간 제국 황실을 기만하며 축적한 세금 탈루 내역과, 금지 품목인 적유 마석을 밀수해 군사 무기를 제조하려 한 명백한 물증들이 날짜와 서명까지 완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 문서 하나면, 제국 제일 상단이라 불리는 바실리 상단은 하루아침에 반역죄로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터였다.

르네는 레온하르트를 올려다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목소리에는 차가운 승부사의 열기가 어려 있었다.

"바실리 상단을 파멸시킬 가장 확실한 법적 칼날입니다. 자, 이제 이 검으로 그 오만한 장사꾼의 목을 치실 준비가 되셨나요, 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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