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지하 3층, 보일러실 이면에 숨겨진 가문의 소형 제단은 빌딩 숲의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단된 것은 소리뿐만이 아닙니다.
마지막 정화의 향을 올리자마자, 공간의 온도가 급격히 곤두박질칩니다. 쇠붙이가 얼어붙는 서늘함에 입김이 하얗게 흩어지고, 심장 박동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빠르게 요동칩니다. 젖은 옷 속에 감춰진 맥박이 피부를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치는 전조. 가문 대대로 내려온 '한기 감응'의 징후입니다. 주변의 물들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생명의 온기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머니 속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가문의 비전 장비를 개조해 준 사촌 형의 목소리입니다. "야, 현우야! 그쪽 주파수 완전히 미쳐 날뛰고 있어! 보일러실 수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졌거든? 냉동고에 갇힌 거나 다름없으니까 한눈팔지 말고 얼른 향 피우고 나와! 삼겹살 사 놨으니까 빨리 끝내라!"
일상적인 타박이 섞인 목소리는 차가운 절망 속에서 유일한 밧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당신은 대답할 여유가 없습니다. 향로에서 피어오른 붉은 한 가닥의 연기가 천장으로 뻗어 나가더니, 이내 검푸른 곰팡이처럼 쇠벽을 뒤덮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스스스스. 빌딩의 시멘트 틈새에서 스며 나온 원시의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그것은 가문의 기록에 '창귀의 어미'라 기록된, 도심 야산의 산신조차 타락시켰다던 해묵은 사념의 괴수입니다. 검붉은 진흙으로 빚은 듯한 거대한 형상이 천장에서 내려앉으며,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그 찰나, 괴수의 거대한 아가리가 벌어지며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옵니다. 안개 속에서 끔찍한 실루엣들이 구체화됩니다. "오빠…… 아파, 너무 추워……." "현우야, 그 향을 꺼다오. 제발…… 원혼들이 우리 살을 뜯고 있어……."
동생과 부모님의 일그러진 얼굴입니다. 영혼이 사념에 사로잡혀 거대한 맷돌 같은 저주에 갈려 나가고 있는 형상. 그 고통스러운 신음과 비명이 제단 방을 가득 채웁니다. 그것이 환각인지 실제 그들의 혼백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가문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영적 유대가 찢어질 듯한 통증으로 그 비명이 '진짜'임을 증명합니다.
당신의 의식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전의 결계를 유지하느라 흘린 피와 터질 듯한 혈관의 압박으로 눈앞이 붉게 물들어 갑니다. 주술을 계속 이어가며 제단을 활성화하려면, 이제 남은 것은 당신 자신의 본질적인 생명력뿐입니다. 조금만 더 온기를 제단에 바치면 심장이 멈출지도 모릅니다.
괴수는 당신의 고통을 즐기듯, 검은 촉수를 가족들의 목에 감아쥐며 붉은 눈을 번뜩입니다. 향을 끄고 주술을 멈춘다면 가족들의 고통은 잠시 멈추겠지만 정화는 영원히 실패할 것이고, 주술을 밀고 나간다면 당신의 육신이 먼저 먼지가 될 판국입니다.
제단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마지막 순간, 당신의 손끝이 파르르 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