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지나 아스팔트 위로 발을 디딘 순간,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비린내가 코를 찌릅니다. 가로등 불빛이 희뿌연 장막에 가로막혀 겨우 주황색 얼룩으로만 남은 밤의 거리. 도심은 이미 당신이 알던 통근길이 아닙니다. 발목부터 차오르던 서늘한 기운이 어느새 명치끝까지 올라와 심장박동을 서서히 억누릅니다. 체온이 무섭게 떨어져 손끝이 하얗게 곱아듭니다. 동양의 오랜 무속에서 말하는 '음무(陰霧)'—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땅에서 치솟는 귀신의 숨결입니다.
"형, 이거 완전 옛날 납량특집 실사판인데…… 영등포역 뒤편에 이런 안개가 끼는 장소가 있었나?"
뒤에서 당신의 가방끈을 시릴 정도로 꽉 쥐고 있는 동생의 목소리가 잘게 떨립니다. 그 극한의 긴장감을 억지로 털어내려는 듯, 녀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금 전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 아까 먹은 거 아직 다 소화 안 됐단 말이야. 체해서 죽으면 억울하잖아."
"숨소리 죽여. 이 안개 속에서는 숨 쉬는 리듬조차 놈들의 이정표가 되니까."
당신은 낮게 경고하며 주머니 속의 닳아빠진 황동 방울을 손가락 끝으로 누릅니다. 가문의 금기 서적에 적혀 있던 불길한 계율이 뇌리를 스칩니다.
'안개가 강을 이루어 도성을 덮을 때, 길 잃은 자의 눈을 탐하는 것이 있으니 절대 그 눈의 흰자위를 담지 말라.'
안개 너머에서 '사각, 사각'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른 짚을 바닥에 쓸어내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 이윽고 흐릿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실루엣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깨가 무너진 채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는 그것들은 한때 이 도시에 살던 평범한 이웃들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얼굴 중앙에 박힌 눈에는 검은 동자가 없습니다. 오직 희디흰 안구만이 번들거릴 뿐입니다. 단 일 초라도 시선이 얽히면 체내의 모든 기운이 역류해 장기가 썩어 들어간다는 '안광귀(眼光鬼)'들입니다.
놈들이 십 미터 앞까지 다가오자, 아직 눈이 마주치지 않았음에도 아랫배가 뒤틀리는 둔탁한 통증이 시작됩니다. 심박수가 위험 수치까지 치솟고 신물이 입안 가득 고입니다. 금기는 확실합니다. 눈을 내리깔고 기척을 지워야 합니다.
하지만 사방을 메운 회색 안개 속에서 그것들의 발소리가 점점 촘촘하게 좁혀져 옵니다. 가만히 서서 숨어 있기에는 놈들의 썩은 이취가 코앞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바로 그때, 기묘하게 일그러진 얼굴 하나가 안개를 찢고 당신의 눈꺼풀 바로 앞까지 날카롭게 들이닥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