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이명이 솟구칩니다. 삐 소리가 고막을 뚫을 것처럼 날카롭게 변하더니, 이내 심장 박동에 맞춰 *두근, 두근* 하는 무거운 파동으로 뒤바뀝니다. 방금 전 놈을 몰아내기 위해 기어이 행하고야 만 자해의 비책. 그 급작스러운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합니다.
후끈한 온기가 눈꺼풀 틈새로 비집고 흘러내립니다. 피입니다. 흐릿해지던 시야가 순식간에 붉은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가장자리부터 잉크를 떨어뜨린 것처럼 검게 타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거칠어질 때마다 허연 김이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옵니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하강합니다. 베란다 창틀에 맺혀 있던 결로가 서서히 얼어붙으며 *바작, 바작* 소리를 냅니다. 거실 한구석에 놓인 수조의 물이 밑바닥부터 쩡쩡 소리를 내며 얼어 들어갑니다. 벽에 걸린 보일러 컨트롤러의 빨간 불빛이 미친 듯이 깜빡거리지만, 방바닥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이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 이곳이 거대한 공동묘지이자 부정한 자들을 묻던 고토(古土)였다는 오래된 괴담이 뼛속까지 시린 현실로 체감되는 순간입니다.
"오빠! 정신 좀 차려봐! 오빠 눈이... 눈이 왜 이래!"
동생 민아가 구급상자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다급하게 소리칩니다. 평소에는 사소한 일로 투덜대던 동생이, 정작 비현실적인 공포 앞에서는 어떻게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일구이에 신고하려 해도 기지국이 터졌대. 휴대폰 액정이 그냥 전원 나간 것처럼 까매! 이거 압박붕대로 눈을 묶으면 돼? 아니면 지압이라도 해야 하나? 약국에서 사 온 지혈제라도 뿌릴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소독약을 들이밀며 횡설수설하는 민아의 목소리가 점차 먹먹하게 멀어집니다. 동생의 목소리는 고맙고도 가련한 일상의 밧줄이지만, 지금 밀려오는 재앙은 인간의 의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비린내가 진동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당신이 흘린 피 냄새가 아닙니다.
아파트 복도 저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멈춘 어둠 속에서부터 물기 축축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스윽, 스으윽... 털썩.*
무언가 썩은 거적때기를 끄는 듯한 소리. 어둠 속에 귀를 기울이자, 수많은 존재들이 벽을 긁고 바닥을 기어오는 기괴한 마찰음이 온 복도를 메우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가문의 금기를 깨고 흘린 오염된 피는, 굶주린 도심의 유귀(幽鬼)들에게 있어 더없이 탐스러운 이정표나 다름없습니다. 가로등 조명마저 꺼진 창밖, 고층 빌딩숲 사이로 불어오는 칼바람 속에서 굶주린 원귀들이 당신의 피 냄새를 맡고 외벽을 타고 올라오는 실루엣이 유리창 너머로 어른거립니다.
시야는 이제 소복이 내리는 함박눈 속에 빨간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흐릿하기 짝이 없습니다. 바로 앞의 민아조차 가느다란 윤곽으로 겨우 보일 뿐입니다.
*끼이이익—*
박살 난 현관문 틀을 움켜쥐는, 손톱이 다 빠져나간 허연 손가락들이 붉은 시야의 경계에 걸쳤습니다.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전, 당신은 결단을 내려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