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뎅-.*

귓전을 때린 것은 지극히 청아하고 매끄러운 쇳소리다. 이 아파트 거실의 눅눅한 공기를 단숨에 가르는 가문의 진혼종(眞魂鍾) 소리.

그 순간, 눈앞의 문턱을 넘어오려던 기괴한 형체가 일시에 굳어붙는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비디오테이프처럼, 그것이 뚝 멈춰 서서 괴상하게 뒤틀린 목줄기 수십 개를 허공에 늘어뜨린 채 정지했다. 종소리의 파동이 놈의 기이한 한기를 일시적으로 옭아맨 것이다.

성공했다는 안도감은 찰나에 불과했다.

"흡...!"

허파 깊숙한 곳에서부터 밭은기침이 터져 나온다. 가슴뼈 안쪽이 무거운 맷돌에 짓눌린 것처럼 뻐근하더니, 관자놀이의 모세혈관들이 터질 듯이 불거졌다. 입안 가득 뜨겁고 쇠비린내 나는 액체가 비어져 나온다. 손에 쥔 청동종 표면에 당신의 붉은 핏방울이 툭, 투둑 떨어져 거뭇한 얼룩을 남겼다.

가문의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계율이 머릿속에서 웅웅거렸다.

*‘진혼종은 산 자의 맥박을 빌려 죽은 자의 혼을 묶는 법이다. 한 번 흔들 때마다 네 피를 한 홉씩 바친다 여겨라.’*

체온이 극단적으로 요동친다. 손끝은 시베리아 한복판에 내던져진 것처럼 차갑게 마비되는데, 목구멍과 심장 부근은 끓는 쇳물을 들이켠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급격한 수온 변화처럼 몰아치는 오한과 고열의 압박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거봐, 내가 뭐랬냐. 종 치기 전에 타이레놀이라도 서너 알 미리 털어 넣고 하랬지."

아귀가 안 맞아 삐걱거리던 거실 서랍장 위, 삼촌이 남겨둔 무전기에서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무신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기괴한 현상 속에서도 실용적인 대비책을 읊조리는 삼촌의 목소리에 오히려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서늘함이 깃든다.

"삼촌... 저 진짜 죽을 맛이에요."

"농담 아냐. 그 종소리, 귀신만 묶는 게 아니라 네 혈관도 같이 묶는 거야. 무리해서 버티지 말고 빨리 움직여. 진짜 놈이 온다."

삼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실 바닥에 고여 있던 빗물들이 중력을 거슬러 천장으로 방울방울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파트 벽지를 뚫고 검푸른 곰팡이 같은 굵은 실선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정지된 귀신의 배후, 어두컴컴한 베란다 유리창 너머에서부터 거대한 그림자가 솟구쳤다. 그것은 수백 년 묵은 서낭당 나무가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진 듯한 형상이었다. 그 거대하고 난잡한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원념에 찬 얼굴들이 일그러진 채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두둑, 우드득.

종소리의 약효가 다해 가는지, 굳어 있던 귀신의 손가락이 다시 꼼지락거리기 시작한다. 검푸른 나무 그림자는 벌써 거실 천장까지 덮쳐와 숨통을 가로막을 듯한 압박감을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다.

코밑으로 다시 한번 뜨거운 피가 울컥 흘러내렸다. 당신의 손가락이 피와 식은땀으로 젖어 들어간다. 어떻게든 지금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