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뚝, 뚝. 베란다 보일러 배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돌연 멈춥니다. 방 안의 누런 장판 바닥에서부터 칼날 같은 한기가 올라와 발목을 휘감습니다. 사방의 온도가 급격히 하강하며, 당신의 폐부로 들어차는 숨결이 하얗게 서립니다. 귓가에는 고장 난 메트로놈처럼 가파르게 날뛰는 심장 박동 소리만이 이명이 되어 울릴 뿐입니다.

잘못되었습니다. 복도로 유인하기 위해 던진 미끼가 놈을 흩뜨려 놓기는커녕, 굶주린 짐승의 콧구멍에 가죽 타는 냄새를 들이민 꼴이 되었습니다.

"오빠, 저거…… 문고리 돌아가."

뒤에 바짝 붙은 동생 서윤의 목소리가 잘게 떨립니다. 이 와중에도 서윤은 제 팔목에 찬 스마트 워치의 심박수 경고음을 끄느라 바쁩니다. 140bpm을 넘어섰다는 붉은 깜빡임이 어둠 속에서 역설적으로 유쾌하게 존재감을 뽐냅니다.

"짜장면 배달 올 시간은 지났는데. 오빠가 곱빼기 시킨 거 아니지?" "……소금 주머니 꽉 잡아. 터지면 네가 다 청소해야 돼."

절체절명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시시콜콜하고 싱거운 농담은 공포에 질려 마비되려는 뇌를 억지로 깨우는 유일한 각성제입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농담의 유통기한은 길지 않았습니다.

쩍, 쩍! 쇠 가죽이 찢어지는 듯한 괴음이 현관문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가문 대대로 문지방 아래에 묻어두었던 붉은 황토와 쑥 가루의 기운이 놈의 거대한 부정(不淨)에 밀려 사그라드는 신호입니다. 아파트 현관문은 잡귀의 침입을 막는 1차적인 격벽이자, 민속 설화에서 가택을 지키는 문전신(門神)의 경계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 경계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콰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두꺼운 철제 방화문이 안쪽으로 찌그러지며 뜯겨 나갑니다. 도어록의 플라스틱 파편이 불꽃을 튀기며 거실 바닥으로 날아가 박힙니다. 자욱한 먼지 안개 사이로, 도저히 현대의 콘크리트 건물 내부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이질적인 형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거대한 상여(喪輿)의 뼈대에 썩은 가마적삼을 기워 붙인 듯한 형상입니다. 도심의 빌딩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흙먼지가 뒤섞인 악취가 순식간에 거실을 가득 메웁니다. 백 년은 묵은 가문 전래의 흉액이, 황폐한 아스팔트 바닥 아래에서 잠들어 있다가 마침내 깨어난 것입니다. 놈의 몸체 중앙에 둥글게 파인 구멍 속에서 수십 개의 메마른 눈동자가 일제히 당신과 서윤을 향해 고정됩니다.

"흐읍……!"

서윤이 비명을 지르기 전, 당신은 재빨리 동생의 입을 손으로 막고 자신의 몸 뒤로 숨겨 넣습니다. 놈이 정면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찌그러진 문틀을 딛고 거실 안으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문지방을 밟는 순간, 바닥에 뿌려둔 가문 전래의 조 부스러기가 파지직 소리를 내며 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얄팍한 방책으로 놈을 묶어둘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몇 초 남짓입니다.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피로써 변수를 만들 것인가. 당신의 손끝이 극도의 긴장감으로 미세하게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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