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귓가를 짓누르던 수천 마리 원혼의 비명이 일순간 기적처럼 잦아듭니다. 얼어붙을 듯 차갑게 식어 내리던 목덜미의 수온이 서서히 미온을 되찾고, 미친 듯이 터질 것처럼 요동치던 심박수도 이내 차분한 박동으로 가라앉습니다. 탁하게 흐려졌던 시야가 안개가 씻겨 나가듯 맑아지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온기가 차오릅니다. 그것은 가문의 준엄한 계율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성했다는 영적 교감이 주는 전율입니다.

손끝에 단단히 쥐여진 낡은 놋십자 장도와 황칠 부적이 찬연한 금빛을 아련하게 비추기 시작합니다. 회색빛 고층 빌딩 숲을 장막처럼 가득 메우고 있던 이계의 짙푸른 안개가 동쪽 하늘에서 뻗어 나온 새벽빛 아래 속절없이 흩어집니다. 어둠의 고치 속에서 아가리를 벌리며 당신의 피를 노리던 그림자 괴수들이 가느다란 비명을 지르며 햇빛 아래 스러집니다.

"동틀 녘, 부정한 것은 햇귀에 녹아내리리라."

가문의 마지막 의식인 '여명의 계율'을 나지막이 외치자, 도심을 지배하던 무겁고 기이한 압박감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괴수들의 협박 앞에서도 끝내 흔들리지 않고 제단을 지켜낸 대가입니다. 한때 원시적인 귀신들의 무덤 같았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로, 마침내 구원받은 따스한 생명의 기척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형...! 진짜 다 끝난 거야? 우리 살았어?"

안개가 완전히 걷힌 거리 한가운데서, 겁에 질려 떨고 있던 여동생이 울먹이며 당신의 소매를 붙잡습니다. 그 뒤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한 가족들의 안도 섞인 눈빛이 보입니다. 당신은 긴장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다리에 힘을 주며 동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습니다.

"그래, 이제 완전히 끝났어. 집에 가서 뜨끈한 설렁탕이나 배달시켜 먹자. 소금은 적당히 치고." "아, 진짜! 이 상황에서도 밥 생각뿐이야? 그래도... 다행이야, 정말로."

동생이 눈물을 훔치며 피식 웃음을 터뜨립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의 교감이, 밤새 흐른 식은땀과 차갑게 가라앉았던 가슴 안쪽을 다정하게 데워줍니다.

초고층 빌딩들의 전면 유리창 위로 찬란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반사됩니다. 밤새 괴담과 비명으로 얼룩졌던 이 괴이한 도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일상의 아침을 준비하며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첫 차의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가 오늘따라 마치 아름다운 노래처럼 귓가를 스칩니다.

당신은 품 안의 가문 서책을 소중히 어루만집니다. 무서운 금기와 법칙으로 가득했던 세상 속에서, 당신은 스스로의 힘으로 규칙을 수호하고 소중한 이들을 온전히 지켜냈습니다. 짙은 어둠을 견뎌낸 자만이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눈부시고 완벽한 여명입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