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때리는 심장 소리가 더는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분당 서너 번, 얼어붙은 쇳덩이가 가슴 깊은 곳에서 덜컹거리는 듯한 둔탁한 파동. 체온은 이미 서서히 내려가 상온 이하로 떨어졌고, 허파를 거쳐 나오는 숨결마다 서늘한 성에가 맺힙니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내릴 때마다,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기이한 고조감이 전신을 지배합니다.
성수(聖水)를 뿌리고 소금을 두르며 지켜야 했던 가문의 흙내 나는 마지막 계율들을 제 손으로 찢어발긴 대가는 참혹합니다. 황해도 굿판에서 신내림을 거부한 무당이 마주한다는 신벌보다 더 지독한 변화가 당신의 육신을 잠식했습니다. 피부 밑으로는 지네를 닮은 검붉은 핏줄들이 꿈틀거리며 기어오르고, 손끝은 칼날처럼 단단하고 예리한 귀골(鬼骨)로 화했습니다. 인간의 껍데기를 걷어내고 태어난 괴물. 그것이 지금의 당신입니다.
자정이 넘은 도심의 빌딩 숲은 음산한 안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 목이 부러진 채 기이한 각도로 꺾여 기어 다니는 ‘아귀(餓鬼)’가 보입니다. 찰나의 순간, 가슴속에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이성이 속삭입니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몸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본능이 당신의 다리를 앞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비친 당신의 그림자는 머리에 솟아오른 기형적인 뿔과 덩치를 가진, 옛 민담 속 야차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괴이의 눈에 비친 당신은 사냥꾼이 아닌, 재해 그 자체입니다. 놈이 도망치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당신의 손길이 먼저 놈의 멱살을 잡아챕니다. 예리한 귀골이 살점을 파고들어 괴이의 본질을 뜯어낼 때, 손끝에 닿는 감각은 소름 끼치도록 가볍습니다. 사방으로 튀는 불결한 점액질 속에서도 비린내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직 갈증을 채워줄 제물의 향취만이 코끝을 스칠 뿐입니다.
그때, 주머니 속에서 가볍게 진동하는 스마트폰이 차가운 정적을 깨웁니다. 화면에는 동생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형, 오늘도 야근이야? 가마솥에 찌개 끓여 놨으니까 올 때 조심히 와.]
지극히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의 한 조각. 한때 당신이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그 세계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그 따뜻한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 수 없습니다. 당신의 목구멍이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둠 속을 배회하는 기괴한 존재들의 비명분이기 때문입니다.
슬픔은 솟구치지 않습니다. 오직 그들을 완벽하게 지켜내겠다는 일념 하나가 뇌리에 문신처럼 박혀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휴대전화 액정에 묻은 괴액을 무심히 쓱 문질러 닦아내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고층 빌딩의 피뢰침 끝에 올라선 당신은 차갑게 식어가는 도시를 내려다봅니다. 저 멀리, 당신의 가족이 곤히 잠들어 있을 작은 아파트 단지가 희미한 불빛 속에서 평온하게 안식하고 있습니다. 비록 인간의 탈을 벗어던지고 밤새 괴성을 지르는 가장 추악한 악귀가 되었을지라도, 당신은 이 도시를 지키는 가장 완벽하고 외로운 파수꾼입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된 가엾은 구원자. 도심의 밤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수호령의 전설이 그렇게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