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철제 문이 징두리벽에 부딪히며 비명 같은 파열음을 토해냈다. 에어샤워실의 이중 잠금장치가 뜯겨 나가며 생긴 미세한 쇳가루와 뿌연 소독액 분무가 수술실 안쪽의 청정 공기 속으로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수술실 내부의 기압 차로 인해 발생한 역풍이 해인의 수술모 끝자락을 거칠게 흔들었다.
붉은색 완장을 차고 들어선 소아외과 과장 대행 서은혜의 숨소리는 이미 가쁜 상태였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외과 부원장 김태식의 이마에는 굵은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고, 그들의 등 뒤로 체격이 건장한 병원 보안요원 다섯 명이 수술실의 좁은 통로를 가로막았다. 법원의 가처분 통지서가 서은혜의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 사이에서 바스락거렸다.
“한해인! 당장 그 더러운 방송 끄고 메스 내려놓고 나와! 너는 이 시간부로 의사도 아니고, 무단 침입 및 의료법 위반 현행범이야!”
서은혜의 쇳소리 나는 고함이 밀폐된 수술실 벽면에 부딪혀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그녀의 눈동자는 핏발이 선 채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수술대 옆 어두운 구석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강민우 PD가 움직였다. 그의 어깨에 얹힌, 붉은 Tally 바가 선명하게 반짝이는 초고화질 시네마 카메라는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단숨에 서은혜의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광각 렌즈가 서은혜의 일그러진 얼굴과 팔에 찬 붉은 완장을 사정없이 클로즈업했다.
“자, 전 세계 시청자 여러분. 화면을 똑똑히 봐 주십시오.”
강민우의 목소리는 평온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수술실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얼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상황이 바로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대학병원의 민낯입니다. 생후 3개월 된, 심정지로 죽어가던 고아 환아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고 이제 막 마지막 우심방 재건 봉합만을 남겨둔 이 신성한 수술방에! 병원 외과 과장 대행이라는 자와 부원장이 보안요원들을 대동하고 들어와 수술을 강제로 중단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가 번쩍이는 금속 질감을 띠며 서은혜의 눈동자 바로 앞 10센티미터 거리까지 밀착했다.
“비, 피하지 마! 이거 안 치워? 당장 꺼!”
서은혜가 손을 뻗어 카메라 렌즈를 가리려 했지만, 강민우는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그녀의 손짓을 피해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현재 실시간 시청자 수 5만 4천 명. 전 세계 소아외과 학회 회원들과 수많은 시민이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있습니다. 서은혜 과장님, 그리고 김태식 부원장님. 지금 이 아이의 가슴이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집도의의 손을 강제로 끌어내어 아이가 사망한다면, 그것은 사법적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입니까, 아니면 병원 내부 규정이 법률 위에 군림한다는 선언입니까? 대답해 보시죠.”
“이, 이 무식한 방송쟁이 놈이 감히 어디서 협박질이야! 여긴 사유지야! 병원 소유의 수술실이라고!”
김태식 부원장이 삿대질을 하며 나섰지만, 그의 목소리 끝은 이미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카메라 너머로 느껴지는 전 세계 5만 명의 시선이 주는 중압감은, 평생 병원이라는 거대한 성벽 안에서 군림해 온 그에게도 생소하고 압도적인 공포였다.
수술실 모니터 옆에 띄워진 실시간 라이브 채팅창은 이미 통제 불능의 속도로 폭주하고 있었다.
- [Dr_Geller]: 미친 거 아냐? 수술 중인 환자가 앞에 있는데 저 지랄을 한다고? - [소아과지망생]: 소아외과 과장 대행이라는 사람이 환자 생명보다 병원 가처분이 먼저라니... 진짜 소름 돋는다. - [K-의료의실체]: 저거 그대로 캡처해서 복지부랑 청와대 청원에 올린다. 다들 링크 공유해! - [HeartSaver]: 살인미수 현장 생중계네. 경찰 안 오냐?
서은혜는 채팅창에 스쳐 지나가는 격렬한 단어들을 목격하는 순간, 발밑의 콘크리트 바닥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가 원했던 그림은 공권력의 외피를 두르고 불법 무단 집도범 한해인을 제압하는 정의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강민우의 카메라는 그녀를 단숨에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추악한 가해자'로 박제해 버렸다.
그 아수라장의 한가운데에서도, 한해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는 전혀 다른 세계에 고정되어 있었다. 서은혜의 고함도, 부원장의 삿대질도 그녀의 고막을 통과하지 못했다. 극도의 감정 인지 장애. 타인의 분노도, 두려움도, 질투도 그녀에게는 그저 주파수가 맞지 않는 화이트 노이즈에 불과했다.
그녀의 눈앞에는 오직 라이브 서저리 대장 시스템이 구현한 투명한 3D 가상 시뮬레이션 인터페이스가 명멸하고 있었다.
[ 딩- 동- ] [ 시스템 안내: 외부 간섭으로 인한 시청자 몰입도 최고조 도달. ] [ 현재 몰입도 지수: 97.4% (갈등 폭발로 인한 노이즈 억제 상태) ] [ 메디컬 포인트 연산 최적화 완료. ] [ 미세 혈관 수축률 뷰어(Microvascular Contraction Viewer) 가동 중. ]
아기의 우심방 벽은 얇은 한지 같았다. 단일 관상동맥 기형으로 인해 혈류가 비정상적으로 쏠리면서 우심방 조직은 심하게 늘어나 있었고, 두께는 겨우 1.1밀리미터에 불과했다. 바늘끝이 아주 미세하게만 엇나가도 조직은 순식간에 찢어지며 걷잡을 수 없는 대량 출혈로 이어질 터였다.
그녀에게는 타인의 감정을 헤아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오직 흐트러진 기하학적 대칭을 맞추고, 비정상적인 압력으로 부풀어 오른 심장 벽을 완벽한 역학적 구조로 재건하는 것만이 그녀의 뇌세포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프롤린 7-0.”
해인의 건조하고 평온한 목소리가 수술실의 소란을 뚫고 정적을 요구하듯 울렸다.
백지훈은 서은혜의 살기 어린 눈빛을 느끼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해인의 편을 든다면 대학병원에서의 그의 의사 수명은 완전히 끝장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해인의 손끝, 그리고 생체 모니터에서 뛰고 있는 아기의 박동에 고정되어 있었다.
“백지훈! 너 내 말 안 들어? 당장 서시스트(Assistant) 멈추고 뒤로 물러서! 이건 과장 명령이야!”
서은혜가 날카롭게 질렀다.
그러나 백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해인의 손끝으로 기구(Forceps)를 밀어 넣었다. 그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지만, 해인의 지시를 따르는 움직임은 본능에 가까웠다.
“타이(Tie) 준비하십시오, 백 선생.”
해인의 나지막한 명령에 백지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예! 준비되었습니다!”
해인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속도였다.
사각, 사각.
초당 2바늘. 극도로 얇아진 우심방 외벽을 바늘이 통과하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전 세계 시청자들의 귀에 기계적인 리듬으로 전달되었다. 시스템 시뮬레이션이 제시하는 파란색 궤적을 따라, 해인의 메탈 핀셋과 바늘은 단 0.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혈관벽을 관통했다.
서은혜는 그 비현실적인 봉합 속도에 압도당해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녀 역시 흉부외과 분야에서 뼈가 굵은 전문가였다. 그렇기에 지금 한해인이 보여주고 있는 집도 능력이 어떤 경지에 닿아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것은 기교가 아니었다. 3D 스캔 데이터와 완벽하게 동기화된, 오직 신만이 도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정밀함이었다.
사각, 사각, 사각.
마지막 결찰(Tie)이 지어지는 순간, 해인은 가볍게 실을 당겨 긴장도를 조절했다. 우심방의 늘어났던 조직이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수축했다.
동시에 이준우의 심장이 한층 더 힘차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수술실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생체 신호 모니터의 경고음이 일제히 잦아들었다. 대신 가장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박동음이 방 안을 메웠다.
“산소 포화도 100%.”
마취과 의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혈압 80에 50. 맥박 분당 120회. 완벽하게 안착했습니다. 심폐기 완전히 이탈합니다.”
수술실을 지배하던 죽음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히는 순간이었다. 기적과도 같은 완전한 회복이었다.
[ 딩- 동- ] [ 환아 이준우의 심장 우심방 재건 및 문합 수술 최종 완료! ] [ 완료 등급: SSS (신화적 업적) ] [ 최종 완료 추가 보상: 메디컬 포인트 500 SP 지급! ] [ 특수 상설 기능 활성화: '영구적 소아 흉막 전사 기능(Permanent Pediatric Pleural Transfer)' 획득! ] [ *효과: 소아 환자의 흉막 절개 시 발생할 수 있는 미세 유착을 100% 예방하며, 조직 복구 속도를 3배 이상 향상시킵니다. ]
동시에 실시간 라이브 화면 위로 도네이션과 격려의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SurgicalGod]: 이건 진짜 신의 손이다. 교과서를 완전히 갈아엎어야 해. - [SaveTheKids]: 1,000,000원 후원! 아기의 치료비로 써주세요! 대학병원 카르텔 놈들은 이 돈에 손대지 마라! - [Justice_Now]: 서은혜 과장대행이랑 부원장 얼굴 박제 완료. 당장 보건복지부에 민원 넣었습니다. 살인미수범들 구속 수사하라! - [Dr_Kim]: 병원 기획처가 이 수술을 막으려 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의사로서 부끄럽습니다.
서은혜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병원 기획처장', '홍보실장', '이사장 비서실' 등의 이름이 쉴 새 없이 번갈아 가며 떴다. 이미 원내 여론과 대외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서은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가처분 통지서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김태식 부원장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보안요원들에게 서둘러 손짓하며 뒤로 물러섰다.
“수술 끝났습니다. 환아는 소아 중환자실(PICU)로 이송합니다.”
해인은 메스를 트레이에 내려놓으며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흥도, 승리의 기쁨도 묻어나지 않았다. 오직 기계적인 완결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수술대에서 물러나 서은혜를 향해 걸어갔다.
서은혜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한해인의 무감정한 눈빛이 자신을 관통하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툭.
해인은 서은혜의 얼굴 바로 옆에 걸려 있던 황색 의료폐기물 수거함의 페달을 밟았다. 뚜껑이 열리자, 그녀는 손끝에 묻은 붉은 혈흔이 선명한 라텍스 장갑을 미련 없이 벗어 던졌다. 장갑은 서은혜의 뺨을 스치듯 지나가 수거함 속으로 툭 떨어졌다.
“비키시죠. 소독해야 합니다.”
해인은 서은혜를 어깨로 가볍게 밀치며 수술실 자동문 너머로 걸어 나갔다. 강민우는 그녀의 뒷모습과 함께, 멍하니 서 있는 서은혜의 일그러진 얼굴을 마지막으로 비춘 뒤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수술실 밖 복도는 차가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해인이 피 묻은 수술복을 입은 채 복도 끝으로 코너를 도는 순간, 그 정적은 깨졌다.
그곳에는 고급 이탈리아제 정장을 미끈하게 차려입은 사내 셋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 선 사내의 가슴에는 대한대학병원 재단 법무팀의 골드 배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법무팀장이 차가운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붉은색 재단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두꺼운 서류 봉투를 해인의 가슴팍을 향해 내밀었다.
“한해인 선생.”
그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단호했다.
“재단 이사장 차현태 회장님의 직속 명령입니다. 무단 수술방 점거 및 재단 자산 침해, 그리고 불법 라이브 방송 송출로 인한 병원 명예훼손 혐의로 이 시간부로 한해인 선생의 의사 자격을 잠정 정지하며, 소아외과 전문의 직위 해제를 처분합니다. 이 처분서는 즉시 효력이 발생합니다.”
붉은 인장이 찍힌 종이가 해인의 무감정한 눈동자에 차갑게 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