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장 문 열어! 한해인, 너 지금 불법 무단 집도에 의료법 위반이야! 보안팀, 뭐 해? 이 문 부숴!”

수술실 외벽을 타고 흐르는 서은혜의 날카로운 고함이 강화유리 너머로 둔탁하게 꺾여 들어왔다. 쾅, 쾅, 하고 철제 문틀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해인의 오른손에 쥐어진 15번 메스 날이 생후 3개월 된 환아, 이준우의 흉골 정중앙선 표피 위 0.5밀리미터 상공에서 멈춰 있었다.

칼날 끝이 닿기 직전, 해인의 시야 우측 하단에 떠오른 시스템의 반투명 인터페이스가 전선 내부의 불꽃처럼 파르르 떨렸다.

[ 경고: 과부하 연산 게이지 99%에서 고착. ] [ 시스템 동조율 불완전. 호스트의 생체 징후가 급격히 저하됩니다. ]

“욱……, 흐윽!”

폐포 깊숙한 곳에서부터 산소를 갈구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후두개가 쇠사슬로 묶인 것처럼 단단히 조여들었다. 기도가 막힌 듯한 극심한 폐색감이 흉강을 짓눌렀다.

해인의 턱 끝에서 차가운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려 마스크 안쪽을 적셨다. 안구 전면에 투사되던 청색의 3D 심장 모델이 노이즈를 일으키며 찌그러졌다.

라이브 스트리밍의 연산 속도가 시청자들의 불안감과 동조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폭증하는 동시에, 집도의인 해인의 목숨을 옥죄는 시스템의 제약이 가동된 탓이었다. 수술 실패 시 선사되는 ‘영구적 전신 운동 신경 마비’라는 족쇄가 그녀의 척추를 타고 서늘하게 흘러내렸다.

‘여기서 멈추면…… 나는 물론이고, 이 아이도 죽는다.’

해인은 감정적 실인증 환자였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아이를 보아도 슬픔이나 연민 같은 정서적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느끼는 것은 오로지 기하학적 불합리함에 대한 거부감뿐이었다. 완전히 맞춰져야 할 퍼즐 조각이 타인의 탐욕과 방치로 인해 부서지는 꼴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왼손으로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쥐며 억지로 호흡의 대칭을 맞추려 애썼다.

스스슥.

그때, 수술복 하의 우측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정전기 같은 미세한 진동과 함께 딱딱한 금속성 물체가 감각 세포를 자극했다.

수술실로 들어서기 직전, 강민우 PD가 그녀의 주머니에 은밀하게 밀어 넣었던 위성 통신용 초정밀 비상 무선 라우터 칩셋이었다. 병원의 통제선 밖에서 독자적인 주파수를 쏘아 올리는 그 작은 쇳조각의 감촉이, 지금 이 고립무원의 수술실에서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 고리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해인 선생! 마이크 넘어갑니다. 버티세요!”

수술방 내부 인터콤 스피커를 통해 강민우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수술실 벽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의 우측 윈도우가 빠르게 전환되었다. 강민우가 구축한 뉴미디어 라이브 스트리밍 채널의 중계 화면이었다.

그가 사전에 조율해 둔 글로벌 외과 네트워크 ‘Surg링크’와 유튜브 메인 스트리밍 서버가 동시에 폭파하듯 활성화되었다.

- [LIVE] 대한대학병원 소아외과 한해인 교수, HLHS 복합 기형 응급 단독 집도 중계-

화면이 열리기 무섭게 실시간 접속자 수가 디지털 계기판처럼 치솟았다.

3,500명. 7,000명. 그리고 순식간에 12,000명 돌파.

[ 실시간 데이터 스트리밍 채널 동기화 완료. ] [ 글로벌 뷰어십 급증: 소아외과 학회 소속 전문의 대거 유입 시작. ]

실시간 채팅창이 미친 듯이 롤링되기 시작했다.

- 아이디 ‘Cardio_MD’: HLHS(좌심형성부전증후군)에 단일 관상동맥 기형이 동반된 케이스라고? 이걸 라이브로 연다고? 미쳤나? - 아이디 ‘Surg_Master’: 이건 메스를 대는 순간 즉사다. Norwood 수술로 이 혈관 주행 경로를 어떻게 피하겠다는 거지? 불가능해. 100% 테이블 데스 각이다. - 아이디 ‘시민1’: 병원이 적자라고 수술 거부해서 전원 보내려던 애라며? 의사들이 사람 살려야지 돈 계산을 먼저 해? - 아이디 ‘바람의흉부’: 소아외과 과장대행 서은혜가 수술 취소하고 애 버리려던 거 한해인 교수가 방 잠그고 들어간 거래요! 지금 밖에서 문 부수고 난리 난 소리 다 들림!

전 세계 외과 전문의들의 회의적인 시선과, 병원 카르텔의 추악한 민낯을 알게 된 대중의 날 선 분노가 실시간으로 교차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차갑게 식어가던 방 안의 공기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몰입도를 영양분 삼아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딩- 동- ] [ 급격한 시청자 몰입도 상승으로 연산 자원 대량 확보! ] [ 메디컬 포인트 획득: +800 SP... +1,500 SP... +2,900 SP... ] [ 누적 메디컬 포인트: 6,400 SP 돌파! ]

“하아아아아아아!”

막혀 있던 해인의 기도가 단숨에 열렸다. 폐포 가득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며 심폐 기능이 정상 궤도로 복귀했다. 흐릿하게 일그러졌던 망막 위의 홀로그램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고 정교하게 재구성되었다.

[ 5,000 SP 소모: 새로운 우회 수술 경로 연산 및 활성화 완료. ] [ 신규 보상 획득: 특수 시각 모듈 ‘미세 혈관 수축률 뷰어(Microvascular Contraction Viewer)’가 개방됩니다. ]

해인의 눈앞에 완전히 새로운 시각 혁명이 일어났다.

이준우의 가슴 표피 아래, 쌀겨처럼 얇고 왜소한 우심실 유출로(RVOT)의 실시간 수축 상태가 격자무늬의 3D 그래픽으로 덧씌워졌다. 미세 혈관들의 외벽 두께는 물론, 혈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압력 변화에 따른 혈관 수축률이 실시간 백분율(%) 수치로 공중에 부유했다.

단일 관상동맥의 주행 경로가 붉은색 실선으로 뚜렷하게 발광하고 있었다. 가이드라인이었다.

“어시스트, 나이프.”

해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줌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서은혜의 조롱도, 문을 부수려는 소음도 그녀의 완벽한 수술 영역 식탁 위에서는 소음조차 되지 못했다.

그녀는 오직 눈앞에 펼쳐진 고도로 정밀한 기하학적 가이드라인에 극도로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서걱.

가장 먼저 메스 날이 환아의 얇은 가슴 표피를 갈랐다. 피가 배어 나오기도 전에 어시스턴트로 나선 전공의 백지훈이 바이폴라 포셉으로 정확하게 지혈을 시행했다.

“지훈 선생, 흉골 절개기(Sternum saw) 준비해.”

“예, 예? 아, 예 교수님!”

백지훈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수술실 안에서, 오직 한해인이라는 한 인간의 압도적인 침묵론에 압도당해 고분고분 움직이고 있었다.

징이이이잉-!

절개기가 이준우의 작은 흉골을 가르는 날카로운 기계음이 수술실을 채웠다. 흉강이 열리자,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기형 심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모습이 라이브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 아이디 ‘Anatomy_King’: 주행 경로가 최악이다. 관상동맥 기시부가 우심실 유출로 바로 뒤에 숨어 있어. 저걸 건드리지 않고 DKS(Damus-Kaye-Stansel) 문합을 한다고? - 아이디 ‘Surg_Master’: 손이 0.1밀리미터만 흔들려도 관상동맥이 찢어진다. 봉합사를 넣을 공간조차 없어 보이는데?

채팅창의 우려를 비웃듯, 해인의 손은 기계보다 더 정교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시야에는 ‘미세 혈관 수축률 뷰어’가 조영하는 백분율 수치가 쉼 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 우심실 외벽 혈관 수축률: 12% (가용 절개 영역 확보 가능) ] [ 대동맥 판막 폐쇄 지점 압력 점수: 45mmHg ]

해인은 메스를 내려놓고 메트젠바움 가위(Metzenbaum scissors)를 잡았다. 관상동맥 주변의 섬유 조직을 깃털을 쓸어내리듯 부드럽고 신속하게 박리(Dissection)해 나갔다.

보통의 외과의라면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머리카락보다 얇은 결합 조직의 경계선이 그녀의 시야에는 뚜렷한 청색 경계선으로 보이고 있었다.

“포셉.”

해인의 나직한 명령에 백지훈이 기계적으로 도구를 건넸다.

박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했다. 단 3분 만에, 우심실 유출로를 가로막고 있던 기형 관상동맥이 주변 조직으로부터 온전히 분리되어 허공에 띄워졌다. 단 한 방울의 유의미한 출혈도 없었다.

- 아이디 ‘Cardio_MD’: 세상에…… 저걸 저렇게 빨리 박리해 낸다고? 돋보기를 쓰고 봐도 안 보일 미세 섬유를 칼같이 발라냈어! - 아이디 ‘의학도A’: 손놀림이 인간의 영역이 아닌데? 로봇 수술기로 하는 것보다 정밀하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25,000명을 향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동시에 대한대학병원 기획조정실은 통제 불능의 사태에 직면해 있었다.

***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저 방송 안 꺼?!”

기획조정실 대회의실. 대형 모니터로 송출되는 한해인의 수술 라이브 화면을 보며 외과 부원장 김태식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옆에 서 있던 기획조정실 팀장이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보고했다.

“그게…… 일반 병원 내부 유선망을 차단하려고 고유 IP를 전부 블랙리스트에 올렸는데도 스트리밍이 끊기지 않습니다! 수술실 내부에서 정체불명의 비상 무선 위성망이 가동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파수 간섭을 시도해도 암호화 프로토콜이 너무 복잡해서 불가능합니다!”

“그럼 수술방 전원을 내려!”

김태식이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미쳤습니까, 부원장님? 인공심폐기(CPB)가 돌고 있는 수술방 전원을 내리면 환아가 즉사합니다! 그게 라이브로 전 세계에 나가면 우리 병원은 살인 병원으로 찍혀 문 닫아야 합니다!”

팀장의 반박에 김태식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니터 속 실시간 채팅창에는 병원 카르텔을 향한 대중의 공분이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 ‘대한대학병원이 12억 적자 때문에 3개월짜리 아기 버리려고 전원 지시 내렸다며?’ - ‘서은혜 과장대행이라는 여자는 수술 방해하려고 밖에서 문 부수고 있네. 의사 맞냐?’ - ‘보건복지부에 민원 넣었습니다. 대한대병원 특별 세무조사하고 면허 박탈해야 합니다.’

“으, 으윽……!”

김태식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여론은 이미 대한대학병원을 ‘돈에 미쳐 아기를 죽이려는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 수술이 성공하는 순간, 수술을 거부하고 방해하려 했던 자신들은 사회적으로 완전한 매장을 당하게 될 것이 자명했다.

“보안팀 서브 보드로 접근시켜! 수술실 내부 공용 와이파이 단자함이라도 물리적으로 부숴서 연결을 끊으라고 해! 물리적 수단이라도 동원해!”

김태식의 비명 섞인 명령에 보안팀원들이 무전기를 들고 복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쾅! 쾅! 쾅!

“한해인! 당장 멈춰! 병원 무단 점거 및 불법 수술 행위로 형사 처벌받고 싶어?!”

에어샤워 대기실 너머에서 서은혜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울렸다. 보안요원들이 쇠지렛대를 가져와 수술실 외벽 제어반과 자동문 틈새를 억지로 벌리려 하고 있었다.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해인의 세계는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의 온 신경은 오직 이준우의 심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인공심폐기 가동. Flow 0.8로 올리고, 체온 28도까지 낮춰.”

체온이 내려가며 미세 혈관 수축률 뷰어의 수치들이 급격히 변동하기 시작했다.

[ 경고: 저체온증으로 인한 미세 혈관 수축률 급등. ] [ 관상동맥 기시부 압착 위험도 88% 돌파. ]

“Del Nido 심정지액(Cardioplegia) 주입.”

해인은 망설임 없이 심정지액을 관상동맥 초입부에 직접 주입했다. 요동치던 이준우의 심장이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플랫라인(Flatline)을 그리는 모니터의 비프음이 수술실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승부처였다. 심장이 멈춘 골든타임 내에 단일 관상동맥을 완벽하게 우회시키고, 대동맥과 폐동맥을 하나로 합치는 대동맥 Reconstruction(재건술)을 끝내야 했다.

“6-0 프롤린(Prolene) 봉합사.”

해인은 바늘을 쥐었다. 보통의 Norwood 수술이라면 대동맥을 광범위하게 절개해야 전방위 시야가 확보되지만, 이준우의 기형 관상동맥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직 3밀리미터 수준의 극소 부위만을 절개하여 우회로를 만들어야 했다.

일반적인 외과의라면 바늘귀조차 통과시키기 힘든 좁은 공간.

해인의 시야 속에서 3D 가이드라인이 바늘의 최적 진입 각도와 깊이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투사했다.

[ 문합 각도: 42도. ] [ 자입 깊이: 0.3mm 유지 요망. ]

슈욱. 슈욱.

해인의 손끝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봉합사가 왜소한 혈관벽을 통과했다.

그녀의 손놀림에는 단 한 치의 군더더기도, 떨림도 없었다.

서은혜가 문 밖에서 고함을 지르고, 보안요원들이 서브 제어반의 전선을 뜯어내며 수술실의 보조 조명이 깜빡이는 순간에도 해인의 동공은 흔들리지 않았다.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그녀의 뇌는, 외부의 위협을 완벽하게 노이즈로 필터링하고 있었다.

- 아이디 ‘Surg_Master’: 미친…… 저 각도에서 바늘을 찔러 넣는다고? 혈관 뒷벽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앞벽만 정확하게 문합하고 있어. - 아이디 ‘Cardio_MD’: 이건 신의 손이다. 인간이 흉내 낼 수 있는 정밀함이 아니야. - 아이디 ‘USA_Surg’: 전 세계 소아 흉부외과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수준의 완벽한 DKS 문합이다. 저 젊은 여의사 정체가 대체 뭐지?

글로벌 외과 커뮤니티는 이미 경악을 넘어 종교적인 경외감에 휩싸여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묶음(Tie)이 지어졌다.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던 단일 관상동맥이 새로 구축된 광활한 대동맥 우회로 위에 안전하게 안착했다. 혈류가 흐를 수 있는 완벽한 통로가 완성된 것이다.

“클램프 오프(Clamp off). 인공심폐기 이탈 준비.”

해인이 차갑게 지시했다.

심장의 대동맥 겸자를 제거하자, 막혀 있던 혈류가 새로 문합된 혈관을 타고 이준우의 심근 전체로 붉은 빛을 띠며 퍼져 나갔다.

두근.

작은 전율과 함께, 멈춰 있던 아기의 심장이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박동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생체 모니터의 심전도 그래프가 가장 이상적인 싸인파를 그리며 요동쳤다. 산소 포화도 100%. 혈압 75에 45, 소아 기준으로 완벽한 수치였다.

“수술 성공입니다……!”

백지훈이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수술실 내부에 감돌던 팽팽한 긴장감이 일순간에 거대한 승리감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시스템 알림이 해인의 귓가를 때렸다.

[ 딩- 동- ] [ 환아 이준우의 심장 우회로 문합 성공! ] [ 완료 등급: SSS (완벽한 구조적 재건) ] [ 보상: 메디컬 포인트 15,000 SP 지급 및 호스트 체력 완전 회복! ]

해인은 메스를 트레이에 내려놓았다. 가볍게 떨리는 손끝을 감추지도 않은 채, 그녀는 마스크 너머로 차가운 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수술실 에어샤워 대기실의 이중 잠금장치가 강력한 물리적 충격에 의해 뜯겨 나가며, 굉음과 함께 철제 문이 벽면에 부딪혔다.

뿌연 먼지 사이로 붉은색 완장을 팔에 두른 서은혜가 외과 부원장 김태식과 병원 보안요원 대여섯 명을 대동한 채 수술실 내부로 거칠게 들이닥쳤다. 그들의 손에는 법원의 무단 점거 가처분 통지서와 ‘불법 생방송 중단 압수 위원’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한 완장이 들려 있었다.

“한해인! 당장 그 더러운 방송 끄고 메스 내려놓고 나와! 넌 이제 의사도 아니고, 무단 침입 및 의료법 위반 현행범이야!”

서은혜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해인을 매섭게 쏘아붙였다. 보안요원들이 해인의 양옆으로 험악하게 다가오는 일촉즉발의 순간, 해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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