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포화도 64%. 계속 떨어집니다.”
인공호흡기 모니터의 경고음이 수술실 예비 유도실의 정적을 찢었다. 붉은색 경고등이 한해인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번갈아 명멸했다.
이동형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 있는 생후 3개월의 환아, 이준우. 체중은 겨우 3.2킬로그램에 불과했다. 아이의 가슴 가죽 아래에서 빈사 상태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좌심실이 정상 크기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극단적인 소아 심장 왜소증, 즉 좌심형성부전증후군(HLHS)이었다.
“프로스타글란딘 E1 주입 펌프 속도 올려. 대동맥관이 닫히는 순간 끝이야.”
해인의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다. 타인의 슬픔도,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못하는 감정 인지 장애. 그녀에게 이 준우라는 생명은 당장 정밀한 수리를 거치지 않으면 멈춰버릴, 극도로 정교하고 연약한 유기체 기계에 불과했다.
철컥, 유도실의 자동문이 거칠게 열리며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가 들이닥쳤다. 대한대학병원 소아외과 과장 대행, 서은혜 부교수였다. 그녀의 손에는 이사장실의 직인이 찍힌 전원 명령서가 들려 있었다.
“한해인 임상강사! 지금 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
서은혜의 날 선 고성이 좁은 유도실 벽면에 부딪쳐 튕겼다. 그녀의 눈동자는 독기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환아, 오늘부로 삼진병원으로 전원 조치 결정 내려졌어. 당장 이송용 앰뷸런스에 태워.”
“삼진병원까지는 사설 구급차로 최소 40분이 소요됩니다.”
해인은 차트를 고정하는 메탈 클립을 톡, 하고 건드리며 서은혜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이송 도중 가속도로 인한 흉강 내 압력 변화와 산소 불포화로 대동맥관이 폐쇄될 확률은 98.7%입니다. 삼진병원 로비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 판정을 내리게 될 겁니다.”
“그건 이송 과정에서의 불가항력적인 사고일 뿐이야! 우리 병원 책임이 아니라고!”
서은혜가 명령서를 해인의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종이가 파르르 떨렸다.
“이사장님의 소아 병동 구조조정 방침 몰라? 이 환아 한 명 수술하는 데 들어가는 소아용 인공폐 기계값, 어시스트 인건비, 그리고 만에 하나 잘못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소송 리스크까지 계산해 봤어? 적자 누적액만 이번 분기에 12억이야! 병원이 자선단체인 줄 알아?”
유도실 유리창 너머로 복도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환아의 어머니가 보였다.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같은 울음소리가 방음벽을 뚫고 희미하게 새어 들어왔다.
하지만 해인의 심박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뇌는 여자의 눈물을 슬픔이 아닌 ‘수분과 염화나트륨의 배출 현상’으로 분류했다. 다만, 해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완벽한 외과적 알고리즘이 격렬하게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살릴 수 있는 기계를, 단지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폐기처분하는 비합리성. 그것이야말로 해인이 가장 혐오하는 무질서였다.
“의사는 계산원이 아닙니다, 서 교수님.”
해인의 평온한 말투가 오히려 서은혜의 신경을 긁었다.
“그리고 이 환아의 수술 권한은 저에게 있습니다.”
“웃기지 마! 넌 일개 임상강사야. 내가 소아외과 과장 대행으로서 명령해. 보안요원들 들어오라고 했으니, 당장 비켜!”
서은혜가 무전기를 들려던 그 순간이었다.
해인의 길고 곧은 손가락이 인큐베이터의 바퀴 잠금장치를 툭 차서 풀었다. 그리고 그대로 카트를 밀어 수술실 안쪽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야! 한해인!”
서은혜가 소리를 지르며 해인의 가운 자락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해인은 이미 한 걸음 빨랐다. 그녀는 인큐베이터를 수술실 안으로 밀어 넣음과 동시에, 벽면에 설치된 수술실 비상 격리 버튼을 내리눌렀다.
스르륵, 타드득.
두꺼운 차압식 납 차단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히기 시작했다. 감염 방지 및 의료진 보호를 위해 내부에서만 제어할 수 있는 강제 잠금장치였다.
“한해인! 문 열어! 이거 무단 침입이야! 네 의사 면허를 걸고 장난쳐? 당장 열란 말이야!”
두꺼운 강화유리 벽 너머로 서은혜가 주먹으로 유리를 두들기며 악을 썼다. 복도 저편에서 무전을 받고 달려온 보안요원 서너 명이 합세해 문을 강제로 개방하려 비상 키패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잠금장치 해제까지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5분 남짓이었다.
수술실 내부의 공기는 서늘하고 정적에 잠겨 있었다. 해인은 아무런 동요 없이 멸균 처리된 수술 장갑을 양손에 끼워 넣었다. 고무가 피부에 밀착되는 팽팽한 마찰음이 고요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가 환아의 흉부를 소독하기 위해 포비돈 액을 적신 거즈를 집어 든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지직!
망막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스파크와 함께 해인의 시야가 급격히 뒤틀렸다.
눈앞에 정체불명의 반투명한 푸른색 디지털 홀로그램 UI가 허공에 펼쳐졌다. 물리적인 스크린이 아니었다. 오직 그녀의 시신경에 직접 투사되는 초차원적인 빛무리였다.
[ 시스템 가동: 라이브 서저리 대장(大將) 시스템이 최초 각성합니다. ] [ 호스트: 한해인 (외과전문의) ] [ 연결 상태: 대기 중 (실시간 연산 연동 필요) ] [ 경고: 본 시스템은 전 세계 시청자의 실시간 몰입도와 도네이션을 연산 자원(메디컬 포인트)으로 치환합니다. 수술 중 시청률 및 몰입도 급감 시 시스템 가동이 중단되며 호스트에게 극심한 과호흡 증세가 발생합니다. 수술 실패 시 패널티: 영구적 전신 운동 신경 마비. ]
“이건 무슨…….”
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헛잔상인가 싶어 눈을 깜빡였지만, 푸른색 시스템 창은 더욱 선명하게 공간을 장악했다. 가상 화면 우측 하단에는 [시청자 수: 0명]이라는 회색 글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동시에 수술방 내선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해인은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 한 선생! 나야, 강민우 PD!
전화기 너머에서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흥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송국 다큐멘터리 PD 출신이자, 대학병원의 썩은 카르텔을 깨부수기 위해 뉴미디어 스트리밍 채널을 구축하던 해인의 유일한 조력자였다.
- 지금 수술실 앞 CCTV 해킹해서 보고 있어! 서은혜 그 인간이 보안팀이랑 마스터키 찾으러 기획처로 뛰어갔다! 너 진짜 미쳤구나? 승인도 없이 칼을 대겠다고?
“강 PD.”
해인은 아이의 가슴팍에 소독약을 바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방송 열어.”
- 뭐? 지금 바로?
“병원 내부망은 곧 차단될 거야. 이사회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원내 와이파이 말고, 네가 가지고 있는 외부 무선 회선으로 다이렉트 송출해. 전 세계 멀티 플랫폼 어디든 상관없어.”
- 하하…… 미치겠네, 진짜. 이 다큐쟁이 피를 끓게 만드는구나. 좋아! 마침 대기시켜 둔 해외 고화질 라이브 스트리밍 서버가 있어. 채널명은 뭘로 할까?
“수술실의 천재 외과의.”
해인이 메스를 쥐며 차갑게 읊조렸다.
- 끝내주네! 대형 방송 사고로 내 인생 한 번 걸어보지. 3, 2, 1…… 송출 시작한다!
삐익-!
수술실 천장에 설치된 고화질 수술용 카메라의 작동 표시등에 붉은 불빛이 들어왔다. 동시에 해인의 시야 속에 존재하던 시스템 창의 숫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 실시간 스트리밍 연동 완료. ] [ 초기 시청자 유입 시작: 120명... 450명... 1,200명... ] [ 몰입도 연산 자원 확보 중. 환부 3D 실시간 예측 시뮬레이션을 활성화합니다. ]
스르릉.
해인의 시야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했다.
인큐베이터 안, 생후 3개월 아이의 흉강 가죽이 투명하게 비치더니, 그 안에서 박동하는 심장의 미세 혈관 주행 경로와 판막의 움직임이 3D 홀로그램으로 겹쳐 보였다. 대동맥과 폐동맥의 연결 상태, 그리고 당장이라도 닫힐 듯 오그라들고 있는 대동맥관의 수축률이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실시간 수치로 조영되었다.
[ 대동맥관 개존(PDA) 수축률: 89.2% (폐쇄 진행 중) ] [ 위험도: 극대 (수술 시작 기한 180초 남음) ]
“이건…….”
해인은 자신의 손가락 끝을 내려다보았다. AR로 구현된 가이드라인이 메스를 대어야 할 정확한 절개 궤적을 붉은 선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오차 범위 0.1밀리미터 이하의 완벽한 내비게이션이었다.
쾅! 쾅! 쾅!
그때, 수술실 철제 문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서은혜가 기획처에서 가져온 비상 마스터키를 카드 리더기에 꽂아 넣고 있었다.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며 차단문의 잠금 고리가 풀리는 기계음이 들렸다.
“한해인! 당장 멈춰! 보안요원들, 들어가서 저 미친년 끌어내!”
서은혜의 고함과 함께 차단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오직 3D 시뮬레이션이 그려내는 붉은 선과, 맹렬하게 치솟는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 수만을 쫓고 있었다.
[ 시청자 수: 15,400명 돌파! ] [ "미친, 이거 실제 수술이야?", "대학병원 수술실 라이브라고?", "아기 심장 수술을 생중계한다고?!" ] [ 실시간 채팅 몰입도 급증. 연산 엔진 가동률 90% 돌파. ]
해인의 손이 움직였다. 차가운 메스 날이 아이의 여린 흉부 표피에 닿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지직!
갑자기 시야 속의 푸른 홀로그램 UI가 붉은색 경고등으로 도배되며 격렬하게 점멸했다.
[ 경고: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한 트래픽 과부하 발생. ] [ 시스템 연산 게이지: 97%... 98%... 99%... ] [ 연산 게이지가 99%에서 고정되었습니다. 버퍼링 중…… ]
“윽!”
순간, 해인의 허파를 무거운 바위가 짓누르는 듯한 극심한 압박감이 엄습했다.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듯 목구멍이 턱 막혔다. 과호흡 증세였다. 시스템의 제약이 그녀의 신체를 직접 구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앞의 3D 혈관 가이드라인이 거칠게 흔들리며 왜곡되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고, 서은혜와 보안요원들이 수술실 내부로 들이닥치기 직전이었다. 해인의 메스를 쥔 손끝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커헉, 흑……!”
폐포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한 공기가 목구멍 언저리에서 허망하게 흩어졌다.
기도가 쇠사슬로 조여드는 듯한 압박감에 한해인의 무릎이 꺾였다. 수술대 모서리를 움켜쥔 고무장갑 낀 손끝이 하얗게 질려갔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 멸균 마스크를 적셨다.
감정적 실인증을 앓는 그녀에게도 신체적 고통은 물리적 실체로 다가왔다. 산소 결핍으로 인해 시야 가장자리가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 시스템 경고: 연산 자원 부족으로 인한 패널티 가동. 호스트의 동맥혈 산소포화도(SaO2)가 88%로 하락합니다. ] [ 라이브 서버의 시청률 폭발로 인한 트래픽 지연. 예측 시뮬레이션 싱크율 99%에서 고정. ]
‘빌어먹을…… 기계 주제에 지연 시간(Latency)을 발생시키다니.’
해인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냉정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산소포화도를 계산했다. 이대로 3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된다. 하지만 수술을 포기하는 순간 돌아오는 패널티는 전신 마비, 의사로서의 사형 선고였다.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강제로 시스템의 연산 게이지를 100%로 끌어올리는 것.
쿠콰쾅!
그 장벽을 깨부수듯, 수술실 비상 차단문이 완전히 열리며 굉음을 냈다.
“한해인!”
서은혜가 보안요원 세 명을 대동하고 수술방 안으로 난입했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미친년이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당장 메스 내려놓고 손 떼! 보안팀, 뭐 해? 저 여자 안 끌어내고!”
건장한 체구의 보안요원 두 명이 해인의 양팔을 붙잡기 위해 거칠게 다가왔다.
해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메스를 쥔 오른손을 환아의 흉골 상단 1센티미터 위에 고정했다. 단 0.1밀리미터의 흔들림도 없는, 기계적인 고정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보안요원들을 향해 차갑게 빛났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목소리는 과호흡으로 인해 잘게 갈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안광은 수술용 메스보다 예리했다.
“이 환아는 지금 연수막 하부의 대동맥관 압력으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 제 손이 1밀리미터만 미끄러져도, 상행 대동맥이 파열되어 즉사합니다.”
“뭐, 뭐야?”
보안요원들이 주춤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해인의 시선이 그들의 어깨너머, 수술실 천장의 카메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2만 명의 시청자가 여러분의 얼굴과 소속, 그리고 이 수술실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가, 가짜 방송이 아니었어?”
서은혜의 시선이 천장의 붉은 녹화등과 벽면 모니터에 출력되는 실시간 스트리밍 화면으로 향했다. 화면 우측에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 [Dr_K]: 미친, 저 아줌마가 과장임? 환자 살리겠다는 의사를 끌어내려고 하네? - [HeartBeat]: 와, 실시간으로 살인 미수 현장 직관하는 거냐? 저 보안요원들 얼굴 캡처 완료. - [소아과지망생]: HLHS 환아를 이송하라고 한 것 자체가 의료 방임입니다. 한해인 선생 응원합니다!
“이, 이게 무슨…… 당장 꺼! 방송 송출 중단시켜!”
서은혜가 비명을 지르며 수술방 구석의 콘솔 박스로 달려갔다. 하지만 강민우 PD가 선제적으로 손을 써둔 상태였다. 원내 제어 권한은 이미 우회 통신망을 통해 완전히 격리되어 있었다.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극점에 달한 바로 그 순간.
[ 띠링! ] [ 시청자 몰입도 임계치 돌파! 연산 자원이 120%로 오버클록됩니다. ] [ 시스템 연산 게이지 100% 도달. 버퍼링 해제. ]
“후우우웁……!”
해인의 허파로 얼음처럼 차갑고 신선한 산소가 단숨에 흘러 들어왔다. 조여들던 목구멍이 뚫리고, 흐려졌던 시야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동시에 그녀의 안구 위에 투사된 3D 홀로그램이 완벽한 고해상도로 갱신되었다.
[ 3D 실시간 예측 시뮬레이션 완수. ] [ 환아 이준우의 심장 내부 구조 재구성 완료. ]
그러나 완벽하게 구현된 3D 심장 모델을 확인한 순간, 해인의 미간이 좁혀졌다.
단순한 좌심형성부전증후군(HLHS)이 아니었다.
재구성된 홀로그램 이미지 속에서, 좌심실에서 뻗어 나와야 할 관상동맥이 비정상적으로 왜소화된 우심실의 유출로(RVOT)를 가로질러 주행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대동맥 판막은 완전히 폐쇄된 상태에서 관상동맥의 기시부마저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었다.
‘단일 관상동맥 기형(Single Coronary Artery Anomalous Origin).’
수술 중 이 혈관을 1밀리미터라도 건드리는 순간, 심근 전체에 급성 경색이 오며 심장은 영구히 정지한다. 통상적인 Norwood 수술 기법으로는 100% 사망에 이르는, 소아 흉부외과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초고난도 복합 기형이었다.
“한해인, 너 아주 단단히 미쳤구나.”
서은혜가 콘솔 조작에 실패하자, 독이 바짝 오른 표정으로 해인을 쏘아보았다.
“라이브 방송? 여론 플레이? 그래, 맘대로 해봐. 하지만 그 아이가 테이블 데스(수술 중 사망)하는 순간, 넌 살인마로 전 세계에 생중계될 테니까! 당장 집도해 보시지!”
서은혜의 악에 받친 조롱이 수술실을 채웠다.
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 속에서 시스템의 붉은색 경고창이 다시 한번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 위험: 기존 집도 경로 적용 시 환아 사망 확률 99.4%. ] [ 실시간 시청자 수 35,000명 돌파. 시청자들의 불안도가 상승하며 시스템 동조율이 흔들립니다. ] [ 새로운 우회 수술 경로를 연산하시겠습니까? (필요 메디컬 포인트: 5,000 SP / 현재 보유: 1,200 SP) ]
보유 포인트 부족. 메스를 쥔 해인의 손끝에 다시 한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대로 메스를 대면 아이는 죽고, 자신은 전신 마비가 된다.
하지만 물러설 곳은 없었다. 해인은 차가운 메스 날을 환아의 가슴 정중앙선에 밀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