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다음 날 아침 8시 5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제3회의실.

두꺼운 참나무 문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법정 청문회라는 이름의 단두대. 전날 밤 차현태 이사장의 비서실장이 던져놓고 간 붉은 직인의 공문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임시 상임위원회는 오직 한 사람, 한해인의 의사 면허를 영구 박탈하기 위해 소집되어 있었다.

탁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

해인은 흰 가운 대신 단정한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걸음을 옮겼다. 감정적 실인증을 앓는 그녀의 심박수는 분당 65회.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였다. 단상 아래에는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과 전문위원들이 사냥감을 기다리는 늑대처럼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들 중심에 가장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사내, 대한대학병원 이사장 차현태가 보였다. 그는 해인이 들어서자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피심의인 한해인 선생. 발언대에 서십시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대행인 김태형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목소리에는 날 선 권위가 묻어났다.

"본 위원회는 한해인 자문의가 집도한 일련의 수술 라이브 방송이 심각한 의료법 위반 및 환자 개인정보 보호 의무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 보건복지부에 즉각적인 의사 면허 영구 박탈을 권고하기 위한 심의를 개시합니다."

해인은 발언대 중앙에 섰다. 그녀의 앞에는 세 대의 속기용 컴퓨터와 위원들의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질문하십시오."

해인의 짧고 건조한 대답에 김 의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한 선생, 본인이 의사입니까, 아니면 조회수에 미친 스트리머입니까? 지난 서진이의 수술 당시, 환자의 신체 내부와 수술 과정을 전 세계에 무단 송출했습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초상권과 의료법 제19조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범죄 행위입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않습니다."

해인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환자 서진이의 보호자로부터 라이브 송출에 대한 서면 동의서를 수술 전에 확보했습니다. 또한 해당 라이브는 단순한 오락용 스트리밍이 아닙니다. 집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사고를 방지하고, 당시 집도의였던 서은혜 교수의 치명적인 과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위한 유일한 의학적 투명성 확보 수단이었습니다."

"과실이라니요! 서 교수는 이미 사법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몸입니다. 그걸 왜 사적으로 방송에 내보내 대중의 심판을 유도합니까? 그것이야말로 여론 선동 아닙니까?"

우측에 앉은 친(親)차현태 계열의 박 의원이 책상을 쾅 치며 소리 질렀다.

해인은 손가락 끝으로 발언대 모서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서은혜 교수가 과거 집도 후 방치했던 소아 환자들의 수지 분석 차트 더미를 아십니까? 그 차트 뒤편에는 서 교수가 고의로 누락한 처방 기록들이 가득합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이미 해인의 서저리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는 5화에서 스캔해 두었던 서은혜의 과거 처방 오류 데이터가 완벽하게 적재되어 있었다.

"서진이의 수술 당시, 서 교수는 환자에게 '특정 페니실린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차트에 누락했습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과실이었습니다. 제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해 항히스타민제를 즉각 투여하지 않았다면, 서진이는 수술대 위에서 사망했을 겁니다. 이것이 사적 방송입니까, 아니면 살인 미수 현장을 고발한 공익 제보입니까?"

회의실이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차현태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그건 검찰에서 밝힐 일이고! 우리가 묻는 건 라이브 방송의 영리성입니다!"

김 의원이 당황한 기색을 지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은 글로벌 플랫폼 '메디캐스트'로부터 막대한 후원금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 이것이 영리 병원화와 무엇이 다릅니까? 이사회가 소아과를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웰니스 센터를 짓는 것을 비난하면서, 본인은 뒤로 방송 권력을 쥐고 돈벌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차현태가 옆자리 보좌관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순간, 회의실 천장의 무선 공유기 램프가 일제히 붉은색으로 변했다. 회의실 내부의 모든 와이파이 신호와 LTE, 5G 안테나가 일제히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국회 통신망 자체를 재단 측의 외압으로 일시 차단한 것이다. 라이브 송출을 막아 해인의 입을 원천 봉쇄하려는 더러운 수작이었다.

지잉.

해인의 귓가에 차가운 기계음이 울렸다.

[경고: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률 급감 조짐 감지.] [현재 시청자 수 급하강 중. 시스템 가동 중단 위기.] [경고: 가동 중단 시 호스트에게 극심한 과호흡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가슴이 턱 막혀왔다. 폐부의 산소가 순식간에 고갈되는 듯한 통증이 쇄골을 타고 올라왔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식 묘사처럼,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를 찢어발길 듯 커졌다. 쿵, 쿵, 쿵. 땀방울이 해인의 턱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차현태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여기선 네 장난감이 안 통하지, 한해인 선생."

하지만 해인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오른손을 재킷 안주머니로 가져갔다. 손끝에 닿는 차갑고 단단한 금속 칩셋. 2화에서 강민우 PD가 병원의 망 차단 공작을 대비해 은밀히 찔러 넣어주었던 '전 세계 위성망 통신용 초정밀 비상 무선 라우터 칩셋'이었다.

해인은 망설임 없이 칩셋을 꺼내 그녀가 들고 온 태블릿 PC의 확장 슬롯에 밀어 넣었다.

딸깍.

미세한 진동과 함께 태블릿 화면에 파란색 불빛이 점멸했다. 국회의 통신 잼머를 완전히 우회하는 초고속 위성 통신망이 활성화된 것이다.

[위성 통신 라이브 스트리밍 연결 완료.] [메디캐스트 실시간 시청자 수 복구: 1,200,000명 돌파.] [시스템 상태 정상화. 호스트 체력 및 산소포화도 99% 회복.]

막혔던 숨통이 단번에 트였다. 해인은 깊은 숨을 내쉬며 태블릿을 단상 전면 거치대에 고정했다. 카메라 렌즈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착각하신 모양인데."

해인의 목소리가 회의실 마이크를 타고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청문회 역시 메디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송출되고 있습니다. 현재 동시 접속자 수 120만 명입니다."

"뭐, 뭐라고? 당장 저 장비 압수해!"

김 의원이 당황해 방망이를 두드리며 소리쳤지만, 국회 방호원들은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전 세계 백만 명이 넘는 눈동자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발목을 묶었다.

"제가 영리적 목적으로 방송을 한다고 하셨습니까?"

해인이 차가운 눈빛으로 위원들을 훑었다.

"강민우 PD."

그녀의 호출에 맞춰, 태블릿 라이브 화면 하단에 붉은색 자막이 쉼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강민우가 미리 준비해 둔 상임위 위원들의 자산 및 주식 소유 현황 네트워크 데이터였다.

[보건복지위 위원장 대행 김태형: 대한대학병원 재단 산하 영리 의료 뷰티 법인 주식 15% 차명 보유 확인.] [박용식 의원: 차현태 이사장으로부터 최근 3년간 정치 후원금 및 재단 장학금 명목으로 총 4억 5천만 원 수수 의혹.] [민주상 의원: 배우자 명의의 강남 빌딩, 대한대학병원 입점 약국 권리금 거래 내역 포착.]

"이것이 법을 만드는 자들의 실체입니다."

해인의 냉소적인 음성이 청문회장을 얼려버렸다.

"소아 심장 기형 환아들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 치료를 '불법 의료 행위'로 몰아세우며 제 면허를 박탈하려는 이유가 정말 국민의 건강권 때문입니까? 아니면 차현태 이사장이 추진하는 영리 미용 센터의 지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까?"

"이, 이게 무슨 실례인가! 당장 방송 꺼!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거야!"

박 의원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질려 부르르 떨렸다. 다른 위원들 역시 실시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라이브 채팅창에 자신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휴대폰을 쥔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도덕적 고지에서 해인을 난도질하려던 그들의 칼날이 역으로 자신들의 목을 겨누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 침묵을 지키던 차현태 이사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포디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 차 있었다.

"한해인 선생. 아주 얄팍한 재주로 여론을 선동하는군."

차현태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위원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법은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한대학병원 소아과를 대규모 미용 웰니스 센터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위법이 아닙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K-뷰티 웰니스 산업 진흥' 가이드라인에 정확히 부합하는 합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입니다. 사립 재단이 적자 누적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부서를 정리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슨 죄란 말입니까?"

그는 검지손가락으로 해인을 가리켰다.

"병원 소유의 자산을 어떻게 처분하고, 어떤 의사를 고용할지는 사립 대학 재단의 고유 권한이자 절대권입니다! 법률 어디에도 경영 적자를 내는 소아과를 억지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한해인, 네가 아무리 날뛰어 봤자 재단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할 법적 근거는 없다!"

차현태의 단호한 외침에 법률 대리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법률적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반격이었다.

"위원장님! 사립학교법과 의료법에 의거, 사립 재단의 정당한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병원 명예를 실추시킨 한해인의 의사 자격 박탈 선언안을 즉각 표결해 주십시오!"

차현태가 위원장 대행의 단상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해인은 말없이 재킷 주머니 속의 패드를 만지작거렸다. 그 안에는 차현태가 이면으로 승인한 '소아과 병동 폐쇄 및 예산 삭감 기획 비밀 약정서' 실물 사진과, 백지훈이 넘겨준 VIP 불법 대리 수술 집도 현장의 클라우드 일련번호가 잠들어 있었다. 아직 꺼내지 않은 마지막 패였다.

김태형 위원장 대행이 떨리는 손으로 의사봉을 쥐었다.

"표결을…… 진행하겠습니다."

의사봉이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일촉즉발의 순간, 청문회장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무로 깎아 만든 의사봉이 허공에서 완만한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찰나의 순간, 해인의 검지손가락이 발언대 위 태블릿 화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탁.

의사봉이 청동판에 닿기 직전, 청문회장 전면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의 화면이 일제히 전환되었다. 국회 방송의 로고 대신 푸른빛의 스캔 레이아웃과 함께 고해상도 PDF 문서가 화면 가득 떠올랐다.

[대한대학병원 소아과 병동 단계적 폐쇄 및 HT 파트너스 자산 양도 비밀 약정서]

문서 우측 하단에는 붉은색 인장과 함께 ‘차현태’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회의실 내부의 웅성거림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의사봉을 쥔 김태형 위원장 대행의 손목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사립 재단의 정당한 자산 처분이라 하셨습니까."

해인의 건조한 음성이 마이크를 타고 청문회장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형법 제355조 업무상 배임, 그리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고의적으로 소아과 병동의 적자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유휴 부지를 본인의 개인 페이퍼 컴퍼니인 'HT 파트너스'로 저가 매각하는 행위는 경영권 행사가 아닙니다. 법학계에서는 그것을 '조직적 횡령'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이 무슨 허무맹랑한 조작을……!"

차현태의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해인의 손끝은 멈추지 않았다. 화면의 문서가 아래로 스크롤되며 대한대학병원 기획조정실의 서버 보안 메타데이터와 전자서명 인증 로그가 실시간으로 대조되어 나타났다. 위성 라우터를 타고 송출되는 메디캐스트의 라이브 화면에는 해당 문서의 다운로드 링크와 원본 무결성 검증 코드가 자막으로 투과되었다.

- [실시간 시청자 반응: "와, 저거 진짜네. 병원 이사장이 자기 아들 회사에 땅 넘기려고 애들 병동 굶겨 죽인 거잖아."] - [실시간 시청자 반응: "저 국회의원 놈들 다 한패였네. 주식 받아먹고 면허 박탈하려 한 거 보소."]

태블릿 화면에 표시된 동시 접속자 수는 순식간에 180만 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폭발적인 여론의 압박이 네트워크를 타고 청문회장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김태형 위원장 대행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의사봉을 쥔 채 덜덜 떠는 손을 테이블 아래로 숨기려 애썼다. 지금 이 자리에서 표결을 강행했다가 법적 공범으로 기소될 것이라는 공포가 그의 척추를 타고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해인이 차가운 눈빛으로 차현태를 응시했다.

"백지훈 선생이 제보한 외과 기획실 공용 클라우드의 일련번호를 함께 공개합니다."

화면에 16자리의 영어와 숫자가 혼합된 코드가 나타났다.

"이 클라우드 내부에는 서은혜 교수가 집도한 것으로 위장된 VIP 대상 불법 대리 수술 원본 영상 14건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대리 수술의 대가로 재단 계좌에 유입된 비자금의 흐름 역시 이미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로 실시간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한해인……!"

차현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잘 가꿔진 얼굴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가, 이내 핏기를 잃고 백지장처럼 변해갔다. 평생을 자본과 권력의 정점에서 군림해 온 남자의 오만함이 전 세계 백만 명의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청문회장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미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붙잡고 보좌관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바빴다.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려는 쥐새끼들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차현태는 순순히 무릎을 꿇을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단상을 거칠게 밀치며 해인의 코앞까지 걸어왔다. 그의 눈동자에는 광기 어린 독기가 가득 차 있었다.

"아주 훌륭한 쇼였어, 한해인 선생."

차현태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마이크가 꺼진 상태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뼈를 깎는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법원이 내 이사장 직무를 정지시키고 기소장을 던지기까지는 최소한 몇 주가 걸려. 그리고 그전까지, 대한대학병원의 모든 시설 통제권과 인사권은 정당하게 내 손아귀에 있다."

그가 주머니에서 개인 스마트폰을 꺼내 액정을 거칠게 두드렸다.

"지금 즉시 소아 중환자실(PICU)의 노후 장비 정밀 점검을 실시해라. 전력 및 산소 공급 라인을 차단하고, 병동 전체를 폐쇄한다. 중환자들은 타 병원으로 알아서 전원 조치하도록."

"무슨 짓을……!"

참관석에 있던 강민우 PD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차현태는 기괴할 정도로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해인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살려놓은 그 하찮은 벌레 같은 아이들, 오늘 안에 전부 숨이 넘어갈 거다. 내가 무너지면, 그 아이들이 가장 먼저 지옥으로 끌려간다는 뜻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나? 대검찰청에 칩셋을 넘기겠나, 아니면 내 구속 영장이 나오기 전에 아이들의 장례식장부터 알아보겠나?"

그 순간, 해인의 태블릿 화면에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대한대학병원 원내 중앙 관제 시스템과 연동된 응급 알림이었다.

[위험: 대한대학병원 제3동 소아 중환자실 전력 수동 차단 감지.] [환아 이준우: 인공호흡기 비상 배터리 가동 중 (잔여 시간: 15분).] [환아 이준우: 산소포화도 88%로 하강 중. 급성 심정지 위험.]

해인의 동공이 미세하게 축소되었다.

차현태가 던진 최후의 덫이, 소아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이들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그녀의 목을 겨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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