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포수의 미트가 아닌, 상대 타자의 배트 정중앙에 실밥이 얹히는 파열음이다. 9회 말 2사 만루, 볼카운트 2-2에서 허공을 가른 포심 패스트볼. 구속 97마일의 무딘 공은 우중간 담장 너머로 무참히 뻗어 나간다. 만루 홈런. 전광판의 격차가 5대 8로 뒤집히는 순간,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르는 단 한 장의 와일드카드 티켓이 신기루처럼 증발한다.
방관과 타협의 대가는 혹독하다. 구단주의 엔트리 개입을 묵인하고 주전 베테랑들의 라커룸 태업을 방치한 대가다. 8월 한때 5할 4푼을 기록하며 지구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팀 승률은, 9월 한 달간 6승 18패라는 처참한 수직 낙하를 기록했다. 팀 불펜 방어율은 5.82까지 치솟았고, 연봉 1,800만 달러짜리 거포의 조정 OPS는 .610으로 곤두박질쳤다. 감독인 당신의 시프트 지시를 비웃듯 피치클락을 고의로 위반하며 마운드 위에서 등을 돌리던 투수들의 오만한 눈빛이 유령처럼 뇌리를 스친다.
"이게 자네가 큰소리쳤던 데이터 야구의 결말인가?"
차갑게 식은 단장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해고 통지서와 잔여 계약 해지 합의서가 놓여 있다. 3년 총액 240만 달러의 감독 계약서 중 보장된 금액은 단 한 푼도 남지 않았다. '라커룸 통제 불능 및 구단 운영 방침 불이행'이라는 독소 조항이 당신의 목을 조른 결과다. 프런트는 패배의 모든 책임을 최연소 감독의 '경험 부족'과 '독선적인 리더십 부재'로 몰아붙이며 꼬리를 잘랐다.
*쾅.*
단장의 집무실 문이 닫히고, 당신은 한 상자 분량도 되지 않는 적은 짐을 든 채 구장 주차장으로 향한다. 화려한 외야 조명이 꺼진 구장은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 같다. 미래의 지식도, 혁신의 전략도, 중심을 잃은 어설픈 타협 앞에서는 한낱 종이비행기에 불과했다.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에이전트의 문자는 구차한 제안들뿐이다. 독립리그 투수코치, 혹은 아시아 변방 리그의 스카우터 임시직. 회귀라는 일생일대의 기적을 손에 쥐고도 결국 기어 올라간 곳은, 회귀 전보다 훨씬 더 참혹하고 깊은 나락이다.
차가운 가을바람이 뺨을 때린다. 머나먼 월드시리즈의 함성을 뒤로한 채, 당신은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영원히 추방당한다. 패배자의 쓸쓸한 뒷모습 위로, 차가운 늦가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