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찢는 듯한 함성이 글로브 라이프 필드의 지붕을 뒤흔든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4만여 명의 관중이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4대 3. 9회말 2사 주자 1, 2루.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을 남겨둔 월드시리즈 7차전의 막바지다.
마운드 위에는 당신이 시즌 중반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수집했던 '시한폭탄' 릭 밀러가 서 있다. 어깨에 차오른 피로와 극도의 팽팽한 긴장감 탓에 그의 유니폼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야수처럼 번뜩인다. 정규시즌 평균 101.5마일, 분당 회전수 2,680RPM에 달하는 그의 포심 패스트볼은 리그 정상급 타자들의 배트를 허공에 가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다. 타석에 들어선 이는 상대 팀의 심장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타자 마커스 존스. 올 시즌 타율 .318, 48홈런, OPS 1.052를 기록하며 MVP 수상을 예약한 괴물이다.
콰앙!
밀러가 가볍게 던진 연습 투구가 포수 미트에 꽂히며 묵직한 파열음을 낸다. 포수의 가죽 미트가 찢어질 듯한 소리에 더그아웃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관람석 VIP 라운지 유리창 너머로, 시즌 중간에 감독 교체를 요구하며 당신의 목을 조여왔던 구단주가 초조하게 손톱을 깨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0년 전, 차갑게 식어가는 수술대 위에서 던지지 못한 공에 울부짖어야 했던 만년 유망주. 그러나 지금 당신은 이 잔혹하고 거대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팀을 이끄는 사령탑으로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반전의 마침표를 찍기 직전이다.
머릿속에서 미래의 데이터 분석 노트가 선명하게 회전한다. 마커스 존스는 주자가 있는 클러치 상황에서 몸쪽 하이 패스트볼에 유독 강하지만, 바깥쪽 낮게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배트 헤드가 미세하게 처지는 회전축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철저한 당겨치기 성향의 타자다.
포수 카터가 미트를 무릎 사이에 끼운 채 더그아웃의 당신을 바라본다. 마운드 위의 밀러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손끝을 주시한다.
정면 승부로 102마일의 불꽃 같은 직구를 꽂아 넣어 타자를 압도할 것인가, 아니면 철저하게 계산된 약점을 파고드는 수비 시프트와 비틀어 유인하는 볼 배합으로 허를 찌를 것인가.
당신은 천천히 사인 플레이를 지시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린다. 모두의 시선이 당신의 손가락 끝에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