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판의 숫자는 9회말 4대 3. 당신이 이끄는 천덕꾸러기 구단이 메이저리그 최강의 패자를 단 1점 차로 턱밑까지 추격한 채,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마운드 위에는 올 시즌 68이닝을 소화하며 38세이브,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한 불펜의 핵, 크리스가 서 있다. 손가락 끝이 갈라져 붉은 피가 하얗게 실밥을 물들였지만, 그의 두 눈은 굶주린 야수처럼 번뜩인다.
타석에는 이번 포스트시즌 타율 .412, 장타율 .780을 기록 중인 40홈런의 괴물 타자. 정교한 데이터 분석은 외곽 슬라이더를 요구하고 있지만, 당신은 벤치에서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린다. 피하지 마라. 기교 대신 영혼을 실은 정면 승부다. 그것이 올 시즌 승률 3할짜리 꼴찌 팀을 이 자리까지 끌고 온 당신들의 방식, 낭만적인 야구다.
크리스가 모자를 고쳐 쓰고 와인드업에 들어간다. 심장이 터질 듯한 침묵을 뚫고, 그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어진다.
*슈우욱!*
손끝을 떠난 공이 공기를 찢으며 백홈 플레이트로 돌진한다. 시속 101마일의 불타는 포심 패스트볼. 타자의 배트가 무시무시한 궤적을 그리며 회전한다.
*깡—!*
고막을 찢는 파열음이 스타디움의 야공을 뒤흔든다. 백색 광선처럼 뻗어 나간 타구는 우측 펜스를 향해 미친 듯이 뻗어 나간다. 우익수가 펜스에 몸을 던지며 글러브를 뻗는다. 하지만 공은 무정하게도 펜스 노란 선을 찰나의 차이로 넘어간다. 역전 끝내기 투런 홈런.
게임 오버. 준우승이다. 마운드 위에 주저앉아 유니폼에 얼굴을 묻는 크리스와 허탈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선수들. 그러나 원정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들의 이름을 연호한다. 기적 같은 명승부를 만들어 낸 패자에게 보내는 아낌없는 찬사다.
경기가 끝난 뒤 침묵이 감도는 클럽하우스. 당신은 어깨가 처진 선수들을 하나하나 격하게 끌어안는다. “고개 들어라. 너희는 오늘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썼다.” 선수들의 눈에 다시금 뜨거운 불꽃이 일렁인다.
그때 단장과 구단주가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단장의 손에는 이미 내년 시즌 연봉 총액(페이롤)을 올해의 두 배인 1억 4,000만 달러까지 증액한다는 구단주의 서명이 담긴 예산안이 들려 있다. 구단주가 당신의 손을 맞잡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한다.
“최저 연봉 수준의 선수단으로 월드시리즈 7차전 끝장 승부까지 벌인 전술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당신뿐이야. 에이전트와 내일 당장 만나세. 리그 감독 최고 대우인 5년 3,500만 달러 규모의 연장 계약을 보장하겠네.”
비록 우승 반지는 단 한 걸음 차이로 놓쳤지만, 메이저리그 전체가 초짜 감독인 당신의 지략과 전술에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회귀한 당신의 위대한 야구 왕조는 이제 겨우 서막을 올렸을 뿐이다. 사무실 창밖, 화려하게 빛나는 빅리그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당신은 더 단단해진 미소를 짓는다. 내년 봄, 진정한 제왕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 바로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