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귀를 찢는 듯한 4만 5천 관중의 함성. 거대한 경기장 전체가 거대한 연소실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며 진동한다.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 연장 11회말. 스코어는 5대 4. 당신의 팀이 간신히 1점을 앞선 상황이다. 하지만 마운드 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화약고다. 2사 주자 2, 3루. 안타 한 방이면 끝내기 역전패로 시즌이 끝나고,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대망의 월드시리즈 행 항공권이 당신들의 손에 쥐어진다.

*파아앙!*

포수 미트가 찢어질 듯한 파열음을 내며 카터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냈다. 볼판정은 낮았다. 투볼 원스트라이크.

마운드 위 카터의 모자챙 아래로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진다. 녀석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 끝은 이미 갈라져 붉은 피가 실밥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다. 평소 평균 100.8마일에 달하던 강속구 회전력이 눈에 띄게 죽었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97.2마일. 투구 수는 녀석의 한계치를 한참 넘긴 42구째다.

상대 타석에 들어선 자는 홈팀의 심장, '맷 데이비슨'. 올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 .318, OPS .982를 기록한 리그 정상급의 우투수 저격수다. 카터의 악력이 떨어져 패스트볼의 종속이 무뎌진 틈을 타, 배트를 힘껏 짓이기며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

*깡!*

날카롭게 깎여 나간 파울 타구 하나가 3루측 관중석 벽을 사정없이 강타한다. 투앤투.

카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게 물든 공을 유니폼 바지에 슬쩍 문지른다. 녀석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더그아웃 난간에 기대 선 당신에게 정확히 꽂힌다. '더 던질 수 있습니다. 제발 바꾸지 마십시오.' 온몸으로 뿜어내는 투지가 더그아웃 너머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하지만 당신의 머릿속 분석 데이터는 냉혹한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신체적 한계에 달한 카터의 투구 회전수(Spin Rate)는 평소 2600rpm에서 2150rpm까지 급감했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힘껏 던져도 데이비슨 같은 베테랑 타자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우측 불펜을 슬쩍 바라본다. 불펜에서는 좌완 원포인트 스페셜리스트 '션 오말리'가 이미 모든 투구 준비를 마친 채 대기하고 있다. 오말리의 횡변화 슬라이더는 좌타자의 몸쪽 파고드는 각도가 무려 14인치에 달한다. 데이터상의 확률과 상성만 따진다면 지금이 바로 전격 타임을 부르고 투수를 교체해야 할 완벽한 타이밍이다.

피비린내 나는 마운드 위, 벼랑 끝에 선 괴물 신인을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냉정한 데이터 시트에 따라 확률이 가장 높은 좌완 카드를 던질 것인가.

당신은 천천히 침을 삼키며 구심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오직 감독인 당신만이 이 폭풍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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