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창문 너머 타격 게이스에서 흘러나오는 둔탁한 타구음이 감독실 유리를 사정없이 흔든다. 5연패. 5월 중순을 지나며 팀 타율은 .224까지 추락했고, 팀 평균자책점(ERA)은 5.12로 내셔널리그 최하위다. 현지 언론은 매일같이 ‘최연소 바지감독의 한계’라는 헤드라인으로 당신의 목을 조여온다. 사면초가. 라커룸의 공기는 섭씨 40도의 사우나보다 더 무겁고 끈적거린다.
벌컥.
예고도 없이 감독실 문이 열린다. 들어선 것은 단장인 앨버트와 구단주 프랭크의 대리인이자 마케팅 부사장인 데이비드다. 데이비드의 손에 들린 것은 오늘 자 구단 내부 보고서와 모니터링 시트. 그들의 얼굴에는 비즈니스맨 특유의 차갑고 타산적인 미소가 걸려 있다.
"감독님,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데이비드가 태블릿 PC를 탁자 위로 밀어 던진다. 화면에는 이번 주 홈경기 티켓 잔여 수량과 지역 방송사 시청률 추이가 처참한 붉은색 하향 곡선을 그리며 박혀 있다.
"연봉 1,800만 달러짜리 4번 타자가 29타석 연속 무안타입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510까지 떨어졌어요. 관중석은 반쯤 비었고, 구단주께서 극노하셨습니다. 당장 오늘 밤 경기부터 라인업에 변화를 주라는 지시입니다."
그가 내민 라인업 카드는 기가 막힌 수준이다. 슬럼프에 빠진 4번 타자를 당장 선발에서 제외하고, 마케팅용으로 영입한 일본인 유망주를 리드오프로 기용하라는 초안.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재계 인사의 전형적인 현장 개입이다.
"야구는 데이터와 흐름의 스포츠입니다. 현 시점에서 프런트가 라인업을 이렇게 흔들면 라커룸 전체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당신이 낮게 읊조린다.
"신뢰? 패배하는 구단에 신뢰 같은 사치품은 필요 없습니다." 앨버트 단장이 데이비드의 눈치를 보며 거든다. "구단주님께서는 이번 감독 임명이 거대한 마케팅적 실수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셨어요.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프런트 역시 감독의 고집을 마냥 지켜봐 줄 수만은 없습니다."
체스판의 말처럼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판 자체를 엎어버릴 것인가. 라커룸 밖에서는 선수들이 배트를 휘두르는 거친 숨소리와 "휙! 휙!"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은 지금 복도 너머에서 벌어지는 이 권력 싸움의 결과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감독의 권위가 구단주의 손가락질 한 번에 무너지느냐, 아니면 감독이 팀의 지휘권을 끝까지 사수하느냐.
데이비드가 주머니에서 은색 만년필을 꺼내 라인업 시트 옆바닥에 놓는다.
"오늘 라인업은 구단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승리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비즈니스 모델로 말이죠. 서명하십시오. 거부하신다면... 내일 아침 경질 기사를 보게 될 겁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만년필 촉이 전등 불빛을 받아 번뜩인다. 당신의 손끝이 테이블 위에서 미세하게 떨린다. 회귀 후 얻은 지식과 데이터는 여전히 당신의 머릿속에서 명확한 승리 공식을 그리고 있지만, 구단주의 이 무도한 개입은 그 공식을 통째로 뒤흔들려 하고 있다. 영원히 바지감독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파멸을 각오하고 벼랑 끝 대결을 펼칠 것인가.
당신의 눈동자가 만년필과 데이비드의 오만한 얼굴을 번갈아 담는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