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끄아아아아윽!"

면허가 취소된 채 사슬에 묶인 관리인이 짐승 같은 비명을 질렀다.

놈은 자신을 짓누르는 검은 사슬을 끊어내려 발버둥 치며, 품속 깊숙이 보관해 두었던 피에 전 1동 주민 장부를 꺼내 들었다. 붉고 끈적이는 점액질이 장부 표면에서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비릿한 쇠 냄새와 축축한 썩은 내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관리인의 거대한 손가락이 장부의 금기된 뒷장을 거칠게 찢어발겼다.

스스슥, 콰직!

찢어진 종이 조각을 놈은 입안 가득 밀어 넣어 삼키려 들었다. 누런 이빨 사이로 검붉은 타액이 흘러내렸다.

"전부…… 삼키면…… 계약은…… 소멸…… 한…… 다……!"

놈의 목구멍이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다. 종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기도 전에, 놈의 등 뒤에서 돋아난 붉은 사슬들이 채찍처럼 허공을 가르며 콘크리트 벽을 사정없이 짓이겼다. 콰광! 튀어 오른 시멘트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렸고, 볼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에 섞인 먼지가 목구멍을 턱턱 막히게 했다.

강우의 왼쪽 시야는 여전히 암전 상태였다.

뇌를 송곳으로 후벼 파는 듯한 극통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다. 장부의 무리한 기동에 따른 대가이자 저당이었다. 시야의 절반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잠겼고, 오른쪽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그 암흑 속에서, 장부의 칠흑색 경고창이 눈앞에 둥둥 떠다녔다.

[경고: 본 조치를 해제하고 압류 절차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유주의 영혼 지분 30%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거나, '우측 촉각'을 영구 저당 잡혀야 합니다.]

"시간이 됐군, 한강우."

저만치 뒤에서 태엽 시계를 들여다보던 윤세준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째깍거리는 금속음이 들리지 않는 어둠 속에서, 철컥하는 서늘한 마찰음이 들렸다. 윤세준이 품고 있던 칼자루를 쥐어짜는 소리였다. 그의 구두가 피가 흥건한 바닥을 밟으며 쩍, 쩍 하는 불쾌한 소리를 냈다. 한 발자국, 다시 한 발자국. 놈은 강우가 장부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무방비 상태로 정지하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백설아는 거친 숨을 내쉬며 강우의 앞을 막아서려 상체를 틀었다.

"오지…… 마……."

그녀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쇠파이프를 쥔 손끝에 핏기가 가신 채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강우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니, 정확히는 오른쪽 눈마저 감아 완벽한 어둠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시각의 완전한 상실.

그 순간, 1화에서 장부를 최초로 가동하며 지불했던 첫 대가의 찌꺼기가 뇌리 깊은 곳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시 왼쪽 시야가 일시적으로 흐려지며 보였던, 귀신들의 영적 비즈니스 채무 흐름을 나타내던 붉은 사슬들. 그 희미했던 인과의 흐름이, 지금 완전한 어둠 속에서 오히려 만화경처럼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적색 채무 시각.'

그것은 단순한 시각 장애가 아니었다. 장부가 인과율을 계산하기 위해 까라놓은 붉은 세무의 그물망을 훔쳐보는 열쇠였다.

암전된 어둠 속에서 붉은빛의 인과 사슬들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 종착지는 다름 아닌, 관리인의 목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는 찢어진 주민 장부의 뒷장이었다.

강우의 입꼬리가 가늘게 호선을 그렸다.

"보이는군."

붉은 인과의 흐름 속에서, 찢어진 종이 조각 위에 새겨진 검은 활자들이 강우의 망막에 역으로 투사되었다.

[특약 제7조: 대리인은 1동 입주민들의 영혼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과적 불로소득의 45%를 본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소모성 예비비' 명목으로 은닉할 수 있다. 단, 이 면책 조항은 공식적인 세무 조사를 받지 않는 비공식 상태에서만 유효하며, 적발 시 소급 적용되어 전액 과세 처분된다.]

탈세였다.

아파트 본 주체에게 바쳐야 할 입주민들의 영혼 지분 중 절반에 가까운 양을, 관리인 놈이 이 구석진 1동에서 은밀하게 비자금으로 빼돌려 은닉하고 있었던 것이다. 놈이 저 장부의 뒷장을 삼키려는 이유는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다. 탈세 혐의가 본사에 발각되는 순간, 자신 역시 인과의 단두대에 서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증거를 인멸하려는 발악이었다.

"포탈 세액 은닉죄."

강우의 건조한 목소리가 복도의 냉기를 깨뜨렸다.

"그리고 세무 공무집행 방해 조항 위반."

관리인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찢어진 장부를 입안으로 쑤셔 넣던 기괴한 손가락이 허공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놈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격렬하게 흔들렸다.

"너…… 너…… 어떻게…… 그걸……!"

"장부."

강우는 허공에 떠 있는 괴담 장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추가 저당 요구를 기각한다. 대신 피고인 1동 관리인의 은닉 자산인 '1동 비자금 주민 장부의 가치'를 즉시 압류하여 세액 대위변제로 충당한다. 또한, 조세 회피를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혐의를 적용, 피고인의 모든 영적 권능과 소유권을 영구 박탈할 것을 청구한다."

스스스스슥!

장부의 페이지가 폭풍처럼 휘날렸다. 검은 불길이 장부 내부에서 뿜어져 나와 관리인의 입안으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끄아아아아악! 내…… 내…… 자산……! 은닉…… 처…… 가……!"

관리인의 목구멍 속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놈이 삼키려던 주민 장부의 뒷장이 검은 불꽃에 휩싸여 재가 되어 바스러졌다. 놈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비대했던 붉은 인과의 사슬들이 역으로 장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과율의 법 집행은 추호의 타협도 없었다.

탈세가 적발된 대리인에게 남은 것은 파산뿐이었다.

철컹! 철컹! 철컹!

허공에서 흘러나온 검은 쇠사슬들이 관리인의 목과 사지를 옭아맸다. 쇠사슬이 살점을 파고들 때마다 치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살이 타들어 가는 비린내가 진동했다. 놈의 거대했던 육체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격히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은하…… 아파트…… 규칙…… 은…… 절대…… 적……!"

"지급 불능으로 인한 강제 파산이다."

강우가 차갑게 선언했다.

"네 몸뚱이와 영혼, 그리고 1동에 대한 전권은 지금 이 시간부로 주식회사 은하의 압류 자산으로 귀속된다."

콰드득!

관리인의 무릎 뼈가 바닥에 부딪히며 거칠게 깨지는 소리가 났다. 1동의 절대적인 지배자이자 포식자로 군림하던 거구의 괴물은, 이제 1동 복도 한구석에 볼품없이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인 초라한 패배자에 지나지 않았다. 놈의 붉은 눈빛은 완전히 죽어 유령처럼 흐릿해졌고, 놈을 감싸던 가죽은 썩은 동아줄처럼 흐물거렸다.

[알림: 1동 관리인의 탈세 혐의 입증 완료 및 강제 압류 집행 성공.] [알림: 체납 세액 회수를 통해 소유주의 오감 저당 상태가 해제됩니다.]

머리를 짓누르던 극통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동시에 암전되었던 왼쪽 눈의 시야가 서서히 돌아왔다. 여전히 흐릿하고 초점이 맞지 않았지만, 더 이상 어둠에 갇혀 있지는 않았다.

강우는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숨을 고르고는, 바닥에 엎드린 관리인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정말로 이긴 건가요?"

백설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쇠파이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챙그랑하는 금속음이 복도에 길게 메아리쳤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뺨에는 튀어 오른 피가 검게 굳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거구의 관리인을 보며, 깊은 안도와 함께 경외감이 담긴 시선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네가 한 말, 사실이었군."

뒤편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윤세준이 칼을 칼집에 밀어 넣고 있었다. 째깍, 그의 손목시계 초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입가에는 탐욕과 아쉬움이 뒤섞인 복잡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강우의 장부가 가진 치명적인 공백을 노리려던 그의 계획은, 강우가 타인의 숨겨진 자산을 역압류하는 변칙적인 수법으로 완벽히 무산되었다.

"축하하지, 대표이사님. 1동의 관리권을 통째로 압류하다니. 이거 배당금이 꽤 쏠쏠하겠어."

윤세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뱀처럼 차갑고 굶주려 있었지만, 당장은 강우의 회계 시스템 아래에서 기생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을 마친 듯했다.

"이것으로 1동은 우리의 안전지대가 되었다."

강우가 차갑게 말했다.

"백설아 씨, 이 녀석을 1동 입구 쪽에 배치해라. 향후 다른 동에서 넘어오는 불청객들을 막을 방패막이이자 소모품으로 쓸 생각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백설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강우의 비정하고도 빈틈없는 논리는 이미 그녀에게 절대적인 신뢰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1동 전체를 감싸고 있던 기괴한 붉은 결계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공포와 절망이 지배하던 노후 아파트의 복도에, 아주 잠시 동안의 고요가 찾아왔다. 주식회사 은하의 첫 번째 대승리이자, 지옥의 게임 설계자들의 뺨을 후려치는 첫 번째 반격이었다.

강우는 숨을 고르며 장부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 지직—— 지지직——.

정적이 흐르던 복도에 기분 나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강우의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낡은 무전기 수신기였다. 1동 경비실에서 챙겨두었던, 외부와 단절되어 먹통이었던 그 기계가 스스로 작동하고 있었다.

강우는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스피커 너머로 흘러나오는 것은 지독한 잡음, 그리고 그 잡음 사이를 뚫고 나오는 아주 흐릿하지만 기괴할 정도로 우아한 음악 소리였다.

현악기의 날카로운 마찰음이 고막을 긁어댔다.

그것은 무도회 곡이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음악이 아니었다. 박자는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고, 음악의 밑바닥에는 수십, 수백 명의 인간들이 살점이 뜯겨 나가며 지르는 비명 소리가 코러스처럼 깔려 있었다.

그리고.

"호호호……."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듯한 여인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무전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1동의 광대가 결국 파산했나 보군요. 아주 천박하고 재미없는 연극이었어요……."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무전기 너머의 음악 소리가 한층 더 선명해지며 복도의 차가운 공기를 얼려버렸다.

새로운 채권추심자가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움켜쥔 무전기 플라스틱 표면에서 지독하게 축축한 점액질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로 끈적하게 감기는 액체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이내 정수리까지 소름 끼치는 한기를 밀어 올렸다. 지익, 지지직. 스피커의 틈새로 검붉은 핏방울이 방울방울 맺혀 바닥으로 툭, 툭 떨어졌다. 비릿한 쇠 냄새가 좁은 복도의 탁한 공기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갔다.

"여보세요……? 듣고…… 있나요……? 1동의…… 새로운…… 광대 씨……."

여인의 음성은 수천 마리의 벌레가 고막 위를 스슥, 스스슥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한 마찰음을 동반했다. 스피커 진동판이 미세하게 떨릴 때마다, 강우의 왼쪽 귀에서 삐이익 하는 이명이 찢어질 듯 날카롭게 솟구쳤다. 귓구멍 속을 바늘로 후벼 파는 듯한 이 따가운 자극은 장부가 남긴 지독한 저당의 흔적이었다. 강우는 미동조차 없이 무전기를 귀에 댄 채, 반쯤 흐릿해진 왼쪽 눈을 가늘게 떴다.

붉은 인과의 실타래가 무전기 안테나에서 뿜어져 나와 복도 저편, 2동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 통로를 향해 길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적색 채무 시각이 포착한 그 붉은 선 위로,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숫자들이 명멸했다.

[미납 법인세 및 국경 침범 수수료: 4,500,000,000 CC (영적 통화)] [채무자: 2동 귀부인 (The Countess of Rose-Red)]

"엄청난 고액 체납자군."

강우의 입술 사이로 건조하고 메마른 음성이 새어 나왔다. 타인의 죽음조차 대차대조표의 숫자로 치환하는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붉은 실줄기를 정밀하게 쫓았다. 2동을 지배하는 '귀부인'. 그녀가 흘려보내는 영적 파동은 1동 관리인의 그것과는 격이 달랐다. 끈적이고 습한 공기가 피부를 짓누르며 뼈마디를 시리게 만들었다.

"대…… 표님…… 저 소리…… 귀가…… 너무…… 아파요……."

백설아가 귀를 움켜쥐며 바닥으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녀의 하얗게 질린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가늘게 흘러내렸다. 영혼을 담보로 묶인 임대 계약의 여파로 인해, 그녀는 강우가 느끼는 영적 압박의 일부를 연대 책임으로 고스란히 나누어 짊어지고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젖은 가죽이 쓸리는 것처럼 거칠고 뚝, 뚝 끊어졌다.

윤세준은 소리 없이 침을 삼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의 품속에서 째깍거리는 명품 태엽 시계의 초침 소리가 기괴하게 빨라지고 있었다. 놈의 눈동자가 강우의 손에 든 무전기와, 바닥에 자빠진 채 굳어가는 1동 관리인의 시체를 번갈아 보았다.

"이봐, 한강우. 저 목소리…… 설마 2동의 그 미친 여자냐? 벌써부터 우리 영역에 빨대를 꽂으려고 침을 흘리는 것 같은데."

윤세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다시 한번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게 울렸다.

"침을 흘리는 게 아니라, 영수증을 청구하려는 거다."

강우는 주머니에서 피로 물든 검은 장부를 꺼내 들었다.

스스스슥.

장부의 책장이 스스로 넘어가며, 1동 관리인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 위로 거대한 도장이 찍히듯 검은 먹물이 내려앉았다.

[자산 처분 완료: 1동 관리인의 영혼 및 존재 권능 일체 — '주식회사 은하'의 고정 자산으로 영구 가압류 수용.]

그와 동시에 무릎을 꿇고 있던 관리인의 거대한 시체가 스르르 녹아내리며, 시커먼 진흙과도 같은 점액질로 변해 바닥을 적셨다. 복도를 가득 채우던 썩은 냄새가 한층 더 짙어지며 코를 찔렀다. 강우는 그 진흙 더미를 향해 구두 굽을 툭툭 쳤다.

"1동의 소유권이 우리 법인으로 이전되었다는 뜻은, 2동과의 경계선 역시 우리의 자산 장부에 등재되었다는 의미지. 무단으로 영적 전파를 송출해 영업을 방해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 침입이다."

강우가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 송신 버튼을 누르는 그의 손끝에서 찌르르한 전류 같은 냉기가 흘렀다.

"귀부인."

강우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평두엽의 회계사처럼 딱딱했다.

"당신이 방금 송출한 불법 전파와 저주 주파수로 인해, 본 법인의 핵심 주주인 백설아 씨가 청각적 상해를 입었다. 이는 명백한 영업 손실이자, 신체 자산에 대한 침해 행위다. 지금 즉시 불법 전파 송출을 중단하고, 합의금을 송금해라. 그렇지 않으면……."

"호…… 호호……? 합의…… 금……? 건방진…… 가축…… 주제에……."

무전기 너머에서 여인의 웃음소리가 돌연 멈추더니,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살려…… 줘……! 몸이…… 찢어…… 진…… 다……!"

그것은 2동의 무도회장에 갇힌 생존자들의 비명이었다. 날카로운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살점이 헤집어지며 뿜어져 나오는 젖은 액체의 파열음이 무전기를 타고 복도 전체에 질척하게 흩뿌려졌다.

"2동은…… 나의…… 무도회장…… 욕망의…… 사채……를…… 갚지…… 못한…… 자들은…… 전부…… 나의…… 댄서가…… 된다…… 너희도…… 곧…… 초청…… 하마……."

뚝.

무전기의 신호가 끊겼다.

그와 동시에, 복도 끝 2동으로 향하는 철문 너머에서 웅장하면서도 기괴한 바이올린의 불협화음이 벽을 타고 진동하기 시작했다. 둥, 둥, 둥. 심장 박동을 모방한 듯한 불길한 드럼 소리가 복도의 시멘트 바닥을 타고 강우의 발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진동이 울릴 때마다 천장에서 오래된 먼지와 시멘트 가루가 눈처럼 흘러내려 어깨를 축축하게 적셨다.

"온다."

백설아가 바닥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낙인의 의지'가 붉은빛을 뿜으며 강렬하게 요동쳤다.

구름다리 너머에서 스며 나오는 핏빛 안개가 철문 틈새로 질척하게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안개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복도 바닥을 기어 다녔고, 안개가 닿는 곳마다 콘크리트가 검붉게 부식되며 썩어 들어갔다.

강우의 왼쪽 눈, 적색 채무 시각이 그 안개의 정체를 투시해 냈다.

그것은 단순한 안개가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채무자들의 영혼을 갈아 만든 '인과적 강제 집행의 사슬'이었다. 2동의 귀부인은 이미 1동의 경계를 넘어, 주식회사 은하의 영토를 침범해 오고 있었다.

강우는 장부를 꽉 쥐었다. 손바닥 가득 차가운 가죽의 감촉이 느껴졌다.

[경고: 외부 세력 '2동 귀부인'에 의한 불법 채권 추심 및 강제 잠식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 [본 법인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방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의 생명 담보 지분이 강제 압류당할 수 있습니다.]

"한강우, 어쩔 셈이지? 저 미친 안개에 닿으면 뼈도 안 남을 텐데."

윤세준이 한 걸음 더 물러서며 날카롭게 물었다. 그의 눈에 서린 탐욕이 불안으로 빠르게 뒤덮이고 있었다.

강우는 천천히 안개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구두 굽 소리가 뚝, 뚝 끊어지는 무도회의 박자에 맞춰 복도에 건조하게 울려 퍼졌다.

"간단해. 무단 침입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강제 집행을 보여주면 된다."

강우가 장부의 새로운 지면을 거칠게 펼쳤다. 장부의 백색 종이 너머로, 2동 귀부인의 탈세 내역과 불법 영업 행위의 고지서가 붉은 잉크로 번지기 시작했다.

철문 너머에서 기괴한 왈츠 음악이 극에 달하며, 문고리가 미친 듯이 덜컥거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에서 무언가 거대하고 끈적이는 존재가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는 듯, 쿵! 쿵! 하는 둔탁한 충격음이 복도를 흔들었다.

과연 강우는 이 새로운 지옥의 채권자를 상대로 또 다른 압류 집행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문고리가 마침내 기괴하게 꺾이며, 붉은 안개 속에서 피에 젖은 바이올린 활을 쥔 거대한 손이 문틈을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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