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위이이이이이잉!

고막을 찢어발기는 흑철제 톱날이 허공을 갈랐다. 콘크리트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일어난 뽀얀 분진이 복도의 습하고 끈적한 공기와 뒤섞여 폐부를 찔렀다. 무너져 내리는 아방궁 통로의 천장 잔해 너머로, 시커먼 진물과 사람의 이빨이 촘촘히 박힌 거대한 톱날이 한강우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전부…… 갈아…… 버리겠다!"

이성을 잃은 1동 관리인의 비명이 쇠 긁히는 소리로 고막을 때렸다. 죽음의 그림자가 복도 구석구석을 메우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강우는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구두 굽이 콘크리트 바닥을 단단히 디뎠다.

왼쪽 눈에서 왈칵 진물이 쏟아져 내렸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관리인의 등 뒤에서 아파트 지하 깊숙한 곳으로 연결된 두꺼운 적색 사슬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아파트의 원천 동력을 불법으로 끌어다 쓰는 불법 대출의 현장이었다.

강우가 피가 흐르는 왼쪽 눈을 찌푸린 채, 품 안에서 낡은 가죽 장부를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스슥, 스스스슥!

장부가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며 허공에 딱딱하게 고정되었다. 장부의 양면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인광이 허공에 쇠사슬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굳어졌다.

"은하 아파트 1동 관리인."

강우의 목소리는 지독할 정도로 차분했다. 당장 머리가 쪼개질 위기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피고인의 무단 자산 인출 및 불법 채무 이행을 동결하기 위해, 현 시간부로 '긴급 가처분 재산 보전 특별 공판'을 개시합니다."

"미친…… 소리를……!"

관리인이 피가 끓어 넘치는 목소리로 포효했다. 거대한 전기 톱이 강우의 이마 삼십 센티미터 앞까지 육박했다. 흑철제 톱날이 회전하며 내뿜는 피비린내 나는 바람이 강우의 앞머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콰아아앙!

그 순간, 강우의 앞을 가로막으며 거대한 빛의 장벽이 솟구쳤다.

백설아였다. 그녀의 양손 끝에서 뿜어져 나온 은백색의 성수가 기류를 타고 흐르며 반원형의 결계를 형성했다.

치이이이익! 끼리리릭!

회전하는 전기 톱날이 성수 결계와 충돌하며 무시무시한 마찰음과 스파크를 사방으로 튀겼다. 끈적한 검은 피와 살점이 결계 표면에 닿아 타들어 가며 매캐한 악취를 풍겼다. 결계를 유지하는 백설아의 양팔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붉은 선혈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으윽……! 한강우 씨! 이거 진짜 장난 아니게 무거워요! 오래는…… 못 버텨요!"

백설아가 어금니를 악물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구두가 뒤로 몇 센티미터 밀려나며 바닥에 길게 긁힌 자국을 남겼다.

윤세준은 저만치 뒤편에서 팔짱을 낀 채 이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관망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허리춤에 찬 칼자루를 툭툭 건드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강우가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지에 대한 탐욕스러운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저 무식한 힘을 고작 종이 장부로 막겠다고? 한강우, 슬슬 밑천이 드러나는 군 그래. 도와줄까? 물론 대가는 꽤 비싸겠지만."

윤세준의 빈정거림이 복도를 울렸지만 강우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장부의 빈 지면과 관리인의 등 뒤에 매달린 적색 사슬에 고정되어 있었다.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모든 상황이 숫자로, 텍스트로, 장부의 차변과 대변으로 치환되어 뇌리에 박혔다.

'1동 관리인의 권한 원천. 아파트 시스템으로부터 부여받은 살인 면허 및 관리 대리권. 하지만 아파트의 동력원을 직접 인출해 쓰는 것은 명백한 정관 위반이다.'

강우는 적색 채무 시각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왼쪽 눈 구석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함께, 관리인의 등 뒤에 얽힌 사슬의 세부 조항들이 붉은 글씨로 허공에 떠올랐다.

[은하 아파트 관리 규약 제17조: 관리인은 입주민의 생명권을 처분할 수 있는 공무 대리권을 가진다. 단, 이는 아파트 전체의 이익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되며, 사적 보복을 위한 원천 동력의 무단 인출 시 대리권은 즉시 정지된다.]

찾았다. 독소 조항의 맹점이자, 놈이 스스로 판 파멸의 구덩이였다.

"백설아 씨, 3초만 버티십시오."

"말은…… 쉽지……! 으아아아!"

백설아가 소리치며 온몸의 영력을 쥐어짜 냈다. 결계의 광막이 한층 더 두꺼워졌으나, 거대한 전기 톱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콰득, 콰과광!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불길한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강우는 오른손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 배어 나온 붉은 피를 깃펜 삼아, 허공에 고정된 장부의 지면에 빠르게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사각, 사사각.

살가죽이 찢기는 서늘한 감각과 함께 장부가 강우의 피를 빨아들이며 검붉게 빛났다. 동시에 강우의 왼쪽 귀에서 삐이이- 하는 이명이 고막을 뚫을 듯이 울렸다. 청각의 일부가 저당 잡히는 대가였다. 하지만 강우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체납자 1동 관리인. 당신은 사적 보복을 목적으로 아파트 1동의 공공 자산인 원천 동력을 무단으로 불법 인출(Larceny)했다. 이는 관리 규약 제17조의 명백한 위반이며, 이에 따라 공무 대리권의 효력 상실 사유에 해당한다."

강우의 낭독이 끝나자마자, 장부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쇠사슬들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철컹! 철커덩!

사슬들은 관리인의 몸을 묶은 것이 아니었다. 놈의 등 뒤, 아파트 지하와 연결되어 있던 두꺼운 적색 동력선 사슬을 정교하게 휘감아 쥐었다.

"이…… 이게…… 무슨……?!"

관리인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본 법정은 피고인의 불법 점유 자산에 대해 '긴급 가처분 및 압류'를 선고합니다. 또한, 공무 대리권의 원천인 살인 면허를 즉시 '정지' 처분합니다."

강우가 장부를 탕 하고 덮었다.

그 순간, 사슬들이 일제히 팽팽하게 당겨지며 관리인의 등 뒤에 연결된 동력선을 문자 그대로 '압류'해 버렸다.

부우우우웅…… 털털털.

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지던 흑철제 전기 톱의 엔진 소리가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톱날을 덮고 있던 붉은 광운이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이빨들이 덜덜 떨리며 회전을 멈췄다.

완벽한 정적.

전기 톱의 속도가 정확히 '0'이 되었다.

백설아의 코앞에서 멈춰 선 거대한 톱날은 이제 그저 무겁고 둔탁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백설아는 결계를 풀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하아, 하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한강우 씨, 조금만 늦었어도 내 대가리가 먼저 깨졌을 거라고요."

"정확히 2.8초 걸렸습니다. 오차 범위 내입니다."

강우가 손수건을 꺼내 왼쪽 눈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건조하게 답했다.

윤세준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의 눈에 서린 경악과 흥미는 이제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짙어져 있었다.

"미친놈…… 정말로 아파트의 규칙 자체를 묶어버렸군. 괴물의 무기를 압수한 게 아니라, 괴물이 무기를 쓸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한 건가?"

"세법과 규약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니까요. 그 대상이 아파트의 지배자든, 일개 원귀든 간에."

강우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발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뚜벅, 뚜벅 울렸다.

관리인은 이제 거대한 전기 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동력원과의 연결이 끊긴 놈의 피부는 급격하게 푸석해지며 회색빛 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놈을 감싸고 있던 압도적인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이럴 수가…… 없다…… 내…… 권한…… 내…… 면허가……!"

"면허 정지 고지서입니다."

강우가 장부에서 뜯어낸 붉은 영수증 한 장을 관리인의 이마에 대고 툭 던졌다. 영수증은 놈의 이마에 닿자마자 불타오르며 쇠사슬 모양의 낙인을 새겨 넣었다.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끈적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관리인은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아아악! 뜨거워……! 내…… 머리가……!"

"면허가 취소된 대리인은 더 이상 입주민을 처벌할 권리가 없습니다. 도리어 당신이 저지른 불법 무단 침입 및 공공재산 손괴죄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청구될 예정입니다."

강우의 눈동자는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회계사의 그것이었다. 놈의 비명도, 고통도 그에게는 그저 정산해야 할 계산서의 항목에 불과했다.

백설아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강우의 옆에 섰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은은한 성수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이제 이 끔찍한 녀석을 끝장내는 일만 남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채무자의 자산 가치가 0이 되었으니, 파산 처형을 집행하면 됩니다."

강우가 장부를 다시 펼치려던 그 순간이었다.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지르던 관리인의 신형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놈의 척추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꺾였고, 찢어진 입구멍 사이로 시커먼 진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크…… 크흐흐…… 흐흐흐핫!"

관리인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놈의 눈동자가 뒤집혀 흰자위만 남은 채, 강우를 향해 증오로 가득 찬 시선을 던졌다.

"파산……? 처형……? 감히…… 미천한…… 인간 놈이…… 나를……!"

놈이 남은 왼손을 자신의 품속 깊숙한 곳으로 찔러 넣었다.

스슥, 서걱!

살가죽이 찢어지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관리인이 가슴뼈 속에서 피에 찌든 가죽 뭉치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누런 사람의 가죽으로 제본된, 1동 주민들의 이름과 사인이 빼곡히 적힌 '1동 주민 장부'였다. 아파트 주민들의 영혼을 구속하고 있는 놈의 진짜 원천이자, 금기된 장부의 본체였다.

"이것마저……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관리인이 광기에 찬 눈으로 강우를 응시하며, 주민 장부의 가장 뒷부분, 검붉은 피로 봉인되어 있던 금기된 뒷장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찌이익!

종이가 찢기는 소리가 복도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먹어치우겠다……! 전부…… 연옥으로…… 떨어뜨려…… 주마!"

관리인은 찢어낸 금기된 뒷장을 자신의 찢어진 입안으로 사정없이 처넣기 시작했다. 놈의 목구멍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며, 아파트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한 거대한 진동이 다시금 발밑에서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우두둑, 콰드드득!

관리인의 목뼈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이며 늘어났다. 황색 가죽 장부를 삼킨 놈의 식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찢어진 입술 틈새로 검붉은 진물과 함께 썩은 이빨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복도 바닥에 닿은 진물은 지독하게 끈적거리며 콘크리트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습하고 불쾌한 악취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생존자들의 목을 조여왔다.

"끄우…… 우우윽……! 네놈의…… 목숨을…… 제물로……!"

관리인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쇠사슬이 긁히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우는 왼쪽 눈을 질끈 감았다. 눈꺼풀 틈새로 흘러내린 피가 뺨을 타고 내려와 턱끝에서 뚝뚝 떨어졌다. 적색 채무 시각으로 투시한 놈의 신체 내부에는, 방금 삼킨 장부의 뒷장이 붉은 화염을 일으키며 1동 전체의 인과율을 뒤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자살기도가 아니었다. 놈은 자신에게 귀속된 1동 입주민들의 영혼 채권을 통째로 불사르고 있었다.

'자산의 고의적 파손 및 횡령.'

뇌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회계학적으로 이것은 채무자가 채권자의 추심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담보 자산을 불태워버리는 최악의 배임 행위였다.

"미친 새끼가 동귀어진을 하겠다는 거군."

윤세준이 나직하게 침을 뱉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시선은 요동치는 1동 관리인이 아닌, 한강우의 굳어버린 옆얼굴로 향해 있었다. 윤세준의 오른손이 허리춤에서 은빛 태엽 시계를 꺼내 들었다. 째깍, 째깍 하는 정교한 초침 소리가 복도의 기괴한 진동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그의 고막을 두드렸다.

'한강우, 네놈이 이 정도 파괴력을 지닌 규칙을 조작하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터.'

윤세준의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였다. 놈은 강우가 장부를 조정하는 순간 생기는 미세한 공백, 그 찰나의 순간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급격히 떨어지는 온도로 인해 복도 벽면에 축축한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서리는 이내 붉은 핏빛으로 물들며 사람의 손가락 모양으로 굳어졌다. 백설아가 덜덜 떨리는 다리로 강우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성수를 머금은 단검을 굳게 쥐었다.

"강우 씨, 저놈 몸에서 나오는 기운이 아까랑 달라요. 1동 전체의 원혼들이 저놈 한 몸으로 쏠리고 있어요!"

백설아의 경고대로였다.

사방의 벽면에서 돋아난 붉은 손들이 허공을 휘저으며 기괴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슥, 스스슥 하는 소름 끼치는 마찰음이 사방에서 고막을 후벼팠다. 1동에 갇혀 죽어간 수백 명의 원혼이 관리인의 몸을 매개로 현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법인 자산의 고의 은닉 및 파산 방조."

강우가 피 묻은 장부를 다시 허공에 펼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의 고저가 전혀 없었다. 극단적인 계산벽이 그의 공포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1동 관리인. 당신이 삼킨 장부의 뒷장은 1동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서명한 연대 보증 문서의 원본이다. 이를 고의로 훼손하는 것은 계약 주체들에 대한 명백한 배임 행위이며, 동시에 은하 아파트 세무 당국에 대한 심각한 조세 포탈 세액 은닉죄에 해당한다."

강우가 장부의 빈 지면에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새로운 조항을 써 내려갔다.

[제3조 4항: 채무자가 채무 이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담보물을 고의 훼손할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의 잔존 영혼 및 존재 자체를 즉시 '강제 수용'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과적 리스크는 채무자가 전액 부담한다.]

스스스슥!

장부가 피를 빨아들이며 기괴한 검은 빛을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강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윽……!"

강우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왼쪽 눈의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었다. 적색 채무 시각마저 차단된 채, 오직 칠흑 같은 어둠만이 왼쪽 시야를 지배했다. 뇌를 찌르는 듯한 극통에 강우의 관자놀이에 굵은 핏대가 솟아올랐다. 장부의 권능을 무리하게 끌어다 쓴 대가이자, 그의 오감 중 일부가 강제로 저당 잡힌 결과였다.

"하…… 하하……! 늦었다…… 인간……! 이미…… 계약은…… 깨졌다……!"

관리인의 몸이 마침내 세 배 이상 비대해졌다. 놈의 등 뒤에서 돋아난 수십 개의 붉은 사슬이 복도 전체를 난사하며 콘크리트를 박살 냈다. 파편이 튀어 강우의 뺨을 스치며 붉은 선혈이 배어 나왔다.

쇠사슬에 묶인 1동 전체의 원혼들이 통곡하며 강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전부…… 같이…… 죽는…… 것이다……!"

관리인이 거대한 손을 뻗어 강우의 목덜미를 움켜쥐려 했다. 놈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축축하고 끈적한 냉기가 강우의 목덜미를 얼려버릴 듯이 엄습했다.

바로 그 순간, 허공에 떠 있던 괴담 장부의 지면이 붉은색이 아닌, 불길한 칠흑색으로 격렬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경고: 채무자의 자산 가치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폭주함에 따라, 시스템 강제 부도(Default) 조치가 가동됩니다.]

[본 조치를 해제하고 압류 절차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유주의 영혼 지분 30%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거나, '우측 촉각'을 영구 저당 잡혀야 합니다.]

장부 표면에 새겨진 글자를 읽은 강우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동시에 저만치 뒤에서 태엽 시계를 들여다보던 윤세준의 입꼬리가 마침내 기괴하게 찢어졌다. 째깍 소리가 멈추고, 그의 손가락이 칼자루를 완전히 쥐었다.

"시간이 됐군, 한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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