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화면 너머로 송출되는 텔레메트리(Telemetry, 원격 생체 신호 모니터링)의 규칙적인 전자음이 고요한 교수 연구실을 채웁니다. *삐-익. 삐-익.* 극비리에 심장이식 수술을 마치고 VIP 병동에 격리된 차기 대권 주자, 강 의원의 심박수는 분당 72회로 지극히 안정적입니다.
당신은 차트 화면을 넘겨 그의 타크로리무스(Tacrolimus) 혈중 농도를 확인합니다.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TDM) 결과는 8.5 ng/mL. 이 면역억제제의 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강풍이 부는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일과 같습니다. 기준치보다 미량이라도 낮으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심장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는 초급성 거부반응이 일어나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신장의 필터인 사구체가 망가져 영구적인 신부전이 초래됩니다.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 현미경 수준의 제어, 그것이 당신이 추구하는 의학입니다.
하지만 바로 내일 오전 9시, 당신이 통제해야 할 영역은 이 작은 심장만이 아닙니다. 한국대학병원 대강당에서 개최될 주주 총회와 이사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서랍 안쪽에는 부원장이 비밀리에 보내온 합의서가 들어 있습니다. 경영 지분 절반을 대가로 약물 오염 사건의 폭로를 덮어달라는 읍소.
당신의 이성은 차갑게 작동합니다. 의료법 제8조 및 대학병원 재단 정관 제14조에 명시된 임원의 결격 사유를 검토해 보면, 고의로 심정지액(Cardioplegia)을 오염시킨 정황은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재단 이사진 전원의 동반 실각을 불러올 수 있는 폭탄입니다. 부원장의 타협안을 받아들이는 가치보다, 부원장 세력을 완전히 암세포처럼 도려내어 얻는 병원의 신인도 상승 가치가 정량적으로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이것은 사적인 보복이 아니라, 병원의 장기적 생존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수술입니다.
만년필의 금속제 캡이 맞물리는 날카로운 *찰칵* 소리가 빈 방에 울려 퍼집니다. 은밀히 결속을 다진 소액 주주 우호 지분율 14.8%, 그리고 감사팀에서 확보한 비밀 장부까지 모든 이식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마지막 봉합 단계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내일 이사회에 출석할 당신의 손에는 적들의 숨통을 끊어버릴 두 갈래의 메스가 쥐어져 있습니다. 이 카드를 어디로 찔러 넣어야 확실한 치사량에 도달할 것인가, 당신의 눈동자가 태블릿 화면의 푸른 빛을 받아 정교하게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