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VIP 격리 병동의 공기는 늘 일정한 기압과 온도를 유지하지만, 당신이 들이쉬는 숨 가운가에는 서늘한 금속 알갱이가 섞여 있는 듯하다. 7채널 생체 신호 모니터가 내는 규칙적인 비프음은 1분당 65회로 정밀하게 고동치고 있다. 방금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차기 대권 주자, 한태국 의원의 가슴속에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인공 심폐기의 소음이 격리실 유리창을 미세하게 울린다.

당신이 집도한 라이브 서저리의 성공은 병원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완벽한 승리를 확신한 순간, 몸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거부 반응이 시작된다.

"백서진 조교수. 이식학회 가이드라인과 재단 정관 제32조에 의거해, 오늘부로 당신이 보유한 모든 임상 연구 권한을 일시 정지합니다."

기획조정실장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단호하다. 그의 등 뒤에는 전생에 당신을 파멸로 몰고 갔던 해외 제약 카르텔, '메디포스'의 한국 지사 법률 대리인들이 서 있다. 그들의 손에 들린 서류 뭉치에는 당신이 수술에 사용한 신형 면역억제제의 임상 데이터가 인쇄되어 있다.

이것은 정교한 덫이다. 이식된 장기를 환자의 몸이 이물질로 인식하여 전방위적인 공격을 퍼붓는 ‘초급성 거부 반응(Hyperacute rejection)’과도 같다. 어제까지 당신의 혁신적인 수술법을 찬양하며 기술 제휴를 맺자던 거대 연합 세력이, 이제는 당신을 불법 임상시험과 생체 재료 무단 사용 혐의로 몰아세우며 토사구팽하려 든다. 마치 약물 농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모세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장기가 괴사하듯, 그들은 법 규정의 미세한 틈새를 찾아내 당신의 의사 면허를 조여 오고 있다.

"메디포스가 제공한 임상 3상 원본 데이터는 조작되었습니다."

당신은 감정을 배제한 채 차가운 학술적 팩트로 응수한다.

"환자의 혈중 타크로리무스(Tacrolimus) 농도가 기준치인 15ng/mL를 초과했을 때 발생한 신독성(Nephrotoxicity) 사례 12건이 누락되었더군요. 이를 묵인하고 수술을 진행하라는 부원장 측의 압박을 거부했기에, 지금 정관 제32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저를 몰아내려는 것 아닙니까?"

지사장이 가볍게 실소를 터뜨린다. "백 교수, 사내 규정과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서는 엄연히 다릅니다. 이사회는 이미 당신의 해임안 검토를 끝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천재적인 외과의라 해도,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병원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는 한낱 세포 하나에 불과합니다."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기계음 사이를 파고든다. 수술 가운 아래로 당신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긴장한다. 적들은 이미 당신의 퇴로를 차단하고 숨통을 끊을 준비를 마쳤다. 이 침묵의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즉시 반격을 개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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