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부원장실의 묵직한 마호가니 책상 위에 서류 한 뭉치가 내던져집니다. 백색 용지 위에 선명히 인쇄된 문구는 ‘의료사고 방조 및 전공의 교사 혐의 조사서’. 그 너머로 부원장 한상욱이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의 좌우에는 서대문경찰서 소속 형사 둘이 서늘한 긴장감을 풍기며 서 있습니다.

"원내 수련규칙 제14조 및 의료법 제18조 지도감독 의무 조항에 의거, 당신을 전공의의 '의원성 관상동맥 천공(iatrogenic coronary artery perforation)'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방조한 혐의로 긴급 체포 요청했습니다."

한상욱의 목소리는 건조하면서도 정교합니다. 의원성 관상동맥 천공이란 하트 카테터나 가이드 와이어 같은 수술 도구의 조작 실수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벽에 구멍이 뚫리는 치명적인 사고를 뜻합니다. 이는 마치 고압의 수돗물이 흐르는 고무호스 중간에 송곳 구멍을 내어 순식간에 수압을 떨어뜨리고 내부를 물바다로 만드는 상황과 같습니다. 한상욱은 전생의 제약 카르텔이 흔히 쓰던 수법 그대로 조작된 수술 로그 기록과 서명이 도용된 동의서를 들이밀며 당신을 옥죄어 옵니다.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닌, 철저히 조율된 행정 규정과 법률 데이터를 무기로 삼은 공격입니다.

형사 한 명이 벨트에서 철제 수갑을 꺼내 듭니다. 금속 링크가 서로 마찰하며 내는 특유의 날카로운 *철컥* 소리가 사방이 차단된 부원장실의 공기를 가릅니다. 차가운 금속이 당신의 손목에 닿기 직전, 정장 안주머니에서 묵직한 고주파 진동이 울립니다. 흉부외과(CS) 전용 핫라인 호출기입니다.

액정 화면에 적색 경고등과 함께 속보가 떠오릅니다. [응급실 대동맥 박리(Aortic Dissection Type A) 환자 유입. 심정지(Cardiac Arrest) 임박.]

대동맥 박리란 혈액이 흐르는 가장 거대한 혈관의 내벽이 찢어져 외벽 사이로 피가 터져 나오는 초응급 질환입니다. 비유하자면 지진으로 인해 대교의 상판이 갈라져 교량 전체가 붕괴하기 직전의 시한폭탄 같은 상태입니다. 1분 1초마다 환자의 생존율은 투하되는 모래시계처럼 깎여 나갑니다.

"피의자 신분입니다. 얌전히 동행하시죠."

형사의 손이 당신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는 순간, 당신의 뇌세포는 극도의 이성으로 상황을 연산하기 시작합니다. 이 조작된 판을 깨뜨리기 위해 준비해 둔 카드, 즉 병원 내부 감사팀을 기습 가동해 한상욱이 숨겨온 대리수술 비리 자료를 맞터뜨려 그의 목줄 죄어올 것인가. 아니면 법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형사들을 밀치며 환자의 숨이 붙어 있는 수술실로 난입할 것인가.

당신의 시선이 차가운 쇠수갑과 붉게 점멸하는 호출기 화면 사이를 예리하게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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