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마트폰 액정이 쉴 새 없이 점멸합니다. 피드에 올라온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CABG) 라이브 영상의 조회수는 이미 수십만을 돌파했습니다. 인공심폐기를 돌리지 않는 '무심폐기 관상동맥 우회술(OPCAB)' 과정에서, 당신이 선보인 미세혈관 문합(Anastomosis) 속도는 경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수압이 가득 찬 고무호스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초미세 실로 이어 붙이는 것과 같은 난이도의 작업. 초음파 혈류측정기(TTFM)가 뿜어내는 안정적인 파형과 기계음은 당신의 술기가 완벽했음을 증명하는 움직일 수 없는 데이터였습니다.
"규정 위반입니다. 백서진 선생."
부원장실의 공기는 이 차가운 금속성 탁자만큼이나 서늘합니다. 부원장 백태현은 태블릿 PC에 띄워진 전공의 규정 제18조를 손가락으로 두드립니다. 규칙적인 타격음이 긴장된 침묵을 깹니다. "임상 권한이 완전히 승인되지 않은 신분으로 집도한 수술은 병원의 법적 책임 소재를 허용되지 않은 영역으로 끌고 갑니다.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는 엄연한 징계 대상입니다."
당신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그의 눈을 응시합니다. 테이블 위로 당신이 미리 준비한 분석 보고서를 밀어 넣습니다. 화면에는 환자의 수술 전 심박출률(EF, Ejection Fraction) 지표와 유로스코어(EuroSCORE II) 사망 위험도 분석 데이터가 선명하게 떠 있습니다.
"환자의 심박출률은 22%였습니다. 절차적 승인을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는 48시간 동안 대기했다면, 통계학적 사망률은 94.7%에 수렴합니다. 보건의료법 제3조가 규정한 '응급 환자에 대한 최선의 처치 의무'는 병원의 행정 내규보다 상위에 존재합니다. 부원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절차적 정당성이 환자의 생명권보다 앞선다는 학술적 혹은 법적 근거가 있습니까?"
논리적인 반박에 백태현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원칙을 앞세운 그의 압박은 당신의 정밀한 데이터 장벽에 부딪혀 무력화됩니다. 그러나 그가 이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수화기를 듭니다.
"그래, 법망과 규정은 잘 빠져나갔군. 하지만 대학병원은 자선단체가 아니야. 거대한 의료 자본의 생태계지."
수화기 너머로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당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차가운 분노를 일깨웁니다. 전생의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글로벌 제약 카르텔, '에이논 바이오(Aenon Bio)' 아시아 지부장의 음성. 그들은 백태현과의 밀약을 통해 우리 병원에 독점 공급되던 차세대 면역억제제와 필수 심혈관 스텐트의 공급망을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공급망에 공급 압박이 생긴다면, 앞으로 당신이 집도할 수많은 환자들의 예후는 급격히 악화될 것입니다.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격입니다.
적들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치명적인 방식으로 당신의 목을 조여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교한 포위망을 깨뜨리기 위해, 당신은 즉각적인 행동을 개시해야 합니다. 어둠 속에서 비밀리에 적의 목덜미를 노릴 것인가, 아니면 판을 뒤흔들 더 큰 거인을 끌어들일 것인가. 선택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