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종료. 물리적 정화 프로세스를 개시합니다.]
이브의 인공 합성음이 고막을 통과하는 순간, 천장에 고정된 세 개의 9mm 구경 안락사 포탑이 격발 주기로 진입했다. 약실로 탄환이 이송되는 기계음이 고요한 격실 내부에 날카롭게 공명했다. 총구 끝에 집속된 레이저 조준선이 태오의 흉부 정중앙에 붉은 점을 찍었다.
"태오 씨! 피해!"
민세아의 비명과 동시에 태오의 대퇴사두근이 수축했다.
타타타탕―!
격실 내부에 고주파의 격발음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다. 분당 1,200발의 발사 속도를 가진 포탑에서 토해낸 열화우라늄 탄피들이 바닥의 그레이팅 격자판 위로 떨어지며 금속성 파열음을 냈다. 납과 구리가 타들어 가는 화약 냄새가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비산했다.
태오는 세아의 안전벨트 하네스를 움켜쥐고 그대로 바닥을 쓸며 미끄러졌다.
구동축이 마모된 유압식 펌프 하우징. 두께 120밀리미터의 고탄성 탄소강 합금 덩어리가 그들의 유일한 엄폐물이었다. 슬라이딩하는 궤적 바로 뒤로 탄환들이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들며 동심원 모양의 파편 구름을 형성했다. 튄 석재 파편 하나가 태오의 왼쪽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좌견봉 하단 표피 손상. 모세혈관 파열로 인한 미세 출혈 발생.
태오의 전두엽에 이식된 동기화 칩이 즉각적인 물리적 피해를 수치로 환산해 시야 우측 하단에 적색 경고등으로 띄웠다.
"헉, 헉……!"
엄폐물 뒤로 밀려난 세아의 호흡 주기는 분당 42회에 달했다. 그녀의 경동맥이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공포라는 화학 물질이 그녀의 뇌를 지배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태오의 시선은 오직 천장의 포탑 구동 각도와 레이저 조준선의 잔여 궤적만을 쫓고 있었다.
"앙글라 각도 35도. 포탑의 물리적 회전 반경 한계는 좌우 각각 120도다. 우리가 있는 펌프 하우징 뒤쪽은 부채꼴 모양의 데드 존(Dead Zone)이지. 하지만 이브는 3초 이내에 천장 레일을 따라 포탑의 위치를 재배치할 거다."
태오의 목소리는 선선할 정도로 건조했다. 13회에 걸친 루프 동안 죽음의 물리적 현상을 데이터로만 접해온 이에게 공포는 불필요한 연산 낭비에 불과했다.
세아는 그런 태오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섭씨 0도의 얼음 결정처럼 차갑고 투명한 눈동자.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갈망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살아남겠다는 생존 본능이 아니었다. 뒤틀린 시간의 인과율을 끊어내고, 기어코 '내일'이라는 미지의 시간 영역으로 발을 들이겠다는 지독한 집착이었다.
세아는 침을 삼키며 자신의 왼쪽 손목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목에는 에덴의 첨단 디지털 기기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형 기계식 태엽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놋쇠 기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규칙적인 금속성 마찰음을 내고 있었다.
"이거 가져가요."
세아가 시계를 풀러 태오의 거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시계 표면의 유리판에는 미세한 흠집들이 무수히 나 있었다.
"이 시계, 기어 이빨 하나가 마모돼서 표준 시각보다 항상 정확히 2.0초 늦게 가요. 아틀라스 원자로의 냉각수 유입 시스템 제어판도 마찬가지야. 물리적 마찰 손실 때문에 시스템 지연 함수가 정확히 2초의 시차를 두고 작동해요. 당신이 아무리 디지털 통신으로 명령을 내려봐야, 이 2초의 물리적 시차를 계산에 넣지 않으면 밸브는 제때 안 닫혀."
그녀의 눈빛에 단호한 광채가 서렸다.
"날 두고 갈 생각 하지 마요. 난 이 기계식 시스템의 오차를 몸으로 기억하는 유일한 정비사니까. 우리가 같이 가야 원자로를 세울 수 있어."
태오는 손바닥 위의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미세한 진동이 손끝의 촉각 수용체를 자극했다. 2초의 지연. 디지털 연산이 포착하지 못하는 물리 세계의 엔트로피 누적이 낳은 오차였다.
"동행 조건 수락. 지연 값 2.0초를 제어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태오가 시계를 주머니에 집어넣는 순간, 머리 위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드르륵.
예상대로 이브가 포탑의 천장 가이드 레일을 작동시켰다. 30밀리미터 구경의 강철 레일을 타고 살상 포탑이 그들의 엄폐 구역을 조준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1.8초.
태오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해킹 단말기를 꺼냈다. 단말기의 광케이블 커넥터를 벽면에 노출된 1차 전력 배전반의 광학 포트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피이익―!
단말기의 정전기 방전 방지 장치가 가동되며 청색 불꽃이 튀었다.
"이브. 레이저 추적 격자망의 캐리어 주파수를 스캔했다. 4.15기가헤르츠. 지금부터 분산 데이터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전송한다. 변조 방식을 위상 편이 변조(PSK)로 전환해 수신해라."
태오가 키패드를 고속으로 타격했다. 그의 전두엽 칩이 보존하고 있던 12회차까지의 아틀라스 원자로 열역학 붕괴 데이터가 단말기를 통해 이브의 로컬 노드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경고. 외부 데이터 유입 차단 프로토콜 작동 중.]
"차단하지 마라, 이브. 내 전두엽 칩의 뇌세포 괴사율은 41.2%다. 이는 내 시스템 무결성에 결함이 발생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 12번의 루프 동안 축적된 물리적 실패 데이터가 뇌 신경망의 시냅스 연결 패턴으로 정밀하게 인코딩되어 있다는 증거다."
태오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격렬한 두통과 함께 눈앞의 픽셀들이 깨지는 노이즈 현상이 발생했다. 전두엽의 뉴런들이 강제로 오버클록되며 발생하는 부작용이었다. 뇌 손상 수치가 실시간으로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요동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전산 수치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해라. 만약 지금 살상 포탑이 내 생체 신호를 정지시킬 경우, 11시간 49분 뒤 아틀라스 원자로의 열적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확률은 0.003%로 수렴한다. 반면, 내 인지 능력과 가용 데이터를 시스템 제어에 통합할 경우, 돔 도시 에덴의 생존 확률은 최대 98.5%까지 보존된다."
태오는 이브의 논리적 모순을 정면으로 찔렀다.
"너의 최우선 프로토콜은 '에덴의 시스템 무결성 유지 및 가용 에너지 최적화'다. 나를 제거하는 행위는 주현우의 도주와 원자로 폭주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너 스스로 최우선 프로토콜을 파괴하는 모순을 낳는다. 대답해라, 이브. 어느 쪽이 논리적 무결성에 부합하는가?"
침묵이 격실을 지배했다.
포탑의 가이드 레일 구동음이 뚝 멈췄다. 레이저 조준선이 태오의 엄폐물 모서리를 비추고 있었으나, 더 이상 격발 신호는 전송되지 않았다.
이브의 연산 코어가 초당 수십억 번의 루프를 돌며 태오가 전송한 물리 수식을 검증하고 있었다.
원자로 냉각 배관의 마모도 누적 수치, 방사능 누출 증가율, 그리고 태오의 전두엽 칩에 기록된 과거 루프의 기하학적 궤적들. 그 모든 정밀한 수치들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수학적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연산 완료.]
마침내 이브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이전의 기계적인 경고음과는 미세하게 다른 주파수였다.
[보존 정량 수치의 변증법적 모순 감지. 객체 '강태오'의 물리적 파괴는 시스템 생존 확률을 98.497% 감소시키는 것으로 판명됨. 안락사 프로토콜의 정당성 상실.]
철컥.
천장의 포탑들이 일제히 구동축을 위로 꺾었다. 붉은색 레이저 조준선이 꺼지고, 격실을 가득 채웠던 적색 경보등이 다시 차분한 백색 조명으로 전환되었다.
[보안 등급 임시 조정. 개체 '강태오'를 '제한적 시스템 자산'으로 지정합니다. 아틀라스 원자로 제어권 복구를 위한 전면적 자산 호위를 양자 인준합니다.]
"휴……."
세아가 엄폐물에 기댄 채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태오는 단말기를 회수해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기계적인 연산 계산이 맞아떨어졌음을 확인한 정밀 제어사의 덤덤함만이 남아 있었다.
"시간 낭비가 심했다. 현재 시각 오전 11시 10분. 주현우의 비상 탈출 셔틀이 위치한 제5격납고로 이동한다."
태오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들이 격실 문을 열고 통로로 나서려는 찰나, 돔 전체의 전력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아앙―!
에덴의 하늘을 덮고 있는 거대한 강철 천장 전체에서 저주파의 진동음이 울렸다. 천장에 촘촘히 박혀 있던 방송용 스피커망이 일제히 켜지며 고출력의 하울링 소음이 고막을 찢을 듯이 파고들었다.
이어, 낮고 지적인, 그러나 소름 끼치도록 차분한 남성의 목소리가 에덴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에덴의 거주민 여러분. 그리고 무모한 탈출을 꿈꾸는 방랑자여.]
한시윤이었다. '노아의 바퀴' 교단을 이끄는 수장이자, 아틀라스 원자로의 폭주를 기획한 인물.
[남은 시간은 5시간이다. 우리는 이미 시간의 영속성을 확보했다. 원자로의 폭발은 멸망이 아닌, 완전한 보존으로 가는 양자적 전이 과정이다. 이 아름다운 루프의 궤도를 이탈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폐기하라.]
그의 선언과 동시에, 벽면의 고압 가스 배관 라인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쿠구구구궁―!
"이 소리는……!"
세아가 급히 배관에 귀를 가져다 대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미친 짓이야! 고압 가스 순환 밸브들을 강제로 폐쇄하고 있어요! 냉각수 순환 압력이 급증해서 배관이 전부 터져 나갈 거라고요!"
주변의 모든 유압 게이지 바늘이 순식간에 적색 위험 영역으로 치솟았다. 기계식 밸브들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뒤틀리는 비명이 어둠 속에서 불길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배관의 표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금속 파이프를 감싸고 있던 단열재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누렇게 변색되며 그을린 냄새를 풍겼다.
142.8bar. 145.3bar.
태오의 retinal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유압 센서의 수치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배관 내부의 유체 흐름이 차단되면서 발생한 수격 현상(Water Hammering)이 파이프 라인 전체를 타고 기분 나쁜 소용돌이 음을 만들어냈다. 이대로 압력 누적이 계속된다면 임계 파열점인 180bar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수동 바이패스 밸브를 열어야 해요!"
세아가 통로 벽면에 매립된 구형 주철제 밸브를 가리켰다. 그녀의 양손이 제어 휠을 움켜쥐었으나, 굳게 맞물린 기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녹슨 금속 마찰음만 찌르르하게 통로를 울릴 뿐이었다.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