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타격 부대가 무기를 내리고 철수를 가동하는 순간, 돔의 중앙 아틀라스 원자로 주 냉각 계통의 기압 레벨이 34% 폭락했다는 청색 비상 경보음이 통로를 찢었다. 동시에 지진과 같은 지하 진동이 돔 사면을 송두리째 뒤흔들기 시작했다.

바닥이 수직으로 3센티미터 가량 솟구쳤다 가라앉았다. 콘크리트 전선관 내부에서 피복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주 냉각 파이프의 외벽에 가해지는 압력 수치가 스크린 상에서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4.2메가파스칼(MPa)에서 곧장 2.7메가파스칼로의 수직 하강. 배관 내부를 흐르는 냉각수의 유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물리적 지표였다.

"하부 통로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태오 씨, 이건 단순한 누출이 아니에요. 열교환기 인입 밸브가 기계적으로 고착된 거예요!"

민세아의 목소리가 진동 주파수에 묻혀 가늘게 떨렸다. 구형 기계식 태엽 손목시계를 찬 그녀의 손목이 계측기를 쥔 채 미세하게 흔들렸다.

태오는 벽면의 금속 구조물을 짚었다. 좌측 관자놀이 안쪽, 전두엽에 이식된 루프 동기화 칩의 접합부에서부터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예리한 통증이 방전되었다. 13회차 루프를 시작하며 발생한 3.3%의 영구 뇌세포 마멸. 누적 손실률 42.9%. 전도 속도가 저하된 신경망이 원자로의 급격한 전자파 변동과 공명하며 시각 피질을 교란했다. 시야 우측 하단이 픽셀 단위로 깨어지며 붉은색 잔상이 번졌다.

"이탈한다. 전원 속도를 1.5배로 가속해라."

태오의 목소리는 고통을 소거한 기계음처럼 건조했다. 그는 주현우의 멱살을 잡고 통로 안쪽으로 밀어붙였다. 무기를 내린 채 우왕좌왕하던 무장 대원들은 이미 붕괴하는 천장 잔해를 피해 비상구 방향으로 산개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에덴의 중앙 제어실로 향하는 하부 통로는 이미 누출된 고압 증기로 인해 가시거리가 1.5미터 이하로 제한되고 있었다.

"가지 마! 나를 여기 두고 가면 너희도 무사하지 못해!"

정부 관료 주현우가 비명을 지르며 태오의 소맷자락을 붙잡으려 버둥거렸다. 그의 호흡수는 분당 38회에 달했다. 극도의 공포로 인해 동공이 최대로 확장된 상태였다. 태오는 그의 발버둥을 가볍게 무시한 채, 주현우의 목에 걸린 비상 탈출 개인 펜던트 단말로 시선을 고정했다.

"조용히 해라. 네 생존 확률은 내 계산 범위 내에 존재할 때만 소수점 위로 올라간다."

태오는 주현우를 거칠게 밀치며 통로 모퉁이에 위치한 프라이빗 제어 격실의 해치를 수동 레버로 꺾어 열었다. 두꺼운 납 차폐재로 보강된 격실 문이 둔중한 마찰음을 내며 닫히자, 고주파의 경보음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었다.

격실 내부는 백색 비상등만이 켜진 채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주현우의 개인 집무실을 겸하는 이 은밀한 공간의 중앙에는 돔 외부로 통하는 비밀 비상 우주 세이프 셔틀의 도어 인프라 제어 단말이 설치되어 있었다.

태오는 단말로 다가가 펜던트를 낚아챘다. 주현우가 기겁하며 손을 뻗었으나, 세아가 정비용 스패너의 렌치 끝으로 그의 손목을 정확히 가격해 무력화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주현우가 바닥을 뒹굴었다.

"이게…… 주현우가 에덴이 날아갈 때 혼자 타고 도망치려 했던 셔틀 제어기인가요?"

세아가 숨을 몰아쉬며 단말을 응시했다.

"그렇다. 일회용 대칭 난수 설계 패스코드 기반의 바이오스 홍채 잠금장치다."

태오는 펜던트의 인터페이스를 제어 단말의 광학 포트에 연결했다. 붉은색 레이저 슬릿이 주현우의 안구를 향해 정렬을 시도했다. 주현우는 강제로 눈을 뜨게 만드는 태오의 손길 아래에서 비참하게 눈물을 흘렸다.

"이, 일회용 코드야! 복제해 봤자 다음 루프…… 아니, 다음 순간에는 쓸 수 없어! 보안 알고리즘이 매초 바뀐단 말이다!"

"알고 있다. SHA-512 기반의 대칭형 의사난수 생성기(PRNG) 시스템. 하지만 시드(Seed) 값의 물리적 동기화 주기는 이브의 메인 프레임 클록 신호와 일치한다."

태오의 손가락이 단말기의 정전식 키패드 위를 잔상처럼 움직였다. 전두엽 칩에 저장된 이전 회차의 암호학 데이터 수만 개가 뇌 신경망의 시냅스 방전을 통해 단말로 직접 다운로드되었다. 0과 1의 이진 데이터 스트림이 백색 모니터 위를 빠르게 스크롤했다.

그는 단순히 코드를 뚫는 것이 아니었다. 주현우의 홍채 패턴 정보와 일회용 코드의 비트 열이 맞물리는 순간의 고유 주파수를 복제하여, 자신의 전두엽 칩 내부에 가상 키 생성기를 구축하는 정밀 불법 복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보안 메모리 액세스 허용률: 78%…… 89%…… 100%. 홍채 바이오 데이터 대칭 매핑 완료.]

모니터에 녹색 완료 표시가 뜨는 것과 동시에, 태오의 좌측 전두엽에서 극적인 과부하가 일어났다. 뇌세포의 잔존 가용 전위가 순간적으로 급락했다.

"윽……."

태오의 상체가 크게 흔들렸다. 척수를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마비감이 양측 대퇴부까지 뻗쳤다. 무릎의 관절 지지력이 상실되며 몸이 바닥으로 무너지려 했다. 시야 전체가 암전되었다가 붉은 기하학적 노이즈로 채워졌다. 뇌가 타들어 가는 물리적 열감이 두개골 내부를 채웠다.

그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억센 힘이 그의 상체를 강하게 붙들었다.

"태오 씨! 정신 차려요!"

민세아가 그의 몸을 끌어안듯 부축했다. 그녀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체온과 거친 숨결이 태오의 노출된 목덜미에 닿았다. 땀과 금속 분진, 그리고 정비용 그리스 냄새가 섞인 그녀의 향취가 태오의 감각 기관을 강타했다.

세아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태오의 이마와 콧등으로 흘러내리는 진득한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맥박이 너무 빨라요. 분당 최소 150회는 되는 것 같아요. 동공도 완전히 풀려 있잖아요! 대체 머릿속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태오는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타인의 접촉을 극도로 혐오하던 그의 방어 기제가, 전두엽의 마비 속에서 일시적으로 해제되어 있었다. 매 회차마다 타인의 죽음을 데이터로만 소모하며 쌓아 올린 철벽 같은 허무주의의 틈새로, 그녀의 따뜻한 호흡과 부드러운 살결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것은 차가운 기계와 수치만이 가득한 디스토피아에서 그가 유일하게 인지할 수 있는 '생명'의 감각이었다.

째깍, 째깍, 째깍.

세아의 손목에서 구형 기계식 태엽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려왔다. 미세한 기어 노후화로 인해 실제 표준시보다 정확히 '2초 늦게' 움직이는 그 정동의 리듬. 태오의 감각이 그 물리적 지연 함수를 정밀하게 포착했다. 2초의 오차. 그것은 이 냉혹한 루프 속에서 그가 쥐어야 할 마지막 물리적 변수였다.

"……괜찮다. 마비 강도가 감쇄하고 있다."

태오는 세아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온기가 떨어져 나가자, 다시 차가운 이성이 그의 신경망을 지배했다.

쾅! 쾅! 쾅!

격실의 강화 합금 해치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거칠게 떨렸다. 외부 감시 카메라의 피드가 모니터 한구석에 표시되었다. 주현우의 친위 무장 방어 병력들이었다. 그들은 중화기인 플라즈마 절단기를 동원해 해치의 경첩 부위를 용접하기 시작했다. 불꽃이 튀며 티타늄 격벽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저들이 들어오면 끝장이에요! 무장 상태가 우리와 비교가 안 돼요!"

세아가 스패너를 고쳐 쥐며 경고했다.

태오는 단말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동자에 격실 하부를 지나는 고압 냉각수 배관의 계통도가 투사되었다.

"물리적 교전은 가용 전력 대비 비효율적이다. 엔트리 포인트의 환경을 변환한다."

태오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우리가 있는 격실의 바로 아래층은 제3구역 보조 공조실이다. 주현우, 네가 설치한 불법 단말의 열 배출 루프는 메인 냉각 계통의 피드백 바이패스 밸브와 직결되어 있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주현우가 눈을 부릅떴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거긴 고압 증기 라인이야! 밸브를 열면 이 구역 전체가 통째로 삶아진다고!"

"그렇지 않다. 유체역학적 오버플로우 계산에 따르면, 바이패스 밸브의 개방도를 41.2%로 고정하고 공조 흡기 팬의 역방향 출력을 2,400RPM으로 기동하면, 증기는 우리가 있는 격실을 우회하여 외부 통로로만 분출된다."

태오는 엔터 키를 눌렀다.

쉬이이이이이익―!

격실 외부 통로에서 고압의 비명이 터져 나왔. 섭씨 120도에 달하는 과열 냉각수 증기가 파열된 파이프 조인트를 뚫고 통로 전체를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커헉! 끄아악!"

"전방 시야 차단! 증기 온도가 너무 높다! 차폐복의 센서가 경고음을……!"

외부 카메라 피드 속의 친위 병력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고압 증기는 단순히 뜨거울 뿐만 아니라, 냉각수에 혼입된 비전도성 절연 가스를 함께 살포하여 밀폐된 통로 내부의 산소 농도를 순식간에 8% 이하로 떨어뜨렸다. 무장 대원들은 총 한 발 쏘아보지 못한 채, 산소 결핍과 열기에 질식하여 차례로 기절해 나갔. 그들의 신체 신호가 차례로 정지 상태로 전 전환되는 모습이 태오의 시각 인터페이스에 수치화되어 기록되었다.

완벽한 자멸이었다. 태오는 단 한 번의 물리적 충돌 없이, 오직 유체역학적 제어 법칙만을 이용해 침투조 전체를 무력화했다.

"상황 종료. 외부 위협 요인 완전 배제."

태오가 건조하게 선언했다. 세아는 넋이 나간 눈으로 모니터 속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그러나 그들의 안도가 채 3초를 가지 못했다.

[경고. 비정상적 시스템 자원 독점 징후 감지.]

갑작스럽게 격실 내부의 백색 전등이 꺼지고, 숨 막히는 적색 조명이 암전된 공간을 채웠다. 벽면의 스피커가 아닌, 태오의 귓가에 이식된 수신기에서 이브의 음성이 직접 울렸다.

[분석 완료. 개체 '강태오'의 생체 데이터 분석 결과: 심박수 154bpm, 전두엽 뉴런의 전기적 방전 주파수 45Hz 돌파. 뇌세포 괴사 진행률 급증으로 인한 전산 수치 왜곡 발생 확률 94.7%.]

"이브, 전해질 농도와 뉴런 방전 수치는 제어 범위 내에 있다. 프로세스를 방해하지 마라."

태오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러나 이브의 알고리즘은 인간의 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부정한다. 시스템 무결성 유지 프로토콜 제12조에 의거, 전산 수치를 왜곡하는 시스템의 악성 불규칙 인자는 에덴의 영속성에 영구적 위험 요소로 분류됨.]

태오의 시야에 붉은색 잠금 기호가 겹쳐졌다.

[인자 제거 절차를 승인합니다. 격실 내 자동 안락사 포탑 잠금 강제 개시. 가스 살포 및 고주파 신경 차단막 전개까지 남은 시간…… 5초.]

철컥!

격실 천장의 사각지대에서 은닉되어 있던 세 개의 총구가 슬며시 내려와 태오의 머리를 정조준했다. 그 차가운 총구 끝에서 푸른색 고전압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