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빨갛게 달아오른 철판 위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대강당의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요동쳤다. 단상 깊은 곳에서부터 역류하기 시작한 마나는 이미 정상적인 마법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그것은 정교한 기하학적 마법진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오직 파괴만을 위해 조율된 가공할 만한 열역학적 팽창이었다.

"죽어라! 마왕의 환생아! 너와 함께 이 가짜 수식들을 전부 날려버리겠다!"

엘리아스의 비명이 천장을 때렸다. 그의 하얗게 질린 손가락이 붉은 레버를 완전히 꺾어 내린 순간, 마력 제어 장치의 핵심 톱니들이 부서지며 내부에 갇혀 있던 고농도 가스가 일시에 분출되었다. 가스 분자들과 불안정한 마나 입자들이 충돌하며 연쇄적인 화학 폭발을 일으키기 직전의 찰나였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눈에는 그저 파멸적인 붉은 빛의 폭풍으로 보이겠지만, 시우의 시야는 달랐다.

'정리된 엔트로피의 시선'이 그의 망막 위에 투명한 격자무늬의 수치들을 띄웠다.

분자 운동 속도, 가속도, 그리고 산소와의 결합 효율성. 폭발을 구성하는 모든 물리적 요소가 수십만 개의 벡터 화살표로 쪼개져 시우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가스의 연쇄 반응이 일어나고 열에너지가 사방으로 확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12초. 아카데미 대강당 전체를 흔적도 없이 증발시키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임계점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대피하라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학생들과 장로들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들의 눈동자에 죽음의 공포가 붉은 빛으로 반사되었다.

시우는 한 걸음을 내딛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가만히 내리쓸었을 뿐이다.

'열역학 제2법칙.'

고립계의 총 엔트로피는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이 세계의 불완전한 마법 공식들이 에너지를 사방으로 흘 흘리며 비효율적으로 낭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시우에게 마법이란 에너지를 형태가 없는 기도로 부추기는 행위가 아니라, 완벽하게 통제된 수학적 경계 안에서 분자의 운동에너지를 회수하는 정밀한 작업이었다.

그가 손을 가볍게 뻗어, 폭발의 중심부를 가리켰다. 영창도, 거창한 손짓도 없었다.

동시에 시우의 심장이 무겁게 삐걱거렸다.

쿵. 쿵.

분당 40회로 떨어져 있던 심장 박동이 순간적으로 30회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생물학적 엔트로피를 대가로 지불하는 형벌이 그의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피비린내가 섞인 차가운 냉기가 역류했다. 손끝이 감각을 잃고 하얗게 변해갔으며, 시야의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극심한 저체온증이 그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아스퍼거 증후군 특유의 극단적인 집중력이 고통마저 연산의 소음으로 치부해 버렸다.

'산소 공급 차단. 연소 반응 구역의 온도를 절대영도로 강제 하강.'

콰아아앙—!

터져 나와야 했을 폭발음이 기이하게 꺾였다.

붉게 타오르던 화염의 해일이 단상의 경계선에서 뚝 멈춰 섰다. 마치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불꽃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것은 단순한 방어막이 아니었다. 불꽃을 구성하는 고온의 가스 분자들이 가진 운동에너지를 시우가 강제로 빼앗고 있었다. 분자들의 속도가 느려졌다. 열운동이 정지했다. 붉은 화염은 순식간에 푸스스 소리를 내며 빛을 잃었고, 대기 중의 산소와 질소가 급격한 온도의 하강을 견디지 못하고 액화되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엘리아스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가 터뜨린 폭발의 열기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뺨을 스치는 바람이 살을 에는 듯이 차가웠다.

쉬이이익.

소리도 없었다. 비명도 없었다. 아카데미 건물을 송두리째 날려버려야 했을 마력 대폭탄의 연쇄 반응은, 단 3초 만에 단상 중앙의 한 점으로 수축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열을 빼앗긴 유기물과 가스의 잔해들이 영하 273도의 차가운 질서 속에서 단단히 압축되었다.

탁.

맑고 가벼운 소리와 함께, 단상 바닥 위로 작은 구슬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그것은 사방 1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까만 탄화 분말 얼음구슬이었다. 폭발의 모든 열량과 질량이 시우의 절대영도 제어에 의해 단 한 점으로 포획되어 소멸해 버린 결과물이었다.

대강당 안에는 오직 액화된 공기가 바닥에 닿아 기화하는 하얀 김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를 뿐이었다.

"말도 안 돼……."

누군가의 신음이 침묵을 깼다.

화려무도하게 날뛰어야 했을 화염 마법의 폭사를 단숨에, 기합이나 영창 한 자락 없이 조용한 석탄 가루 구슬로 환원시켜 버린 광경. 그것은 마법의 역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적이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눈앞의 소년이 보여준 초월적인 권능에 압도되어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다.

몇몇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눈에는 시우가 단순히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법칙을 손가락 하나로 주무르는 지고의 존재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 지고의 존재는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시우의 무릎이 꺾이려 했다. 입술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심장이 멈추기 일보 직전이었다. 체온은 이미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영역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그때, 거친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 시우의 어깨를 부축했다.

"에온! 제발 정신 차려!"

유리아였다. 그녀의 손에는 연한 푸른빛을 띠는 작은 물약병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시우의 조력을 받아 완성했던 '미완성 불순물 정제 불균형 공식'의 결정체였다. 기존 연금학의 42% 오차를 완벽하게 보정하여 정제율을 99.98%까지 끌어올린, 제국 역사상 가장 순수한 신종 연금 결합액이었다.

유리아는 망설임 없이 물약병의 마개를 열고 시우의 입술 사이로 약액을 흘려 넣었다.

"이걸 마셔! 네 세포가 파괴되는 걸 막아줄 거야!"

약액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시우의 전신에서 미세한 반응이 일어났다. 극도로 순수한 정제물이 그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차갑게 얼어붙어가던 세포막을 보호하고 심장의 급격한 부하를 감소시키기 시작했다. 생물학적 엔트로피의 소모로 파괴되던 생명 활동이 연금학적 기적에 의해 임시로 고정된 것이다.

동시에 또 하나의 손길이 시우의 가슴팍에 닿았다.

베아트리스였다. 그녀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손끝만은 단호했다. 그녀가 참관 중 착용하고 있던 은빛 펜던트가 시우의 가슴에 닿는 순간, 눈부신 백색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지난 학술 대회 중 시우가 겪었던 치명적인 저체온 상태를 중화하기 위해, 베아트리스가 밤을 새워 연성 개조해 둔 '이상 반응 제어 완충기'였다.

웅웅웅—!

펜던트가 시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재앙적인 냉기를 스스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차가운 절대영도의 역류가 펜던트 내부의 마력 회로로 분산되어 상쇄되었다. 펜던트의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가며 하얀 서리가 맺혔지만, 그 덕분에 시우의 심장 박동수가 다시 요동치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두둥. 두둥.

분당 50회. 느리지만 확실한 생명의 신호가 시우의 가슴 안쪽에서 다시 고동쳤다.

"하아……."

시우가 깊은 숨을 토해냈다. 입김이 하얗게 흩어졌다. 감각이 마비되었던 손끝에 서서히 뜨거운 피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을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는 두 여학생을 무덤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유리아의 눈에는 광적인 학구열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고

베아트리스의 남빛 눈동자에는 지독한 인지부조화와,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경외감이 일렁이고 있었다.

가까이서 마주한 그녀의 숨결은 가쁘게 흔들렸고, 시우의 어깨를 쥔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평생을 바쳐온 기성 마법의 숭고한 영창이 한순간에 부정당했음에도, 방금 전 눈앞에서 펼쳐진 무결한 질서의 세계는 그녀의 영혼을 깊숙이 매료시키고 있었다.

"너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베아트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편이 정확했다.

그의 시선은 베아트리스의 목덜미에서 흘러내린 은빛 펜던트의 균열로 향해 있었다. 쩍 갈라진 틈새 사이로, 방금 전 흡수한 절대영도의 냉기와 펜던트 고유의 마력 회로가 뒤엉키며 기이하게 굴절된 광학적 파형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 파형은.'

시우의 무표정한 눈동자가 미세하게 확장되었다.

'공허의 서고' 지하 깊은 곳, 이끼 낀 고대 벽화에 새겨져 있던 수수께끼의 수식들이 펜던트의 굴절 광선 위로 겹쳐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마력의 흔적이 아니었다. 차원 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고대인들이 새겨두었던, 그러나 기하학적 미학에 가려져 아무도 해독하지 못했던 '차원 왜곡 보정 축선'의 오차 값이었다.

유리아가 정제해 준 순수한 비출력 연금액이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 안자, 시우의 뇌세포들이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연산을 재개했다.

[보정 상수 λ = 1.2931…… 오류율 0.0004%로 수렴.]

머릿속에서 모래성처럼 흩어져 있던 지구의 천체 좌표들이, 이 펜던트의 균열에서 방출된 잔류 엔트로피를 기점으로 마침내 하나의 완벽한 궤적으로 꿰어지기 시작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이, 아주 조금이지만 확실하게 그 거리를 좁혀온 것이다.

시우는 가만히 제 가슴을 짚었다. 펜던트의 차가운 금속 촉감이 얇은 셔츠 너머로 느껴졌다. 심장은 여전히 무겁게 뛰고 있었지만, 시야를 가리던 흑점들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에온, 몸은 좀 어때? 내 공식이…… 정말로 네 심장 부하를 덜어준 거야?"

유리아가 그의 소매를 꼭 쥔 채, 마치 성물을 바라보는 신도처럼 열망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불순물을 극한으로 정제해 낸 연금 결합액의 순도가 시우의 생명력 소모를 완벽하게 붙잡아두고 있었다.

시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식의 오차가 사라지니, 생체 내의 불필요한 열 교환이 억제되었어. 유리아, 네 계산은 유효했다."

"아……!"

유리아의 얼굴이 단숨에 장미빛으로 물들었다. 세상 그 어떤 학자의 찬사보다도, 이 차가운 소년의 무미건조한 인정 한마디가 그녀에게는 지상의 구원과도 같았다.

반면, 단상 위에서 붉은 레버를 쥔 채 굳어 있던 엘리아스는 완전히 파멸해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폭발하지 않은 거지? 내 마력이, 가문 대대로 내려온 아카데미의 비장(秘藏)이…… 왜 겨우 저따위 돌멩이가 되어 뒹구는 거냐!"

엘리아스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까만 탄화 분말 구슬을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손을 뻗어 그것을 주우려 했지만, 손가락이 구슬에 닿기도 전에 지독한 동상이 그의 손끝을 검게 물들였다.

"아아아악!"

그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단 1초의 접촉만으로도 세포를 괴사시키는 절대영도의 응축체. 그것은 마법이 아니라, 자연계의 법칙 그 자체를 비틀어 만든 신의 권능에 가까웠다.

대강당을 가득 채운 장로들과 학우들은 그 참혹하고도 고요한 종말을 보며, 깊은 공포와 경외감에 사로잡혔다. 영창도 없이, 분노도 없이, 그저 손짓 한 번으로 대폭발을 한 점의 어둠으로 바꾸어버린 소년.

"이것이…… 정말로 인간의 마법이란 말인가?"

"예언서에 적힌 그대로다. 세상을 동토로 만들고 마력을 소멸시킬 불길한 지배자……."

수군거림은 더 이상 조롱이나 멸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재앙을 마주한 필멸자들의 비명이자, 새로운 신앙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시선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은 경외감 대신 지독한 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대강당 천장 부근, 높은 아치형 창문 뒤편의 어둠 속.

이단심문관 발락은 한 자루의 거대한 마도 저격총을 어깨에 견착한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차가운 회색 눈동자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소리도 없고, 빛도 없으며, 마나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세상을 얼려버린다.'

발락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지그시 눌렀다.

'전승에 기록된 그대로군. 차원의 엔트로피를 포식하고, 세상의 모든 온기를 빼앗아 종말을 고하는 자. 동토의 마왕이 마침내 아카데미의 껍질을 깨고 본색을 드러냈다.'

그에게 시우가 보여준 수학적 무결함이나 학문적 혁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법도에 기록된 예언의 실현, 그리고 이 세상의 고귀한 마법 체계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저 기이한 이단자를 지금 이 자리에서 말살해야만 했다.

철컥.

저격총의 약실이 맞물리며, 공기의 저항을 완전히 무시하도록 유체역학적으로 특수 조율된 은빛 마탄이 장전되었다. 소리도, 궤적도 남지 않는, 오직 마왕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제련된 처단자의 탄환이었다.

"세상의 질서를 위해, 무(無)로 돌아가라."

발락이 조용히 읊조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슈우우우—!

소리 없이 발사된 탄환이 대강당의 공기를 가르며, 유리아와 베아트리스의 부축을 받으며 서 있는 시우의 심장 정중앙을 향해 초음속으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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