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학장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대강당의 높은 천장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졌다.

"세상을 멸망시킬…… 보이지 않는 파멸의 전조로다……!"

그 노쇠한 목소리가 허공을 맴도는 순간에도, 시우의 시야는 이미 푸른빛에서 칠흑 같은 어둠으로 빠르게 침잠하고 있었다. 소리도, 불꽃도 없이 강철을 먼지로 되돌려 버린 절대영도의 대가는 가혹했다. 머릿속에서는 방금 전 베아트리스의 펜던트에서 관측된 차원 잔류 엔트로피의 정밀 연산 수치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7.294…… 그리고 미세 오차 범위 0.0031…….'

원래 세계로 향하는 차원 포탈의 천체 좌표를 완성해 줄 마지막 퍼즐 조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 찬란한 공식의 끝자락을 붙잡기도 전에, 심장의 박동이 기괴할 정도로 느려졌다. 쿵, 쿵, 그리고 기나긴 정적. 생물학적 엔트로피를 대가로 지불한 육체는 더 이상 열을 보존하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 내렸다.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차오르는 검은 서리 너머로, 베아트리스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일그러진 잔상으로 남았다.

의식이 끊어지는 찰나의 순간까지도 시우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 계산을 끝마치지 못했다는 미련뿐이었다.

***

사흘 뒤.

라그랑주 황립 마법 아카데미의 가을은 유독 쓸쓸한 빛을 띠고 있었다.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이 대리석 복도에 마른 낙엽들을 흩뿌려 놓았고, 고풍스러운 강의동의 높은 아치형 천장 아래로는 서늘한 마나의 냄새가 감돌았다.

시우는 완전히 가라앉은 몸을 이끌고 연금학 강의실로 향했다.

병실에서 눈을 뜬 순간, 그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마흔 번을 간신히 넘기고 있었다. 1화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좁은 방 안에서 구리 동전이 떨어지며 바닥과 마찰해 발생시켰던 미세한 마찰열 손실 수치까지도 완벽하게 연산해 내던 그의 정밀한 감각은, 이제 자신의 육체가 서서히 얼어붙어 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생명을 갉아먹는 마법의 대가.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세계의 뒤틀린 마법 공식을 바로잡고 차원 좌표를 완성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만 했다.

"어머, 저기……."

"실기 시험장에서 강철 골렘을 소리도 없이 가루로 만들었다는 그 낙제생이잖아?"

"에온…… 아니, 이제는 그렇게 부르면 안 될 것 같아. 학장님이 마왕의 환생이라고 소리치셨다며?"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은 시우가 다가오기도 전에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터주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단순한 낙제생을 향한 멸시가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를 향한 본능적인 경외와 짙은 공포였다.

시우는 그들의 수군거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특유의 내면적 장벽은 주변의 감정적 소음이나 사회적 뉘앙스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오직 눈앞의 복도 바닥에 깔린 대리석의 마찰 계수와, 자신이 걸을 때 소모되는 운동에너지만이 논리적 사실로서 존재할 뿐이었다.

시우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연금학 강의실의 묵직한 목학 문을 열었다.

강의실 안은 기묘하리만치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시우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방을 챙겨 반대편 뒷자리로 도망치듯 자리를 옮겼다. 그 넓은 강의실의 맨 앞줄, 칠판 바로 앞에는 단 한 사람만이 멍하니 서 있었다.

연금학 조교, 유리아였다.

그녀는 칠판 가득히 복잡한 기하학적 원과 난해한 고대 룬 문자들이 얽힌 수식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굵은 뿔테 안경 너머로 드러난 그녀의 눈동자는 극도의 피로와 갈증으로 충혈되어 있었다. 주변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분필을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안 돼…… 여기서 마나의 흐름이 불균형해져. 불순물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미세한 에너지의 역류를 어떻게 잡아야 하지? 황실 연금술 공식집에 적힌 대로라면 분명 완벽해야 하는데…… 왜 자꾸만 비가역적 손실이 일어나는 거야?"

칠판에 적힌 것은 제국이 자랑하는 '최우수 정화 연금식'의 기초 공식이었다. 비싼 마법 결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순수한 마나를 추출하는 수식이었지만, 시우의 눈에는 그저 낭비와 모순으로 가득 찬 고철 조각에 불과했다.

시우는 천천히 유리아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의 발소리는 지극히 규칙적이었고,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유리아는 인기척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시우의 무표정한 얼굴과 마주하자 숨을 들이켰다.

"에, 에온……?"

"그 공식, 오차가 너무 큽니다."

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물리학의 정리처럼 건조했다.

"……네?"

"에너지의 보존 법칙을 무시하고 마나의 순환 경로를 기하학적 대칭성에만 억지로 맞추려 하니, 분자 수준에서의 열역학적 쇄도가 일어나는 겁니다. 투입한 마나의 42%가 불필요한 마찰열과 열복사로 소실되고 있어요. 비가역성 보정 수식을 넣지 않으면, 이 공식은 백 번을 발현해도 불순물을 완벽히 정제할 수 없습니다."

유리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가장 우수한 연금학 인재 중 한 명이었지만, 시우가 뱉은 '분자', '열역학적 쇄도', '비가역성'이라는 단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학구적 본능은 그 낯선 단어들 뒤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진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제국 현자들이 수백 년 동안 다듬어 온 정화 공식이야. 완벽한 기하학적 균형을 이룬……."

"기하학적 균형은 인간의 미적 기준일 뿐, 자연의 물리적 효율과는 무관합니다."

시우는 유리아의 손에서 분필을 반쯤 빼앗듯 가져갔다.

탁. 탁. 탁.

강의실 안에 날카로운 분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우는 칠판에 적혀 있던 장황한 룬 문자와 마법진의 불필요한 곡선들을 거침없이 지워 나갔다. 그리고 그 위에, 현대 물리학의 열역학 제2법칙에 기반한 분자 열운동 정지 공식과 가역 결합식을 수식화하여 세 줄로 요약해 적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극도로 정제된 수학적 아름다움이자, 우주의 물리 법칙 그 자체였다.

[ $dS = \frac{dQ}{T} \ge 0 $ ] [ $ \eta = 1 - \frac{T_C}{T_H} $ ] [ $\Delta G = \Delta H - T\Delta S < 0 $ ]

시우는 이세계의 마나 기전에 맞게 상수를 미세 조정한 기전 분자식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불필요한 마나의 낭비를 원천 차단하고, 불순물이 결합하는 화학적 자유에너지를 강제로 음수로 떨어뜨려 스스로 분리되게 만드는 완벽한 수식이었다. (Foreshadow 3 심기)

"이것으로 정제 과정에서의 엔트로피 증가를 최소화하고, 비가역적 손실을 0에 가깝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계산해 보세요."

시우가 분필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유리아는 칠판에 적힌 단 세 줄의 공식을 바라보며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연금술의 기초를 지배하던 수십 장 분량의 장황한 주문서가, 단 세 줄의 기하학적 기호와 미지수로 완전히 대체되어 있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시우가 적어 내려간 수식의 흐름을 따라 마나를 대입해 보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연산이 가능하지?'

그녀의 뇌리에 번개가 치듯 강렬한 충격이 일었다. 제국 최우수의 현자들이 평생을 바쳐 도달하려 했던 '완벽한 정화'의 영역이, 이 낙제생이 장난치듯 휘갈겨 쓴 세 줄의 공식에 의해 너무나도 손쉽게, 그리고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존의 마법 체계에 대한 지독한 능욕이자, 신학에 가까웠던 연금학을 한낱 산수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압도적인 지적 폭력이었다.

"아……."

유리아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눈에 비친 시우는 더 이상 단순한 동급생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진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비웃는, 심연의 군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요? 어떻게 이런 수식을……."

"계산이 맞다면 불순물 정제율은 99.98%에 수렴할 겁니다. 제게는 이보다 더 복잡한 좌표 연산이 쌓여 있어서, 이 정도 기초 공식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시우는 정말로 귀찮다는 듯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원래 세계로 돌아갈 차원 포탈의 천체 상수를 완성하는 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유리아의 경악도, 그녀가 느끼는 학술적 전율도 시우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노이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무심하고도 냉혹한 태도가 유리아에게는 전혀 다르게 해석되었다.

'이 정도의 기적을 일으키고도…… 고작 기초적인 장난에 불과하다는 건가? 이 수식조차 그가 가진 무한한 지식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유리아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전율을 느끼며 시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동자에는 학구적인 광기와 기묘한 숭배의 빛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를…… 당신의 계산 노예로 써 주세요!"

"……예?"

시우가 처음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논리적 범주를 벗어난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하려는 그 '더 복잡한 연산'이 무엇이든, 제가 전부 도울게요! 밤을 새워서라도, 제 마력을 전부 써서라도 당신의 수식을 검증하고 계산해 내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방금 그 공식의 다음 단계를 보여 주세요!"

유리아는 시우의 소매자락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그녀에게는 이미 아카데미의 규율도, 은사들의 가르침도 안중에 없었다. 눈앞에 존재하는 이 절대적인 진리의 지배자, 마왕이라 불리는 소년의 발끝에 매달려서라도 마법의 끝을 보고 싶다는 일념뿐이었다.

시우는 잠시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가만있어 보자. 내가 혼자서 차원 좌표를 연산하려면 하루에 최소 14시간 이상의 계산이 필요해. 하지만 내 심장 박동수와 생물학적 엔트로피의 한계를 고려하면 뇌의 과부하를 줄여야 한다. 이 조교의 계산 능력을 도구로 활용한다면…… 뇌의 에너지 소모율을 35% 이상 절감할 수 있겠군.'

지극히 계산적이고 도구적인 판단이었다. 시우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앞으로 제가 주는 수식의 단순 사칙 연산과 마나 대입 연산은 당신이 전담하도록 하세요."

"감사해요……! 정말로 감사해요, 에온 님!"

유리아는 마치 구원을 받은 신도처럼 얼굴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강의실 뒤편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의 얼굴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촉망받는 연금학 조교가, 실기 시험장에서 괴물 같은 힘을 보여 준 '마왕의 환생'에게 영혼을 팔아넘기듯 굴복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미쳤어…… 유리아 조교가 마왕의 수하가 되었어……."

"그가 적은 저 기괴한 문자들을 봐. 마력을 전혀 소모하지 않고 세상을 왜곡하는 금기 공식이 틀림없어."

공포의 속삭임이 강의실의 싸늘한 공기를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갔다.

***

그 시각, 아카데미 원로원의 비밀 회의실.

어두컴컴한 방 안, 오직 마력 촛대 몇 개만이 간신히 사위를 밝히고 있었다. 원탁의 중심에는 실기 시험장에서 시우가 시전했던 마법의 잔류 에너지를 기록한 마법 수정구가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일세."

한 원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법 수정구를 가리켰다.

"마나의 파동이 아예 관측되지 않았네. 영창도, 마법진의 설계도 없었어. 그것은 마법을 부린 게 아니라…… 그저 만물의 운동을 '정지'시킨 것에 가깝네. 열을 빼앗고, 소리를 지우고, 공간을 진공으로 만들어 만물을 먼지로 되돌리는 권능……."

"예언서의 구절과 완벽히 일치하는군."

또 다른 원로가 마른침을 삼키며 음산하게 말을 이었다.

"‘소리 없이 다가와 세상을 영원한 정적으로 침묵시킬 보이지 않는 파멸.’ 그 낙제생 에온의 몸에 깃든 것은…… 우리 아카데미가 수천 년간 경계해 온 동토의 마왕이 틀림없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기존의 마법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저런 이단의 기전을 구사할 수 있겠는가?"

원탁의 상석에 앉아 있던 엘리아스는 지팡이를 쥔 손에 핏줄을 세우고 있었다.

그의 자존심은 이미 실기 시험장에서 시우에 의해 철저히 짓밟힌 상태였다. 평생을 바쳐 연구해 온 고전 마법 기하학이, 고작 이름 없는 낙제생의 손짓 한 번에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놈은 위험합니다."

엘리아스가 낮게 읊조렸다. 그의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

"그놈이 구사하는 마법은 우리 아카데미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주문의 영창과 신성에 대한 기도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고 있어요. 만약 학생들이 그놈의 이단적인 효율성에 현혹되기 시작한다면, 제국의 지배 체계를 지탱하는 마법학의 권위는 하루아침에 붕괴할 것입니다. 예언의 성취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놈을 처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장님이 공식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네. 그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하 유적을 이용하면 됩니다."

엘리아스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아카데미 지하 깊은 곳에 잠든 '공허의 서고'…… 그곳의 고대 봉인 구역은 파멸의 예언을 품은 자만이 반응하는 금기의 장소입니다. 그놈을 그곳으로 유인해 이단성을 스스로 증명하게 만든 뒤, 원로원의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멸절시키는 겁니다."

원로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무거운 동조의 고개 끄덕임들이 이어졌다.

***

강의실의 소란이 한 차례 가라앉은 방과 후.

유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시우가 적어 준 정화 보정 연금식을 양피지에 한 자 한 자 옮겨 적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식이 아니었다. 마력의 비가역적 손실을 완벽히 통제하는 이 수식은, 그녀가 평생을 고민해 온 연금술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마왕의 계시와도 같았다.

시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아카데미의 지상에 존재하는 공식들은 전부 오차투성이군요. 가치 있는 상수를 얻으려면 더 오래된 역사의 흔적이 필요합니다."

유리아가 양피지에서 고개를 들며 물었다.

"오래된 역사의 흔적이요……?"

"아카데미 지하 깊은 곳에 고립된 미해결 유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허의 서고'라고 하던가요."

시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 고대 서고의 두꺼운 석판들에 새겨진 왜곡된 차원 왜곡 보정 축선 수치들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곳에 숨겨진 고대 마법 공식의 수학적 오차들을 바로잡는다면, 원래 세계로 향하는 포탈의 완전무결한 지구 천체 좌표를 마침내 연산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시우의 건조하면서도 단호한 선언이 텅 빈 강의실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유리아는 침을 삼켰다. 공허의 서고는 아카데미에서 엄격히 출입을 통제하는 금기의 구역이자, 전설 속 마왕의 예언이 잠들어 있는 불길한 심연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시우가 보여 준 지적 무결성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에온 님…… 그곳은 원로원의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곳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양피지 위의 차가운 수식을 스쳤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가 그 문을 열 방법을 찾아내겠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을 넘어선 맹목적인 열망이 깃들어 있었다.

시우는 그것이 자신을 향한 위험한 오해와 숭배에서 비롯된 것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유용한 도구의 자발적인 협조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의 상징과도 같은 보정 연금식을 가슴에 품은 유리아와, 오직 집으로 돌아갈 수식만을 계산하는 소년의 시선이 가을날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기묘하게 교차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의실 문틈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마나의 기류가, 지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했음을 알리듯 낮게 진동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