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
백보드 뒤편의 쇠그물이 날카로운 비명처럼 울부짖는다.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가죽 공이 그물 한가운데를 정확히 뚫고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순간, 강기태의 가슴 속에서는 폭탄이 터지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갈비뼈 안쪽에서 심장이 늑목을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날뛰었다.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지는 거대한 심음과 함께, 시야를 가득 채운 붉은 연산 선들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 [위험: 심박수 162bpm 돌파!] [동맥 산소 포화도 급감: 84.1% -> 61.8%] [경고: 급격한 동맥 산소 수치 저하. 심장 근육에 미세 손상 누적 중] =========================================
허파가 쪼그라드는 감각이 덮쳐왔다. 기태는 상체를 숙인 채 무릎을 짚었다. 입을 벌려 라스베이거스 체육관의 탁하고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셨지만, 산소는 허파 점막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 버리는 것 같았다.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훅 끼쳤다.
"이봐, 기태! 방금 그 슛은 대체……!"
에밀리 정이 코트 라인 너머에서 구두 굽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달려왔다. 그녀의 눈동자가 경악과 흥분으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전, 수비수의 거친 보디 체크를 공중에서 피하며 던진 불가능에 가까운 페이드어웨이 3점슛이 그물을 가른 참이었다.
기태는 에밀리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쳤다. 지금 대답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비켜."
"어? 기태, 얼굴색이 왜 그래? 너 어디 아파?"
"말 시키지 마."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기태는 흔들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라커룸을 향해 걸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왼쪽 무릎 슬개골 아래쪽이 욱신거리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과거, 그의 커리어를 통째로 집어삼켰던 그 부상의 유령이 다시금 발목을 붙잡는 듯한 환각이 일었다.
탁.
라커룸의 낡은 철제 문을 닫고 걸쇠를 걸었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막힌 좁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기태는 벤치 위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욱……!"
입안에 고인 침을 바닥에 뱉어냈다. 붉은 핏방울이 섞여 있었다.
기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셔츠 안쪽에서 낡은 가죽 수첩과 볼펜을 꺼냈다. 회귀 전, 무릎 연골이 파열된 이후 매일같이 재활 수치와 통증 지수를 기록하던 버릇이 만들어낸 집착의 산물이었다.
눈앞에 명멸하는 시스템의 파란색 점검창을 응시하며, 그는 펜 끝을 수첩에 가져다 댔다. 구체적인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이 미친 상태창의 페널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장부를 적어야 한다. 내 목숨의 손익분기점을.'
기태는 화면에 나타난 생리적 수치들을 정밀하게 대조하며 수첩에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 [생체 피로도 누적 분석 장부] - 기본 상태창 대기 모드: 1분당 산소 포화도 0.5% 차감, 젖산 농도 변화 없음. - '붉은 궤적(슈팅 궤적)' 활성화: 1초당 동맥 산소 포화도 4.8% 급감. 근육 내 젖산 수치 12.1% 폭등. - 3점슛 시도 시 연산 보정(점프 및 릴리즈 1.2초 유지): 일시적 산소 포화도 5.7% 추가 영구 차감 (쿼터 종료 시까지 회복 불가). =========================================
볼펜을 쥔 기태의 손가락끝이 하얗게 질려갔다.
"미친 시스템이군."
이것은 기적의 권능이 아니었다. 심장과 인대를 소모품처럼 갉아먹으며 득점을 구매하는 악마의 거래다. 3점슛 한 번을 던지기 위해 상태창을 켜고 조준하는 그 짧은 1.5초의 시간 동안, 그의 신체는 일반적인 풀코트 왕복 달리기 3회를 연속으로 한 수준의 젖산 폭탄을 맞는다.
만약 경기의 모든 흐름에서 이 상태창을 켠 채 리딩을 하거나 돌파를 시도한다면?
결과는 자명했다. 2쿼터가 끝나기도 전에 코트 위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거나, 무릎 십자인대가 스스로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질 것이다.
기태는 숨을 몰아쉬며 수첩의 다음 장을 넘겼다. 그리고 화면 구석, 마치 깨진 픽셀처럼 일그러진 채 번쩍이는 보라색 메시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 [시스템 숨겨진 프로토콜 활성화] - 경고: 심박수 180bpm 초과 상태 지속 시, '붉은 선'의 표기 및 연산 속도가 200%로 가속됩니다. - 대가: 극단적인 근육 파열 및 심장 마비 부작용이 실시간으로 누적됩니다. =========================================
기태의 미간이 좁아졌다.
"심박수 180 이상일 때 연산 속도 2배 가속……."
그것은 상대 수비수의 블록 타이밍과 사각지대를 일반적인 속도보다 두 배 빠르게 계산해 준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 대가는 명확했다. 세포 단정위의 파괴. 기태는 이 조항 아래에 붉은색 볼펜으로 굵은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그 옆에 날카로운 글씨로 단어를 적어 넣었다.
[자폭 장치. 절대 금지.]
평소의 경기 운영 중에는 철저하게 심박수를 140 이하로 통제해야 한다. 상태창의 활성화 시간은 오직 슛을 던지는 '찰나'인 1초 미만으로 제한한다.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는 난사는 곧 죽음이다.
"철저하게 계산해야 해. 1초의 낭비도 없이."
혼잣말을 내뱉는 기태의 눈동자에는 지독할 정도의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타인을 믿지 않았다. 코트 위의 동료들은 그저 수비수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자신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고기방패이자 소모품일 뿐이었다. 이 지옥 같은 레이스에서 살아남아 우승 반지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오직 자신만의 계산기만을 믿어야 했다.
똑, 똑.
라커룸의 문이 가볍게 울렸다.
"기태, 나야. 에밀리. 들어갈게."
기태는 빠르게 수첩을 바지 뒷주머니에 찔러넣고 땀에 젖은 셔츠를 대충 추슬렀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었다.
에밀리 정이 복도의 노란 조명 아래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두툼한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기태의 땀에 젖은 안색을 유심히 살피더니, 이내 특유의 서늘하고 계산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 스카우트들의 눈빛 봤어? 네 그 마지막 페이드어웨이, 완전히 미친 짓이었어. 하워드 스톤의 비서가 태블릿에 대고 손가락이 부러져라 타이핑을 하더라고."
"본론만 해."
기태는 비켜서며 에밀리를 안으로 들였다. 라커룸의 낡은 철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섰다.
에밀리는 서류 봉투에서 에이전트 계약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표준 에이전트 계약서야. 수수료는 선수 연봉 및 광고 수익의 4%. 하지만 난 네 가치를 방금 확인했어. 3%로 낮춰줄 용의가 있어. 어때?"
기태는 계약서를 집어 들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시선으로 에밀리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수수료는 2%로 내린다."
에밀리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기태, 아무리 네 재능이 뛰어나도 신인 가드에게 2%는……."
"대신 옵션을 걸지."
기태가 계약서 첫 페이지를 거칠게 넘기며 펜을 들었다.
"내가 NBA 정식 로스터에 등록되고, 첫 시즌에 평균 득점 15점 이상을 기록하면 계약 인센티브의 30%를 너에게 추가로 얹어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태는 계약서의 공란에 날카로운 필체로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에이전트는 선수의 메디컬 데이터 및 신체 상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독점하며, 이를 구단이나 언론을 포함한 제3자에게 누설할 시 계약은 즉시 파기되고 총액의 5배를 배상한다.]
에밀리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녀는 기태가 적어 넣은 독소 조항 같은 문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네 몸 상태에 뭔가 숨기는 게 있나 보네?"
"너랑 나는 가족이 아니야, 에밀리. 비즈니스 파트너십이지."
기태의 목소리에는 단 한 줌의 온기도 없었다.
"넌 날 이용해 은퇴한 동양인 가드라는 프레임을 깨고 메이저 에이전트로 올라서면 돼. 난 네가 가진 인맥과 정보력을 이용해 가장 비싸고 안전한 계약을 따낼 거고. 서로의 이익만 일치하면 신뢰 따윈 필요 없어. 안 그래?"
에밀리는 기태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풋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동양인 고교생의 탈을 쓴 사악한 금융업자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냉혹함이 마음에 들었다. 감정에 휘둘리는 멍청한 재능충들보다, 차라리 이렇게 손익을 확실히 따지는 괴물이 다루기 쉬운 법이다.
"좋아. 딜."
에밀리가 펜을 빼앗아 계약서 하단에 거침없이 사인을 갈겨썼다.
"이제 넌 내 자산이야, 강기태. 망가지지 않게 잘 관리해 줄게."
"망가지는 건 내가 알아서 해. 넌 내 몸값이나 올릴 준비나 해."
기태가 차갑게 대꾸하며 계약서 한 부를 챙겨 품에 넣었다.
***
사흘 뒤, 라스베이거스 콕스 파빌리온 체육관.
서머리그 예선 첫 번째 연습 경기가 열리는 코트는 그야말로 굶주린 하이에나들의 우리였다. NBA 정식 계약서라는 고기를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드래프트 탈락자들과 G리그의 베테랑들이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헤이, 옐로 보이. 공 잡으면 무조건 나한테 넘겨. 알았냐?"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을 노리는 대학 리그 출신의 포워드, 데릭이 기태의 가슴을 툭 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눈에는 동양인 가드에 대한 노골적인 멸시가 담겨 있었다.
기태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오른쪽 발목 스트랩을 다시 조일 뿐이었다.
삑-!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코트는 아수라장이었다. 전술적 유기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을 잡은 놈은 무조건 림을 향해 돌진했고, 동료가 오픈 찬스에 서 있어도 패스는 건네지지 않았다. 모두가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기 위해 개인 기록을 쌓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기태는 무리하게 공을 요구하지 않았다. 1쿼터 내내 코트 구석을 달리며 체력을 온존했다.
'지금 상태창을 켜면 손해다.'
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갔다. 현재 심박수 125bpm. 안정적인 수치다. 허파의 산소 포화도 역시 98%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태는 철저히 자신을 수비수의 시야에서 지우며 기회를 엿보았다.
하지만 경기는 엉망으로 흘러갔다. 상대 팀의 유기적인 압박에 밀려 기태가 속한 화이트 팀은 4쿼터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