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다뉴브강의 회색 물결이 친다. 강바람은 칼날처럼 가팔랐다. 제국의 북방 한계선은 삼엄했다. 사방에서 이민족의 함성이 들린다. 당신의 등 뒤로 철강 마차가 섰다. 황실 제련소에서 직송된 화물이다. 상자 속에는 신형 갑옷이 있었다. 고탄소강으로 단련된 흉갑이다. 기존의 연철 갑옷보다 월등하다. 두께는 얇으나 방어력은 강했다. 군단병들은 경탄하며 만져보았다.

요새 성벽 위에는 괴물이 놓였다. 구리와 청동으로 주조한 궤도포다. 압력 용기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석탄 연기가 대기를 검게 물들였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증기 캐논이다. 보일러가 내부의 압력을 높인다. 화약 없이도 압도적 탄속을 낸다. 철제 탄환이 포신 깊숙이 장전된다. 시연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 해괴한 괴수를 당장 치워라." 벽력같은 호통이 진중을 흔들었다. 백전노장 갈리에누스 장군이었다. 그는 다뉴브 전선의 수호자였다. 온몸에 전공 훈장을 두른 거구다. 그의 눈빛에는 적개심이 가득했다. 그는 전통적인 보병 전술을 믿었다. 그에게 신무기는 사술에 불과했다.

"전하, 군기를 어지럽히지 마소서." 그가 당신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로마는 철과 피로 일어섰다." "단단한 대열과 용맹이 전부다." "이런 기계 장치는 겁쟁이의 도구다." 그의 목소리에 군단병들이 동요했다. 노장의 권위는 군중에 깊이 박혔다. 그가 반대하면 개혁은 수포로 돌아간다. 증기기관의 실용성을 보여야만 한다. 제국의 존망이 이 기술에 걸렸다.

마침 강 너머에 흙먼지가 인다. 이민족 척후병들이 강을 건넌다. 그들의 약탈선이 물살을 가른다. 적들이 요새를 조롱하며 외친다. 갈리에누스는 검을 뽑아 들었다. "군단병들이여, 전열을 가다듬어라!" 그가 전통적 백병전을 준비한다. 당신은 포신의 각도를 조절했다. 차가운 증기가 백색 포효를 질렀다. 선택의 시간이 당신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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