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시야가 온통 붉게 물든다. 화려한 대리석 기둥이 보인다. 낯선 천장이 눈을 짓누른다. 이곳은 결코 현대가 아니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거울을 본다. 기품이 흐르는 젊은 청년의 면모다. 그 순간, 거대한 기억이 몰려온다. 머릿속이 무겁게 요동친다. 당신의 이름은 아우렐리우스. 대제국 로마의 유일한 황태자다. 지독한 열병을 앓은 뒤의 각성이다.

현재는 혼란스러운 서기 3세기다. 제국의 번영은 빛바랜 구전이다. 북방에서는 게르만 군세가 몰려온다. 이민족의 창끝이 국경을 짓밟는다. 가뭄과 전염병이 영토를 덮쳤다. 민심은 흉흉하고 문명은 흔들린다. 제국의 영토는 갈가리 찢긴다. 황제들은 잇달아 암살을 당한다. 중앙 정치는 탐욕과 음모로 썩었다. 국고의 잔액은 바닥을 보인 지 오래다. 정복 전쟁의 중단이 치명타였다. 노예의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기존의 노예 경제는 한계에 달했다. 생산력의 극심한 저하가 시작된다. 로마의 최종적 멸망이 눈앞에 있다.

당신은 떨리는 손을 움켜쥔다. 전생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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