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였다.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검은 성에가 끼듯 흐려졌다. 서우의 무릎이 힘없이 꺾이며 뒤로 쓰러지던 바로 그 찰나였다.
"어딜 가려고."
낮고 단단한 음성과 함께 강한 완력이 그녀의 허리를 채워 잡았다. 태준이 거친 손길로 서우를 자신의 품 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태준의 가슴팍에 서우의 이마가 쿵 하고 부딪혔다. 그의 단단한 어깨와 쇄골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지독하게 뜨거웠다. 마치 얼음 덩어리를 용광로에 집어던진 것 같았다. 귀가 터질 듯이 울리던 날카로운 이명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서우는 본능적으로 그의 셔츠 깃을 움켜쥐었다. 차갑게 얼어붙어 마비되었던 손끝으로 더운 온기가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며 흘러들어왔다.
"한서우. 숨 쉬어."
그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서우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체취가 코끝을 스쳤다. 짙은 우드 계열의 향수와 살결에서 배어 나오는 사나운 체온이 섞인 냄새였다.
태준은 품 안에서 잘게 떨고 있는 서우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먼저 서우의 흐려진 눈동자에 닿았다. 서우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을 확인한 태준의 시선이, 이내 파르르 떨리는 창백한 입술 쪽으로 느리게 내려앉았다. 맹수가 먹잇감을 탐색하는 듯한 집요한 응시였다. 서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비틀어 그의 노골적인 눈길을 피했다. 붉게 달아오른 그의 목덜미와 단단한 어깨선으로 시선을 옮기며 거친 숨을 겨우 가다듬었다. 시선이 엇갈리는 짧은 찰나 동안, 두 사람의 호흡이 사정없이 뒤섞였다.
"……살 것 같네."
서우가 낮게 읊조리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온몸을 지배하던 극심한 오한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태준의 가슴을 밀어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손끝에 닿았던 그의 체온이 사라지자, 펜트하우스의 서늘한 공기가 다시 피부를 스쳤다. 아쉬움이 밀려왔으나 서우는 표정을 굳혔다.
태준은 밀려난 가슴팍을 툭툭 털어내며 헛웃음을 흘렸다.
"살 만해지니까 바로 밀어내는군. 역시 계산 하나는 확실해."
"당신도 알다시피, 난 비즈니스를 하러 온 거니까."
서우는 흐트러진 스커트 자락을 정리하며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 봉투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이제 서명하지, 권태준."
태준이 맞은편 가죽 싱글 체어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그의 긴 다리가 테이블 아래로 뻗어 나왔다. 그는 만년필을 손가락 사이로 굴리며 서우를 흥미롭다는 듯 관찰했다.
"몸 상태가 그 모양인데도 계약서 타령이라니. 독한 건지, 영악한 건지."
"둘 다야. 내 가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난 악마와도 계약해. 하물며 당신 정도면 아주 훌륭한 거래처지."
"거래처라."
태준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분명히 해두지, 한서우. 이 계약은 철저히 쇼윈도다. 서로의 비즈니스 외에는 그 어떤 사적인 감정도 용납하지 않아. 넌 나에게서 도원 가문의 방패막이를 얻고, 나는 네가 가진 그 알량한 정보력을 취해 후계 구도에서 내 자리를 굳힌다. 그 이상을 기대하거나 넘보는 순간, 이 계약은 즉시 파기야."
"감정이라니, 걱정도 팔자네."
서우는 가상의 주판을 튕기듯 오른손 검지손가락 끝으로 테이블 유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건 내 장부에서 가장 먼저 제외되는 무형 자산이야. 감가상각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쓸모없는 비용이지. 난 그런 무모한 지출은 하지 않아."
그녀는 태준이 내민 계약서를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만년필을 쥐었다.
"하지만 계약 조건은 수정해야겠어. 난 도원 가문의 단순한 장식품이 될 생각은 없거든."
"수정?"
태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내가 원하는 건 대등한 인수합병이야. 태산 파이낸셜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을 뿐, 도원의 자금 세탁 통로로서의 가치는 여전해. 넌 내 가치가 필요하고, 난 네 배경이 필요하지. 그러니까 난 도원 그룹의 공식 안주인으로서의 권한과 대외적 품위 유지비, 그리고 공동 명의로 진행될 신규 사업의 지분 15%를 요구하겠어."
"지분 15%라. 제법 크게 부르는군."
"내 몸값이 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데. 싫으면 지금이라도 엎어. 난 다른 투자처를 찾아볼 테니."
서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약자의 구걸이 아닌, 동등한 포식자로서의 제안이었다.
태준의 가슴 속에서 기묘한 승부욕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단순한 '방열기'나 '장부상의 파트너'로 규정하는 이 여자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보고 싶어졌다.
"좋아. 그 오만한 조건, 받아들이지."
태준이 만년필을 쥐고 거침없는 필체로 서명했다. 서우 역시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사각거리는 종이 마찰음과 함께 계약이 성립되었다. 도원 가문의 공식 안주인 자리를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상등 계약의 체결. 서우의 입꼬리가 마침내 미세하게 호선을 그렸다.
그때였다.
펜트하우스의 전용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날카로운 기계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띵-.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경박하면서도 무거운 구두 굽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신경질적으로 때리며 다가왔다.
"하하! 역시 여기 있었군, 내 잘난 동생."
비열한 웃음소리가 거실의 공기를 순식간에 오염시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권도진이었다. 태준의 이복형이자, 사냥개처럼 태준의 뒤를 밟으며 흠집을 내기 위해 안달이 난 사내.
도진은 제집 안방인 양 거들먹거리며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몸에서는 독한 위스키 냄새와 저급한 향수 향이 뒤섞여 풍겼다.
"결혼 축하 인사가 좀 늦었나? 아니, 제수씨한테 먼저 인사를 건네야겠군."
도진이 서우를 아래위로 노골적으로 훑어보며 혀를 찼다.
"태산 파이낸셜이 완전히 폭삭 망해서 조만간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더니, 결국 몸뚱이 하나 믿고 우리 태준이 품으로 기어들어 왔군. 가련하기도 해라. 구걸하는 신세치고는 안색이 너무 좋은 것 아닌가?"
서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테이블 밑으로 손을 내려 주먹을 쥐었다. 모욕적인 언사였지만, 흔들릴 시간조차 아까웠다.
지금이다. 상대의 패를 읽어야 할 타이밍.
서우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머릿속의 '인간 손익 계산안'을 작동시켰다.
키잉- 하는 날카로운 이명이 귓가를 무자비하게 찌르고 들어왔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황금빛 격자무늬로 왜곡되며, 눈앞의 공간이 거대한 회계 장부처럼 변해갔다. 동시에 손끝에서부터 피가 얼어붙는 듯한 지독한 저체온증이 다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가 맞부딪힐 것 같은 오한을 이 악물고 참아내며, 서우는 도진의 얼굴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그의 머리 위로 붉고 푸른 숫자들이 어지럽게 나열되기 시작했다.
[대상: 권도진] [태준을 향한 적대감: 99%] [서우를 향한 호감도: -90%]
그리고 그 아래,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황금빛 장부의 한 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숨겨진 비자금 계좌 및 은닉 자산] - 도원 실업 차명 비자금 계좌 정보 (스위스 뱅크 계좌번호: CH93-0482-8821-9901) - 장부 가치: 50,000,000,000 KRW (오백억 원당) - 취약점 등급: S (폭로 시 도원 그룹 후계자 자격 박탈 및 즉시 구속 수사 대상)
서우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500억 규모의 도원 실업 차명 비자금 계좌 정보. 도진의 가장 치명적이고 더러운 약점이 고스란히 그녀의 뇌리에 박혔다. 그는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이곳에 왔겠지만, 도리어 완벽한 파멸의 열쇠를 서우에게 헌납한 꼴이었다.
'잡았다, 권도진.'
서우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정밀하게 헤아리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이 정보는 조만간 그가 자신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낼 때, 그의 목덜미를 완벽하게 물어뜯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터였다.
하지만 능력을 활성화한 대가는 혹독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졌다. 입술이 파랗게 변해갔고, 온몸의 뼈마디가 얼어붙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서우는 제 어깨가 떨리는 것을 숨기기 위해 소파 시트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도진은 서우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로 성큼 한 걸음 다가섰다.
"왜 말이 없어? 빚더미에 앉아 구걸하는 신세라 기가 죽었나? 하긴, 망해가는 집구석 딸년이 도원의 안주인 자리를 넘보다니 낯짝도 두껍지……."
도진이 서우의 턱 끝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쉬익-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도진의 시야를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태준의 넓은 어깨가 서우의 앞을 철벽처럼 방어했다.
"내 구역에서 짖지 마, 권도진."
태준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펜트하우스 내부의 모든 공기를 얼려버릴 만큼 서늘하고 위협적이었다. 포식자의 명백한 경고였다.
도진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뭐라고? 너 지금 형한테 말이……."
"나가."
태준이 도진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살기 어린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태준은 도진이 보는 앞에서, 등 뒤로 손을 뻗어 서우의 가느다란 손을 찾아내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서우의 차가운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깍지 낀 손바닥을 통해 지독할 정도로 뜨겁고 강렬한 태준의 온기가 서우의 얼어붙은 혈관을 타고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마비되었던 손끝이 단숨에 녹아내리며 심장이 다시금 힘차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우는 밀려오는 구원의 온기에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더 꽉 마주 쥐었다.
태준은 얽혀 쥔 서우의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그녀를 제 등 뒤로 완전히 숨기듯 당겨 안았다. 그리고 도진을 향해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아내한테 그 더러운 손가락 하나라도 더 까딱했다간, 네 손목을 분질러서 내보내 줄 테니까."
도진의 눈썹뼈가 험악하게 꿈틀거렸다. 그의 시선이 가장 먼저 Tae-jun의 살기 어린 눈빛에 부딪혔다. 이내 그 시선은 아래로 미끄러져 두 사람이 뼈가 하얗게 바래도록 맞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도진의 눈동자가 도달한 곳은,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시체처럼 창백했다가 기묘할 정도로 빠르게 생기를 되찾고 있는 서우의 얼굴이었다.
도진은 비릿한 침을 삼키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손 하나는 눈물겹게 꼭 쥐고 있군. 언제부터 그렇게 끔찍이 아끼는 사이였다고 연극질이야?"
거실을 채운 공기가 미세하게 일렁였다. 도진의 몸에서 흘러나온 저급한 술 냄새와 분노가 섞인 체취가 테라피움 특유의 정갈한 우드 향을 더럽히고 있었다.
서우는 태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얼어붙었던 폐부가 풀리며 목소리에 다시 단단한 힘이 실렸다. 그녀는 태준의 등 뒤에 숨어 있는 대신, 조용히 걸음을 내딛어 그의 옆으로 나란히 섰다.
"연극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시면 알겠죠, 형님."
"형님? 하, 빚더미에 올라앉은 년이 입은 살아서……."
"그보다 권도진 상무님."
서우가 도진의 말을 부드럽게 가로챘다. 그녀는 가볍게 눈을 휘어 접으며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요즘 스위스 날씨는 어떤가요?"
도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무슨 헛소리야."
"취리히 말이에요. 가을철엔 그쪽의 은밀한 금고들이 유독 분주해진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특히 '도원 실업'의 최근 해외 물류망을 따라 움직이는 자금의 궤적이 참 흥미롭더군요."
"너, 너 방금……!"
"제 전공이 망해가는 가문의 '장부 정리'라, 남의 집 숨겨진 주머니 사정에도 눈이 좀 밝은 편이거든요."
서우의 목소리는 지극히 차분하고 우아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칼날은 정확히 도진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500억 규모의 스위스 차명 비자금 계좌. 그 구체적인 존재를 흘리는 것만으로도 도진의 오만한 기세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도진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의 손끝이 보이지 않게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한낱 몰락한 가문의 딸인 줄 알았던 한서우가 자신의 목줄을 쥐고 흔들고 있었다. 그것도 단 한 마디의 경고로.
"미친 소리. 주워들은 찌라시로 협박이라도 통할 줄 알았나 본데……."
도진은 다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렀다.
"태준이 너도 똑똑히 기억해 둬. 아버지가 이 해괴망측한 결혼을 그대로 두실 것 같아? 도원에서 완전히 매장당하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 미친년 내보내!"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도진의 눈동자에는 지우지 못한 극도의 공포가 서려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거실에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태준은 서우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가락이 서우의 손등을 으스러뜨릴 듯이 더 세게 얽어쥐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사납고 뜨겁게 서우의 피부를 구워댔다.
태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먼저 차갑게 가라앉은 거실 바닥을 쓸어내렸다. 이윽고 맞잡은 손의 붉어진 피부로 이동한 그의 눈길은, 마침내 서우의 단단하고 올곧은 눈동자에 닿아 멈췄다. 포식자의 날카로운 의문이 그 눈빛 속에 담겨 있었다.
"방금 그 소리, 대체 무슨 뜻이지?"
태준의 목소리가 낮게 긁혔다.
"도원 실업의 스위스 자금 흐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을까, 한서우."
서우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힘을 주었지만, 태준의 단단한 완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뜨거운 체온은 여전히 그녀에게 구원이었으나, 동시에 숨을 막히게 하는 사슬이었다.
"놓아줘, 권태준. 방해꾼은 물러갔잖아."
"상황이 끝났으니 또 계산기를 두드리며 날 밀어내시겠다?"
태준이 상체를 낮추어 서우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었다. 그의 거친 호흡이 닿을 때마다 서우의 목덜미가 자극적으로 붉게 물들었다.
"착각하지 마. 넌 내 구역에 발을 들였고, 나조차 모르는 무기를 쥐고 내 형을 흔들었어. 파트너라면서 나한테까지 패를 숨기는 건 공정한 거래가 아니지."
그의 낮고 위협적인 속삭임이 고막을 파고든 순간, 서우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또다시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경고: 대상의 소유욕 수치 120% 돌파] [새로운 규칙 적용 리스크 감지: 계약 남편의 집착도가 임계치를 초과할 시, '체온 거래'의 대가가 단순한 신체 접촉에서 '정서적 복속'으로 강제 전환됩니다.]
장부의 붉은 경고등이 서우의 시야를 붉게 물들였다. 차가운 빙결을 피하기 위해 붙잡은 온기가, 결국 그녀의 마음과 영혼까지 송두리째 삼켜버릴 거대한 함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말해봐, 내 사랑하는 아내."
태준이 속삭이며 서우의 턱을 느리게 치켜올렸다.
"네 장부에 적힌 내 몸값이 대체 얼마짜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