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 두근.
그것은 단순한 박동이 아니었다. 대지를 깊숙이 흔들고 인간의 고막을 직접 타격하는 거대한 해머의 울림에 가까웠다.
아카데미 정문 앞의 대리석 광장. 데미안 레온하르트의 개인 인장이 찍혀 있던 중형 목재 상자의 뚜껑이 열리자마자, 사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붉은 비단 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진보라색의 기괴한 유물. 그것은 마치 스스로 호흡하듯 꿀렁거리며 불길한 심연의 마력을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마신의 완전한 심장.
그 압도적인 존재감이 드러난 순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북동쪽 탑 꼭대기, ‘바벨의 다락방’ 창가에 서 있던 아드리안 레온하르트의 육체였다.
“……!!”
허파 깊은 곳에서부터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목구멍 끝까지 왈칵 치밀어 오르는 비린 피의 맛을 억지로 삼키며, 아드리안은 창틀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아니, 미친 거 아니야?! 저 새끼가 왜 저기서 나와?!’
속으로는 이미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데미안이 보낸 살수들을 처리하고, 그 배후에 있던 금융 연합의 화폐 신용을 붕괴시켜 뱅크런을 일으킨 것까지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그 압수품 상자더미 속에서 고대 광신도들이 목숨을 걸고 찾아 헤매던 마신의 심장이 튀어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걸 왜 황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던 건데! 데미안 이 미친 형놈 새끼가 진짜 제국을 통째로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심장이 조여들고 기혈이 거꾸로 솟구치는 감각에 아드리안의 안면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들어갔다.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갑작스러운 공포가 결합하자, 그의 방어기제가 즉각적으로 작동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는, 오만하고 냉혹하기 짝이 없는 얼음 조각상처럼 변해 있었다.
그의 곁에 서 있던 엘리시아 크로이츠는 조용히 침을 삼켰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의 난장판과 아드리안의 옆얼굴을 번갈아 오가고 있었다.
“아드리안 님…… 저것은 대체…….”
엘리시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무력과 자본,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던 그녀였지만, 저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차원이 다른 파멸의 기운 앞에서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드리안은 그저 나른하게 눈꺼풀을 내리쓸 뿐이었다.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기에, 오히려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던 것뿐인데 말이다.
“지저분한 쓰레기가 섞여 있었군.”
아드리안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소름 끼칠 정도로 낮고 차분했다.
“쓰레기…… 라고 하심은?”
“데미안의 그 얄팍한 머리통에서 나올 법한 조잡한 발악이지. 겨우 저런 잔재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군.”
‘와, 나 진짜 연기 천재인가 봐. 이 와중에 이런 대사가 입 밖으로 나오네. 하지만 진짜 무서워 죽겠다. 저 검보라색 연기 이쪽으로 오면 나 진짜 즉사하는 거 아니야?’
실제로 아래쪽 광장의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검보라색 안개가 순식간에 광장 전체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큭……! 이, 무슨……!”
“모두 물러나라! 마력 오염이다! 정신을 놓지 마라!”
황실 기사단원들이 검을 뽑아 들기도 전에 차례차례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했다.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정예 기사들이었지만, 고대 마신의 원초적인 심연 에너지는 인간의 정신력을 사정없이 짓밟고 육체를 안쪽에서부터 부식시켰다.
광장 중심에 서 있던 셀레나 황녀 역시 성검을 땅에 깊숙이 꽂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이마에 핏대가 섰고, 안색은 납빛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이 정도의 오염 물질이라니…… 황실의 결계마저 통하지 않는 건가…….”
셀레나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했다.
바로 그 순간, 아카데미 북동쪽 탑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치는 그 지옥 같은 광경 속으로, 한 남자가 아주 느릿하고 침착한 걸음걸이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잿빛 머리칼을 가볍게 휘날리며, 한 치의 흐름도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제복 차림의 아드리안 레온하르트였다.
사방에서 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대지가 고동치는 아수라장 속에서 그의 걸음걸이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마치 아침이슬이 내려앉은 정원을 산책하는 귀족 도련님처럼, 그는 죽음의 향기가 가장 짙게 풍기는 검은 안개의 중심부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아니, 다리가 안 멈춰! 멈추고 싶은데 몸이 너무 긴장해서 로봇처럼 앞으로만 걸어가진다고! 살려줘! 누가 나 좀 뒤에서 잡아당겨 줘!’
속으로는 동서남북으로 오열하며 자빠져 울고 있는 아드리안이었지만, 겉의 아드리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독기 속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셀레나 황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아드리안 님……!’
그녀는 온몸의 마나가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기사들을 단숨에 폐인으로 만드는 마신의 오염 물질이, 그의 옷자락에 닿자마자 마치 겁에 질린 연기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아드리안의 몸에 마나가 단 한 방울도 없어 오염 물질이 반응할 마나의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셀레나의 필터링은 이미 상식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아무런 방어 마법도 전개하지 않으셨어. 그저 육신의 존재감만으로 심연의 독기를 밀어내고 계시다니……! 대체 저분의 경지는 어디까지 닿아 있는단 말인가!’
아드리안은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이를 악물고 눈앞의 투명한 허공을 향해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대로 개죽음당할 순 없어. 수명이 깎이든 말든, 지금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해!’
[심측의 기록서(深測의 記錄書)를 가동합니다.]
[주의: 대상의 격이 매우 높습니다. 관측 대가로 사용자의 남은 생명력(수명)이 실시간으로 차감됩니다.] [수명 10일이 차감됩니다.] [현재 남은 수명: 15일]
‘15일?! 하루아침에 보름밖에 안 남았다고?!’
아드리안의 영혼이 피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단 한 번의 관측으로 수명의 거의 전부가 날아갔다. 하지만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텍스트는 그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마신의 완전한 심장: 고대 심연의 잔재. 순수한 마력으로 정제되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혼돈. 은(Ag) 성분과 특정 마력 인자가 결합할 때, 심연의 오염 물질이 정화되며 순수한 생명력과 기혈의 원천으로 섭취 가능하다.> <정제 공식: 은빛 마수의 은식기 위에 심장을 안착시킨 후, 기혈 역류의 호흡법을 통해 정맥으로 직접 흡수할 것.>
‘은접시? 그리고 기혈 역류라고?’
아드리안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기혈 역류의 병증. 그것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그를 시한부로 만들고, 마법을 쓰지 못하게 가로막던 레온하르트 가문의 저주이자 난치병이었다. 혈맥이 꼬여 마나가 역류하는 이 불치병이, 오히려 정반대로 마신의 정제된 심연 마력을 부작용 없이 빨아들이는 ‘완벽한 진공청소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독을 독으로 제압한다. 아니, 뒤틀린 혈맥이 마신의 뒤틀린 마력과 완벽한 기하학적 대칭을 이루어 정화하는 원리였다.
‘방법은 알았는데, 은접시는 어디서 구하지? 그리고 은빛 마수의 은식기라고?’
생각을 굴리던 아드리안의 시선이 문득 광장 너머, 북동쪽 탑 아래의 특정 지점에 머물렀다. 그곳은 며칠 전, 아드리안이 약탕을 달여 먹다가 맛이 너무 써서 창밖으로 휙 던져버렸던 쓰레기 더미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안개가 그 쓰레기 더미가 있는 구역 주변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뚝 끊겨 있었다.
‘……어라? 저기 왜 안개가 못 가지?’
아드리안은 영문을 몰라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았지만, 멀리 아카데미 본관 3층 창가에서 이 광경을 망원경으로 훔쳐보고 있던 마교의 수장, 베르무트 베인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 이럴 수가.”
베르무트는 쥐고 있던 망원경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저 자리는…… 내가 오늘 밤 마신의 심장을 완전히 활성화하기 위해 지하 수로와 연결해 둔 핵심 마력 간섭 레일라인의 교차점이다. 그런데 저기에 저런…… 저런 기괴한 마력 인자가 잔존하는 약탕 찌꺼기를 던져놓았다고?”
베르무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드리안이 며칠 전에 버린 그 탕약 찌꺼기는, 우연히도 심연의 마력 흐름을 완벽하게 간섭하고 무력화하는 극양(極陽)의 성질을 지닌 약초들의 결정체였다.
“아드리안 레온하르트……! 네놈은 이미 며칠 전부터 내가 심장을 가동할 경로를 전부 예측하고, 그 자리에 아주 정확하게 덫을 놓아둔 것이었구나! 내 모든 계획이, 내 모든 움직임이 네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단 말인가!”
베르무트는 공포와 경악에 휩싸여 이빨을 딱딱 마주쳤다. 자신들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고대 의식이, 아드리안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 한 줌에 완전히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학구적인 자존심과 종교적 신념을 통째로 박살 내기에 충분했다.
그 시각, 아드리안은 여전히 광장 한복판에서 차갑게 서 있었다. 그는 침묵 속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마침 저만치에서 마력 오염을 이겨내려 끙끙대고 있는 검성 후계자, 카이저 폰 슈발츠가 보였다.
아드리안의 시선이 카이저에게 닿았다. 극심한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더 고압적이고 낮게 깔렸다.
“카이저.”
“큭…… 예, 예! 아드리안 님! 말씀하십시오!”
카이저는 심연의 독기 때문에 전신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아드리안이 자신을 부르자마자 검을 바닥에 짚고 번개같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에는 오직 자신의 가문을 구원하고 검의 길을 열어줄 절대적인 스승이자 지배자인 아드리안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카데미 대연회장에 보관된 ‘은빛 마수의 은접시’를 가져와라.”
아드리안은 아주 무심하게, 마치 하인을 부리듯 턱 끝으로 방향을 지시했다.
“시간은 30초 주지. 늦으면 네 자리는 없다.”
‘실제로는 한 5분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제발 천천히 조심히 다녀와 줘, 카이저! 나 진짜 무서워 죽겠으니까!’
하지만 아드리안의 겉모습은 피도 눈물도 없는 폭군 그 자체였다. 카이저의 눈빛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30초……! 반드시 대령하겠습니다!”
콰아앙!
카이저는 대지에 발을 구르며 신체 강화 마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신형이 대기를 찢으며 폭풍처럼 아카데미 본관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마력 오염으로 몸이 붕괴하기 직전이었음에도, 아드리안의 명령이라는 단 하나의 원동력이 그의 한계를 돌파하게 만든 것이다.
정확히 24초 뒤.
쿠구구궁!
대리석 바닥을 짓밟으며 복귀한 카이저의 손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은백색의 거대한 은접시가 들려 있었다. 연회장의 최고급 유물인, 고대 은빛 마수의 뼈를 녹여 만든 마법 은식기였다.
“가져왔습니다, 아드리안 님!”
카이저가 무릎을 꿇으며 은접시를 바쳤다. 그의 전신에서 땀과 피가 섞여 흘러내렸지만, 그의 얼굴에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광기 어린 희열이 가득했다.
“그 위에 심장을 올려라.”
아드리안의 짤막한 명령에, 카이저는 망설임 없이 맨손으로 불길하게 진동하는 마신의 심장을 거머쥐었다. 손바닥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이빨을 악물고 심장을 은접시 정중앙에 얹었다.
치이이이익!
그 순간, 기적 같은 반응이 일어났다. 은접시의 은(Ag) 성분과 마신의 심장이 접촉하자, 심장을 감싸고 있던 검보라색의 탁한 오염 물질들이 순식간에 중화되며 은빛 서리처럼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광장을 가득 채웠던 숨 막히는 독기가 거짓말처럼 걷히고,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가 흘러들어왔다.
“아……!”
셀레나 황녀가 가슴을 움켜쥐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탁했던 시야가 맑아지며, 그녀의 눈에 은접시 앞에 홀로 서 있는 아드리안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정화된 마신의 심장 중심부에서, 이제는 불길함이 아닌,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진한 보랏빛의 액체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드리안은 깊게 호흡했다. 기혈 역류의 병증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체내의 꼬인 혈맥을 활짝 열었다.
‘지금이다. 빨아들여!’
그가 손끝을 흘러내리는 보랏빛 액체에 가져다 대는 순간, 가공할 수준의 순수한 심연 마력이 그의 손가락 끝 정맥을 타고 거침없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그의 육체 내부에서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평소라면 그의 심장을 파먹고 기침을 유발하던 뒤틀린 혈맥들이, 들어오는 심연의 마력과 완벽하게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꼬여 있던 혈맥이 기적처럼 제자리를 찾아가며 뚫렸고, 전신을 타고 짜릿할 정도의 시원함과 활력이 휘몰아쳤다.
[경고: 마신의 완전한 심장을 성공적으로 흡수 및 정화합니다.] [기혈 역류의 병증이 대폭 완화됩니다.] [남은 수명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수명 +100일 획득!] [현재 남은 수명: 115일]
‘우오오오오옷! 살았다! 진짜로 살았다!’
아드리안은 내심 광란의 테크노 댄스를 추고 있었다. 15일밖에 남지 않아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던 목숨이, 단숨에 115일로 늘어났다. 세 달이 넘는 자유 시간이 확보된 것이다!
늘 창백하고 핏기 없던 아드리안의 뺨에 온화하고 건강한 홍조가 감돌았다. 그의 깊은 흑색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의 격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천재들의 해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마신의…… 심장을 삼켰어?”
셀레나 황녀는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은 채 중얼거렸다. 대륙을 멸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금단의 심연 유산을, 저 남자는 마치 흔한 수분 보충제나 차를 마시듯 너무나 우아하고 단정하게 정화하여 제 몸의 영양분으로 삼아버렸다. 아무런 고통의 기색도 없이, 오히려 더 건강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심연의 구원자이자, 세상을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흑막의 힘인가.”
셀레나의 눈에 맹목적인 경외심이 깃들었다.
엘리시아 크로이츠 역시 넋을 잃고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의 계산기가 완전히 고장 난 느낌이었다.
‘무력마저도 아늑히 초월해 계셨던 거군. 자본으로 적을 말려 죽인 것은 그저 유희에 불과했다는 뜻인가. 저분은 진짜 신이다…….’
광장의 모든 기사와 천재들이 아드리안의 발치 아래 소리 없이 무릎을 꿇었다. 단 하룻밤 만에 마신을 역식사하고 대륙의 금기를 가볍게 씹어 삼킨 초월자에게 바치는, 본능적인 복종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단 한 사람, 베르무트 베인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해 버렸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마신의 심장을 날것으로 삼켜서 흡수했다고?! 저 괴물이…… 저 괴물 같은 놈이 결국 마신의 힘마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베르무트는 자신의 눈알을 파낼 기세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드리안이 자신들의 계획을 비웃으며, 심장마저 씹어 삼키는 모습을 본 순간 그의 안에서 이성이 완전히 날아갔다.
이대로 두면 자신들의 교단도, 고대 사신의 부활 계획도 전부 저 괴물의 손에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아드리안 레온하르트……! 네놈이 아무리 괴물이라 해도, 이 아카데미 전체가 무너지면 살아남지 못하겠지!”
베르무트의 눈에 광기 어린 핏발이 섰다. 그는 품속에서 붉은색 마력 통신석을 꺼내 들고,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전원에게 하달한다! 즉시 아카데미 지하의 마력 기둥 폭파 계획을 개시해라! 저 괴물 놈을 학회 전체와 함께 통째로 매장시켜 버려라! 지금 당장!”
새로운 파멸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