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그날 밤, 마신 교단의 분타주 베르무트 베인이 발악적으로 지른 비명은 칠흑 같은 아카데미의 지하 통로를 타고 피비린내 나게 퍼져 나갔다.

“전원에게 하달한다! 즉시 아카데미 지하의 마력 기둥 폭파 계획을 개시해라! 저 괴물 놈을 학회 전체와 함께 통째로 매장시켜 버려라! 지금 당장!”

마신의 심장마저 맥주 안주 삼듯 가볍게 삼켜 버린 아드리안 레온하르트라는 존재. 그 괴물을 지상에 둔 채로는 교단의 숙원도, 사신의 부활도 전부 한낱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공포가 그의 이성을 완전히 태워 버린 결과였다. 명령은 어둠을 타고 빠르게 전해졌고, 광신도들의 비틀린 투지는 아카데미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벨하르트 아카데미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본관 대로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신성한 제국의 요람이 드디어 심연의 불길로 정화되리라!”

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교도들의 잔당 수십 명이 본관을 완전히 점거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화염 마법진과 인질로 잡힌 하급 귀족 자제들의 목덜미가 쥐어져 있었다. 아카데미의 철통같던 결계는 이미 내부에서부터 무너진 상태였다.

그 시각, 북동쪽 탑 꼭대기에 위치한 ‘바벨의 다락방’.

아드리안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이마를 짚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 진짜 피곤해 죽겠네…….’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며 당장이라도 베개를 뒤집어쓰고 잠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록 어젯밤에 어쩌다 보니 마신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기운을 흡수해 기혈의 꼬임이 풀리고 생명력의 역치가 대폭 상승하긴 했지만, 그것과 정신적인 피로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극심한 대인기피증을 앓는 그에게 어젯밤 광장에서 받았던 그 수많은 시선과 오해의 눈초리들은 영혼을 갉아먹는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유는 또 있었다.

방 한구석, 주전자가 놓인 테이블 밑에 흩뿌려진 검붉은 가루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며칠 전, 그가 몸에 좋다는 온갖 독한 약초들을 섞어 달이다가 맛이 너무나도 써서 창밖으로 홱 던져 버렸던 ‘특수 한방 약탕 찌꺼기’의 흔적이었다.

‘그때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걸. 귀찮다고 창밖으로 던졌더니만.’

아드리안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가 툭 던진 그 한방 찌꺼기는 하필이면 북동쪽 탑 아래를 지나는 교단의 비밀 마력 간섭 레일라인의 핵심 교차점에 정확히 떨어졌었다. 독특한 마력 인자가 잔존하는 그 더러운 액체와 찌꺼기들은 베르무트가 공들여 설치해 둔 의식의 흐름을 완벽하게 차단해 버렸고, 베르무트는 그것을 보고 ‘아드리안이 이미 우리의 모든 의식 경로를 꿰뚫어 보고 덫을 놓았다’라며 혼자 절망감에 휩싸여 패닉에 빠졌던 것이다.

그저 맛이 없어서 버린 쓰레기가 교단의 비밀 작전을 침묵시킨 신의 한 수가 되었을 줄이야, 아드리안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쾅!

그때, 다락방의 낡은 나무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 황실의 붉은 망토를 두른 채 숨을 헐떡이는 청초한 미모의 여성. 제국의 황녀, 셀레나 드 발렌시아였다. 그녀의 하얀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손에 쥔 검자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드리안 님! 역시 여기 계셨군요!”

셀레나가 다급하게 외치며 아드리안의 침상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다급함과 동시에, 이 기괴하고 고요한 방의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가득 차 있었다.

“본관 로비가…… 마신 교단의 광신도들에게 점거당했습니다! 놈들이 지하의 마력 기둥에 고성능 폭약을 장치해 두고, 아카데미 전체를 인질로 삼아 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사단이 진입하려 했지만, 놈들의 배치와 함정이 너무 주도밀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부디…… 제게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그녀는 무릎을 꿇을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제국의 황녀가 오직 한 명의 병약한 청년에게 목숨을 구걸하듯 매달리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아드리안의 뇌리에 스친 생각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난 그냥 시한부 환자라니까? 경비대한테 말하든가 교장 선생님을 부르든가 해야지, 왜 자꾸 평화롭게 쉬고 싶은 내 방에 와서 난리야…….’

긴장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르자, 아드리안의 고질적인 결함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대인기피증과 불안 장애가 극에 달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극도로 냉소적이고 오만한 기형적 말투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

아드리안은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시선조차 셀레나에게 주지 않은 채 싸늘하게 읊조렸다.

“알아서 기어들어 와 한곳에 모여 주니, 청소 한번이면 충분할 것을.”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방 안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 버릴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셀레나는 숨을 들이켰다.

‘알아서 모이니, 청소 한번이면 충분하다니……!’

그녀의 머릿속에서 파멸적인 오해의 회로가 폭발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놈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수많은 인질을 잡은 채 발악하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조차, 이 남자의 눈에는 그저 ‘청소하기 좋게 한곳에 쓰레기들이 모여든 상황’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그, 그렇다면 이미 모든 해결책을 마련해 두신 것입니까?”

셀레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묻자, 아드리안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해결책이 어딨어! 나 좀 자게 제발 나가 줘!’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그의 얼굴은 한없이 고고하고 무표정했다. 아드리안은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품속에서 조용히 ‘심측의 기록서’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 초월적인 통찰안을 쓰면 아무리 가치가 낮은 정보라도 수명이 조금씩 깎여 나가지만, 어젯밤 마신의 심장을 흡수해 얻은 풍부한 생명력 덕분에 지금은 아주 약간의 소모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진짜 딱 한 번만 쓰고 끝낸다. 제발 빨리 꺼져 줘라.’

아드리안이 마음속으로 기록서를 펼치자, 미세한 기침과 함께 입가에 붉은 핏방울이 살짝 맺혔다. 아주 미미한 대가였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셀레나에게는 그것이 마치 ‘대륙의 운명을 읽기 위해 자신의 생명력을 아낌없이 불태우는 고결한 선구자의 희생’으로 비쳤다.

“아드리안 님! 몸이 아직 완치되지 않으셨는데 과도하게 천기를 읽으시면……!”

“조용히 해라.”

아드리안이 차갑게 말을 자르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쓸모없는 백지 한 장을 끌어당겼다.

그의 눈앞에 투명한 텍스트들이 떠올랐다.

[마신 교단의 잔당 32명. 본관 로비 천장 내부의 환기구 8곳에 매복 중.] [중앙 기둥 뒤편, 마력 폭약의 도화선이 연결된 핵심 마디는 우측 계단 밑에서 세 번째 대리석 타일 내부.]

아드리안은 귀찮다는 듯 깃펜을 들어 백지 위에 대충 점 여덟 개를 툭, 툭, 찍었다. 그리고 그 점들을 잇는 삐뚤빼뚤한 선을 하나 대충 그어 내린 뒤, 선의 끝부분에 작게 가위표(X)를 그려 넣었다.

이것은 그가 오래전, 크로이츠 상회의 회계 장부를 털어 연도별 마법 화폐 ‘리브라 시길’의 특수 잉크 증발 결함을 밝혀냈을 때 쓰던 버릇과도 같았다. 아주 사소한 결함 하나를 짚어 거대한 금융 연합을 단숨에 파산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주 사소한 약점 하나만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었다.

“가져가라.”

아드리안이 성의 없이 종이를 휙 던졌다.

셀레나는 두 손으로 떠받들 듯 그 백지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종이에 그려진 점 여덟 개와 기괴한 선, 그리고 가위표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두 눈이 경악으로 넓어졌다.

“이것은……!”

그녀의 눈에 비친 낙서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었다.

“본관 천장에 숨겨진 팔방(八方)의 매복 위치…… 그리고 폭약의 유일한 활성화 도화선이 지나가는 맹점의 위치로군요! 놈들이 보이지 않는 천장 속에서 기습할 것을 미리 아시고, 단 한 번의 타격으로 폭약을 무력화할 비책을 이렇게 완벽한 기하학적 문양으로 표현하시다니……!”

셀레나의 목소리가 전율로 떨렸다. 정교한 포위 총공세 계획을, 한갓 하찮은 낙서 한 줄로 무력화하는 신의 지휘. 그녀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적들이 어디에 숨어 숨을 죽이고 있을지까지 전부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계셨던 거다. 저분에게 있어 이 전쟁은 이미 끝난 체스 판이나 다름없어.’

“알겠다면 그만 나가라. 졸리니까.”

아드리안이 눈을 감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속으로는 ‘제발 나가서 너희끼리 지고 볶고 싸워라, 난 잘 거다’라고 외치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예! 이 셀레나, 아드리안 님의 고결한 뜻을 받들어 저 사악한 무리를 단숨에 소탕하겠습니다!”

셀레나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종이를 가슴에 품고 뒤를 돌아섰다. 당장이라도 적들의 목을 치러 갈 기세로 문고리를 잡는 순간이었다.

우르릉!쾅!

느닷없이 다락방의 문이 통째로 뜯겨 나가며, 거친 굉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거기까지다, 이 이단아 놈아!”

먼지 구덩이 속에서 나타난 것은 피투성이 가죽 갑옷을 입은 채 눈이 뒤집힌 사내였다. 아드리안의 이복형이자, 최근 금융 파산으로 인해 가문의 모든 기반을 잃고 멸문 직전에 몰린 데미안 레온하르트였다.

그의 뒤에는 황실 직속의 부패한 수사관들과 중장기사단 수십 명이 서슬 퍼런 검을 뽑아 든 채 도열해 있었다. 데미안은 광기에 가득 찬 눈으로 아드리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질렀다.

“황실 수사관들이여! 똑똑히 보아라! 저 아드리안 레온하르트가 바로 마신 교단을 뒤에서 조종하여 아카데미를 폭파하려 한 진짜 지하지휘관이다! 어젯밤 마신의 심장을 삼킨 것도, 지금 이 폭동을 일으킨 것도 전부 저놈의 수작이다!”

데미안의 갈라진 목소리가 좁은 다락방 안을 사납게 울렸다.

상황은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아드리안은 이불을 쥔 채 속으로 절규했다.

‘아니, 왜 또 시비야! 나 진짜 자고 싶다고!’

“저, 저 미친놈이……!”

데미안의 광기 어린 외침이 다락방의 낡은 천장을 때렸다. 그의 뒤에 선 중장기사들의 검날이 아침 햇살을 받아 서늘하게 번뜩였다.

아드리안은 침대 시트를 쥔 손가락 끝에 힘을 주었다.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손톱 밑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등 뒤로는 이미 식은땀이 한 바가지나 흘러내려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가고 있었다.

‘아니, 얜 또 왜 여기서 튀어나와? 금융 연합인가 뭔가 뱅크런 터져서 파산했다며! 왜 사채업자들 피해서 도망 안 가고 내 방으로 온 건데?!’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낯가림과 대인기피증이 한계치를 돌파하자, 그의 굳어 버린 얼굴 근육은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고고함과 냉소를 가장했다. 아드리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데미안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칠흑 같은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데미안.”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낮고 나지막했다.

“네가 믿고 있던 그 거대한 모래성이 왜 단 하룻밤 만에 무너졌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한 모양이군.”

“뭐, 뭐라고……?”

데미안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아드리안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찻잔을 손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972년도산 리브라 시길.”

그 짧은 단어가 떨어지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기묘하게 비틀렸다.

“마력을 담은 통화의 가치는 영원할 거라 믿었겠지. 하지만 특정 제조년도의 국산 특수 잉크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마력이 미세하게 기화해 소멸하는 병폐지. 크로이츠 상회의 비밀 장부를 조금만 들여다보았어도, 네가 긁어모은 자산이 결국 썩은 동아줄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것은 아드리안이 3화에서 크로이츠 상회의 장부를 통해 간파했던, 리브라 시길의 치명적인 제조 결함이었다. 데미안이 배후 세력과 손잡고 무리하게 자금을 투매할 때, 아드리안은 이미 이 잉크 결함을 폭로해 뱅크런을 유도할 판을 짜 두었었다. 결국 그 여파로 데미안의 금융 연합은 뼈대도 남지 않고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데미안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네, 네놈이…… 그걸 어떻게……!”

“어리석군.”

아드리안의 시선이 데미안의 뒤에 선 황실 수사관들에게로 향했다. 긴장감에 목구멍이 바짝 타들어 갔지만, 그의 말투는 오히려 더 오만방자해졌다.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사냥개들.”

황실 수사관들의 어깨가 흠칫 굳었다.

“황실 금고 관리인조차 함부로 만지지 못하는 극독, ‘비소-9’.”

아드리안의 차가운 눈동자가 수사관들의 품속을 꿰뚫듯 응시했다.

“며칠 전 내 방에 침입했던 벌레들이 남기고 간 선물이 있었지. 황실 전용 제한 독물에만 새겨지는 고유의 마킹이 아주 선명하게 찍혀 있더군. 제국의 법률상, 그 독물을 유출한 대가는 삼족을 멸하는 대역죄일 텐데.”

수사관들의 손에 쥔 검끝이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데미안의 뇌물에 매수되어 황실 금고의 독물을 유출하고 아드리안을 암살하려 했던 공범들이었다. 자신들의 가장 치명적인 범죄가 이 병약해 보이는 청년의 주둥이에서 너무나도 쉽게 흘러나오자, 그들의 영혼은 공포로 얼어붙었다.

‘이 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수사관들의 등 뒤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아드리안이 가진 정보의 격은 이미 일개 아카데미 학생 수준을 아늑히 초월해 있었다.

셀레나 황녀는 그 모습을 보며 전율했다.

‘아드리안 님은 이미 데미안의 금융 파산부터 황실 수사관들의 부패 경로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고 계셨던 거야. 적들이 들이닥칠 타이밍에 맞춰, 가장 치명적인 카드를 단 한 마디로 던지시는구나!’

그녀의 눈에 서린 경외심은 이제 신앙에 가까워져 있었다. 셀레나는 차갑게 검을 뽑아 들며 수사관들을 노려보았다.

“황실의 이름을 더럽힌 반역자 무리들이 감히 누구에게 칼을 겨누느냐! 당장 검을 내려놓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황실의 이름으로 즉결 처형하겠다!”

황녀의 서슬 퍼런 일갈에 수사관들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순식간에 데미안의 아군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아, 아아……!”

데미안은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성을 잃었다. 그의 눈에 광기 어린 핏발이 섰다. 가문도, 재산도, 권력도 전부 잃은 그에게 남은 것은 비틀린 증오뿐이었다.

“그렇게 다 안다는 듯이 굴지 마라, 아드리안! 네놈이 아무리 대단한 흑막이라 해도…… 이건 막지 못할 거다!”

데미안이 품속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는 고대 주문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베르무트가 도망치기 전, 최후의 수단으로 데미안에게 넘겨주었던 ‘마력 기둥 폭주 스크롤’이었다.

“이 아카데미와 함께 지옥으로 가자!”

그가 거칠게 스크롤을 찢어발기는 순간.

쿠구구구궁—!

바벨의 다락방 바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본관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마나의 폭주가 지상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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