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쨍그랑!

날카로운 마찰음이 폐창고의 무거운 침묵을 찢어발겼다.

깨진 유리 파편이 어둠 속에서 은빛 흉기처럼 사방으로 흩날렸다.

위에서 떨어진 것은 시커먼 무광 재질의 전술 드론.

녀석의 전면에 달린 붉은색 카메라 렌즈가 사납게 회전했다.

윙, 위이잉!

기계음이 고막을 찔렀다.

렌즈의 초점이 정확히 임강우의 눈동자를 향해 고정되었다.

카르텔의 감시망이 마침내 사냥감의 덜미를 낚아챈 순간이었다.

유설아의 숨이 턱 막히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해요! 카르텔의 최신형 탐지 드론 '바실리스크'예요! 저 카메라 렌즈에 안구 패턴이 등록되는 순간, 반경 5킬로미터 내의 모든 타격 부대에 실시간 좌표가……!"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드론의 붉은 광선이 강우의 얼굴을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강우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늦었어."

도망칠 생각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강우는 가슴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고대의 박동을 느꼈다.

아레스의 심장.

F급이라는 쇠사슬을 부수어 버린 신화급 성물이 거칠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심장이 뛸 때마다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기묘한 마력 파동.

보통의 헌터들이 가진 정제된 마나와는 달랐다.

그것은 찢어지는 듯한 불협화음의 진동이었다.

마치 고장 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굉음 같은, 비정형의 마력 오라.

1화에서 처음 각성했을 때, 마력 측정기를 폭파해 버렸던 바로 그 기괴한 노이즈 주파수였다.

강우는 그 노이즈를 억누르는 대신,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밖으로 뿜어냈다.

'가라.'

지이이이잉!

강우의 전신에서 푸르스름하면서도 붉은 핏빛이 감도는 불규칙한 마력 오라가 일렁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파동이 폐창고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전술 드론의 움직임이 뚝 멈춰 섰다.

지지직! 지직!

붉게 빛나던 렌즈가 미친 듯이 점멸했다.

강우의 안구 패턴을 분석하려던 드론의 인공지능이 비정형 노이즈 파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다.

"어……?"

유설아가 둥그렇게 눈을 떴다.

드론의 모니터링 화면에 수천 개의 허상 좌표가 무작위로 생성되고 있었다.

강우가 내뿜는 노이즈 주파수가 드론의 수신 장치와 역방향으로 공명한 결과였다.

강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구두 굽이 시멘트 바닥을 차갑게 두드렸다.

탁.

"네놈들이 자랑하는 그 위대한 문명의 이기라는 게, 고작 이 정도냐?"

강우가 조소했다.

그는 오른손을 뻗어 드론의 몸체를 움켜쥐었다.

으득, 으드득!

강우의 손아귀 힘에 드론의 초합금 외피가 종이 상자처럼 구겨졌다.

불꽃이 튀며 기계 조각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하지만 진짜 사냥은 이제부터였다.

강우의 아레스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노이즈는 이미 드론의 통신망을 타고 역류하고 있었다.

그 통신망의 끝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 구역을 포위하고 수색을 지휘하던 차진욱의 본대였다.

* * *

강남 4구역 외곽에 위치한 카르텔의 전초기지.

임시로 구축된 지휘 텐트 내부에는 수십 대의 최첨단 오라 탐색 장비가 번쩍이고 있었다.

웅장한 서버 소음 속에서 헌터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찾았습니다! 타겟의 오라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오라 탐색기를 주시하던 요원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지휘관석에 앉아 있던 차진욱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입가에 침이 고였다.

"히히…… 드디어 쥐새끼 꼬리를 잡았군. 어디냐? 당장 좌표 찍어!"

쇠소리가 섞인 불쾌한 웃음소리가 텐트 안을 가득 채웠다.

차진욱은 벌써부터 강우를 어떻게 짓밟고 찢어발길지 상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그런데 이상합니다!"

요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마력 파형이 너무 불안정합니다! 신호 강도가 측정 한계를 초과했습니다! 기기가…… 기기가 제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쓸모없는 새끼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차진욱이 요원의 멱살을 잡아채며 소리쳤다.

화면 속 오라 탐색기의 그래프는 이미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회전하며 텐트 안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삐이이이이!

귀를 찢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강우가 심장에서 뿜어낸 노이즈 파동이 전술 드론의 중계기를 거쳐 이 탐색기로 역류한 탓이었다.

기기는 오류를 일으켰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오판을 내렸다.

[경고: 미확인 고위험 오라 소스 감지.] [위치 분석 완료: 현재 좌표와 99.9% 일치.] [시스템 판단: 적대 세력의 기습 공격으로 간주.]

"이, 이게 왜 이래? 왜 타겟 좌표가 우리 기지로 잡히는 거야?!"

요원이 비명을 질렀다.

강우의 노이즈 주파수가 오라 탐색기의 공간 인지 필터를 완벽히 기만해 버린 것이다.

기기는 강우가 있는 폐창고가 아닌, 자신들이 서 있는 이 전초기지를 적의 중심지로 오판했다.

그리고 카르텔의 자동 방어 시스템은 잔인할 정도로 정직했다.

[자동 방어 프로토콜 가동.] [대규모 미사일 요격 시스템, 록온(Lock-on).] [발사.]

"안 돼! 멈춰! 당장 중지해!"

차진욱이 모니터를 부술 듯이 두드렸지만, 이미 늦었다.

기지 외곽에 설치되어 있던 대공 및 대지 요격 미사일 포탑들이 서서히 회전했다.

포신이 향한 곳은 하늘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전초기지 본관 건물과 지휘 텐트였다.

슈우우우우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미사일들이 불꽃을 뿜으며 일제히 솟구쳤다.

그리고 곡선을 그리며 그대로 수직 낙하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화염이 대지를 집어삼켰다.

폭발음이 강남 일대의 하늘을 뒤흔들었다.

검은 연기가 밤하늘을 가득 메우며 피어올랐다.

* * *

멀리서 들려오는 연쇄 폭발음.

지하 통로의 출구 근처에서 강우는 그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밤하늘을 붉게 물들인 불꽃놀이가 꽤나 볼만했다.

그의 입가에 짙은 비웃음이 걸렸다.

"자기들이 만든 장난감에 자기들이 날아가다니. 꽤나 우스꽝스러운 결말이군."

"말도 안 돼……."

유설아가 턱을 벌린 채 멀리서 솟구치는 불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태블릿에는 카르텔 전초기지의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차진욱의 추적 장치를 역으로 해킹해서 자멸하게 만들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예요?"

"내가 한 게 아니야."

강우가 차갑게 대꾸했다.

"그 멍청이들이 스스로 판 무덤에 발을 헛디딘 것뿐이지."

강우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었다.

차진욱의 추적대가 혼란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기회였다.

유설아는 폭발의 여파로 무너진 잔해에 발목을 긁혔는지,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아 있었다.

보통의 소설 속 주인공이라면 그녀를 안아 들고 치료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우는 달랐다.

그의 눈빛에는 한 줌의 동정심도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 자리 잡은 깊은 불신은 타인의 고통보다 자신의 목적을 우선시하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타인은 도구일 뿐이다.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혹은 철저히 이용해 먹는 장치.

강우는 주저앉아 있는 유설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부축하는 대신, 품 안에서 정체불명의 검은색 기기를 꺼내 그녀의 앞에 툭 던졌다.

탁.

"……이게 뭐예요?"

유설아가 아픈 다리를 움켜쥔 채 고개를 들어 물었다.

"카르텔 본사의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 탈취기다."

강우의 목소리는 서늘하기 짝이 없었다.

"차진욱이 저 난리를 치는 동안 본사의 보안망은 일시적으로 느슨해질 거다. 넌 지금 당장 본사 시스템에 접속해서 놈들의 기밀 장부를 복제해 와."

유설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전 지금 다리가……."

"다리가 부러진 건 아니잖아?"

강우가 그녀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다.

그는 몸을 숙여 유설아의 시선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뱀처럼 번뜩였다.

"난 쓸모없는 동료는 두지 않아. 네가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하위 헌터들을 구하고 싶다고 했지? 그렇다면 증명해라. 네 가치를."

유설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우의 잔인할 정도의 냉정함에 서운함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그의 말이 지독하게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지옥 같은 헌터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다리를 절며 일어섰다.

그리고 강우가 던져준 탈취기를 소중하게 움켜쥐었다.

"……알겠어요. 10분이면 충분해요. 놈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장부를 반드시 가져오겠어요."

"기대하지."

강우는 차갑게 등을 돌렸다.

그녀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강우의 시선이 다시 불타오르는 전초기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직 처리해야 할 잔당이 남아 있었다.

특히, 자신을 사냥하겠다고 날뛰던 그 미친 사냥개.

* * *

콜록! 쿨럭!

자욱한 먼지와 불길 속에서 흙투성이가 된 형체가 솟아올랐다.

차진욱이었다.

그의 고급스러운 전투 슈트는 이미 누더기가 되어 있었고, 얼굴은 폭발의 그을음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아아악! 임강우우우우!"

차진욱이 하늘을 향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

그의 손에는 가짜 좌표만을 뱉어내며 완전히 망가진 추적 장치가 들려 있었다.

화면은 이미 깨져 있었고, 붉은색 오류 메세지만이 조롱하듯 깜빡였다.

[ERROR: TARGET NOT FOUND]

"이딴 쓰레기 같은 기계가!"

차진욱은 이성을 잃고 가짜 좌표 추적 장치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군화 굽으로 짓밟고, 또 짓밟았다.

콰득! 콰지직!

기계 파편이 그의 광기 어린 짓밟음 아래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네놈이 감히 나를 모욕해? 감히 카르텔을!"

그의 눈이 핏발로 가득 찼다.

쇠소리 섞인 미친 듯한 침 흘리는 웃음은 이미 가시고, 오직 가공할 분노만이 남았다.

그때, 타오르는 불길 너머로 서서히 걸어 나오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천천히, 아주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연기 속에서 나타난 임강우가 차진욱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개처럼 짖는 소리가 아주 우렁차군, 차진욱."

차진욱의 신형 대검이 분노로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씹새끼가……!"

차진욱의 눈알이 뒤집혔다.

핏발 선 눈동자가 허공에서 흔들리는 불꽃을 받아 붉게 타올랐다.

그는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었다.

검신에 주입된 마력이 시커먼 타르처럼 끈적하게 요동쳤다.

"죽여 버리겠다! 네놈의 사지를 찢어서 던전 구더기 밥으로 던져 주마!"

우우웅!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차진욱의 발밑이 무너지며 그가 탄탄한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쏘아져 나왔다.

그 속도는 F급 헌터의 눈으로는 궤적조차 쫓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강우의 눈에는 달랐다.

아레스의 심장이 뿜어내는 기묘한 고동이 그의 신경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느렸다.

마치 물속을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스윽.

강우가 고개를 가볍게 옆으로 비틀었다.

쉬이익!

귀가 먹먹해지는 파공음과 함께 대검의 칼날이 강우의 뺨 스치듯 지나갔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나가 허공에 흩날렸다.

차진욱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뭐, 이 년이?!"

콰앙!

칼날이 보도블록을 내리찍으며 사방으로 돌파편이 튀었다.

강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오른발이 채찍처럼 채여 나갔다.

퍼억!

"커헉!"

차진욱의 무거운 턱에 정확한 타격이 꽂혔다.

이빨이 부딪히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차진욱의 거구가 뒤로 대여섯 걸음이나 밀려났다.

그는 입가에 흐르는 붉은 피를 거칠게 훔쳐냈다.

"히히…… 히하하핫! 그래, 이래야 팰 맛이 나지! 짐꾼 놈치고는 제법 단단하잖아?!"

차진욱이 손가락을 튕겼다.

탁!

그 소리와 함께 전초기지의 불타는 잔해 속에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튀어나왔다.

하나같이 정식 길드 유니폼을 입지 않은, 꾀죄죄하고 험악한 인상의 사냥개 기습조들.

카르텔이 뒤에서 더러운 일을 처리할 때 부리는 무등록 불법 헌터들이었다.

"전부 찢어발겨라! 살려두지 마라!"

차진욱이 침을 튀기며 포효했다.

무려 열 명이 넘는 불법 헌터들이 살기를 뿜으며 강우를 포위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무기들이 저마다의 마력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유설아가 태블릿을 쥔 채 저 멀리 무너진 벽 뒤에서 숨을 죽였다.

하지만 강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멍청한 놈들."

강우가 웅얼거렸다.

그의 가슴속 아레스의 심장이 한순간 강렬하게 요동쳤다.

[신의 권능: 강제 영역(Force Territory)을 전개합니다.] [시스템 규정 '사유지 무단 침입 및 처벌 권한'을 일시적으로 무시합니다.]

징-!

강우의 발밑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파동이 구형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

그것은 현대 헌터법과 길드 시스템이 규정한 모든 제약을 짓밟아 뭉개는 신의 영역이었다.

"거기, 카르텔 사냥개 놈들."

강우가 차갑게 읊조렸다.

"너희가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구역이 어디인 줄은 알고 덤비는 거냐?"

차진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는 거냐, 이 쥐새끼가!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기는 거냐?!"

"여긴 강남 4구역의 경계선 밖, 아직 길드 소유권이 등기되지 않은 '공동 개발 보류지'다."

강우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흔들었다.

그것은 그가 미리 발급받아 둔 공식 '마력 미달 판정서'였다.

"난 공식 판정을 받은 소속 없는 F급 민간인 헌터다. 그리고 너희는 무등록 불법 무력을 동원해 민간인을 사유지 외 구역에서 무단으로 습격했지."

강우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빛났다.

"헌터법 제21조 시행령에 따르면, 무소속 헌터를 비지정 구역에서 공격할 경우, 해당 길드가 보유한 인근 영토의 모든 던전 소유권과 징발 권한은 즉각 '법적 동결' 처리된다."

"뭐, 뭐라고?!"

차진욱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법이나 규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식한 폭력배였지만, 길드의 자산을 날려 먹는다는 단어가 주는 공포는 잘 알고 있었다.

"유설아!"

강우가 소리쳤다.

벽 뒤에 숨어 있던 유설아가 기다렸다는 듯 태블릿의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이미 방금 전 폭발 상황과 무등록 헌터들의 습격 장면이 실시간으로 헌터 협회와 언론사 핫라인으로 전송되었어요! 카르텔의 불법 무력 행사죄가 성립되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카르텔을 향한 깊은 분노와 통쾌함이 서려 있었다.

차진욱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들이 약자들을 등쳐먹기 위해 교묘하게 꼬아놓았던 법의 덫이, 이제는 그들의 목을 죄는 단두대의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 이 개 같은 년놈들이 주둥이를 확……!"

차진욱이 이성을 잃고 대검을 치켜들며 강우에게 돌진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우웅!

강우가 아레스의 심장에 깃든 진정한 신권(神權)을 개방했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강우의 등 뒤로 거대한 전쟁의 신, 아레스의 붉은 환영이 어렴풋이 일렁였다.

"커헉?!"

달려들던 불법 헌터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거인의 발바닥이 그들의 어깨를 내리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중압감.

그것은 단순한 마력의 크기 차이가 아니었다.

존재의 격(格)이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위압이었다.

"아, 아아……."

차진욱 역시 대검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의 온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인 것처럼 사르르 떨렸다.

강우는 천천히 걸어가 차진욱의 머리맡에 섰다.

그리고 차갑게 내려다보며 구두 굽으로 그의 손등을 짓밟았다.

오독, 오도독!

"으아아아악!"

차진욱의 입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그는 강우를 증오스럽게 노려보았다.

"이, 이 괴물 같은 놈…… 대체 정체가 뭐냐……?! F급 마력 미달이라며……!"

강우는 대답 대신 비웃음을 날렸다.

그는 차진욱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신선한 마력을 아레스의 심장으로 고스란히 흡수하기 시작했다.

붉은 마력이 강우의 손끝을 타고 스며들었다.

심장이 만족스러운 듯 펄떡이며 기분 좋은 열기를 뿜어냈다.

수명이 늘어나고, 스탯이 영구적으로 상승하는 쾌감이 전신을 짜릿하게 관통했다.

바로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무너진 전초기지의 통신 타워 잔해에서 기묘한 주파수의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차진욱의 품 안에서 핏빛으로 빛나는 기괴한 결정체가 붉은 안개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유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강우 씨! 피해욧! 그건 카르텔 본사에서 극비리에 개발한 '마력 자폭 핵'이에요! 놈이 처음부터 동귀어진을 노리고……!"

"히히…… 히하하하핫! 같이 죽자, 임강우!"

차진욱의 눈동자가 완전히 붉게 물들며, 그의 전신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품은 붉은 폭풍이 두 사람을 집어삼킬 듯이 팽창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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