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익, 지지직.
쓰러진 조장의 피 묻은 가슴팍에서 기분 나쁜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탈취한 무전기 너머, 쇳소리가 잔뜩 섞인 차진욱의 서늘한 목소리가 동굴 안을 울렸다.
-강남 전역의 소유지 게이트를 전부 차단하고 먼지 한 톨까지 쓸어 담아라.
그 명령과 동시에 통신이 뚝 끊겼다.
"으르르르……."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안광이 일제히 빛을 발했다.
카르텔이 자랑하는 사냥개, 마나 하운드 무리가 침을 흘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콧김을 내뿜을 때마다 바닥의 돌가루가 이리저리 흩날렸다.
강우는 입술을 짓씹었다.
비릿한 피맛이 혀끝을 적시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쿵!
가장 거대한 마나 하운드 한 마리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날카로운 앞발이 강우의 목덜미를 노리고 짓쳐 들어왔다.
쉬익!
강우는 상체를 바짝 숙였다.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과 짐승의 악취.
네크로 워리어의 코어를 삼킨 육체는 이전의 F급 짐꾼 시절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상이 느리게 보였다.
스윽.
강우의 단도가 허공에 기괴한 궤적을 그렸다.
서걱!
단번에 하운드의 목덜미가 잘려 나가며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깨갱!"
동료의 죽음에 자극받은 놈들이 사방에서 동시에 덮쳐왔다.
하나, 둘, 셋…… 무려 다섯 마리.
퇴로는 없다.
"어딜 감히."
강우는 아레스의 심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두근!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온 검붉은 마력이 강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키이이이잉-!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고주파 노이즈가 동굴 전체를 뒤흔들었다.
퍼어억!
단순한 손짓 한 번에 마나 하운드 세 마리가 벽에 처박히며 뼈가 바스러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쿵, 쿠구구궁!
던전 입구 쪽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돌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차진욱이 이끄는 본대가 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시간 지체하면 진짜 묻힌다."
강우는 바닥에 떨어진 무전기와 조장의 단말기를 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반대편 배수로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더럽고 축축한 하수관로였지만, 지금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슈우우욱!
어둠을 뚫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강우의 신형은 바람보다 빨랐다.
* * *
투둑, 투르륵.
강남 변두리의 낡은 물류창고 지붕 위로 차가운 밤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녹슨 철문 사이로 스며든 강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전신이 땀과 오수로 젖어 있었다.
강우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액정 위로 유설아가 보내온 암호화된 좌표가 깜빡이고 있었다.
[임시 안전 가옥. 카르텔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유일한 사각지대입니다.]
"사각지대 같은 소리 하네."
강우는 빈정거리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의심은 그의 생존 공식이었다.
과거 삼류 길드에서 '가족'이니 '동료'니 하는 감언이설에 속아 개처럼 구르다 버려진 기억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타인의 호의는 언제나 가장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강우는 오른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유설아의 속셈을 계산했다.
'나를 이용해 카르텔을 무너뜨리려는 불나방이겠지.'
그때, 어둠 속에서 스윽 하고 인기척이 느껴졌다.
강우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단도를 뽑아 들었다.
"나예요. 경계 풀어요."
단정한 단발머리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유설아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홀로그램 화면이 떠 있는 휴대용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늦었네요. 차진욱이 강남 전역을 이 잡듯 뒤지고 있어서 우회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유설아는 평소처럼 차분하면서도 빠른 어조로 말을 뱉었다.
강우는 단도를 거두지 않은 채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런 썩은 창고 구석으로 불러낸 이유가 뭐야?"
"당신 목숨줄을 늘려주려고요."
유설아가 태블릿 화면을 강우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붉은색 격자망이 촘촘히 얽힌 강남권 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차진욱이 가동한 건 단순한 마나 레이더가 아니에요. 광대역 노이즈 주파수 탐지기."
"계속해."
"당신의 그 특이한 마력 파동을 추적하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감시망이 좁혀오고 있죠."
강우는 조용히 제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아레스의 심장이 내뿜는 비정형 마력 오라.
그것이 카르텔의 사냥개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설아는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그 탐지망을 완전히 교란하려면, 단순한 도망으로는 안 돼요. 더 강력한 카드가 필요해요."
"카드?"
"소드마스터 강태훈."
그 이름에 강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대륙 최강의 소드마스터이자, 카르텔의 가장 날카로운 이빨.
"그 영감탱이가 왜?"
"강태훈의 전설적인 마검 '뇌신'에 미세한 마력 균열이 생겼어요."
유설아는 태블릿을 톡톡 두드리며 상세한 분석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파란색으로 표현된 검의 입체 모델링 곳곳에 붉은색 균열이 가 있었다.
"카르텔 내부에서도 극비로 분류된 정보예요. 강태훈은 지금 자신의 검을 복구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죠."
"나더러 그 검을 고쳐주기라도 하라는 소린가?"
강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난 대장장이가 아니야. F급 짐꾼이지."
"당신의 그 '규격 외 마력'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이건 단순한 제안이 아니에요."
유설아의 눈빛이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강태훈을 아군으로 끌어들인다면, 카르텔의 무력 기반 자체가 흔들려요. 협회가 카르텔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강태훈이니까요."
강우는 유설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강우의 뒤틀린 내면은 끊임없이 경고음을 울려댔다.
'이 정보도 결국 나를 사지로 몰아넣기 위한 미끼가 아닐까?'
'소드마스터라는 거물을 건드렸다가 역풍을 맞으면, 나만 독박을 쓰고 버려지겠지.'
강우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동맹이니 협력이니 하는 유치한 연극은 집어치워. 결국 너도 네 목적을 위해 날 이용하려는 거잖아?"
"맞아요."
유설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난 카르텔이 만든 법의 모순을 깨부수고 싶고, 당신은 살아남아 그들을 찢어발기고 싶어 하죠. 이해관계가 일치하잖아요?"
그녀가 내민 손길을, 강우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
두근.
강우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아레스의 심장이 기묘하게 요동쳤다.
통증이 아니었다.
마치 유설아의 흔들림 없는 의지에 반응하듯, 미친 듯 날뛰던 심장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따스한 열기가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세포 하나하나가 안정되는 느낌.
"이건……."
강우는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성물이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괴사율의 불안정한 파동이 완벽히 통제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묘한 동조 현상이었다.
강우는 입술을 깨물며 복잡한 감정을 억눌렀다.
"……검의 균열 정보, 일단 접수하지."
그가 툭 던지듯 말하며 단도를 집어넣었다.
유설아의 입가에 미세한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잉-!
폐창고 밖에서 기분 나쁜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강우와 유설아의 시선이 동시에 창밖으로 향했다.
하늘 위로 둥둥 떠다니는 여러 대의 기계 장치.
카르텔의 오라 감지 드론들이었다.
"벌써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유설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차진욱 그 인간, 정말 미쳤군요. 민간인 구역까지 이 정도로 드론을 띄울 줄이야."
"아니, 오히려 잘됐어."
강우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눈에 기괴한 광채가 서렸다.
"놈들이 지들 머리 위에 있는 줄 알고 짖어대는 꼴을 봐야지."
강우는 아레스의 심장을 활성화했다.
웅웅웅-!
주변의 중력이 미세하게 변했다.
신화급 성물이 가진 고유한 권능, '신의 영역'이 은밀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강우는 유설아가 건넨 카르텔의 감시 그리드망 정보와 자신의 성물 마력을 연동시켰다.
지직, 지지지직.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우의 뇌리에 폐창고 주변의 모든 상황이 3D 홀로그램처럼 실시간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골목길 구석구석을 수색하는 카르텔 헌터들의 동선.
그들의 숨소리, 마력의 흐름, 심지어 무전으로 나누는 대화까지 생생하게 감각 기관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쪽 구역도 비었습니다. 노이즈 반응이 흐려집니다.
-더 넓게 펴져! 쥐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마라!
밖에서 악을 쓰며 부하들을 쥐어짜는 차진욱의 일그러진 얼굴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강우는 소리 없이 웃었다.
"등신들. 바로 머리 위에 있는 줄도 모르고 밑바닥만 훑고 있군."
카르텔이 자랑하는 그 삼엄한 영토 감시망이, 아레스의 심장 앞에서는 그저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다.
강우는 시스템의 맹점을 완벽히 장악했다.
자신은 공식적으로 'F급 마력 미달 판정자'다.
시스템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모든 동선을 내려다보며 조롱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유설아는 강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숨을 죽였다.
그녀의 눈에 경외감과 함께 묘한 기대감이 서렸다.
"정말…… 규격 외로군요."
"이제 시작이야. 카르텔 놈들이 세워놓은 그 대단한 성벽을, 밑바닥부터 갉아먹어 줄 테니까."
강우의 목소리에는 뼈를 깎는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 통쾌한 지배감도 잠시.
위이잉! 위이이이잉!
갑자기 머리 위를 맴돌던 드론 무리 중 한 대가 기괴한 경고음을 울렸다.
"……!"
강우의 눈썹이 꿈틀했다.
차진욱이 소지한 광대역 노이즈 탐지기의 주파수가 갑자기 좁혀진 것이다.
드론들의 탐색 궤적이 급격히 폐창고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드론의 탐지 감도가 일시적으로 증폭됐어요!"
유설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쿠창!
그 순간, 폐창고 천장의 낡은 유리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났다.
지붕을 뚫고 내려온 전술 드론 한 대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허공에 멈춰 섰다.
기계 본체에 달린 붉은색 카메라 렌즈가 사납게 회전했다.
지이잉.
차가운 붉은 광선이 어둠 속을 훑었다.
그리고 정확히.
강우의 두 눈동자에 초점을 고정했다.
[타깃 확인.]
기계적인 음성이 창고 안을 서늘하게 울렸다.
[좌표 고정. 전 수색조에 통보합니다.]
강우의 차가운 눈동자가 드론의 붉은 렌즈에 그대로 반사되었다.
[타깃 확인.]
기계적인 음성이 창고 안을 서늘하게 울렸다.
[좌표 고정. 전 수색조에 통보합니다.]
강우의 차가운 눈동자가 드론의 붉은 렌즈에 그대로 반사되었다.
찰나의 침묵.
강우의 신형이 탄환처럼 쏘아졌다.
슈우욱-!
바람을 가르는 예리한 소리.
스윽.
단도가 허공을 비스듬히 갈랐다.
콰지직!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며 드론의 카메라 렌즈가 산산조각 났다.
퍼버벙!
강우는 공중에서 박살 난 드론의 동체를 왼발로 강하게 걷어찼다.
바닥에 처박힌 기계 덩어리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뒹굴었다.
"시끄러워."
강우는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드론의 메인 칩셋을 손으로 사정없이 뜯어냈다.
찌르르릉!
뜯겨 나간 전선 사이로 푸른 전류가 흘렀지만, 강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칩셋 내부에서 깜빡이는 붉은색 수신 소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미 좌표 전송은 완료된 상태.
웅성웅성-!
낡은 폐창고 외곽에서 거친 발소리들과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이다! 3번 구역 폐창고!"
"사냥개들이 냄새를 맡았다! 포위망을 좁혀!"
차진욱이 보낸 헌터 수색조가 들이닥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유설아가 다급히 강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강우 씨, 일단 피해야 해요! 정면 승부는 무리예요!"
"피하긴 왜 피합니까?"
강우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며 뜯어낸 칩셋을 이리저리 만졌다.
"이 등신들이 제 발로 좌표를 찍고 들어와 줬는데."
두근!
아레스의 심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고동쳤다.
동시에 강우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마력 오라가 칩셋 내부로 흘러들어갔다.
지직, 지지지직-!
기존의 마나 체계와 전혀 다른 비정형 마력 오라가 기계 장치의 주파수와 충돌했다.
일순간, 공기 가득히 기분 나쁜 소음이 퍼져 나갔다.
노이즈 주파수의 역류.
강우의 성물 마력이 드론의 송신기를 타고, 역으로 카르텔의 광대역 추적망 전체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유설아 씨."
강우의 부름에 유설아가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태블릿으로 카르텔 추적망에 가짜 노이즈 주파수 좌표를 보낼 수 있습니까?"
"네? 어…… 가능은 하지만, 그러려면 엄청난 양의 마나 노이즈가 실시간으로 공급되어야……."
"공급은 내가 하죠. 당신은 조율만 해."
강우가 칩셋을 유설아의 태블릿 단자에 강제로 꽂아 넣었다.
지지직!
유설아의 태블릿 화면이 순간적으로 붉은색 오류 메시지로 뒤덮였다.
그러나 그녀는 프로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새도 없이, 그녀의 손가락이 화면 위를 폭풍처럼 쓸고 지나갔다.
"마력 오라의 주파수 파형이 너무 독특해요……! 하지만 이 정도 양이라면…… 가능해요!"
타타탁!
그녀가 엔터 키를 누르는 것과 동시에, 강우는 아레스의 심장에 깃든 신권의 힘을 극대화했다.
"터져라."
쿠구구구궁-!
강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비정형 마력의 파동이 칩셋을 매개로 폭발했다.
그 파동은 무선 네트워크를 타고 강남 전역에 흩어져 있던 카르텔의 모든 수색 장비로 역류했다.
지리리리릭!
"크아아악!"
창고 밖에서 포위망을 좁혀오던 헌터들이 일제히 귀를 움켜쥐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던 헤드셋과 추적 안경이 과부하로 인해 불꽃을 뿜으며 터져 나간 탓이었다.
"내, 내 귀! 고주파가……!"
"추적기가 먹통이 됐습니다! 좌표가 미쳐 날뜁니다!"
사방에서 비명이 난무했다.
차진욱이 들고 있던 최첨단 탐색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치이익-!
화면 가득히 녹색 오류 코드만이 깜빡이며 기계가 완전히 뻗어버렸다.
"이, 이 개새끼가……!"
차진욱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미친 듯이 수신기를 두들겼지만, 돌아오는 것은 귀를 찢는 듯한 노이즈 소리뿐이었다.
그 혼란을 틈타, 강우는 유설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갑시다."
"아, 네!"
두 사람은 완전히 마비된 포위망의 틈새를 뚫고, 창고 뒷문 너머의 어둠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 * *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강남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허름한 지하 도보 통로.
강우는 벽에 기대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장의 과부하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유설아와 함께 행동하는 동안, 심장의 마력 오라가 기묘할 정도로 차분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상하군.'
강우는 유설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태블릿 화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성공이에요. 차진욱 일당은 지금 강남 반대편 구역에 가짜 좌표를 쫓아 허탕을 치고 있어요."
유설아가 땀방울을 훔치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이것 좀 보세요."
그녀가 태블릿을 강우에게 내밀었다.
화면에는 방금 전 드론의 칩셋을 역추적해 해킹해 낸 카르텔의 극비 데이터가 띄워져 있었다.
[카르텔 1급 기밀: 소드마스터 강태훈의 동선 및 접촉 제한 구역]
강우의 눈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이건……."
"강태훈은 지금 카르텔 본사의 통제를 벗어나, 강남 4구역의 무등록 사설 던전 부근에 은거하고 있어요. 검의 균열을 치료할 단서를 찾기 위해서죠."
유설아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차진욱이 당신을 쫓는 데 혈안이 된 진짜 이유도 이거예요. 강태훈이 카르텔을 이탈하기 전에, 당신이라는 '변수'를 제거해 길드의 통제력을 완벽히 다져놓으려는 속셈이죠."
강우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걸렸다.
"결국 그 소드마스터라는 영감탱이를 먼저 낚아채는 놈이 이 판을 지배한다는 소리군."
"맞아요. 그리고 그가 있는 곳의 좌표가 바로 여기에……."
그때였다.
강우가 쥐고 있던 조장의 무전기에서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차진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
-임강우. 쥐새끼처럼 잘도 빠져나가는군.
무전기 너머, 쇠소리가 섞인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음산하게 울렸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네놈이 어디로 향할지는 이미 뻔히 알고 있으니까. 소드마스터의 곁이 네 무덤이 될 거다. 키히힛……!
뚝.
통신이 끊겼다.
차진욱 역시 강우의 목적지를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우는 무전기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구두굽으로 짓밟아 으스러뜨렸다.
오직 정면 돌파뿐인 사냥터.
과연 그 소드마스터의 부러진 검을 쥐고 기다리는 것은 구원일까, 아니면 카르텔이 파놓은 더 거대한 함정일까.
강우는 단도의 자루를 꽉 쥐며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