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구야?!"
눈이 멀 것 같은 강한 빛이 어둠을 찢었다.
서치라이트의 백색 광선이 임강우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검붉은 마력 오라가 네크로 워리어의 정수를 빨아들이며 기괴한 소음을 내고 있었다.
지직, 지지지직.
강우의 주변 공기가 미세하게 일그러지며 기묘한 고주파 노이즈가 발생했다.
아레스의 심장이 뿜어내는 비정형 마력 오라였다.
그 파동이 사방으로 퍼지자 순찰조가 들고 있던 최첨단 서치라이트의 불빛이 미친 듯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어? 이거 왜 이래? 장비가 왜 먹통이야?"
"레이더 센서도 미쳐 날뛰는데? 마력 반응이…… 잡혔다 안 잡혔다 합니다!"
어둠 속에서 무장한 사내들이 총구를 겨누며 다가왔다.
붉은색 삼각 문양.
한준서가 이끄는 대형 길드, 카르텔의 정예 순찰조였다.
그들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이곳은 카르텔의 사유지 경계 인근이자, 그들이 독점하려 침을 발라둔 미지정 던전이었다.
"허가도 없이 우리 영토에 기어들어 온 쥐새끼가 있었군."
맨 앞에 선 사내가 차갑게 비웃으며 대검을 뽑아 들었다.
"즉결 처분한다. 시체는 던전 구석에 던져두면 마수가 알아서 치워주겠지."
스릉!
두 명의 순찰대원이 동시에 바닥을 차고 도약했다.
그들의 검날에 서슬 퍼런 마력이 서렸다.
대형 길드의 정예답게 망설임 없는 살수였다.
일반적인 F급 헌터라면 그 궤적을 눈으로 쫓지도 못하고 목이 날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강우의 눈에는 그들의 움직임이 둔탁하게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느려.'
강우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등 뒤의 네크로 워리어 사체를 딛고 정면으로 마주 섰다.
"저 새끼 봐라? 겁을 상실했나?"
대검이 강우의 머리 위로 수직 하강했다.
공기를 찢는 굉음이 고막을 때렸다.
쿠웅!
그러나 이어져야 할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
대검을 휘두른 대원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강우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려 검날을 그대로 움켜잡고 있었다.
맨손이었다.
아무런 방어구도, 마력 장벽도 두르지 않은 맨손.
끼이이익!
강우의 손아귀에 짓눌린 강철 대검이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레스의 심장이 제공하는 무한 스탯의 권능.
신화급 성물이 뿜어내는 신체 강화는 현대 헌터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미, 맨손으로 내 검을……? 이 괴물 같은 새끼가!"
사내가 경악하며 검을 빼려 했으나, 강우의 손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강우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카르텔 놈들은 예나 지금이나 입만 살았군."
빠직!
강우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콰직!
강철 대검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사방으로 튀는 파편들 사이로 강우의 신형이 짓쳐 들어갔다.
퍼억!
"끄아악!"
강우의 가벼운 발차기 한 방에 사내의 몸이 대포알처럼 날아가 동굴 벽면에 처박혔다.
쿠구구궁!
벽에 거대한 균열이 가며 돌가루가 쏟아졌다.
단 한 격이었다.
남은 순찰대원들이 침을 삼키며 뒤로 주춤거렸다.
"이, 이 말도 안 되는 괴력은 뭐지? 최소 B급…… 아니, A급 이상의 근력인데?"
"대체 정체가 뭐야!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강우는 대답 대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서치라이트 불빛이 순찰조 조장의 얼굴을 온전히 비추었을 때.
강우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기억 밑바닥에 눌러 담았던 추악한 오물이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장의 명찰에 적힌 이름.
'박성식.'
강우가 과거 카르텔의 하청 짐꾼으로 일할 때,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가스라이팅을 일삼던 선임 헌터였다.
"너…… 너 도망치다 뒤진 줄 알았던 임강우 아니냐?"
박성식도 강우의 얼굴을 알아보고 눈을 부릅떴다.
"이 쓸모없는 F급 짐꾼 새끼가 어떻게 여기…… 아니, 방금 그 힘은 대체 뭐란 말이냐?"
박성식의 목소리에 당혹감과 함께 특유의 오만함이 섞여 나왔다.
그는 강우가 여전히 자신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노예'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강우는 즉각 손가락을 강박적으로 꼼지락거렸다.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야, 강우야. 넌 F급이라 평생 내 밑에서 똥이나 치워야 해.' '길드에 불만 가질 생각 마라. 한준서 대표님이 너 같은 쓰레기를 거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오늘 일당은 내가 수수료로 떼 간다. 억울하면 강해지든가.'
구역질이 치밀었다.
타인을 믿지 못하는 강우의 불신증은 이런 자들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강우가 빈정거리는 비웃음을 지었다.
"여전하네, 박성식 조장님. 여전히 남의 던전이나 털어먹으면서 카르텔 똥개 노릇이나 하고 다녔나 봐?"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F급 주제에 어디서 눈을 부릅떠!"
박성식이 품에서 붉은색 마력 채찍을 꺼내 들었다.
"과거의 정을 생각해서 조용히 기어가면 살려주려 했거늘, 감히 카르텔의 권위에 도전해? 네놈 같은 하층민 하나쯤은 합법적으로 실종 처리할 수 있다는 걸 잊었나 보군!"
쉭!
마력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강우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닿는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잔혹한 궤적.
타아앗!
강우의 움직임은 보이지도 않았다.
채찍이 허공을 가르며 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강우는 이미 박성식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어……?"
박성식의 시야에 가득 찬 것은, 피처럼 붉게 타오르는 강우의 눈동자였다.
"첫 번째."
강우가 박성식의 오른팔을 움켜잡았다.
콰득!
"아아악!"
뼈가 완전히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박성식의 비명이 동굴을 가득 채웠다.
강우의 손아귀 힘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다.
"두 번째."
강우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왼쪽 다리를 걷어찼다.
콰드득!
"커헉! 으, 으아아아!"
박성식의 무릎이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바닥을 구르는 박성식의 얼굴은 공포로 젖어 들어갔다.
"이, 이 괴물 새끼…… 살려줘! 살려다오! 내가 잘못했다!"
"잘못?"
강우가 박성식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눈빛에는 자비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너희들이 만든 규칙이잖아. 강한 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
강우의 손끝에서 검붉은 마력이 흘러나와 박성식의 전신을 압박했다.
"그 규칙, 참 마음에 들어."
우득! 우드득!
"아아아아악!"
순찰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으나, 강우는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동굴 안은 카르텔 순찰조의 비명과 뼈 부러지는 소리로 가득 찼다.
퍼억! 콰직! 콰당!
단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카르텔의 정예라 자부하던 순찰조 전원이 사지가 꺾인 채 바닥에 뒹굴며 신음하고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그들을 완벽히 제압한 강우는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 순간, 강우의 가슴속에서 우렁찬 울림이 일어났다.
두근! 두근! 두근!
네크로 워리어의 보스 코어에서 흘러나온 시커먼 영혼 마력이 아레스의 심장에 완전히 흡수되었다.
[몬스터 '네크로 워리어'의 영혼을 완벽히 흡수 완료했습니다.] [아레스의 심장이 폭발적으로 공명합니다.] [네크로시스(육체 괴사) 수치가 18%로 급격히 감소합니다.] [F급의 한계를 돌파하여 '근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근력: 85 (↑42)]
전신에 짜릿한 열감이 퍼져 나갔다.
가슴을 짓누르던 시한부의 불쾌한 감각이 비약적으로 사라지며, 온몸에 가공할 만한 힘이 가득 차올랐다.
"후우……."
강우는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공기가 쥐어짜 지는 듯한 둔탁한 파열음이 일었다.
이것이 신화급 유물의 위력이다.
F급이라는 쇠사슬을 완전히 끊어내고, 무한한 성장의 궤도에 올라탄 것이다.
하지만 강우는 승리에 도취하지 않았다.
그는 철저한 불신주의자였다.
카르텔이라는 거대 공룡이 이 사태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강우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박성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품을 뒤져 카르텔 전용 보안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뭐, 뭘 하려는……."
박성식이 피를 토하며 신음했다.
강우는 대꾸도 없이 단말기의 화면을 조작했다.
자신의 얼굴이 찍혔을지도 모르는 동선 기록과 던전 진입 로그를 깔끔하게 소거했다.
F급 측정 불가 오류 판정서를 받아둔 덕분에, 카르텔의 마나 추적 그리드망에는 애초에 강우의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이 단말기의 물리적 기록만 지우면 완벽한 알리바이가 완성된다.
탁. 탁. 탁.
강우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였다.
박성식의 가슴팍에 매달려 있던 무선 통신기에서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본부에서 알린다. 제3구역 순찰조, 응답하라.
강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 현재 강남 사유지 경계 인근에서 비정형 마력 노이즈가 감지되었다. 본사 법무팀과 수색팀이 즉각 개입한다.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고 기계적이었다.
- 특히 본사 법무팀의 지시로 '현장 분석 사냥개' 차진욱 헌터가 이끄는 수색대가 해당 좌표로 파견되었다. 순찰조는 즉시 현장을 보존하고 대기하라.
차진욱.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박성식의 눈에 광기 어린 희망이 스쳤다.
"크, 크하학…… 차진욱 팀장님이 오신다. 네놈은 이제 끝났다……!"
차진욱은 카르텔 내에서도 악명 높은 해결사였다.
사냥감의 뼛가루까지 털어내는 잔혹한 성정을 지닌 고위 헌터.
강우는 무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걸렸다.
"사냥개라."
강우가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무전기 너머, 차진욱이 들을 수 있도록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어디 한번 쫓아와 보든가."
무전기 너머에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쇠소리가 섞인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재미있는 쥐새끼군.
차진욱의 목소리였다.
- 강남 전역의 소유지 게이트를 전부 차단하고 먼지 한 톨까지 쓸어 담아라. 내 직접 그놈의 숨통을 끊어주지.
지직.
무전이 끊겼다.
동굴 안에는 차가운 침묵과 함께, 새로운 사냥의 시작을 알리는 전율만이 맴돌았다.
지직. 무전이 끊겼다.
동굴 안에는 차가운 침묵과 함께, 새로운 사냥의 시작을 알리는 전율만이 맴돌았다.
강우는 무전기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콰직!
군화 굽으로 짓밟아 가루로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차진욱이라……."
입가에 비틀린 호선이 그려졌다.
카르텔의 악명 높은 사냥개.
한준서의 명령이라면 부모의 무덤이라도 파헤칠 미친놈이라는 소문을 강우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희열이 솟구쳤다.
두근! 두근!
아레스의 심장이 새로운 강자의 마력을 감지한 듯 맹렬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어디 짖어봐라. 목줄을 통째로 뽑아 줄 테니."
강우는 바닥에 쓰러져 끙끙대는 박성식을 무시하고 네크로 워리어의 시체로 다가갔다.
거대한 뼈 갑옷이 무너진 자리.
그 중심에서 시커먼 기운을 내뿜는 검은색 결정체가 보였다.
'던전 코어 잔해.'
미지정 던전의 보스를 처치했다는 유일무이한 물리적 증거물이었다.
강우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감촉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이제 청구서를 쓸 시간인가."
강우는 박성식의 품에서 탈취한 카르텔 전용 보안 단말기를 다시 켰다.
그리고 미리 외워두었던 헌터 협회의 공용 데이터베이스망에 접속했다.
손가락이 잔상을 남기며 화면을 두드렸다.
스스슥!
그가 내려받은 것은 일반적인 등록 창이 아니었다.
유설아가 보내준 암호화 파일 속의 특별 링크.
[헌터법 제21조 시행령: 미지정 구역 선점 신고서]
그 화면이 붉은 빛을 내뿜으며 열렸다.
강우는 자신의 'F급 마력 미달 판정서'의 고유 코드를 입력했다.
그리고 네크로 워리어의 코어 잔해를 단말기의 스캔 카메라에 가져다 댔다.
삐빅!
[스캔 완료.] [던전 등급: C급(미지정 구역)] [최초 발견 및 클리어 권한자: 임강우(F급, 무소속)] [상기 데이터가 협회 공인 서버에 영구 기록됩니다.]
화면에 초록색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단말기 하단에 경고 팝업이 붉은 글씨로 번쩍였다.
[경고: 헌터법 제21조 '강제 징발 면제 조항'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본 구역 및 획득물에 대한 소유권은 최초 클리어자에게 귀속됩니다.] [등록된 대형 길드가 본 구역을 무단 침범하거나 전리품을 강탈할 경우, 해당 길드의 인접 사유지 영토 권한이 일시 동결됩니다.]
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완벽하군."
카르텔 놈들이 중소 길드와 개인 헌터들의 밥그릇을 합법적으로 빼앗기 위해 만든 법이었다.
자신들이 침 발라둔 사유지를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이중의 덫.
하지만 그 덫이 이제는 카르텔 자신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되었다.
'F급 측정 불가 오류자'라는 신분적 맹점.
그리고 먼저 코어를 선점해 버린 물리적 사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는 순간, 카르텔은 법적으로 강우의 전리품에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만약 차진욱이 눈이 뒤집혀 강우를 강제로 구금하거나 코어를 빼앗으려 든다면?
카르텔이 강남 일대에 보유한 수조 원 가치의 사유지 던전 소유권 전체가 법적으로 동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지들이 만든 법에 지들이 걸려 넘어지는 꼴이었다.
"대가리를 꽤나 굴려야 할 거다, 한준서."
강우가 단말기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제 이곳에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타앗!
강우가 신형을 날려 던전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는 속도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근력 스탯 85.
일반적인 헌터라면 최소 A급 딜러 수준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피지컬이었다.
동굴 벽면이 뒤로 빠르게 휙휙 지나갔다.
출구가 저 멀리 빛의 구멍으로 보이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쿵!
가슴팍이 쩡하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윽……!"
강우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비릿한 피맛이 입안에 퍼졌다.
고통을 참아내려는 강박적인 신체 반응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아레스의 심장이 기괴한 파동을 그리며 요동쳤다.
단순한 과부하가 아니었다.
지직, 지지지직!
강우의 전신에서 검붉은 마력 오라가 통제를 잃고 뿜어져 나왔다.
주변의 돌가루들이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1화에서 각성했을 때 발생했던 바로 그 현상.
기존의 마나 체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정형 마력 오라'의 노이즈 주파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필 지금……!"
강우는 가슴을 움켜쥐고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네크로 워리어의 코어를 흡수해 괴사율은 안정시켰지만, 심장 자체가 품은 신화급 권능의 잔여 파동까지는 완벽히 제어하지 못한 탓이었다.
공기가 미친 듯이 일그러지며 웅웅거리는 고주파 소음이 동굴 전체를 흔들었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잉-!
던전 외부에서 기분 나쁜 기계음이 들려왔다.
강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주머니 속의 stolen 단말기에서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경고! 광대역 노이즈 주파수 탐지기 가동 중.] [미확인 파동원 추적율: 98%…… 99%……] [좌표 록온(Lock-on).]
"……!"
강우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놈들은 일반적인 마나 레이더를 쓰지 않았다.
사냥개 차진욱.
그는 애초에 강우가 내뿜는 이 특이한 '노이즈 주파수' 자체를 추적하는 최첨단 탐지 장비를 동원한 것이었다.
쿠구구구궁!
던전 입구의 거대한 바위들이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사방에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어둠을 뚫고 수십 개의 붉은 안광이 나타났다.
마수들을 사냥할 때 쓰는 카르텔의 특수 길들여진 사냥개, '마나 하운드' 무리였다.
"으르르르……."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을 흘리는 괴수들이 붉은 눈으로 강우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뒤편.
자욱한 먼지를 헤치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사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구두 굽이 돌바닥을 때리는 규칙적인 소리.
또각. 또각.
어깨에 거대한 철퇴를 걸쳐 멘 사내가 입꼬리를 찢어발기며 웃고 있었다.
쇠소리가 섞인 기괴한 웃음소리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키히힛…… 찾았다, 오류 쥐새끼."
차진욱이었다.
그의 눈에는 광기와 살의가 가득 차 있었다.
강우는 가슴의 통증을 억누르며 단도를 굳게 움켜잡았다.
사방이 완전히 포위된 상황.
도망칠 길은 없었다.
오직 정면 돌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