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이이익!
철혈부식산(鐵血腐蝕酸)의 맹렬한 독기가 석회 가루와 충돌하며 발생한 백색의 증기가 정화 수조를 가득 메웠다. 열기가 치솟았다. 50기압을 돌파한 밀폐 수조의 외벽이 찌르르 비명을 질렀다. 가문 최고의 독공이 뿜어내는 부식성 산기가 수밀 터빈 관로의 아주 미세한 틈새를 기어코 파고들었다.
치익, 치지직!
무혁의 하반신을 지탱하는 기형적 철륜 구동 의체로 검붉은 독액이 흘러내렸다. 초고압 실린더의 구동부를 감싸고 있던 우피(牛皮) 씰과 경질 고무 패킹이 순식간에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크윽……!"
무혁의 입새에서 거친 신음이 터졌다. 구동축의 밀폐가 깨어졌다. 동합금 베어링 내부로 강산성 독액이 스며들자마자 쇠가 쇠를 갉아먹는 마찰음이 고막을 찔렀다.
끼이이이이익!
마찰 계수의 급격한 상승. 정밀하게 계산된 베어링의 공차(公差)가 열팽창으로 인해 제로에 수렴했다. 수압을 전달하던 서보밸브 기구가 마비되었다. 왼쪽 바퀴의 기어축이 굳어버리며 의체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의체 내부의 고주파 진동이 여과 없이 척추를 타고 뇌간으로 역류했다. 뼈를 정으로 쪼개는 듯한 충격이었다.
"무혁아!"
소소가 비명을 지르며 무혁의 상체를 부축했다. 그녀의 손끝에 닿은 무혁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듯 진동하고 있었다. 강산은 멈추지 않았다. 관로를 타고 흘러드는 철혈부식산은 야금성의 심장인 수밀 터빈의 날개깃마저 차례로 삼키고 있었다.
"이대로는…… 100초를 버티지 못한다."
철옥이 검자루를 쥔 채 수조의 균열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 짙은 고뇌가 서렸다. 철옥의 가슴팍 품속에서 은근한 한기와 함께 기이한 진기 파동이 흘러나왔다. 선대 가주의 진원을 보존하고 있다는 백색 도화 부적. 그 부적이 뿜어내는 동결의 진기라면 이 끓어오르는 수조의 열기를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은 가문의 마지막 보루였다. 철옥은 품속의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자 하나를 구하기 위해 가문의 대적(大敵)과 맞설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하는가.
무혁은 철옥의 망설임을 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숫자로만 가득 차 있었다. 철혈부식산의 화학적 구조식. 수소 이온 농도 지수. 그리고 이를 중화하기 위한 한계 역치.
"소소."
무혁이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며 말했다.
"활성 탄소 필터가 필요하다. 당장 가마를 올려라."
"하지만 필터만으로는 이 엄청난 유량을 감당할 수 없어! 통과하기도 전에 필터 자체가 녹아내릴 거야!"
"분리하면 된다. 수소 환원 반응을 극대화하여 침전시킨다."
무혁의 두 눈이 기괴하게 번뜩였다. '정밀 제어 연산안'의 제어 한계를 강제로 끌어올렸다. 백분율 수치가 머릿속에서 경고음과 함께 붉게 타올랐다.
[연산안 개방률: 105%…… 110%…… 120% 돌파] [경고: 시신경 세포의 불가역적 괴사 진행 중] [뇌 내부 온도 급상승]
눈앞의 시야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가시광선이 차단되는 암전(暗轉) 현상이었다. 시야의 사방에 시커먼 흑점들이 돋아나 무혁의 눈을 가렸다. 망막이 타들어 가는 극심한 예비 실명의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이빨을 악물었다. 암전된 시야 너머로 오직 에너지의 흐름과 기(氣)의 파동만이 수치화된 선으로 그려졌다.
그 순간, 무혁의 뇌리에 일순간의 연산 파형이 스쳐 지나갔다. 과거 제갈세가의 제갈휘와 대치했을 때 포착했던 파형이었다. 제갈휘가 풍수 수맥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했던 호신패의 진기 배출 파동. 그것은 특정 주파수의 진동을 통해 수류(水流)의 밀도를 왜곡하는 물리적 에너지 공명식이었다.
'에너지 굴절식 연산 파형.'
현대 공학으로 치면 초음파를 이용한 입자의 강제 집속(集束) 기술이었다. 특정 진동수로 액체를 타격하면, 밀도가 높은 산성 이온 입자들만 한쪽으로 굴절되어 뭉치게 된다. 이 왜곡된 진동 파형을 수동식 원심분리기에 도입한다면 기적적인 고속 정화가 가능했다.
"커헉!"
무혁의 코에서 검붉은 선혈이 줄기를 지으며 흘러내렸다. 과부하된 뇌가 한계를 고하고 있었다. 그의 몸이 무너지려 하자, 뜨거운 손길이 그의 두 뺨을 덮쳤다.
"무혁아! 내 얼굴 봐! 내 눈을 보라고!"
소소였다. 그녀의 손은 단조 가마의 재와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더럽혀져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 무혁의 차가운 뺨으로 전해졌다.
"네가 계산해 주면, 난 뭐든지 만들 수 있어! 0.01밀리의 오차도 없이 두드려 줄 테니까 죽지 마!"
소소의 외침이 무혁의 고막을 때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 대신 지독한 학구열과 공학을 향한 집념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혁은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입을 열었다.
"진동 주파수 사만 이천 헤르츠. 탄소 필터의 기공 크기는 십 마이크로미터 이하. 회전 반경 삼 척."
"알았어!"
소소가 몸을 돌렸다. 그녀는 살갗이 튀는 탄소 필터 가마 앞으로 달려갔다. 가마의 아궁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그슬렸다. 하지만 소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벌겋게 달아오른 탄소 도가니를 집게로 끄집어냈다.
깡! 깡! 깡! 깡!
야금성 내부로 웅장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소소의 망치질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시뻘건 쇠붙이 위에서 치익 소리를 내며 증발했다. 그녀의 등 뒤로 거대한 불꽃이 날개처럼 흩날렸다. 무혁의 계산 공식을 완벽히 체득한 소소의 손길 끝에서, 기하학적 형상의 탄소 정청 실린더가 급속도로 형태를 갖추어 갔다.
그사이 무혁은 굳어버린 의체의 바퀴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경맥이 찢어지는 고통을 무릅쓰고, 그는 자신의 내공을 의체의 구동계로 직접 밀어 넣었다.
콰아아아아!
내공과 기계의 동기화. 찢어진 경맥에서 흘러나온 피가 가죽 옷을 적셨다. 하지만 무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제갈세가의 호신패에서 훔쳐낸 에너지 굴절 파형을 자신의 내공에 실어 의체의 구동축으로 전달했다. 동합금 베어링이 억지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소소! 필터를 축에 직결해라!"
"지금 간다!"
소소가 붉게 달아오른 탄소 청정 실린더를 들고 도약했다. 그녀는 수밀 터빈의 주 회전축과 정화조 사이에 급조된 원심분리기 케이싱을 밀어 넣었다. 무혁이 설계한 '고속 증전식 탄소 청정 주조 원심분리기'가 마침내 결합하였다.
쿠구구구구구!
수밀 터빈의 강력한 수압 회전력이 원심분리기의 축으로 전달되었다. 분당 삼천 회전의 초고속 회전이 시작되었다. 원심분리기 내부로 철혈부식산이 가득 찬 독수가 유입되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고주파의 회전음이 야금성의 석벽을 뒤흔들었다. 무혁의 내공이 굴절식 진동 파형을 그리며 원심분리기 내부의 액체를 타격했다. 물리학적 인과율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초고속 원심력과 수소 환원 역치 진동이 결합하자, 수조 속의 검붉은 독액 분자들이 급격히 상분리(相分離)를 일으켰다.
화학적 결합이 깨어진 철혈부식산의 산성 입자들이 원심력에 의해 원기둥의 가장 바깥쪽 벽면으로 밀려났다. 밀려난 산성 입자들은 소소가 단조한 다공성 탄소 필터의 기공 속으로 강제 흡착되었다. 필터 내부의 탄소 성분과 산기가 결합하여 급격한 환원 반응이 일어났다.
치이이이익!
정화조 밑바닥으로 새까만 흑철수(黑鐵水)가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가문의 비전 만독이자, 강철마저 순식간에 녹여 없앤다던 철혈부식산이 무해하고 무거운 일종의 윤활유 형태로 변모하여 분리된 것이다. 원심분리기의 토출구로는 티 없이 맑은 청정수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부식산 농도: 0.01% 이하] [정화 효율: 99.9%] [터빈 수밀 장치 정상화]
"아……!"
소소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탄성을 질렀다. 수조의 압력이 급격히 내려갔다. 거미줄처럼 갈라지던 석벽의 균열이 멈추었다. 가문의 정통 독공 세력이 가한 치명적인 독강(毒江)의 습격이, 단 한 대의 기계 장치와 공학적 연산에 의해 완벽하게 무력화된 순간이었다.
무혁은 천천히 연산안의 개방을 닫았다. 시야의 흑점들이 걷히며 희미한 빛이 다시 돌아왔다. 극심한 시각 상실의 공포 속에서도 그의 얼굴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오직 오차 없는 계산이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차가운 만족감만이 그의 눈동자에 머물 뿐이었다.
"해냈구나."
철옥이 검을 거두며 무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서자에 대한 경멸 대신,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경외감과 정체 모를 두려움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무인의 힘이 아닌, 쇳덩이와 기어의 이치로 가문의 최고 독공을 비웃듯 파괴한 소년. 이것은 가문의 전통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었다.
"안심하긴 이릅니다."
무혁이 차갑게 말했다. 그는 삐걱거리는 의체를 겨우 움직여 쓰러진 베어링 장치를 점검했다.
"당무진 장로가 이 실패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야금성 상부의 거대한 철문이 굉음과 함께 열렸다. 묵직한 가죽 장화가 석판 바닥을 짓밟는 소리가 계곡의 침묵을 깨뜨렸다.
터벅. 터벅. 터벅.
일정한 보폭. 살기 어린 침묵. 야금성의 입구로 걸어 들어오는 이들은 당무진의 독공 파벌이 아니었다. 그들의 가슴팍에는 사천당가의 정통 적통을 수호하는 철혈위(鐵血衛)의 붉은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철옥의 직속 사설 기동 부대였다.
수십 명의 무장 무인들이 삼엄한 진형을 갖추며 무혁의 기지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병기들이 차가운 기계 조명 아래에서 푸르스름한 살기를 뿜어냈다. 철옥이 무혁의 앞을 가로막아서며 천천히 무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의 손이 다시 검자루 위에 얹어졌다.
"철옥 형님……?"
소소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철옥을 불렀다. 하지만 철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무혁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철혈위의 대장이 앞으로 걸어 나와 포권을 취했다.
"공자. 가주령(家主令)에 따라, 이 기괴한 야금성의 모든 공학 병기 설비를 봉압(封押)합니다."
철혈위(鐵血衛)의 대장, 당필(唐弼)이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품속에서 붉은 비단에 싸인 패장을 꺼내 보였다. 가주의 직인이 찍힌 봉인령(封印令)이었다.
"가문의 기밀 병기를 사사로이 축조한 죄는 무겁다. 무혁 공자, 의체에서 내려오십시오."
사방을 포위한 가문 무인들의 살기가 야금성의 내부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안 돼! 이 기계들은 우리가 목숨 걸고 만든 거야!"
소소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낙화단조용 망치가 파르르 떨렸다.
"비키십시오, 소소 낭자. 가주령을 거역하는 자는 혈족이라 해도 용서치 않습니다."
당필의 신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의 손가락이 검자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일촉즉발의 대치였다.
무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우안(右眼)은 이미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오직 좌안만이 붉은색 수치들을 간헐적으로 뿜어내며 적들의 무게중심을 계산했다.
[적치 분석: 철혈위 삼십이 명] [평균 내공: 이십 년 공력] [돌파 확률: 4.2%]
수압 실린더의 피스톤 운동은 유체의 비압축성(非壓縮性)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밀폐된 관로에 가해진 압력은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전달되어 거대한 기계적 토크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지금 무혁의 의체는 부식액으로 인해 압력 제어 밸브의 미세 틈새가 막혀 기동력이 삼 할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억지로 기를 주입하면 경맥이 완전히 끊어질 터였다.
[경맥 마모율: 89%] [경고: 척수 신경망의 영구적 파괴 임박]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극심한 마비 증세에 무혁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의체의 놋쇠 볼트 위로 떨어졌다.
"무혁아, 물러서라."
그때, 철옥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묵직한 신형이 소소와 무혁의 앞을 거대한 벽처럼 가로막았다.
"철옥 공자?"
당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철옥은 가문의 적통이자 철혈위의 실질적인 지휘관 중 한 명이었다. 당필이 패장을 들어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공자께서도 가주령을 거역하시겠습니까?"
"가주령이라."
철옥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석벽에 부딪혀 공명했다.
"가주께서는 반달 전 본가를 떠나 성도(成都)로 향하셨다. 가주의 인장은 지금 가문 평의회의 당무진 장로가 대행하고 있지."
철옥의 손이 마침내 검자루를 거머쥐었다.
스릉!
청량한 검명(劍鳴)과 함께 백색의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끝이 가리킨 곳은 무혁이 아니었다. 당필의 목덜미였다.
"당무진이 가주의 권위를 참칭하여 사사로이 철혈위를 움직였다. 이것이 가문의 법도더냐?"
"공자!"
당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주변의 철혈위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반쯤 뽑아 들며 술렁였다.
"검을 거두어라."
철옥의 음성은 단호했다.
"이곳의 설비는 가문의 공적 자산이다. 당무진 개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철혈위는 지금 이 시간부로 야금성의 외곽을 포위하고, 당무진 파벌의 접근을 일절 불허한다."
그것은 명백한 항명(抗命)이자 선포였다. 가문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 철옥은 스스로 적통의 안락함을 버리고 가문 내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철옥 형님……."
소소의 눈에 안도의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무혁은 감정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의 연산안은 철옥의 신체 반응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당철옥: 호흡수 급증, 심박수 백이십] [품속의 백색 도화 부적: 기온 영하 삼 도 저하]
철옥의 가슴팍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한기가 무혁의 연산안에 푸른 파형으로 잡혔다. 선대 가주의 진원이 담긴 백색 도화 부적. 철옥은 지금 가문의 보루를 소모할 각오까지 마친 상태였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마라, 무혁."
철옥이 등을 돌린 채 무겁게 말했다.
"나는 가문의 전통과 규율을 지킬 뿐이다. 가문이 당무진의 사리사욕에 휘둘리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알고 있습니다."
무혁이 건조하게 답했다.
"철저한 손익 계산의 결과겠지요. 야금성의 기술력이 당무진에게 넘어가는 것보다, 이곳에 묶어두는 것이 가문에 이롭다는 판단."
철옥의 어깨가 일순간 굳어졌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비스듬히 내렸다.
"지독한 놈이군. 끝까지 숫자로만 세상을 보는가."
"그것이 가장 정확하니까요."
무혁이 의체의 기어 레버를 당겼다. 삐걱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기형적 철륜이 다시 구동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스으으으으……!
야금성 상부의 환기 도관과 계곡의 틈새에서 정체불명의 푸르스름한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밀려왔다.
"……!"
당필의 안색이 변했다.
"만독사무(萬毒蛇霧)다! 당무진 장로가 사독대(蛇毒隊)를 풀었다!"
가문 최악의 살수 집단이자, 오직 독공만을 수련한 사독대가 마침내 움직인 것이다. 푸른 독안개가 야금성의 입구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왔다. 독안개에 닿은 석벽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검게 변색하였다.
"모두 코를 막아라!"
철옥이 소리치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검강(劍罡)이 뿜어져 나와 독안개를 밀어내려 했으나, 안개의 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독성 농도: 치사량 돌파] [남은 산소 농도: 14%로 급감] [의체 작동 불능 영역 진입 중]
무혁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좌안이 독안개 너머를 응시했다. 그곳에는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들이 뱀처럼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독액이 발린 암기들이 장전되어 있었다.
암전되어 가는 시야. 찢어진 경맥의 한계. 무혁은 자신의 뼈가 깎여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남은 내공의 불씨를 기어축으로 밀어 넣었다.
과연 이 독무 속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수치적 확률은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