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가 허공을 메웠다. 깨진 진흙 벽돌이 바닥을 구르며 둔탁한 파편음을 냈다. 자욱한 먼지 구덩이 너머로 푸르스름한 독기가 서린 암기 독검을 든 사내들이 짓쳐 들었다. 가문의 실권자 당무진이 보낸 서형(誓刑) 전사들이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자비란 없었다. 오직 서자를 완벽한 시체로 만들겠다는 살의만이 가득했다.
“서자 무혁! 가문의 비기를 훔쳐 괴이한 요술을 부린 죄, 여기서 처단한다!”
선두에 선 전사가 독검을 비스듬히 눕히며 무혁을 향해 돌진했다.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열여덟 자루의 독암기가 사방에서 무혁의 사지를 향해 쇄도했다.
무혁의 눈동자가 기괴하게 가라앉았다. 수없이 쏟아지는 암기들의 비행 궤적이 붉은색 선으로 분할되어 그의 안구에 투영되었다. 정밀 제어 연산안의 발동이었다.
좌측 사십오 도, 고도 삼 척. 우측 삼십 도, 고도 사 척 이 촌.
모든 물리적 궤적이 소수점 아래 단위까지 쪼개져 뇌리에 박혔다. 그러나 연산의 대가는 가혹했다. 관자놀이의 혈관이 터질 듯 팽창했다. 뇌세포가 펄펄 끓는 기름에 절여지는 듯한 작열감이 중추신경을 타고 내달렸다.
“크윽……!”
무혁은 어금니를 악물었다. 신음은 쇠파이프를 긁는 소리가 되어 새어 나왔.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휠체어 우측 레버를 힘껏 당겼다.
철컥! 위이이잉!
하부에 내장된 고압 실린더의 압력 밸브가 즉각 개방되었다. 고압 실린더 플러그가 열리며 내부에 갇혀 있던 이십 기압의 압축 공기가 일시에 분출되었다.
순간적인 가스 팽창 법칙을 활용한 피스톤의 급격한 체적 변화였다. 축적된 고압의 유체가 실린더 내부를 밀어내며 질량 법칙에 따른 작용-반작용의 반발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인간의 근력이 아닌, 압력 용기의 순간 방출을 동력원으로 삼는 가속법이었다.
쿠구구궁!
무혁의 신형이 일직선으로 솟구쳤다. 무려 십 장(丈) 높이의 허공이었다. 하반신이 마비된 서자가 보여줄 수 없는,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기동이었다.
“무, 무엇이……!”
습격한 전사들의 눈이 경악으로 뒤흔들렸다. 그들이 사출한 열여덟 자루의 독암기는 무혁이 방금 전까지 머물던 허공을 허망하게 가르고 진흙 바닥에 박혔다. 치명적인 독즙이 바닥을 부식시키며 거품을 일으켰다.
공중에 붕 뜬 무혁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날렸다. 중력을 거스른 찰나의 정적 속에서, 연산안은 쉬지 않고 구동했다. 뇌 속의 연산 회로가 비명을 질렀다.
두 번째 전사가 가차 없이 품을 넓혔다. 그의 손끝에서 녹색의 연무를 두른 미세한 침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뿜어졌다. 사천당가의 절예 중 하나인 독침우(毒針雨)였다. 공기를 가르는 미세한 진동이 무혁의 고막을 때렸다.
연산안이 허공에 흩어지는 녹색 독침의 공기 역학적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침의 표면 마찰 계수, 현재 고도에서의 바람 밀도, 그리고 중력 가속도를 대입한 수식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맞춰졌다.
사 초 전 미 예측 완료. 침들의 탄착 지점은 그의 흉부와 안면이었다.
무혁은 왼팔을 들어 올렸다. 휠체어의 측면 장갑판에 연결된 강철 체인이 아래로 낙하하는 도르래를 감아쥐었다.
지이이이잉!
휠체어 바퀴의 변형이 시작되었다. 둥근 철륜의 살들이 바깥쪽으로 부채처럼 펼쳐지며 하나의 거대한 원형 회전 방패로 맞물렸다.
회전하는 원판의 원심력과 관성 모멘트를 이용한 물리적 편향기였다. 고속 회전하는 질량체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벡터 압력을 회전 궤적 밖으로 튕겨내는 가속도 에너지를 지닌다. 유체의 저항과 투사체의 운동 에너지를 수학적 각도로 굴절시키는 원리였다.
깡! 까가강! 깡!
수십 개의 독침이 고속 회전하는 철륜 방패에 부딪혀 불꽃을 튕기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 단 한 발의 침도 무혁의 살갗에 닿지 못했다. 완벽한 물리적 차단이었다.
“이게 무슨 요사스러운 방벽이란 말이냐!”
자객들의 수장이 이빨을 갈았다. 기를 둘러 의기를 형성한 것도 아니요, 가문의 호신강기를 펼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쇠바퀴를 돌렸을 뿐인데 당가의 독침이 무력화되었다. 물리적 인과율을 극도로 활용한 방어막은 무인들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허공에서 방어를 마친 무혁의 안구에서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뚝, 투둑.”
핏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 차가운 강철 의체 위로 떨어졌다. 뇌혈류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안구 모세혈관의 파열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기계 장치와 직접 동기화된 그의 척추 부근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진동이 전해졌다.
인간의 신경 전도 속도와 강철 서보밸브의 물리적 반응 속도를 억지로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맥의 마모였다. 기(氣)라는 초자연적 변수를 물리 기계의 동력으로 환원할 때마다, 그의 육체는 서서히 붕괴하는 형벌을 감수해야 했다.
경맥이 찢어지는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하지만 무혁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입꼬리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고통마저도 연산의 변수 중 하나로 치부하는 극단적인 공학적 편집증이었다.
아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당소소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그녀는 야금사였다. 쇳물을 다루고 쇠를 두드려 도구를 만드는 자였다. 그렇기에 지금 무혁이 행하고 있는 짓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혁은 무공을 무공으로 상대하지 않고 있었다. 가문의 수백 년 전통인 독공과 암기술을, 오직 수식과 역학이라는 기하학적 도구로 철저히 분해하여 격파하고 있었다.
‘저것은…… 무공이 아니다. 하지만 무공보다 정교하다.’
당소소의 가슴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일었다. 경멸받던 불구의 서자가 보여주는 기적. 그것은 단순한 기예가 아니었다. 쇠와 톱니바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발현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무혁의 휠체어가 새겨졌다. 평생 가문을 지배해 온 독과 암기의 굴레를 깨부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저곳에 있었다. 당소소의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평생을 장인으로 살아온 그녀의 영혼이 무혁이라는 존재를 향해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충성심, 혹은 그보다 더 깊은 공학적 경외가 그녀의 심장을 지배했다.
“저놈을 떨어뜨려라! 공중에서는 피할 곳이 없다!”
자객 수장의 외침과 함께 세 명의 전사가 동시에 대지를 박차고 올랐다. 그들의 신형이 세 방향에서 무혁을 에워싸며 좁혀들었다. 독검의 서슬 퍼런 검기가 무혁의 사지를 찢어발길 듯 다가왔다.
무혁의 두 눈이 번뜩였다. 연산안의 시야 속에서, 공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난류의 파형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지상에서 솟구치는 열기, 사방에서 불어오는 야산의 밤바람, 그리고 자객들의 신형이 가르는 공기의 소용돌이. 모든 변수가 하나의 수식으로 통합되었다.
풍향의 흐름이 읽혔다. 대기의 압력 차이가 만드는 미세한 기류의 틈새가 보였다.
무혁은 우측 휠체어 손잡이에 장착된 트리거 레버를 움켜쥐었다.
철컥!
휠체어 허브 축에 장착된 베어링 약실이 회전했다. 그 안에는 당소소가 정밀하게 가공해 준 탄소강 강철 베어링 볼 수십 발이 장전되어 있었다.
원형 강구의 공기 저항 계수와 기류의 점성 마찰을 계산한 탄도학적 궤적이었다. 편향된 바람의 흐름을 양력 삼아 자전하는 강철 구체가 유체의 난류를 타고 역방향으로 휘어지며 표적에 도달한다. 유체역학적 매개변수를 역용한 정밀 사격 제어였다.
“발사.”
무혁의 나지막한 음성과 함께, 극도의 고압 공기가 약실을 때렸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은색의 베어링 볼 삼십여 발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일반적인 암기 사출과는 궤가 달랐다. 화약의 힘에 필적하는 기압 전동식 사출이었다.
날아간 강철 구체들은 공중에서 기묘하게 휘어졌다. 자객들이 뿜어낸 검기의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바람의 흐름을 타고 굴절된 베어링 볼들은 자객들의 방어 궤적을 완전히 우회했다.
“어, 어째서 암기가 휘어지는……!”
자객들의 안광이 찢어질 듯 넓어졌다. 깨달음은 늦었다.
푸학! 푸화학!
공중을 비행하던 세 명의 전사들의 목둘레에서 붉은 혈화가 피어올랐. 바람을 타고 역방향으로 휘어 들어간 강철 구체들이 그들의 목뼈를 정확히 관통한 것이다.
“끄으윽!” “커헉!”
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세 명의 신형이 허공에서 꺾였다. 그들은 비명조차 온전히 지르지 못한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먼지 바닥에 떨어진 자객들의 몸이 몇 번 구르더니 이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목뼈가 완전히 함몰되어 즉사한 상태였다.
휠체어 구동 단 한 번. 그리고 기류를 계산한 단 한 차례의 사출로 당가의 정예 전사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혁의 휠체어가 가볍게 지상에 착지했다.
쿵.
수압식 서보밸브가 충격을 흡수하며 부드러운 기계음을 냈다. 무혁은 흘러내린 피눈물을 소매로 닦아내지도 않은 채, 마지막 남은 자객 수장을 응시했다.
자객 수장의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의 발치에는 방금 전까지 함께 생사를 넘나들던 동료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구르고 있었다.
“괴, 괴물 놈…….”
수장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것은 무공의 대결이 아니었다. 도살이었다. 보이지 않는 수학적 덫에 걸려 스스로 목을 들이민 꼴이었다.
무혁은 휠체어의 레버를 천천히 고쳐 잡았다. 그의 무감각한 눈동자에는 자객의 두려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다음 연산을 위한 수치들만이 명멸할 뿐이었다.
“남은 변수는 하나.”
무혁의 건조한 음성이 폐각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가 다시 탄환을 장전하기 위해 레버를 당기려는 찰나였다.
쿠구구구궁……!
폐각의 입구를 막아서고 있던 거대한 철제 대문이 묵직한 중압감과 함께 뒤흔들렸다. 단순한 물리적 충격이 아니었다.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내력의 파동이 문틈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
무혁의 연산안이 급격하게 요동쳤다. 시야 가득 붉은색 경고 도표와 거대한 에너지 벡터 선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지금껏 상대했던 자객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압도적인 질량의 내공이었다.
스스스스.
바닥에 깔려 있던 흙먼지들이 보이지 않는 압력에 밀려 사방으로 갈라졌다.
철컥, 하고 대문이 열렸다.
그 먼지 구덩이 사이로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
푸른색 관복 위에 사천당가의 가문 문양인 삼족오가 선명하게 새겨진 의복. 허리춤에는 당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도화색 보검이 매달려 있었다. 강건한 체구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보법.
사천당가 제일의 직계 적학 천재이자, 가문의 미래라 불리는 전사.
당철옥(唐鐵玉)이었다.
그가 쓰러진 자객들의 시체를 무감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마침내 강철 의체 위에 올라탄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서자, 당무혁에게 닿았다.
당철옥의 형형한 눈빛이 어둠 속에서 푸른 검기처럼 빛났다. 그의 손이 허리춤의 도화 검자루로 천천히 내려갔다. 폐각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