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 뒤뜰에서 도윤과 소희가 멱살을 잡는 소름 끼치는 물리 충돌 마찰음이 폭풍을 예견하듯 천둥소리 너머로 쿵, 쿵, 가파르게 고조되어 들려오기 시작한다.
질척이는 진흙 바닥 위로 육중한 몸뚱이들이 나뒹구는 소리. 거친 숨소리 사이로 섞여 드는 비명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는 괴물들의 불협화음. 나는 식탁 의자에 가만히 앉아, 고개를 약간 비튼 채 그 파멸의 궤적을 머릿속 3D 청각 지도 위에 그려 나갔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타격음이 불규칙한 박자로 고막을 때린다. 쏴아아아, 쏟아지는 폭우는 저택 외벽을 감싸 안으며 거대한 백색소음의 장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초청각은 그 혼란스러운 소음의 장막을 겹겹이 걷어내고, 오직 뒤뜰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측정해 낸다.
"이거 놓으라고! 이 미친 인간아! 내 몸에 손대지 마!" 소희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고음의 주파수로 허공을 갈랐다.
"시끄러워! 네년이 내 서재까지 기어들어 가 정보를 빼돌린 걸 모를 줄 알아? 지수한테 무슨 소리를 지껄인 거야!" 도윤의 목소리는 평소의 자상하고 낮게 깔리던 톤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이가 갈리는 파열음을 내뿜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정원 동쪽, 질척이는 잔디밭을 지나 거친 자갈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자갈들이 서로 부딪히며 서걱거리는 젖은 마찰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 뇌리의 심연에서 굳어 있던 기억의 파편 하나가 벼락처럼 맞춰졌다.
박진우 순경.
그가 사흘 전, 외곽 고속도로를 거쳐 급히 출동했다며 내 앞에 섰을 때 그의 가죽화 밑창에서 나던 소리가 바로 이 소리였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거친 자갈 마찰음과 비정상적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던 진흙의 수분량. 고속도로를 달린 구두에서는 결코 날 수 없는, 오직 이 저택 뒷마당 사유지 호숫가 주변의 점토질 진흙과 자갈이 뒤섞여 비벼질 때만 발생하는 특유의 둔탁한 진동음이었다.
그 비리 경찰은 처음부터 나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었다. 도윤의 지시를 받고, 사유지 호숫가에 매장된 내 진짜 교통사고 블랙박스 보관함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 축축하고 끈적한 구두 소리의 실체를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들은 나를 이 고요한 무덤 속에 처넣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연기자들이었다.
"놔! 놓으란 말이야!" 소희의 발버둥이 정원 창고 쪽으로 쏠린다.
도윤의 가쁜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소희의 비명이 뚝 끊겼다. 질척이는 진흙 위로 무거운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 이어 철제 창고 문이 거칠게 열리며 삐이익 하는 고주파의 마찰음이 발생했다. 도윤이 그녀를 정원 창고 내부로 거칠게 밀어 넣고 쇠사슬 빗장을 걸어 잠그는 금속성 충격음이 뒤따랐다.
철컥. 철커덕.
"거기서 대가리 식히고 있어. 내가 지수 문제를 정리하고 올 때까지, 단 한 마디라도 더 지껄이면 그땐 정말 죽여버릴 테니까." 도윤의 음산한 중얼거림이 빗소리에 섞여 가늘게 떨렸다.
지금이다.
그가 흥분과 광기에 휩싸여 정원 창고 주변을 맴도는 지금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공백이다.
나는 자리에서 소리 없이 일어났다. 슬리퍼 바닥이 대리석 타일과 마찰하며 내는 미세한 정전기음조차 조율하며, 극도로 고요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내 몸의 오장육부까지도 숨죽인 듯 고요하게 가라앉혔다.
목표는 안방이다.
이 저택의 안방 옷장 뒤편에는 도윤이 나를 감시하고 제어하기 위해 설계한 음향 제어실, 즉 콘솔 밀실로 통하는 입구가 숨겨져 있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미세한 백색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감각의 안테나를 뻗었다.
안방 문을 소리 없이 밀어 열자, 방 안의 공기가 내 뺨에 닿는 촉감으로 공간의 크기를 가늠케 했다. 사방을 둘러싼 특수 흡음판들이 방 안의 소리를 비정상적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귀가 먹먹해지는 수중 터널 속에 들어온 듯한 기묘한 압박감.
나는 주저 없이 안방 구석에 위치한 거대한 붙박이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
손끝을 뻗어 옷장 내부의 두 번째 칸막이, 두꺼운 패브릭 흡음재로 마감된 벽면을 더듬었다. 일반적인 사람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옷장 안벽으로 보이겠지만, 내 손가락 끝은 미세한 틈새로 흘러나오는 미약한 기류의 흐름과 진동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열어야 하는가.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있었다.
가정부 김옥자.
그녀가 매일 아침 내 방 식탁에 은식기를 놓을 때마다, 손가락 끝으로 접시 가장자리를 누르며 발생시키던 기묘한 '3현 진동'의 규칙이 있었다. 뜬금없고 불규칙해 보이던, 가볍게 식기를 톡, 토독, 톡 치던 그 소리. 공감각 능력을 통해 내 뇌리에 주파수로 각인되어 있던 그 리듬은 숫자로 치환하면 정확히 '9-3-2'였다.
그것은 단순한 불안 증세가 아니었다. 도윤의 감시 아래에서 그녀가 목숨을 걸고 내게 남긴 유일한 힌트, 이 콘솔실 비밀 칸막이의 압전 소자 비상 배선 제어 리듬이었다.
나는 침을 삼키며 손가락 끝을 흡음판 가스 터치 버튼 위에 올렸다.
그리고 김옥자의 은식기 진동 리듬을 그대로 재현했다.
아홉 번의 미세한 압력. 짧은 휴지기 후 세 번의 강한 누름.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번의 가벼운 튕김.
타-타-타-타-타-타-타-타-타. 탁, 탁, 탁. 토독.
지잉-
양털처럼 부드러운 유압식 모터 작동음이 옷장 안쪽 깊은 곳에서 울렸다. 이윽고 단단하게 맞물려 있던 이중 벽체가 수평으로 5cm가량 밀려나며, 그 틈새로 서늘하고 건조한 기계실의 공기가 내 얼굴을 때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소리가 이 고요한 틈새 속에서 폭포수처럼 크게 들렸다. 나는 몸을 숙여 어둠이 짙게 깔린 비밀 통로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내가 완전히 진입하자마자, 벽체는 다시 소리 없이 닫히며 외부와의 연결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완벽한 정적.
아니, 그것은 정적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기계들의 거대한 합창이 흐르는 공간이었다.
방음벽 너머로, 저택 뒤뜰에서 도윤이 지르는 통곡 섞인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벽면에 매립된 모니터링 스피커를 통해 그의 음색이 왜곡 없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내가 너희를 어떻게 돌봤는데! 지수 그 불쌍한 년을 내가 거두어서 내 모든 걸 바쳐 살려놓았더니... 어떻게 다들 나를 배신해!"
도윤의 목소리는 신뢰의 파멸 속에서 피를 토하듯 찢어지고 있었다. 그가 지르는 비명에는 스스로가 설계한 완벽한 통제 지옥이 무너져 내리는 것에 대한 처절한 공포와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평생 나를 시각장애인이라는 감옥에 가두고, 제멋대로 조종할 수 있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다루던 남편. 그의 그 가식적이고 다정하던 목소리가 이토록 추악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경청하는 것은, 내 생애 가장 감미로운 음악을 듣는 것과 같았다.
"울어봐, 도윤 씨. 더 처절하게." 내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독백이 새어 나갔다.
나는 손을 뻗어 콘솔실 중앙에 위치한 복합 디지털 제어 장비의 메인 콘솔 판넬을 더듬었다. 수많은 다이얼과 스위치, 그리고 미세한 열기를 뿜어내는 발광 다이오드들이 촉각을 통해 입체적인 지도로 재구성되었다.
웅웅웅웅-
기계 내부에서 미세하게 뿜어 나오는 가압 팬의 가동 주파수가 내 고막을 파고들었다.
정확히 '300Hz'.
그 진동 변환 패턴을 인지한 순간, 내 관자놀이가 찌르르하게 울리며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내 방 천장 구석에서 울리던 미세한 하이피치 밸브음.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얼굴 위로 떨어지던 부드러운 안개 미스트. 도윤은 그것이 내 안구 건조와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는 특수 약물이라고 속였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300Hz의 주파수로 구동되는 메인 엔진과 연결된 배관. 그것은 내 뇌세포의 연산을 마비시키고, 과거 교통사고 당시의 기억을 주기적으로 지워버리며 나를 영원한 인지 장애 상태로 묶어두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화학적 가스라이팅 장치였다. 사흘 전, 내가 목숨을 걸고 그 미스트 용기 속 약물을 순수한 물로 바꿔치기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이 차가운 기계실 한가운데서 아무것도 모른 채 남편의 발소리만을 기다리는 맹인 인형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이 기계가 나를 가둔 간수였구나."
나는 콘솔 판넬의 금속 케이스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을 통해 내부 회로의 미세한 전류 진동이 손가락 끝으로 전해졌다.
그때, 뇌리를 때리는 또 다른 진동이 있었다.
웅- 웅- 웅-
저택 지하 깊은 곳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60Hz의 초저주파 진동.
정전이 되었을 때 내 뇌를 마비시키려 작동하던 그 백업 발전기의 공진 주파수였다. 이 저택 전체의 전력과 음향 제어 시스템을 유지하는 심장부. 이 주파수를 역이용할 수만 있다면, 도윤이 그토록 맹신하는 이 감각의 감옥을 안에서부터 완전히 폭파해 버릴 수 있다.
그토록 거대하고 음습해 보였던 가스라이팅의 요새.
하지만 지금, 그 요새의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심장부인 콘솔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며 조롱받고 철저히 기만당했던 내가, 오직 내 안의 이능과 깨어난 이성만으로 이 괴물들의 본진을 완벽하게 점령해 버린 것이다.
장쾌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피어올랐다.
나는 콘솔 판넬의 핵심 다이얼들을 하나씩 만지며, 이 저택의 소리 배선을 내 통제하에 두기 위한 설계를 시작했다. 도윤이 나를 가두기 위해 만든 모든 스피커와 저주파 발생기들이, 이제는 그의 고막을 찢고 뇌를 파괴할 무기로 변모할 차례였다.
손가락 끝으로 콘솔 조절기의 수치 패널을 미세한 진동으로 읽어 내렸다. 수치 조절 다이얼의 미세한 걸림쇠 소리를 세어 가며 전체 출력을 극대화하려던 바로 그 순간.
탁.
갑자기 저택 외벽 유리창 부근에서 기묘한 이조음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빗소리도, 바람 소리도 아니었다. 저택 지하에서 사유지 호수의 지하수를 강제로 퍼 올려 정원과 저택 내부로 공급하던 대형 배관 밸브의 내부 수압이 급격하게 요동치는 소리였다.
꾸르륵, 쿠구구구-
배관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의 주파수가 비정상적으로 꺾이며 거세지기 시작했다. 수압 수치 노이즈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콘솔실 내부의 구리 파이프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과부하가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하고 축축한 압력이 역류하며 이 저택의 배관 계통을 밑바닥부터 짓누르고 있었다.
설마, 도윤이 설치한 매장지의 균열인가?
내 손끝에 닿은 콘솔의 진동이 걷잡을 수 없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