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꾸르륵, 쿠구구구-.

귀청을 뚫고 들어오는 배관의 해괴한 비명이 뇌의 가장 은밀한 구석을 사정없이 찔렀다. 사유지 호수 밑바닥에서 차가운 지하수를 강제로 퍼 올려 저택 구석구석으로 보내는 대형 배관의 수밀 밸브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내 손끝이 닿아 있는 콘솔 조절기의 금속 수치 패널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는 수압의 미세한 떨림과 기류 변화가 고스란히 흘러들었다. 외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배관 내부의 수밀 밸브 기압이 극한의 과부하 상태로 치닫고 있음이 내 머릿속 가상 3D 청음 지도 위에 붉은 경고등처럼 선명하게 그려졌다. 수압 수치 노이즈가 폭발적으로 기류를 꺾으며 거세지는 이 순간, 저택의 뼈대 자체가 삐걱거리며 우는 소리가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머릿속이 쪼개질 듯한 편두통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시력을 잃은 대가로 얻은 이 초청각적 공감각은 언제나 잔인한 청구서를 밀어밀어 내밀곤 했다. 귀를 기울여 저택의 미세한 숨소리까지 읽어 내는 행위는 뇌 연산 장치를 극한으로 쥐어짜는 일이었다. 관자놀이 부근의 혈관이 터질 것처럼 맥동하기 시작하자, 과거 그 끔찍했던 자동차 사고 당시의 이명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철판이 일그러지던 기괴한 마찰음과 사방에 흩뿌려지던 유리 파편의 날카로운 파동들이 환각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여기서 손을 놓아 버리면, 도윤이 설계한 이 거대하고 축축한 음향 감옥의 아가리 속으로 다시 처박힐 뿐이다.

이 지긋지긋한 두통은 예전의 그 무력하고 멍청했던 통증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예전의 나는 그저 도윤이 건네주는 약물에 취해, 그가 속삭이는 가짜 다정함에 안주하던 눈먼 인형에 불과했다.

매일 오후 3시. 저택의 공기를 눅눅하게 채우던 그 정체불명의 신경 안정 미스트. 기기가 작동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던 미세한 하이피치 밸브음이 뇌리를 스쳤다. 찌르르, 찌르르하며 고막 뒤편을 집요하게 긁어대던 그 소름 끼치던 소리. 그것은 단순한 기계 윤활유의 마찰음이 아니었다. 내 뇌의 해마를 마비시키고 인지 능력을 거세하여 도윤이 주입하는 가짜 기억만을 수용하도록 설계된 고농축 환각 약물의 기화 주파수였다. 사흘 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 미스트 기기 속 약물을 차가운 맹물로 교체해 넣었을 때 비로소 내 머릿속을 짓누르던 납빛 안개가 걷혔다. 맑아진 뇌가 연산해 낸 진실은 잔혹했다. 남편이라는 가면을 쓴 간수, 강도윤은 내 시력뿐만 아니라 내 영혼과 이성마저 그 정교한 소리의 장막 안에 영원히 매장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윤의 완벽주의에는 치명적인 틈새가 있었다. 그 틈새를 내게 쥐여준 것은 그가 가장 미천하게 여기던 이들의 소리였다.

소심함과 죄책감에 짓눌려 늘 복도를 유령처럼 떠돌던 가정부 김옥자. 그녀가 매일 아침 내 식탁 위에 무겁게 은식기를 내려놓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만들어 내던 마찰음이 떠올랐다. 탁, 타닥, 탁. 그 규칙적이면서도 엇박자로 튀던 3현 진동음. 그것은 단순한 식기 충돌음이 아니었다. 그녀가 도윤의 감시망을 피해 내게 건넨 단 하나의 구원 신호이자 암호, 9-3-2의 주파수 대입 리듬이었다. 그 기묘한 진동 리듬이 서재 비밀 칸막이를 여는 비상 전원 압전 소자의 배선 제어 주파수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을 때,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그 소리의 암호를 역추적해 서재 비밀 금고를 열고, 나를 피보험자로 내건 도윤의 위조 사망 보험 계약서와 내 생모를 협박하던 그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금속 카트리지를 확보해 내 옷 안주머니에 찔러 넣었을 때의 그 묵직한 촉감은 지금도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단단한 무기가 되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내가 구원자라고 굳게 믿었던 박진우 순경의 배신 또한 소리가 내게 가장 먼저 폭로해 주었다.

그가 내 호소를 듣고 저택 거실로 들어섰을 때, 그의 가죽화 밑창에서 흘러나오던 그 불결한 사운드. "외곽 고속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밟아 오느라 늦었다"며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던 그의 목소리 아래로, 내 공감각 수신기는 전혀 다른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마른 아스팔트의 미세한 모래 먼지 소리가 아니었다. 비정상적으로 축축하게 젖어 끈적거리는 진흙과 자갈들이 가죽 굽 사이에서 으깨지며 내는 무거운 마찰음. 그것은 이 저택 뒷마당 깊숙이 숨겨진, 내 사고 차량과 진짜 블랙박스가 매장된 사유지 호숫가의 흙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고유의 함수율을 지닌 소리였다. 그 부패한 경찰은 도윤의 돈에 매수되어, 내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덫을 치고 감시하는 또 다른 사냥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들은 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리가 품고 있는 진실의 밀도를 너무나 쉽게 간과했다.

그리고 지금, 이 음습한 감옥의 마지막 전원 공급원을 차단할 결정적인 순간이 도래했다.

낙뢰가 저택을 강타하여 피뢰침이 비명을 지르던 그 폭우의 밤, 모든 전등이 꺼진 암전 상태에서도 저택 뒤편 지하 깊은 곳에서 웅웅거리며 집요하게 흘러나오던 초저주파 백업 발전기의 공진 주파수. 60Hz. 도윤이 내 인지 체계를 뒤흔들기 위해 저택 벽지 안쪽에 은밀하게 도포해 둔 특수 도료 스피커 라인에 고주파 노이즈를 공급하던 숨겨진 심장부의 주파수였다. 이 주파수를 차단하지 않는 한, 저택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기괴한 백색소음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서재 이중 벽 안에서 찾아내 옷 안주머니 깊숙이 숨겨두었던 묵직한 금속 가위를 꺼내 쥐었다. 차가운 강철의 질감이 손바닥을 타고 들어와 뇌세포를 서늘하게 각성시켰다. 편두통이 관자놀이를 사정없이 헤집었지만, 손가락 끝의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하게 곤두섰다.

웅- 웅- 웅-.

콘솔 배전반 내부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60Hz의 음극 단자 구리 접점이 손끝의 정전기적 척력을 통해 3D 입체 지도로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흐르는 전류의 두께와 열감이 손가락 끝 지문에 닿는 듯한 공감각적 착각이 일어났다. 바로 여기다. 전류가 가장 가파르게 꺾이며 진동하는 바로 그 구리선 분기점.

나는 주저하지 않고 금속 가위의 날카로운 날을 밀어 넣어, 두 개의 음극 구리 접점을 동시에 마찰하며 강하게 내리눌렀다.

치짓! 파지직!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푸른 불꽃의 뜨거운 열감이 뺨을 스쳤다. 합선된 전류가 역류하며 콘솔 내부의 전선 피복을 사정없이 태우는 매캐하고 비린 탄내가 콧방울을 찔렀다. 찌릿한 정전기의 충격이 가위 손잡이를 타고 내 손목까지 타고 올라왔지만, 나는 이빨을 악물며 가위를 놓지 않았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웅-, 웅-, 웅- 하며 내 귀를 막고, 뇌의 회로를 갉아먹으며, 이 저택 전체의 공기를 무겁고 눅눅하게 옥죄고 있던 그 더러운 백색소음들이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마치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쓰러지듯, 거실 벽면에서, 침실 천장 모퉁이에서, 복도 바닥 밑바닥에서 나를 불안과 광기로 몰아넣기 위해 24시간 내내 뿜어져 나오던 미세한 기계 노이즈들이 소리 없이 무더기로 숨을 죽이며 영구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툭, 투둑, 툭. 저택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소리의 장벽들이 차례대로 무너져 내렸다.

고요.

오직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순수한 소리만이 남은 완벽한 정적이 저택을 지배했다. 도윤이 나를 평생 가두기 위해 설계했던 초정밀 불법 가스라이팅의 사운드 감옥이, 단 한 번의 단락 침투로 완벽하게 무력화되어 정화되는 순간이었다. 내 뇌를 조이고 있던 보이지 않는 쇠사슬이 풀려나며 장쾌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정수리에서 짜릿하게 터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뜨거운 호흡이 터져 나왔다. 내가 이겼다. 오직 내 감각과 이성만으로 이 괴물의 심장을 멈춰 세운 것이다.

소리를 차단하던 가짜 노이즈 필터가 한순간에 모조리 제거되자, 저택 너머의 외부 세계가 실시간 3D 디지털급 고음질 청음 지도로 내 뇌리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멀리 외곽 국도변을 달리는 차량의 타이어가 젖은 아스팔트 노면과 마찰하며 내는 매끄러운 접지음이 들렸다. 저택 지붕 위, 깨진 기와 틈새에서 비를 피하던 참새 한 마리가 젖은 깃털을 파르르 털어내며 내는 서걱거리는 순수한 백색 야외 자연 환경 사운드가 고스란히 잡혔다. 바람이 저택 앞마당의 수풀을 헤치며 내는 파동의 높낮이가 내 청각 지도 위에 입체적인 지형지물로 재구성되었다.

이것이 진짜 세상의 소리였다. 도윤이 주입하던 왜곡된 소음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자유로운 진동. 내 고막을 두드리는 매 순간이 경이로웠고, 내 존재가 마침내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온몸의 세포가 소리 높여 증명하고 있었다.

"누구 맘대로... 불을 꺼?"

갑작스러운 정적을 뚫고, 서재 방향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하지만 그것은 도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철컥, 서걱.

흙먼지와 물기가 가득 묻은 가죽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거칠게 긁으며 다가오는 소리.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아주 익숙하고 소름 끼치는 금속 마찰음이 고요한 저택의 공기를 찢었다.

가죽 홀스터의 단추가 풀리고, 쇠붙이가 쓸려 나오며 내는 날카로운 톱니 모양의 철컥임. 권총이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민지수 씨."

박진우 순경이었다. 그의 호흡은 거칠게 가라앉아 있었고, 몸에서는 사유지 호숫가의 썩은 진흙 냄새와 비린내가 진동했다.

쿵-!

서재의 무거운 철문 가드가 거칠게 걷어차이며 부서지는 소리가 정적을 완전히 조각내며 내가 서 있는 콘솔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의 신발 밑창에 박힌 자갈들이 바닥을 짓이기며 내는 불길한 파열음이 내 목덜미를 서늘하게 겨누었다.

들이닥쳤다.

축축한 진흙 냄새가 좁은 콘솔실의 공기를 단숨에 오염시켰다. 문가에 멈춰 선 그의 발소리에서 묻어나는 무거운 점성. 바닥에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내 청각 지도 위에 그의 왜소한 실루엣을 그려냈다.

"민지수... 너였어? 이 빌어먹을 소리들을 다 꺼버린 게... 너였냐고."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도윤에게 고용된 사냥개치고는 지나치게 초조한 호흡. 가죽 홀스터에서 뽑혀 나온 권총의 금속 몸체가 그의 거친 손아귀 안에서 미세하게 덜덜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찰하는 스프링의 장력, 방아쇠 울 안으로 들어간 검지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까지 내 고막은 놓치지 않았다.

관자놀이를 송곳으로 후벼 파는 듯한 격통이 밀려왔다. 너무 많은 소리의 주파수를 단시간에 해독한 대가였다. 귓가에서 느닷없이 거대한 트럭의 경적 소리가 찢어지듯 울렸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깨진 유리창 파편들이 내 살을 파고드는 환각. 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콘솔 판넬의 모서리를 움켜쥐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며 버턌다. 지금 쓰러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경찰...이 아니라, 도윤이의 사냥개였군요... 박 순경님."

내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떨림은 없었다. 품 안의 금속 카트리지가 닿은 가슴께가 묵직했다.

"시끄럽고, 당장 그거 내놔. 도윤이가 말한 서재에서 가져간 서류랑 카트리지. 그거 어디 있어?"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가죽화 밑창에 묻은 사유지 호수의 진흙이 대리석 바닥 위에서 미끄러지는 불쾌한 소리. 그 진흙 속에 섞인 미세한 자갈의 주파수는 나를 치고 간 그날 밤의 덤프트럭 바퀴에 묻어 있던 것과 정확히 같은 성분이었다. 나를 사고로 위장해 죽이려 했던 공범의 발소리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때, 그의 어깨춤에 매달린 무전기에서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다급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 박진우! 박진우, 대답해! 그년 찾았어?

도윤의 목소리였다. 언제나 자상하고 완벽하게 통제된 척하던 그 가증스러운 저음은 온데간데없고, 짐승처럼 찢어지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 제어실 전원이 완전히 단락됐어! 전자식 비상문이 안 열려...! 지하실 배관이 역류하면서... 물이 차오르고 있다고! 당장 그년 잡아서 시스템 복구시켜!

도윤의 비명 뒤로, 세차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와 쇠파이프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굉음이 무전기를 타고 흘러들었다.

그랬다. 내가 60Hz의 음극 단자를 단락시키며 발생한 과부하가 저택의 메인 시스템을 마비시켰고, 아까 요동치던 지하수 공급 배관의 밸브가 완전히 열려 소리 제어실을 수장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도윤은 자신이 만든 완벽한 통제실 안에 스스로 갇혀 물에 잠기고 있었다.

박진우의 호흡이 급격하게 요동쳤다. 그의 심장 박동수가 분당 120회를 넘어서며 흉부를 거칠게 때리는 소리가 내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그의 총구가 흔들렸다.

"씨발, 이게 무슨..."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나는 내 머릿속 3D 지도에 그려진 콘솔실의 또 다른 진동을 포착했다. 내 바로 뒤쪽 벽면을 관통하는 고압 온수 배관. 외부 기온 급감으로 수밀 밸브가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오른 배관의 임계 주파수가 내 손가락 끝의 가위에 진동으로 감지되었다.

나는 몸을 던져 콘솔 아래의 수동 배수 레버를 강하게 내리누름과 동시에, 쥐고 있던 금속 가위의 날카로운 끝으로 배관의 약해진 용접 부위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악-!

눈을 찌르는 뜨거운 고온의 수증기와 진흙 섞인 호수물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박진우의 얼굴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으아아악!"

그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당황한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고, 귀를 찢는 총성이 콘솔실 내부를 울렸다. 타앙! 총탄이 내 머리 위 벽면을 뚫고 지나가는 공기의 파열음이 느껴졌다. 나는 이미 바닥을 구르며 그의 다음 움직임을 소리로 쫓고 있었다.

정적 속에서, 물줄기 소리와 박진우의 단발마적인 신음,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권총이 콘솔실 구석으로 굴러가는 금속성 마찰음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지지직- 하는 파열음과 함께 박진우의 무전기 너머에서, 물속에 잠겨가는 듯한 도윤의 꺽꺽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 지수야... 네가 한 짓이지...? 제발... 문 좀... 열어줘... 숨이... 숨이 안 쉬어져...

남편의 죽어가는 구걸 소리가, 내가 그토록 증오하던 그의 목소리로 콘솔실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내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바닥에 쓰러진 박진우의 거친 숨소리가 서서히 잦아들며 멈추는 대신, 오히려 기이한 웃음소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흐... 흐흐... 멍청한 새끼..."

박진우의 목소리였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는 대신, 주머니 속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꺼내 들고 있었다.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흐릿하지만 기괴하게 규칙적인 전기적 기계의 작동음이었다.

삑- 삑- 삑-.

그 기계음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내 척추를 타고 차가운 소름이 돋아났다. 저택 외부 진흙 속에 매장되어 있어야 할 교통사고 차량의 원격 폭파 수신기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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