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를 숨 안쪽 가방에 밀어 넣는 찰나, 저택 외부 문고리에 '찌르륵'하고 도윤이 귀가를 위해 키패드를 미끄러뜨리듯 누르는 8자리 전자 신호 노이즈가 복도로 거칠게 밀려온다.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통증과 함께 요동쳤다. 0.5초. 도윤이 현관문을 열고 대리석 바닥에 구두 굽을 내디디기까지 남은 시간은 오직 그뿐이었다. 가슴팍의 얇은 실크 안주머니에 카트리지를 밀어 넣기엔 그의 감각이 너무나도 예민했다. 도윤은 내 몸의 1밀리미터짜리 굴곡마저도 시각과 촉각으로 스캔하는 남자였으니까.
나는 즉시 손목의 각도를 꺾었다.
뇌내의 3D 청각 지도가 서재 테이블 아래의 기하학적 배치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마호가니 테이블 중앙, 전자기기 선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뚫어놓은 지름 3센티미터의 전선 인입구 구멍. 그 구멍 아래로 저택 지하실과 연결된 미세한 기류가 솟구치고 있었다.
스윽.
손가락 끝의 감각만을 이용해 금속 카트리지를 그 구멍의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뜨렸다. 중력을 거스르듯 부드럽게, 전선 피복 유연제 냄새가 나는 어둠 속으로 카트리지가 빨려 들어갔다. 툭, 하는 기분 나쁜 낙하음은 없었다. 구멍 안쪽에 엉켜 있는 연질 플라스틱 전선 뭉치들이 완충재 역할을 해준 덕분이었다. 먼지 쌓인 케이블 사이로 금속이 안착하는 아주 미세한 '스스스' 소리만이 내 고막을 스쳤을 뿐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왼손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은식기를 낚아채 옷 안주머니로 찔러 넣었다.
철컥.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저택 전체를 울렸다.
도윤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슥, 턱. 슥, 턱. 그의 왼쪽 구두 굽에 박힌 미세한 석회 가루가 대리석을 긁는 파찰음이 들렸다. 그 소리는 벽면에 부딪혀 굴절되며 내 머릿속에 그의 정확한 보폭과 속도를 그려냈다. 평소보다 보폭이 5센티미터 좁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극도로 긴장한 상태로 걷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가 서재 문턱을 넘어섰다. 공기의 흐름이 그의 차가운 체온과 함께 왜곡되며 내 피부에 닿았다.
"왜 불도 안 켜고 이런 어두운 곳에 있어.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어둠 속이 편한 건 아닐 텐데."
목소리는 다정했으나, 공기를 타고 흐르는 음파의 끝자락은 사납게 벼려져 있었다. 도윤은 내 코앞, 불과 30센티미터 거리에서 멈춰 섰다. 일 분에 서른 번이 넘는 가쁜 호흡. 그의 심장은 분당 95회로 가파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무언가 제어할 수 없는 흥분에 사로잡힌 짐승의 맥박이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내 뺨을 쓸어내렸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얼음장 같은 냉기가 소름을 돋웠다.
"그냥…… 사방이 고요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무슨 일 있었어? 숨소리가 거칠어."
나는 턱끝을 미세하게 들어 올리며 그의 눈동자가 있을 법한 위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시선이 허공을 헤매는 시각장애인의 연기를 완벽히 수행하면서도, 내 온 신경은 그의 손가락 끝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었다.
도윤의 손가락이 목덜미를 지나, 얇은 실크 홈웨어의 가슴팍으로 스르륵 내려앉았다. 원단이 쓸리는 기분 나쁜 마찰음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의 두꺼운 엄지손가락이 내 왼쪽 안주머니 부근의 딱딱한 윤곽을 꾹 눌렀다.
손가락 끝이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이 촉각적으로 전해졌다. 그의 호흡이 찰나의 순간 정지했다.
"지수야, 옷 안쪽에 뭘 그렇게 소중하게 숨겨두었어?"
그의 목소리에서 가식적인 다정함이 완전히 거세되었다. 낮고 음습한, 본연의 잔혹함이 서재의 흡음 벽면을 때리고 흩어졌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미소가 아니었다. 게임의 판도를 뒤집기 위한 유도 장치였다.
"이거 말이야?"
나는 안주머니로 손을 넣어 천천히 물건을 꺼냈다. 금속의 묵직한 무게감이 가죽 소파 위로 떨어지듯 둔탁한 소리를 냈다. 도윤의 손끝이 닿았던 것은, 옥자가 식탁에 남겨두었던 차갑고 은빛으로 빛나는 두꺼운 디저트 나이프였다.
"오늘 아침에 옥자 아주머니가 식탁에 두고 간 은식기야. 손끝으로 만지는 금속의 서늘한 감각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쥐고 있었어. 왜, 내가 당신이라도 찌를까 봐 무서웠어?"
도윤의 호흡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당혹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더러운 공기의 흐름이 내 얼굴에 가닿았다. 그는 자신이 과민반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심은 그렇게 쉽게 마모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내 슬리퍼 바닥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늘 방 안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슬리퍼 바닥에서 카펫 먼지가 타는 정전기 소리가 유독 요란하게 들리는데. 지수야, 거짓말은 나쁜 거야."
도윤이 내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물었다. 미소를 머금은 듯한 말투였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악력에는 살의에 가까운 압박이 실려 있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모로 꺾었다. 그리고 내 공감각 능력을 극대로 끌어올려 그의 몸에서 나는 소리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짤그락.
아주 미세하고 가벼운 마찰음. 그의 더블 브레스트 재킷 오른쪽 안주머니에서 들려오는 음향적 신호. 그것은 플라스틱 재질의 약통 안에서 아주 작은 원형 알약들이 부딪히며 내는 특유의 고주파 소음이었다.
"당신이야말로 주머니 속에서 약병이 흔들리는 소리가 요란하네."
내 목소리는 고요하고 차분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도윤이었다. 그의 오른쪽 어깨 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며 주머니를 감싸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 소리가 평소보다 1.5배는 빨라, 도윤 씨. 나를 마주할 때마다 그렇게 불안해해야 하는 약을, 왜 아직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거야? 그 수입 향정신성의약품 말이야. 요즘 다시 복용하기 시작한 거지?"
"지수야, 그건……."
"불안해하지 마. 난 어디도 가지 않아. 당신이 만들어둔 이 완벽한 감옥 안에서, 내가 어디로 가겠어?"
나는 도윤의 말을 가볍게 자르며 속삭였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는 소리가 서재의 침묵을 찢었다. 매번 나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며 인지를 왜곡하던 그가, 오히려 자신의 정신적 취약점을 들키고 변명할 거리를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공기가 역전되는 통쾌함이 손끝을 타고 짜릿하게 올라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의 걸음치고는 지나치게 정확하고 우아한 동선이었다. 도윤은 굳어버린 채 내 움직임을 소리로 쫓을 뿐이었다.
"참 신기하지."
나는 외벽 창틀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오후 3시마다 내 머리 위에서 울리던 그 미스트 기기 말이야. 찌이익, 하고 미세한 하이피치 밸브음이 들릴 때마다 내 머릿속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지곤 했어. 당신은 그게 내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비타민 미스트라고 했지? 하지만 이상해. 사흘 전부터 내가 그 기기 속의 약물을 순수한 물로 바꿔 넣은 뒤로, 내 뇌를 짓누르던 그 끔찍한 편두통과 기억의 결손이 씻은 듯이 사라졌거든."
도윤의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을 짓이기듯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고막을 때렸다.
"그 밸브음은 단순한 기계 소리가 아니었어. 내 이성을 마비시키고 당신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게 만들던 향정신성 가스의 신호탄이었지. 안 그래?"
"지수야, 네가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그 미스트는 네 외상 후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한……."
"치료?"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럼 옥자 아주머니가 매번 식탁에 은식기를 내려놓을 때마다 내던 그 기묘한 진동은 어떨까? 팅, 팅, 티잉. 세 번의 비대칭 진동. 당신은 그저 노인의 손떨림 증상이라고 비웃었지만, 그 주파수를 서재 비밀 도어록의 압전 소자 배선 회로에 대입해 보니 아주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더군. 9-3-2. 그 리듬이 이 방의 비밀 벽체를 여는 마스터키일 줄은 나도 몰랐어."
도윤의 호흡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의 가슴속에서 쌕쌕거리는 천식 같은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던 인형이, 자신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이 저택의 물리적, 기계적 규칙들을 수치적으로 해석하고 해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창틀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저 창밖 외벽에 부착된 초저음파 스피커."
손끝으로 전달되는 외벽의 미세한 진동이 뇌내의 청각 지도 위에 붉은 경고등처럼 표시되었다.
"가스 가동 장치의 고무 실링이 완전히 마모되어서, 지금 '웅-' 하는 60헤르츠의 공명음이 뼈를 찌르듯이 들어오고 있어. 당신은 이게 외부 폭우와 돌풍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인 바람 소리라고 했지만, 이건 명백한 기계적 노이즈야. 나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려고 설치해 둔 그 기계가, 이제 수명이 다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잖아."
나는 도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보이지 않는 눈이었지만, 내 시선은 정확히 그의 떨리는 눈동자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 집의 소음들이 나를 너무 피로하게 만들어, 도윤 씨. 그 지저분한 초저음파 장치, 당장 내일이라도 수리해 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지하실의 백업 발전기를 꺼버릴지도 모르니까."
도윤의 온몸이 분노와 당황으로 잘게 떨리는 진동이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그가 수년간 공들여 쌓아 올린 가스라이팅의 제국이, 단 몇 마디의 청각적 팩트 폭격 앞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도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주먹을 꽉 쥐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자존심과 통제욕이 완전히 박살 나는 소리가 내 귀에는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렸다.
그러나 도윤은 이내 비틀거리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의 발소리가 다급하게 서재 밖으로 멀어졌다.
슥, 턱! 슥, 턱!
도윤은 격앙된 걸음걸이로 복도를 지나 정원으로 연결되는 유리문을 거칠게 열었다.
콰아아아—!
열린 문틈 사이로 저택 외부의 세찬 폭우 소리와 차가운 바람 기류가 서재 안쪽까지 밀려들었다. 웅장하게 대지를 때리는 빗소리 너머로, 도윤이 정원 구석에서 누군가에게 급하게 전화를 거는 진동음이 포착되었다.
띠리리릭.
바람을 타고 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저주파 백업 발전기의 공진 주파수와 섞여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어, 나야. 지금 당장 김옥자 씨 짐 싸서 내보내요. 오늘 밤 안으로 이 집에서 당장 쫓아내라고!"
사납게 들이치는 빗줄기 사이로 도윤의 잔혹한 통보가 들려왔다.
나에게 서재의 열쇠를 쥐여준 유일한 내부 조력자, 김옥자의 해고 지령이었다. 도윤은 자신이 흔들리는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내 제거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 외곽 도로 쪽에서, 며칠 전 다녀간 박진우 순경의 가죽 구두에서 나던 비정상적인 진흙 수분량의 축축한 마찰음이 기억의 심연 속에서 불길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고요한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저택의 기류가, 걷잡을 수 없이 사나운 소용돌이를 그리며 요동치고 있었다.